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76)
76. 황무지와 부유섬.
“쿠오크?”
비공정이라고 마냥 공중에 떠 있는 건 아니었다.
“기간트 10대까진 무리네요.”
암 드로운과 킹콩인형이 올라타고 기간트 10대를 매달리게 했더니, 비공정이 천천히 땅에 내려왔다.
“휴! 그런데 엘프들은 어떻게 비공정을 착륙시켰지? 공중에서 타고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에테나가 피식 웃었다.
“그건 엘프만의 방식이 있죠.”
“뭔데, 그 방법이?”
“물의 정령을 소환해 비행석을 완전히 덮으면 됩니다.”
“뭐? 하지만 이곳 세상에선 정령을 소환하지 못한다며? 그럼 어떻게 착륙시키려고 했어?”
“사실은 비행석을 물에 잠기게 하면 부유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줄어들어요. 그래서 강철박스 안에 넣은 거고, 거기에 물을 채워서 착륙시키는 거죠.”
“에이! 무슨 큰 비밀도 아니네.”
“네, 만약 비행석에 그런 성질이 없었다면 저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비행석은 하늘 높이 계속 올라가 우리도 채취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 우기 때가 부유섬과 부유석이 아래로 내려와 비행석을 캐기 가장 좋은 시기죠.”
에테나의 말을 들으니, 이곳 세상에서 비공정을 편히 쓰기 위해선 정말 프로펠러 같은 별도의 동력 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때에 마음대로 착륙시키거나 이륙할 수 있었으니까.
“이거 엘프 차원에 가면 움직일 수 있겠어?”
에테나에게 물었다.
“바람을 타는 걸 말하는 거면 혼자서도 가능합니다.”
“그럼 바로 쓸 수 있다는 거네.”
문제는 이걸 저쪽 차원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에테나의 말로는 아직 며칠은 더 가야 한다고 했다.
이대로 밧줄에 묶어 계속 끌고 갈 순 있지만, 그건 정말 비효율적이었다.
비공정을 인형의 집에 넣을 수 있을까?
이놈의 헌터 시스템은 다 좋은데, 고지식해서 설명대로 하지 않는다면 전혀 반응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내 마법인형이 인형의 집에 무언가를 들고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은 마법인형이 소지하거나 자신의 힘으로 들 수 있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법인형들이 힘을 합해서 물건을 들고 넣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문제.
‘비행석이 달려 아주 가벼워진 이 비공정을 암 드로운이 혼자 들고 인형의 집에 들어가면 과연 그냥 들어갈 수 있을까?’
또, 비공정에 기간트를 태우고 암 드로운이 인형의 집에 들고 들어가면 비공정과 기간트 모두 함께 그냥 들어갈 수 있을까?
바로 실험해 보기로 했다.
“젠장, 왜 안 되는 거야?”
결과는 바로 나왔다.
그냥 암 드로운만 쏙 인형의 집으로 들어갔다.
난 이해할 수 없었다.
비행석을 이용해서 들지 말라는 법은 없었잖아!
순수한 무게만 인정한다는 거야 뭐야?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냐?
더럽게 까다롭네.
처음으로 인형의 집과 헌터 시스템에 실망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일단 비행석을 모두 떼서 인형의 집에 넣어!”
1미터 크기의 비행석 박스를 비공정에서 하나씩 제거했다.
그리고 암 드로운과 킹콩인형이 인형의 집에 들고 들어갔다.
다행히 이번엔 비행석 박스도 함께 들고 들어갈 수 있었다.
이건 가벼워서 인정한다는 건가?
대체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인형의 집에 비행석 박스를 놓았더니, 순식간에 수백 미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이건 괜찮다.
인형의 집에 있는 물건은 내가 조작해, 위치를 바꾸거나 마법인형의 손까지 바로 옮길 순 있었으니까.
비공정의 바닥과 갑판에 있는 것까지 총 10개의 비행석을 옮겼다.
생각보다 숫자가 꽤 많았다.
이제 비공정은 그냥 땅 위에 올려진 범선일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진짜 배처럼 바닥이 촘촘하고 치밀하진 않았고, 구조가 단순했기에 무게가 훨씬 덜 나갔다.
“자! 모두 모여!”
편법이 안 되면 무식하게 간다!
“하나둘셋 하면 모두 한꺼번에 드는 거야!”
암 드로운이 선미를, 킹콩인형이 선수를 맡았다.
그리고 중앙은 내 대형 토우인형이 잡았다.
그리고 표범인형은 선수 쪽에서 어깨를 댔고, 자동인형들도 모두 선체를 잡았다. 심지어 사마귀인형도 돛대 끝에 매달려 날 준비를 끝냈다.
