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워싱턴 D.C.참사.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사건이었다.
대대적으로 보도할 만큼 세간의 관심이 쏠렸기에, 기억 못 할 수가 없었다.
첫 번째 균열 발생 지점을 시작으로, 수백 수천의 균열이 발생한 사건이다.
‘대처가 참 미국스러웠지.’
미국은 이에 각국의 대표 전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냥꾼도 소집하는 것으로 대처했다.
자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냥꾼이라고 할 수 있는 대마법사는 물론이요.
대한민국의 검성과 일본의 신궁까지 전부 미국으로 모였던 걸로 기억한다.
‘문제는, 이 이후에 뒤따른 월드 퀘스트.’
월드 퀘스트는 중국에서 발생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만큼, 미국에 있던 사냥꾼들이 중국으로 돌아오긴 요원한 상황.
기이하게 두 사건의 시기가 겹치면서, 월드 퀘스트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훗날 전문가들은 미국에 전력이 소집되지 않았다면, 많게는 수십만 명이 더 살 수도 있었을 거라고 분석했다.
‘하다못해 검성이라도 한국에 있었다면.’
상황은 많이 반전됐을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맞닿아 있는 만큼, 곧바로 지원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워싱턴 D.C.참사가 지금 발생했다.
5년 뒤에나 벌어졌어야 할 사건.
사냥꾼의 상향 평준화도 되지 않은 만큼, 피해도 막대하겠지만.
나는 그것보다 불안감이 더 컸다.
‘전조인가?’
월드 퀘스트의 전조.
나는 서울헌터옥션에서 파편을 부수는 데 성공했다.
에르제베트도 따로 파편을 부수고 다니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파편을 모으던 조직과 내가 연루됐다. 이건 원래 없던 일이야.’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중국으로 가지 않으면 그만이긴 하다.
그때와 달리 은혜는 기사단에 속해 있지도 않고.
당연하게도 중국으로 출장 갈 일도 없다.
만약 가려고 해도, 내가 뜯어말리면 될 일이다.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칫하면 은혜가 죽을 수도 있어.’
생각하기도 싫은 일.
하지만, 분명히 벌어졌던 일.
막아야만 했다.
사건 자체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제일이겠지만.
에르제베트는 파편을 찾아다니지 말라고 충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내 전력을 다듬는 게 최선이었다.
이름 : 이서준
직업 : 일반 창병
직업 스킬 : 찌르기(극한)
고유 스킬 : –
‘스킬 숙련도를 올리는 건 불가능해.’
오류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스킬 숙련도는 이미 정점이다.
회귀 전에는 이 스킬로는 명함도 못 내밀었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상당히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고유 스킬은 업데이트 때 나타날 거고.’
원래 고유 스킬이 잠겨 있을 줄은 몰랐다.
고유 스킬이란 말 그대로 각 사냥꾼에게 부여되는 고유한 스킬이다.
원래는 직업 스킬과 함께 주어졌는데, 잠겨 있었다.
업데이트가 아닌, 알파 테스터라는 명목으로 개인 시스템을 받았기에 이런 것 같았다.
‘어쨌든 이것도 어떻게 개발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남은 건 직업뿐.
하지만 현시점에서, 개인 시스템을 지닌 사냥꾼은 극히 드물다.
업데이트 이전인 만큼 튜토리얼 타워에 출입해 알파 테스터 자격을 획득하는 수밖에 없다.
개인 시스템을 가진 사냥꾼은 스펙터의 다섯 명 외에 그리스의 나이츠 소속 사냥꾼들뿐.
그렇다면 내가 조언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역시 나이츠 소속 사냥꾼들뿐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요? 이서준.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스터 소피아.”
-불편하게 격식 차리지 말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개인 시스템에 능통할 만한 인물.
나이츠의 길드 마스터, 소피아 람비두에게 연락했다.
다행히도, 소피아는 흔쾌히 내 연락을 받아 줬다.
아예 화상 통화로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얼굴 보니 좋네요. 다른 분들도 잘 지내시죠?
