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5)
5. 꼭두각시.
[메리골드 호텔]헬다임 장벽 도시에서 제일 좋은 호텔을 잡았다.
그것도 전망이 제일 좋은 스위트 룸으로.
역과 광장,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산맥처럼 펼쳐진 거대 장벽도 보였다.
물론 수도나 할데가르의 호텔에 비하면 급이 떨어지지만, 하루 숙박료가 3골드나 할 정도로 고급진 곳이었다.
“전망 좋네.”
천으로 꽁꽁 싸맨 내 허수아비 마법인형을 한쪽 어깨에 둘러메고 들어온 글래디스.
힘이 정말 세다.
“이건 어디다 놓으면 되겠습니까?”
“거실에 내려놔.”
글래디스가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암살자 시체는 어디에 쓰시려고요?”
“다 수사에 필요해서야.”
내 인형의 집에 넣으면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내 마법인형 수납 아공간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자넨 그만 내려가게.”
열쇠를 내밀었다.
“이 열쇠는 뭡니까?”
“아래층에 자네 방을 하나 더 잡았어. 물론 여기보단 싼 방이니까,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저도 이 호텔에 묵는 겁니까?”
“날 호위하려면 가까이 있어야지. 내일 조식 때 보자고.”
“네······.”
[운명의 실타래(lv.1)를 연결했습니다.]글래디스는 뭔가 불안한 표정으로 열쇠를 받아서 나갔다.
[운명의 실타래 – 26/300]호텔 직원들에게 일일이 팁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운명의 실을 연결했고, 방금 글래디스와도 열쇠를 주면서 손가락이 살짝 닿아 운명의 실이 연결되었다.
이제 글래디스가 날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글래디스를 24시간 감시하는 것이다.
난 천을 벗기고 내 허수아비 마법인형을 일으켜 세웠다.
[허수아비(lv.1) – 가장 기초적인 마법인형.운명의 실타래 범위 내에서 어디든 배치할 수 있다.
한번 배치하고 다시 인형의 집에 넣을 때 딜레이가 발생한다. (600초)]
사실 허수아비 자체론 거의 쓸모가 없다.
팔다리 등 신체를 전혀 움직일 수도 없어 그저 빳빳하게 서 있는 나무토막과 같았다.
하지만 운명의 실 하나로 마법인형 하나를 배치할 수 있었기에 허수아비 숫자가 많을 땐 적의 눈을 속이기엔 그만이었다.
‘꼭두각시라, 초급 마법인형은 오랜만에 만드네.’
허수아비를 꼭두각시로 만드는 과정은 그리 어렵진 않다.
인체의 관절과 근육 등에 추가로 운명의 실을 연결하면 된다.
[운명의 실 – 76/300]난 허수아비에게 운명의 실을 추가로 연결했다.
“꼭두각시 제작!”
그 순간 허수아비와 연결된 50개의 실이 일제히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꼭두각시(lv.1) 마법인형이 만들어졌습니다.]좋았어!
드디어 내 첫 번째 꼭두각시를 만들었다.
꼭두각시는 흐느적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꼭두각시(lv.1) – 술사의 명령을 수행하는 마법인형.운명의 실타래 범위 내에서 이동과 공격, 방어 등 구체적인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꼭두각시의 레벨이 오를수록 보다 복합적인 동작과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운명의 실타래 범위 내에서 어디든 배치할 수 있다.
한번 배치하고 다시 인형의 집에 넣을 때 딜레이가 발생한다. (600초)]
이제 움직여 볼까?
오랜만에 꼭두각시를 움직이는 것이라 살짝 긴장됐다.
“일어서라!”
명령을 내리고 운명의 실을 일일이 잡아당겼다.
그러자 꼭두각시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자! 앞으로 움직여!”
쓰윽! 쿠웅!
걸음을 떼자마자, 대가리를 처박았다.
‘이것도 오랜만에 하려니 잘 안 되네······.’