“자! 하나, 둘, 셋! 들어!”
“으아!”
“쿠아아!”
“힘내라!”
인형의 집으로!
쑤우욱!
“헉! 비공정이 들어갔어요!”
“쿠오오크?”
에테나와 쿠훌린이 경악했다.
성공했다!
시간과 힘은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인형의 집에 비공정을 넣는 것은 같았다.
이거 괴수 마법인형을 더 늘려야겠다.
그래야 수월하게 비공정을 인형의 집에 넣지.
다만 운명의 실이 부족했기에 마냥 늘릴 순 없었다.
“그만 가자!”
우린 다시 바이마르 사냥팀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
드디어 차원 균열에 도착했다.
‘허! 생각보다 너무 큰데.’
공간이 일그러진 것 같은 기분 나쁜 꿈틀거림.
그 범위가 수백 미터는 되는 것 같았다.
이미 바이마르 사냥팀은 안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마르실과 엘프 안내자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먼저 들어간 것 같고, 지금은 마차와 병사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저기 안쪽은 어디지?”
“전엔 아주 아름다운 숲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폐허지요.”
“안쪽엔 어떤 괴수가 있지?”
“종류가 많아요. 강한 괴수도 많고. 무리 지어 사는 놈들도 많죠.”
“그런데 왜 이쪽 차원 균열로 넘어오지 않는 거지?”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놈들은 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곳 차원 균열을 넘어온 겁니다.”
난 쿠훌린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쿠오크! 그렇다! 우리를 공격한 괴수들은 우리를 따라 대수림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대답은 에테나와 같았다.
아마도 드워프도 같을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엘프와 오크, 드워프의 차원이 비슷한 시기에 망했고, 그들은 모두 이곳 세계와 연결된 균열로 피신했다. 그리고 저쪽 세계를 폐허로 만든 괴수들은 이쪽 세계로 들어오지 않았다.
왜지?
두 개의 차원 균열은 건널 수 없는 건가?
처음 이계 난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그들의 차원이 어떻게, 왜 망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제 곧 이유를 알겠지.
“쿠오크! 인간들이 다 들어갔다.”
“나도 봤어. 하지만 좀 더 기다려.”
일단 들어간 사냥팀도 마르실 족장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정보가 있었다.
그들도 안에 괴수가 많다면, 다시 균열을 넘어올 것이다.
‘다행히 조용한 거 보니, 괜찮은가 보네.’
“자! 이제 우리도 들어갈 준비 하자.”
암 드로운과 기간트를 꺼냈다.
그리고 자동인형들을 모두 기간트에 태웠다.
룩급 기간트 3대에 비숍급 기간트 4대, 나이트급 2대, 폰급 1대.
거기에 거신인형과 내 오리지널 나이트급 마장기까지.
“가자!”
“쿠오크!”
내 마법군단과 차원 균열을 넘었다.
***
쿵! 쿵! 쿵!
쏴아아아!
거센 바람이 일었다.
그리고 기간트의 발아래 붉은 흙먼지가 뿌옇게 나부낀다.
‘이게 엘프 세상이라고?’
보이는 것은 온통 불모지뿐.
풀 한 포기 남아 있지 않았다.
‘이건 지구와 똑같잖아!’
“이,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십여 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에테나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우리의 고향이······.”
그녀는 울음을 참기 위해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었다.
에테나에게서 처음으로 슬픔과 분노가 동시에 느껴졌다.
난 그녀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내가 죽기 전에 지구도 곳곳이 이처럼 황무지로 변했다.
특히 초거수 카르마탄은 수십 km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으로 닥치는 대로 산과 강, 숲, 대지까지 마구 집어삼켰다.
놈이 지나는 길마다 불모지가 됐는데, 그 모습이 지금 이곳과 비슷했다.
‘설마, 이곳에도 카르마탄 같은 초거수가 있나?’
놈을 떠올리자,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래선 생존자는 고사하고 생명체 찾기도 쉽지 않겠어.
“쿠오오오크! 오크 세상도 화염에 휩싸였다!”
옆에 있던 쿠훌린도 분노하고 있었다.
그도 폐허가 된 세상을 보자, 자신들이 살던 세상이 떠 올랐나 보다.
그나마 드워프가 살던 세상이 듣기론 제일 나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드워프들은 섬에 가족들을 남겨 놓고 도망쳤기에 걱정이 더 심했다.
‘이거 드워프 가족들도 구하러 가야 하나?’
현재 기간트 수리와 생산 모두 드워프들이 하고 있었다.
