My Blasted Reincarnated Life RAW novel - Chapter 314
〈 빌어먹을 환생 315화 〉 아브람
유진은 반쯤 넋을 놓은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유진은 아롯의 왕궁, 아브람의 바로 위에 떠 있다. 저 거대한 왕성 전체에 심어진 봉마(封魔)의 마법진은, 왕족과 궁정마법사단을 제외한 모든 마법사를 무력하게 만든다. 그 효력은 왕성 내부뿐만 아니라 바깥까지 범위를 잡고 있다.
다른 마법사는 아브람의 위를 나는 것도 불가능하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모든 마법공격도 봉마진에 의해 무효화된다. 하지만 지금 유진은 멀쩡하게 아브람의 상공에 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브람에 봉마의 마법진을 새긴 것도, 아브람을 에워싼 호수를 만든 것도 세냐다.
세냐는 아카샤를 앞으로 뻗으며 두 눈을 감았다.
이터널 홀이 가동되었다. 아카샤가 가진, 끝을 모를 만큼 거대한 마나가 이터널 홀로 인도되었다. 세냐는 봉마 마법진을 무시하고, 호수 위에 떠 있는 아브람이란 땅덩어리를 마법으로 포착했다.
쿠구궁……! 왕성 전체가 ‘들썩’하고 움직였다. 잔잔하던 호수 표면에 거대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파문은 곧 파도가 되어 철썩였다.
“야, 야. 몸도 성치 않은데 무리하지는 말고…….”
“이 정도는 무리도 아냐.”
세냐는 코웃음을 치며 아카샤를 조금 더 높이 들었다.
아예 새로이 마법을 쓴다면 모를까. 수백 년 전의 마법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아브람을 움직이는 것은 세냐에게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봉마의 마법진도, 호수 위에 왕성이 떠 있게 한 것도. 모두가 세냐가 과거에 새겨넣은 마법이다.
수백 년 전에 새겨 넣은 술식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당시 세냐가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봉마의 마법진은 후대의 마법사들에게 어느 정도는 파악되고 개발되었겠지만, 저 커다란 왕성에 빼곡히 새겨진 술식에 따로 간섭하는 것은 대마법사들에게도 위험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술식에 괜히 손을 대었다가 치명적인 오류라도 발생해 버리면? 그런 실수를 범했다가는 대마법사고 자시고 목이 날아가 버릴 것이다.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아브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래서 무리가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저만한 질량을 공중에 띄워 버리는 것은 지금의 세냐에게는 무리한 일이지만, 이미 떠 있게 만드는 마법을 살짝 바꾸어 호수에 가라앉게 만드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니었다.
아브람이 천천히 가라앉아 갈수록 호수의 파도는 격렬해졌다. 넘쳐 오른 파도는 이미 새하얀 성벽을 때려대고, 열려 있던 성문은 강줄기와 연결되었다.
수장(水葬).
과거 청문회에서 농담 삼아 했던 말인데. 세냐는 정말로 아브람을 수장시키려 하고 있었다.
이쯤에서 말려야 하는 것 아닌가? 유진은 그런 생각이 들어 세냐의 얼굴을 힐긋 보았다.
만약 세냐가 감정적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면 말로나마 제지시킬 텐데. 오히려 세냐의 얼굴은 굉장히 평온했다. 지금 자신이 조금도 대단하지 않은, 아주 평범하고 당연한 일을 하고 있다는 얼굴이었다.
얕은 흥분과 분노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세냐는 지극히 냉정하고 평온했다. 몇 년 전 유진에게 처음 이야기를 들었다. 한 달 전에 봉인에서 풀려나고 다시금 생각해 보았지만, 세냐가 내놓은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그녀가 살았던 저택을 관광지로 바꾸어 버린 것? 그 작은 숲을 밀어버리고 강줄기를 메워 버린 것? 그건 짜증스러운 일이지만, 말없이 은둔하고 200년이나 흘렀으니 그 정도야 뭐,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그녀의 성씨를 딴 메르데인 광장과 동상? 그것도 뭐……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화를 낼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메르를 박해한 것은 화를 내야 할 일이었다. 용서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세냐가 정말로 참을 수 없는 것은, 현명한 세냐니 하면서 수백 년에 걸쳐 자신을 마법사의 우상으로 삼은 주제에. 세냐 본인이 직접 만든 사역마는 그만한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문제에서 세냐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크리온에 놓은 위치 크래프트와 메르를 연결한 것은 세냐 본인이었다. 메르가 수백 년 동안 아크리온에 갇혀 지낸 것은 결국 세냐의 잘못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해부를 해?’
