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49
149
고소 한번 하는 거 어때요?
아위(AWY), 빌보드 200 3주 연속 차트인… 美 에서도 ‘고공행진’
‘희빈 장씨’ 김춘택 열풍… 아위, 이안 명품 브랜드 글로벌 뮤즈 발탁
아위, 이안 대세 행보… Z 브랜드 뷰티 앰버서더 발탁
“네, 좋습니다.”
명품 옷을 걸친 이안이 핸드백을 카메라에 잘 보이게끔 자세를 바꿨다. 셔터 음과 카메라 플래시가 연달아 반짝였다.
“좋아요! 마무리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안이 허리를 꾸벅 숙였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명품 브랜드 화보 촬영이 드디어 끝났다. 이안이 지친 얼굴로 어깨를 두들겼다. 이 화보는 중국의 한 잡지에 실릴 예정이었다.
“저기… 사진 한 번만.”
“저도요!”
이안의 곁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촬영은 끝났지만 스태프의 사인 요청과 셀카 요청을 다 들어주고 나서야 촬영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옷을 대충 갈아입은 이안은 김명진을 따라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씨, 누가 또 유출한 거야?”
“뛸까요, 형?”
“미안하지만, 그래야겠다.”
김명진이 인상을 팍 썼다. 비공개 스케줄임에도 어떻게 알아냈는지 대리찍사와 홈마들이 포진해 있었다.
“나왔다!”
이안은 달려드는 그들을 피해 빠르게 달려 차 안에 탔다. 김명진은 타자마자 문을 잠그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앞으로는 비공 스케줄이어도 경호원 데리고 다녀야겠어. 고생했다. 회사로 바로 갈게.”
“형도 고생했어요. 아까 많이 기다렸어요?”
“괜찮아. 업계 사람들에게 친절한 이미지 좋지. 진짜 문제는 쟤네들이야.”
김명진은 백미러로 보이는 사생 찍덕들을 보며 이를 갈았다.
“와 머리 이거 감으려면 오래 걸리겠다.”
이안은 헤어 스프레이로 범벅되어 딱딱해진 앞머리를 매만졌다.
“이제 뭐 남았어요?”
“연습실에서 안무 영상 찍어야 해.”
“또? 이번에는 무슨 버전이에요?”
“너네 데뷔했을 때 입은 제복 버전.”
수트와 한복 버전에 이은 데뷔 시절 제복 버전인가. 이안이 허허 웃었다.
“애들은 지금 회사에서 준비하고 있을 거야. 너는 머리랑 메이크업 세팅되어 있어서 옷만 입어도 되겠다.”
데뷔 시절 코디의 밤샘을 대가로 만든 제복은 지금까지도 팬들에게 레전드라고 회자 되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이 옷을 입고 다른 곡도 춰 달라는 요청도 많았는데, 회사에서는 아예 작정한 듯 다양한 의상 버전의 안무 영상을 주마다 찍어 올리고 있었다.
“와 우리 팬들 떡밥 먹다가 체하겠다.”
“그런 말은 어디서….”
김명진이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푸욱 쉬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거 자주 보지 말고 게임이나 해. 너네 아림픽에서 하던 거 재밌게 했잖아.”
“게임도 많이 하죠.”
아위의 게임 열풍은 식을 줄을 몰랐다. ‘아림픽’ 이후로 친해진 가수들과 함께 단체로 게임을 하기도 했다.
룸미러를 통해 이안의 얼굴을 살핀 김명진이 넌지시 물었다.
“…너희 요즘 어떠니?”
“우리요? 똑같죠. 요즘은 헤어지지 않고 평생 갈 거 같아서 불안하긴 한데….”
“하하, 그건 좋은 거지. 이안이 너는, 요즘 괜찮고?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꼭 말해 알았지?”
이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우리 사이를 궁금해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 반응 때문이구나?”
“너네 사이좋은 거야 나나 동수 형도 아주 잘 알지…. 근데 요새 안 좋은 반응도 많아지니까….”
“그만큼 우리 인기가 오진다는 뜻이겠죠.”