S급이 된 후로는 하급 마법인형은 만들 필요가 없었다.
전생에 함께 했던 자동인형이나 분신인형들이 그리웠다.
지금 이 꼭두각시는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와 같은 백지상태.
반복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여러 가지 동작을 가르쳐야 충분히 전력으로 쓸 수 있다.
천천히 줄을 하나씩 잡아당기며 일으켜 세웠고, 걸으라고 반복해서 명령을 내리며 움직였다.
사실 인형의 집에 넣고,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해도 경험치도 올라가고 동작도 자연스러워진다.
하지만 지금 내 인형의 집은 너무 좁았기에 걷기 훈련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세 시간가량 걸음마를 가르쳤을 때였다.
[꼭두각시 마법인형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꼭두각시(lv.1) -> 꼭두각시(lv.2)]오! 렙업!
원래 신체 능력이 뛰어난 암살자라 그런지 걸음마도 빨리 끝났고, 레벨업도 예상보다 빨랐다.
“좋아! 계속 원을 그리며 걸어!”
꼭두각시는 거실을 계속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걸었다.
아직 걸을 때 팔이 흔들리고 조금씩 휘청거리지만, 술 취한 사람이나 좀비 걸음걸이 정도는 됐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이렇게 계속 훈련하다 보면 전투 인형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다만 꼭두각시의 단점은 살아 있을 때 이상으로 신체 능력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난 뜨끈한 욕조에 몸을 넣었다.
“오오! 바로 이 맛이지.”
몸이 풀리는 기분.
욕실 창문 밖으로 도시의 야경이 반짝였다.
이만한 도시를 모두 밝히려면 마석 배터리가 몇 개나 필요할까?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원은 마석이었다.
마석은 대수림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광물이었고, 괴수의 몸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현 인류가 고대 거신들이 막아 놓은 헬다임 장벽 너머로 가는 가장 큰 이유가 마석 때문이었다.
몸이 노곤해지자, 전생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끔찍한 세상이었지만, 동료 헌터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회귀가 아닌 건 다행인가?’
S급 괴수도 마법인형만 충분하면 혼자서 비벼볼 만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초거수 카르마탄은 내가 100번쯤 회귀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
아니! 천 명의 헌터 결사대가 한꺼번에 회귀해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살아 있는 내내 절망감에 몸부림쳤겠지.
근데 왜 난 이 세계에 떨어진 걸까?
그것도 헌터로 각성한 상태로.
잠깐! 지구는 멸망했을 텐데······.
‘헌터 시스템은 지구의 신이 침략자에 대항해 만든 것이 아니었나?’
잠시 혼란이 왔다.
누구도 헌터 시스템의 근원은 알지 못했다.
다만 차원 괴수들의 침략과 동시에 헌터 시스템이 발현됐기에 다들 우리 세계의 신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만든 것으로 짐작했을 뿐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상한 일이었다.
어째서 다른 세상에서 헌터 능력을 쓸 수 있는 거지?
게다가 난 거의 매일 전생의 악몽을 꾼다.
“에이 모르겠다!”
계속 생각한다고 해서 답이 나올 문제는 아니었다.
그저 이번 일을 잘 마무리해, 사령관에게 인정도 받고 보상도 받을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내 첫 번째 꼭두각시의 역할이 중요했다.
***
[카페 블랑]번화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노천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셨다.
돈이 주는 여유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이곳은 살만한 세상이었다.
“글래디스, 이런 카페 하나 차리는데 금화가 얼마나 들까?”
“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맞은 편에 앉은 글래디스는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다.
늦은 오후였지만, 광장 주변 노천카페엔 사람들이 북적였다.
이곳은 헬다임에서 신분이 높거나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이었다.
내가 있는 메리골드 호텔도 가까웠고.
“벌써 나흘째입니다. 대체 사건 조사는 언제 시작하는 겁니까?”
“기다려 봐. 다 알아서 하고 있으니까.”