그 빌어먹을 세냐의 전당인지 하는 것을 통째로 뜯어고쳐서 메르의 편의를 보장해도 모자랄 판에. 위치 크래프트의 비밀을 파헤치겠다고 저 자그마한 사역마를 해부하다니!
세냐는 그것만큼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았다.
“아이구, 저는 괜찮은데…… 헤헤…….”
메르는 세냐의 곁에 서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메르의 해부작업에 앞장섰던 것은 전대의 녹탑주다.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기는 했다만, 굳이 떠올려도 크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그 해부작업에서 메르는 육체적인 고통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타격은 제법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굴욕이나 분노, 그런 감정들. 벌써 백 년도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멀쩡히 살아 있고 의식이 유지되는 상태로 몸이 해부되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겪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내가 안 괜찮아.”
세냐는 눈썹을 찡그리며 내뱉었다. 해부에 대한 이야기는 전해 들었다.
“전대의 녹탑주? 그 개새끼는 자기가 이미 뒈진 것을 관 속에서 다행이라 여겨야 할 거야.”
과거 세냐는 아롯에서 3명의 제자를 두었다.
디아도르 토른.
바이스 오스먼.
프릴라 헬렌.
그중에서 디아도르는 적색마탑주가 되었고, 바이스와 프릴라는 혼인으로 맺어졌다. 세냐가 녹색마탑주에서 물러난 후에 바이스가 그 뒤를 이었다.
바이스와 프릴라가 낳은 자식의 이름이 로랜드 오스먼. 현 녹색탑주인 제네릭의 부친이자, 메르의 해부를 진행한 전대 녹색마탑주.
세냐는 그 이름을 알지도 못했다. 강한 분노는 있었다.
바이스와 프릴라. 제자라고 삼은 것들이 자식 교육을 대체 어떻게 했기에, 대스승의 사역마를 해부하겠다는 미치광이 같은 생각을 했단 말인가? 그 죄는 아롯의 왕가도 자유롭지 않다. 상식적으로 왕가의 허락 없이 그런 짓을 벌였을 리가 없으니.
“당장 멈춰라!”
왕궁의 정원이 물바다가 되었을 즈음, 성벽 안쪽의 건물에서 누군가가 하늘로 치솟았다. 아롯의 궁정마법사단장, 트렘펠 위자도르. 그리고 포박된 멜키스 엘하이어였다.
“당장, 당장 멈추란 말이다!”
왕궁 아브람을 통째로 수장시키려 하다니? 이것은 아롯 역사상 전무후무한 테러공작이었다. 거대한 분노가 트렘펠의 머리털을 위로 치솟게 만들었다.
“감히!”
트렘펠은 두 눈을 부릅뜨고 테러리스트, 아니, 반역자들을 노려보았다.
……로브를 뒤집어쓴 것도 아닌데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아주 높은 수준의 인식저해 마법. 트렘펠은 눈동자에 마나를 집중시키며 마법을 일으켰다.
“설마…… 내가 살아 있는 중에, 이런, 이런 말도 안 되는 모반과 맞닥트리게 될 줄이야……!”
당장 보이는 것은 3명. 저게 전부일 리가 없었다. 아롯 내에서 벌어진 반역인가? 아니면 다른 나라의 공격? 트렘펠은 후자라고 생각했다.
“너희가 첩자로 사용했던 멜키스 엘하이어는 이미 사로잡혀 있다. 당장…… 당장 공격을 멈추고…….”
“아 글쎄 아니라고 했잖아! 내가 뭔 첩자라는 거야? 난 정말 모르는 일이라고!”
멜키스는 공중에서 몸을 버둥거리며 꽥 비명을 질렀다.
유진은 그 광경에 일단 한숨부터 내쉬었다. 궁정마법사단장인 트렘펠의 분노와 오해야 타당한 것이지만, 대체 어떤 연유로 멜키스가 첩자랍시고 잡힌 것인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늘로 날아오른 것은 트렘펠뿐만이 아니었다.
왕성을 수호하는 궁정마법사단. 그중에서도 트렘펠이 엄선한 전투마법사 정예 100명이 트렘펠과 함께 세냐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수몰되어 가는 지상에서는 다른 전투마법사들과 기사단이 진형을 갖추고 있었다.
“얼씨구.”
앞과 지상만 채워진 것도 아니었다. 뒤편에도 하나둘 마법사들이 모이고 있다.
수도의 마법사들. 사로잡힌 멜키스와, 아직 복귀하지 않은 발자크를 제외한 3명의 마탑주. 그리고 길드 소속의 마법사들. 그들 수십 명은 아브람의 봉마 마법진을 경계하여 섵불리 다가오지는 않았으나, 확실한 의지를 갖고서 세냐의 퇴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왕은 안 나와?”