이안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위의 인기가 국내외에서 뜨겁게 타오르다 보니 어느덧 탑 남자 아이돌 그룹 3대장에 슬슬 묶이고 있었다. 단체 광고와 더불어 ‘희빈 장씨’의 흥행 덕분에 이안을 섭외하려는 곳이 줄을 이었다.
“저는 괜찮아요. 그만큼 우리 팬들도 많잖아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다. 서 이사님이 따로 모니터링팀을 꾸리겠다고 하더라.”
“그거 좋네요.”
그리고 그만큼 부정적인 반응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역시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것인가. 도를 넘어선 루머 유포와 악플뿐만 아니었다. 아위를 깎아내리는 기사들도 종종 눈에 띄었는데, 아위가 광고했던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경쟁사가 역바이럴을 시도한 것이었다.
물론 역바이럴 기사는 팬들의 항의를 무더기로 받아서 게시된 지 3시간 만에 글을 내렸지만.
“희상 선생님이 그러는데, 원래 인기 있는 스타일수록 팬들도 미치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미치는 법이래요.”
“그래, 맞는 말이지…. 그분은 수술 잘 마치셨다니?”
“네. 조만간 병문안 가야 하는데…. 우리 시간 비죠?”
“가서 스케줄 한번 확인해 볼게.”
김희상은 이안의 끊임없는 건강검진 요구에 못이긴 척 병원에 갔었고, 그 덕분에 몸에 자리 잡은 종양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희상은 그 이후로 이안을 진짜 아들보다 더 소중히 여겼다.
“아 맞다, 선생님이 퇴원하고 음악 작업같이 하자고 하시던데요.”
“뭐? 그걸 이제 말하면….”
김명진이 고개를 홱 돌렸다가, 운전 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전방을 주시했다.
아이돌 2회 차인 이안은 이제 악플을 보고 즐길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조태웅, 걔가 걱정이지….’
급격히 변하는 김명진의 얼굴을 보며 웃던 이안은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조태웅의 태도 논란은 몇 번 타오르다가 사라졌지만, 폭풍 전야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방심하지 마라. 요즘은 악플러들도 조직적이라니까? 만만히 보다간 바로 멘탈 털린다?]‘그건… 알지.’
A모 사이트 TV 프로그램 갤러리 같은 곳이나 비공개 카페, 오픈 톡방 등등에서 집단을 이루는 무리들이 있다.
-야 옽창에 태도논란 글 올렸으니까 댓글ㄱㄱㄱㄱ
-나 ㅈㅌㅇ 다니던 중학교 졸업앨범 샀음ㅋㅋㅋㅋ
판에다 올릴까ㅋㅋㅋ학폭으로 걸어? 어떻게 할까?
└엌ㅋㅋㅋㅋㅋ가즈아ㅋㅋㅋㅋ
└얼마에 샀냐?
└└2만 원ㅋ
└└└치킨값이네ㅋ플렉스했노ㅋㅋㅋㅋ
-줗 저작권 ㄷㄷ 할 텐데 빚도 안갚아주고 뭐하노
└친엄마아닌가보지ㅋ
비단 갤러리나 포털 사이트, 카페뿐만 아니다. 파랑새와 마이스타그램 같이 계정 만들기가 수월한 SNS에서도 기본 프로필 사진을 단 계정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나서 확인도 되지 않은 루머 글을 올린다.
-느그 오빠 어릴때 여자 끼고 다닌거 모르긔?ㅋㅋㅋㅋ
-쵱안 하이스쿨에서 유명했음 치어리더랑 사귀고ㅇㅇ 쵱안앰들 어떡하냐 풉킼
-박짆 딩중때 술담배 ㅈㄴ유명한데 앰들 모르누ㅋㅋ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아윚같은 놈들 빨지말고 갓생살아
자기들끼리 신나게 떠들고 RT를 하다가 고소 각이 보이면 모든 글과 계정을 폭파하고 사라진다.
보통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었다.
‘역시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제일 무섭다더니…. 근데 그 사람들은 뭘 바라고 이러는 건데? 신념이랄 게 있나?’
[걔넨 열폭이 기본 신념이야. 쓰레기 인생이 뭘 바라고 하겠냐? 그냥 나보다 잘난 연예인 ㅈ되는 거 하나 보고 사는 거지.]진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이안이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는 진을 응시했다.