“모두 건강합니다. 소피아 님은 어떠십니까?”
-괜찮아요. 저주도 다 풀렸다는군요.
“다행입니다.”
-덕분이죠.
소피아는 인자하게 웃었다.
근황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알렉시스가 무진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라든지.
막간을 틈타서 설아 자랑도 했다.
“지금 미국이십니까?”
-아니요. 저는 그리스랍니다.
“미국 측에서 사냥꾼은 될 수 있는 만큼 소집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친분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저는 미국과는 연이 없네요.
“그렇군요.”
-그래서, 무슨 일로 이렇게 연락한 걸까요?
“개인 시스템에 관해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직업을 성장시키는 방법, 알고 계십니까?”
나이츠가 개인 시스템을 독점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체계적인 연구는 이루어지고 있는 단계는 아닐 터.
그만큼, 아직 풀린 정보도 적을 거다.
하지만, 소피아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요. 저도 일반 검사였는데요.
왜냐하면,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소피아 람비두도 성장형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 * *
대장장이 연맹 불카누스.
현재 건물은 백상명의 비리 조사로 인해 폐쇄된 상태였다.
괴물이 나온 현장인 만큼, 사냥꾼협회 소속의 사냥꾼들도 파견됐다.
그렇다고 해 봤자 달리 습격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그들이 할 만한 일은 없었다.
“흐암. 아무리 그래도 건물까지 폐쇄할 일이었나?”
“소식 못 들었어? 사람처럼 구는 괴물이 발견됐다잖아.”
“사람처럼 구는 괴물? 그, 도플갱어?”
“맞아. 그거. 하여튼 그거 때문에 협회가 아주 뒤집어졌어.”
“그야 그렇지. 필드나 던전도 아니고, 밖에 그런 게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정문 쪽을 지키던 젊은 여자 사냥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여자 사냥꾼은 미심쩍다는 눈으로 남자 사냥꾼을 살폈다.
“그러니까. 설마 너, 괴물 아니야?”
“뭐라고?”
“생긴 게 묘하게 다른데. 아. 성형했댔지.”
“아니. 안검하수 때문에 한 거라고.”
시시덕거리던 와중에, 건물 안에서 누군가 나왔다.
건물을 수색하고 있던 경찰이었다.
“두 분, 사냥꾼이십니까?”
“맞습니다.”
“잠시 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문제 있어요?”
“지하실 쪽에서 새로운 방이 발견됐습니다.”
“그게 왜요?”
“괴물이 나왔던 건물인 만큼, 새로운 장소에는 사냥꾼과 동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남자 사냥꾼은 마침 잘됐다는 듯 몸을 풀었다.
파견되긴 했지만, 마땅히 할 일도 없어 심심하던 차였다.
“가시죠.”
“나도 가?”
“그럼 가야지. 나 혼자 가냐?”
“귀찮은 건 질색인데. 성과급 나오려나?”
“괴물이라도 나온다면, 뭐라도 주겠지.”
두 사냥꾼은 경찰을 따라 불카누스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지하실에 도착했다.
강철이가 갇혀 있었던, 플리른이 가득 쌓여 있던 지하창고였다.
현재는 창고 내부의 플리른을 모두 옮겨 놓은 상태였기에 상당히 횅했다.
“어째 좀 분위기가…….”
“으스스하네요.”
“조명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원래 플리른 주괴를 여기에 보관했는데, 그 금속이 장시간 열을 받으면 변질하거든요.”
경찰의 설명을 들은 두 사냥꾼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귀신 나올 것 같다. 안 그래?”
“하지 마. 나 그런 거 쥐약인 거 알잖아.”
“저번에 공포 영화 보고 울었잖아.”
“눈에 먼지 들어간 거라니까 그러네.”
잡담을 나누면서 지하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경찰은 지하로 향하는 문을 찾아냈다.
바닥과 거의 똑같은 재질로 이루어져 있어서 얼핏 보기에는 구분할 수도 없었다.
단지 문손잡이로 쓰는 듯한 작은 홈이 파여 있을 뿐이었다.