세냐가 기억하던 아롯의 국왕은 진즉에 죽었겠지만, 세냐는 눈썹을 찡그리며 그렇게 물어보았다.
일국의 왕을 뉘 집 개처럼 불러대다니……!
트렘펠은 격한 분노를 느끼며 번쩍 손을 치켜들었다. 빛과 함께 나타난 스태프가 트렘펠의 분노와 마나를 받아먹었다. 콰르르르! 트렘펠의 머리 위 하늘에서 격렬한 마나의 소용돌이가 생성되었다.
“왕 말고 왕세자는 나왔네…… 요.”
유진은 세냐에게 살짝 고개를 기울이면서 속삭였다.
왕세자 호네인 아브람. 트렘펠의 옆으로 다가오는 호네인의 얼굴은 당혹감과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왜 갑자기 존대를…… 아, 응, 흠, 으흠, 그…… 렇구나.”
세냐는 유진을 힐긋 흘겨보면서 쏘아붙이려다가, 헛기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진 라이언하트가 하멜의 환생이라는 것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일. 그러니 이런 자리에서는 세냐도 유진을 하멜처럼 대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것도 뭔가 비밀스러운 연애 같아서 좋을지도…….’
세냐는 소녀다운 생각을 떠올렸다가, 지금은 이런 감정에 취할 때가 아니란 것을 자각하고서 표정을 가다듬었다.
“너희들.”
세냐의 목소리에 마나가 실렸다.
ㅡ쿠우웅! 단순히 목소리를 내뱉었을 뿐이지만, 아카샤와 이터널 홀로 증폭된 마나에 대기 중의 마나가 요동쳤다. 트렘펠은 자신의 마법에서 반발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표정을 굳혔다.
‘뭐 이런…… 목소리만으로 마법의 근간을 뒤흔든다고?’
전설 속에 사라진 드래곤의 용언이라도 되는…….
“……설마…….”
트렘펠의 눈동자가 바르르 떨렸다.
드래곤. 왜 이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지? 현명한 세냐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봉마의 마법진을 무시할 수 있는 존재. 목소리만으로 대기의 마나를 요동치게 만들 수 있는 존재.
그런 존재가ㅡ 꼭 인간일 이유가 어디에 있나. 전쟁시대 이후로 종적을 감춘, 마법의 조종이라 불리는 위대한 존재.
“……설마…… 당신은…… 드래곤이십니까……?”
트렘펠은 꿀꺽 침을 삼키며 물었다.
그 말은 아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트렘펠을 필두로 한 궁정마법사단은 의혹에 동감하며 표정을 굳혔다. 왕세자 호네인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떡 벌렸다. 수몰되어 가는 지상의 병력들도 앓는 신음을 흘렸다.
“……음…….”
후방을 가로막은 마탑주들도 트렘펠의 말을 들었다. 녹탑주와 청탑주도 트렘펠과 마찬가지로 저 정체모를 존재가 드래곤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적탑주 로베리안의 얼굴은 다른 감정으로 굳어갔다.
“설마…….”
인식저해의 마법이 너무 강하다. 봉마의 마법진 때문에 직접 간섭하기도 힘들다.
로베리안은 두 눈을 얇게 뜨고서, 아브람을 수장시키고 있는 3명을 응시했다……. 지금 로베리안의 머릿속에서는 단 하나의 가능성이 떠돌았고, 점점 확신이 더해졌다. 하지만 로베리안은 그 두려운 진실을 도저히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드래곤은 무슨.”
세냐는 눈썹을 찡그리며 아카샤를 흔들었다. 인식저해의 마법이 사라졌다. 모두의 눈에 잘 보이지 않던 모습이 뚜렷하게 바뀌었다.
너무 놀라면 동요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신음이나 놀란 소리를 내기는커녕 입을 떡 벌리고 아무 소리도 낼 수 없게 된다.
지금 세냐를 보고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러했다. 그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입은 떡 벌리고서 세냐를 쳐다보았다.
과거의 모습을 담아낸 초상화. 동상. 아크리온에 확실하게 남아 있는 300년 전의 모습. 차림새가 바뀌기는 했다. 옷차림도, 망토도 달라졌다.
하지만 저 연보라색 머리카락과, 한 손에 들고 있는 아카샤는 300년 전과 똑같았다.
“유…… 진 공……?”
인식저해의 마법이 사라진 덕에 유진의 모습도 볼 수 있게 되었다. 트렘펠은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 더듬더듬 말을 내뱉었다. 지금 트렘펠이 유진의 이름을 부른 것은, ‘세냐 메르데인’의 이름보다는 유진의 이름이 가깝다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어…… 어어…….”