글러드 왕자와 드워프들은 벌써 2년째 나를 도와주고 있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힘을 키워서 가족들을 구하러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처참한 광경을 보니, 드워프 가족들이 얼마나 버틸지 나도 걱정이 됐다.
어쩌면 벌써 다 죽었을지도······.
이번에 비행석을 잔뜩 모아서 돌아가면 아무래도 드워프가 살았던 세상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장벽이 있어서 다행이야.
새삼 거신들이 고마웠다.
“타일러님, 빨리 가시죠.”
에테나가 앞장섰다.
그녀는 벌써 자신을 진정시켰다.
“잠깐! 어차피 사방이 다 불모지라면, 이제부턴 좀 편하게 가자.”
난 마법인형을 다시 총동원하여 비공정을 꺼냈고, 다시 비행석 박스를 붙였다.
그리고 암 드로운과 기간트는 다시 인형에 집에 넣었다.
그리고 자동인형들과 괴수 마법 인형들만 갑판에 배치했다.
생각보다 비공정의 속도가 매우 빨랐다.
그건 에테나가 바람의 정령을 소환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바람과 물 정령이 주특기였다.
그리고 그녀는 능숙하게 비공정의 돛을 조작했다.
내 자동인형들이 돕긴 했지만, 그들은 뱃일에 초보들이었고, 여섯 개의 돛과 방향타까지 에테나 혼자서 조종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쿠오크! 타일러여 저기 간다!”
쿠훌린이 까마득한 아래를 가리켰다.
우린 순식간에 바이마르 사냥팀을 따라잡았다.
사냥팀의 긴 기간트 행렬이 미니어처처럼 작게 보였다.
이젠 굳이 뒤를 따라갈 필요가 없었다.
먼저 가서 부유석을 최대한 챙겨서 빠르게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이 불모지에서 빨리 벗어나야 할 것 같았다.
“다행히 비행 괴수는 안 보이네.”
“저도 그게 이상합니다. 지상에 괴수도 거의 안 보이고요.”
“먹을 게 없어서 다른 곳으로 갔나 보지.”
“휴! 그래도 숲과 산이 없으니, 우리가 살아갈 터전이 사라진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정령의 힘도 많이 약해졌고요.”
“그런데 세계수의 씨앗은 어떻게 구할 생각이었어? 이 정도면 세계수도 살지 못할 것 같은데?”
“여기서 동쪽에 큰 섬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 세이린 일족의 세계수가 있습니다. 그곳엔 차원 균열이 없었기에 괴수의 손이 닿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연합 엘프들이 세이린 일족을 찾아 나선 겁니다.”
“그게 얼마나 됐지?”
“5년째입니다.”
고개를 흔들었다.
그 정도면 원정팀이 전멸했거나 최소한 임무는 실패했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지금 바이마르 사냥팀이 향하는 방향은 북쪽이지 동쪽은 아니었다.
역시 라디프 공작은 처음부터 세계수의 씨앗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곧장 비행석을 찾으러 가는 것이었다.
그걸 알았기에 에테나는 아까부터 표정이 좋지 않았다.
엘프는 결국 이용만 당하겠네······.
***
[부유섬 지대]그나마 다행인가.
계속 황무지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 조금씩 작은 산과 들판에 푸른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이 세상도 완전히 망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에테나! 저 거대한 산은 뭐지?”
수직으로 뻗은 산.
그 높이가 수백 미터 이상 뻗어 있었다.
“엘프 선조들의 지혜죠.”
“무슨 말이지?”
“옛날 고대 엘프들은 비행석을 확보하기 위해. 이곳 광산 일대에 넝쿨과 뿌리가 굵고 단단한 식물을 심었습니다. 그 결과 식물들이 성장해 부유섬들을 서로 단단히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고, 수천, 수만 년이 지나자 수천 개의 큰 줄기에 묶이게 되었죠.”
“아! 이제야 비행석 광산이란 뜻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겠네. 저기에서 비행석을 캐면 되겠군.”
에테나는 미소를 지었다.
꼭 거대한 담쟁이 넝쿨이 온 사방에 뻗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
“큰 섬에 내려서 작업하는 게 좋습니다. 아무래도 큰 섬을 들어 올리려면 비행석이 크고, 아니면 숫자가 많을 테니까요.”
“좋았어! 에테나 조심해서 몰고 들어가, 가장 큰 섬부터 찾자.”
바이마르 사냥팀은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사실 비교적 멀쩡한 비공정을 찾았을 때, 며칠이 걸리더라도 먼저 챙겨야 했다.
그래야 작업이 훨씬 쉽고 빨라지지.
저들의 리더가 멍청한 것을 감사했다.
“저기, 섬 옆으로 붙어!”
우린 인근에서 가장 큰 섬 옆에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