끼익.
남자 사냥꾼이 바닥을 당겨 열었다.
바닥 너머에는 어둠이 들어차 있었다.
사다리를 통해 내려가는 구조 같았다.
남자는 크로스백에서 형광봉을 꺼내 꺾었다.
“와. 뭐야. 안쪽이 엄청 넓은 것 같은데?”
“뭐가 좀 보입니까?”
“아니요. 안 보이네요. 빛이 하나도 없어서.”
상반신만 안쪽으로 들인 남자는 형광봉을 휘휘 휘둘렀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라고는 사다리와 그 뒤쪽으로 보이는 벽뿐.
상당히 공간이 넓은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민하던 남자가 밖으로 나왔다.
“높이라도 한번 재 보자. 잠깐 조용히.”
남자는 형광봉을 어두운 공간으로 떨어트렸다.
몇 초가 지나고 나서야, 형광봉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 사냥꾼과 여자 사냥꾼이 일제히 인상을 찡그렸다.
“상당히 높은데?”
“일반적인 방의 높이가 아니야. 안에 뭐가 있는 거지?”
“일단 들어가 보면 알겠지. 나부터 갈게.”
남자 사냥꾼이 가장 먼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자 사냥꾼이 그 뒤를 따랐고, 경찰이 마지막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형광봉이 떨어져 있는 바닥에 다다를 수 있었다.
“어우. 뭐가 하나도 안 보이는데?”
“그 밑에 형광봉 있잖아.”
“이걸로는 턱도 없어.”
남자 사냥꾼은 형광봉으로 주변을 밝혔다.
공간이 상당히 넓다는 것 정도 외에는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나와 봐.”
앞으로 나선 여자 사냥꾼이 손바닥이 무언가를 담듯이 양손을 모았다.
손바닥 위에 나타난 빛무리가 은은하게 주변을 비추며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찬란한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 무리가 돌아다니는 듯한 광경.
마법이었다.
“이야. 역시 마법사.”
“그다지 쓸 수 있는 마법이 많지도 않은데, 이런 거라도 해야지. 뭐가 좀 보여?”
빛무리는 여자 사냥꾼에게 멀어질수록 점점 어두워졌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사냥꾼들은 안쪽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경찰의 손전등과 남자 사냥꾼의 형광봉까지 합치니, 주변만큼은 꽤 밝았다.
그리고.
“어? 이거 뭐야.”
“뭔데?”
가장 먼저 그것을 발견한 건, 남자 사냥꾼이었다.
빛무리를 조종하느라 위쪽을 주로 살피던 여자 사냥꾼.
그리고 주변을 두루두루 살피던 경찰과 달리, 남자는 아래를 보고 있었다.
헤드 역할을 주로 맡는 만큼, 던전에서 함정에 주의를 기울이던 습관 때문이었다.
“이거. 균열 아니야?”
바닥을 따라 무언가 갈라져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균열과 비슷한 모습.
그러나 바닥에 붙어 있는 만큼,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마법사인 여자 사냥꾼이라면 알 거라고 생각해, 여자를 불러들였다.
여자 사냥꾼은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을 살폈다.
쩌억.
균열이 벌어지며, 그 안에 있던 거대한 눈동자가 여자 사냥꾼을 향해 돌아갔다.
“꺄아아악!”
여자 사냥꾼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덩달아 놀란 남자가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뭐야! 왜 그래!”
“야! 아니지, 경찰 아저씨! 무전기 있어요?”
“이, 있습니다.”
“빨리 위에 연락해요!”
“뭐, 무슨 일인데?”
여자 사냥꾼은 풀썩 주저앉은 채, 덜덜 떨리는 손을 뻗었다.
주변을 돌아다니던 빛무리가 정갈하게 일렬로 정렬된다.
여자의 손을 따라, 쭉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자 보인 광경에, 남자 사냥꾼이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저거, 설마, 진짜 균열이야?”
그곳에는 얼핏 봐도 수백 미터가 넘을 것 같은, 거대한 균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