하지만 유진의 이름을 내뱉는다 해서 상황이 바뀌지도,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트렘펠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생각도 하지 못하고, 눈동자만 간신히 움직였다.
“……현명한 세냐 님…… 이십니까?”
“보면 몰라?”
세냐는 그렇게 쏘아붙이며 대뜸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 작은 움직임을 마주한 궁정마법사단 100명이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왕세자인 호네인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수몰되는 아브람과 세냐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안 치워?”
“예……?”
“안 치우냐고 새끼야!”
세냐는 트렘펠이 만들어낸 마법의 소용돌이를 가리키며 버럭 외쳤다.
고민도 하지 않았다. 트렘펠은 즉시 마법을 지워 버리고 지팡이를 아래로 내려놓았다. 아니, 지팡이를 손에 쥐고 있다는 것조차도 무례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지팡이를 지워 버리고, 양손을 공손히 배꼽 언저리에 모았다.
“마……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 제 이름은 트렘펠 위자도르라고 합니다. 현 아롯의 궁정마법사단장을 맡고 있으며…….”
트렘펠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기가 힘들었다.
전쟁시대 이후의 모든 마법사들에게 ‘현명한 세냐’는 하나의 종교였다. 그녀 이후로 거의 모든 마법사들이 서클 마법식을 익혔다. 세냐가 정립한 서클 마법식은 지금 시대의 마법사들에게는 기초부터의 골자였고, 세냐가 남긴 어록은 종교의 경전이었으며, 세냐 본인은 신과 다름없는 우상이었다.
“유진아!”
멜키스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여전히 포박된 몸을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며 꽥꽥 목소리를 내질렀다.
“나, 나 좀 구해줘! 세…… 세냐 님! 저는 멜키스 엘하이어라고 해요! 저도 세냐 님을 구하는 것에 큰 힘을 보탰다구요!”
멜키스도 현명한 세냐는 존경하고 있다. 하지만 트렘펠처럼 긴장하고 겁에 질리지는 않았다. 멜키스가 생각하기에 본인은 아주 당당했다.
세계수에 봉인된 세냐를 구한 것이 대체 누구인가? 유진 라이언하트?
아니다. 저 위대하고 전설적인 마법사를 구한 것은 당시 대수림에서 유진과 함께 싸운 모두였다.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멜키스가 마나를 가득 보태주지 않았다면 라이자키아와의 전투는 진즉에 유진의 죽음으로 끝났을 것이다.
세냐는 멜키스의 간절한 외침을 당장 신경 쓰지 않았다. 세냐는 찡그린 얼굴로 메르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다.
“세냐 님. 저 새끼예요. 저 수염 기르고 녹색 로브를 걸친 새끼.”
“응.”
“저 새끼가 당대의 녹탑주인 제네릭 오스먼이에요. 절 해부한 놈은 저 새끼의 아버지인데, 걔는 이미 수십 년 전쯤에 죽었어요.”
“응.”
“그런데 말이에요, 세냐 님. 제가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저 제네릭이란 새끼도 저를 되게 괴롭혔어요. 세냐 님의 전당에 들락거리던 때는요, 저보고 쓸모가 없다며 구박을 했었다고요. 제가 쓸모가 없어서 위치 크래프트를 해석할 수 없는 거라면서요.”
“개소리를 짖어대는 놈이구나.”
“네, 정말로요. 자기가 멍청하고 무능해서 위치 크래프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데, 왜 저를 구박한 것일까요? 저는요 그게 아주 궁금해요.”
“나도 아주 궁금해.”
세냐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메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니까. 내가 저 개자식의 몸에 직접 물어봐 줄게.”
“에헤……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아냐, 내가 꼭 그렇게 하고 싶어.”
세냐는 그렇게 내뱉고서 트렘펠와 호네인을 쳐다보았다.
“거기서 가만히 있어.”
“예…… 예?”
“괜히 끼어들어 훼방 놓지 말고, 거기 가만히 있으란 말이야.”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세냐는 배시시 웃어대는 메르를 번쩍 안아 들고서는, 유진의 품에 맡겼다.
“으흠…… 유진, 너도 말이야. 가만히 서서 메르나 안고 있…… 있으…… 있으렴?”
별것 아닌 말인데 목구멍이 간질거렸다. 세냐는 몇 번 헛기침을 하고서 홱 몸을 돌렸다.
“야.”
살벌하게 치켜뜬 눈이 제네릭에게 향했다. 제네릭은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서 어정쩡한 자세로 공중에 떠 있었다.
“너 이리 와. 아니, 아니다. 오지 마. 그냥 거기 있어.”
“예…… 예?”
“거기 있으라고 개자식아.”
분노와 살의가 마법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