“계속 이렇게 놀고 계시면 저도 위에다 보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해. 난 내 일을 할 테니까.”
가소롭네.
벌써 다 보고했으면서.
그녀는 매일 밤에 호텔을 나가 10분쯤 누군가를 만나고 들어온다.
십중팔구 내가 농땡이 치고 있다고 보고했겠지.
나와 운명의 실타래로 연결되어 있으면 반경 300미터 내에선 무슨 짓을 하든 어디에 있든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자넨 어쩌다 군인이 됐나?”
“······.”
대답이 없다.
동료 간의 유대는 필수.
게다가 그녀는 내 호위였다.
“가족은 있고? 어디에 살고 있나?”
“······.”
“참! 결혼은 했어?”
“······.”
“엠버 중령님이 하사관으로 발탁했다고 들었네. 중령님과는 어떻게 만났지?”
“왜 자꾸 제 사적인 것을 물으시는 겁니까?”
“그야 자네와 친해지려는 거지.”
“네?”
“그래야 내가 위험할 때 목숨을 걸고 날 지킬 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 목숨을 잃어도 제 임무를 수행할 겁니다. 그러니 더는 개인적인 것은 묻지 마십시오.”
글래디스가 정색하며 대답했다.
그녀는 참 재미없는 군인이었다.
“일어나지.”
“또 산책하러 가시는 겁니까?”
“아니, 놈들이 미끼를 물었어.”
“미끼요?”
난 글래디스와 길을 걸었다.
“대체 어디로 가는 겁니까?”
“그냥 조용히 따라와.”
내가 무슨 셜록 홈즈도 아니고 100만 명이 사는 도시에서 암살단이나 암살자를 사주한 놈들을 어떻게 찾겠는가.
그래서 난 내 꼭두각시를 번화가 광장으로 들어서는 대로에 세워두었다.
이곳 대로는 제국 최대의 괴수 부산물 시장이 있는 곳으로 과거 대한민국의 청계천 같은 곳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이곳 시장을 한번 돌면 룩급 기간트를 조립할 수도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며칠 전 정보국 헬다임 지부에서 사령관 암살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 대위의 입에서 장물아비란 단어가 튀어 나왔다.
아직 괴수 부산물 장물아비가 범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사해볼 필요는 있었다.
장물을 팔려면 이곳밖에 없었고, 혹시나 장물아비가 암살자의 얼굴을 알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내 꼭두각시를 시장 입구에 세워둔 것이었다.
그리고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
‘어디로 끌고 가는 거지?’
조금 전에 여러 명이 달려들었고, 꼭두각시는 순식간에 납치됐다. 그리고 지금은 지하 하수도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이제 난 300미터 내에서 천천히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일부러 길을 돌아가네······.’
놈들은 미행이 있을까 걱정하는 것 같았다.
몇 번이고 냄새나는 하수도를 빙빙 돌더니, 다시 한참을 이동했다.
그리고 드디어 멈췄다.
고개를 들자, 눈앞에 으리으리한 3층짜리 저택이 보였다.
“글래디스, 여긴 어디지?”
글래디스가 주변을 돌아보더니, 바로 대답했다.
“이곳 시장님이신 쟝 볼타 백작님 사저입니다.”
“시장이라고?”
뭐야? 신임 사령관 암살사건에 시장이 연루되어 있단 말인가?
아직 단정지을 순 없지만, 왠지 일이 복잡해질 것 같았다.
“근데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글래디스, 헬다임 장벽 사령관이 높아? 여기 시장이 높아?”
“네?”
글래디스가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사령관님께서 높으시죠. 시장은 단지 장벽 도시의 살림을 맡아서 하는 분이고, 사령관님은 장벽 사령부와 대수림 전진 기지, 헬다임 전체의 방위를 책임지시는 분이시니까요.”
“그래, 그럼 들어가자.”
“예?”
난 품에서 사령관이 발급한 특별 통행증을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