[원래 그렇게 시궁창 인생 사는 놈들이 현실에서는 찐따같이 굴다가 인터넷에서는 아주 본인이 세상 잘났어. 모든 세상 이치에 통달한 척 자기가 선심 써서 가르침을 내려 주는 척 훈수 오지고….]‘너 왜 이렇게 속 시원한 말 하냐? 이상하네…. 원래 안 그랬잖아?’
[뭐래, 나 원래 정의로운 사람이었어.]글쎄… 동족혐오는 아니시고요? 이안은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았다.
[근데 연예인이 그거 하나 일일이 신경 쓰는 것도 웃기지 않냐? 너네 그룹은 인터넷 반응 보는 게 너무 과해.]‘네네 그러시겠죠. 피해자한테 책임 전가하는 소리 아주 잘 들었습니다.’
아, 역시. 간만에 옳은 소리 왜 하나 했다. 이안이 소지품을 뒤적거려 이어폰을 찾았다.
[연예인 악플은 일상이나 마찬가지인데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걸 꾸역꾸역 봐 놓고서는 나 악플 받았어 찡찡 울고 아주 배가 불렀어. 그거 하나 욕먹었다고 온갖 가련한 척… 야! 내 말 아직 안 끝났어!]다시 쟤한테 악플 관련된 주제로 말을 걸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이안은 이어폰을 귀에 걸고 음량을 크게 키웠다. 그를 태운 차가 부드럽게 코너링하며 회사 주차장에 정차했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이안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지,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슬슬 대응할 방안을 만들어 둬야 하지 않나?’
자고로 고소는 느닷없이, 선 고소 후 통보 노 합의 삼박자가 고루 갖춰 줘야 하는 법.
멘탈이 단련된 이안이라면 몰라도 다른 멤버들이 속으로 곪아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단… 회사에 따로 얘기를 해 봐야겠어.’
블랙러시 때와는 다르게 몸집이 커진 회사도 이안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안이 차에서 내린 김명진의 옆에 섰다.
“형, 우리 고소 한번 하는 거 어때요?”
“고소?”
“네, 모니터링팀 꾸린다는 거는 어쨌든 악플 모아서 고소도 하겠다는 거 아니에요? 좀 당겨서 일찍 하죠?”
“그거야 맞는 말이긴 한데….”
서수련은 모니터링팀이 꾸려진다면 법무법인을 물색해 계약을 하려고 벼르고 있긴 했다.
하지만 아까만 해도 자기는 괜찮다던 이안이 뜬금없이 고소 얘기를 꺼냈다.
‘가만,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는 케이스도 있다고 어디서 봤는데….’
김명진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그가 이안의 양어깨를 덥썩 잡더니 다급하게 물었다.
“너 괜찮니? 상담 선생님 붙여 줄까?”
“아니 난 괜찮은데….”
“안 되겠다. 당장 이사님한테 가서….”
“형! 난 괜찮아요!”
* * *
4주를 꽉 채운 아위의 컴백 활동이 끝났지만, 아직 무대는 남아있었다. 바로 연말 무대였다.
“으어 추워.”
“빨리 들어가자.”
밴에서 내린 아위가 종종걸음으로 방송국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제법 큰 대기실까지 배정받은 그들이 감회가 새로운 듯 사방을 둘러보았다.
“마이 컸다, 마이 컸어.”
“이따 누구 불러서 마피아나 할까?”
“좋다.”
멤버들이 흐흐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리허설 때까지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밖에서 스태프와 말을 주고받던 김명진이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얘들아 우리 뒤에서 두 번째다.”
“진짜요? 와씨, 들었어?”
멤버들이 벌떡 일어났다.
“우리가 드디어 엔딩에 가까워지네.”
“까비~ 진짜 엔딩이었으면 쩔었을 텐데.”
이안이 김명진에게 물었다.
“맨 마지막은 누군데요?”
“이남진 선생님이랑 태우.”
“와 태우 형도 같이 서요? 대박인데?”
트로트 붐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트로드계의 원로 이남진과 2049 시청자층을 탄탄하게 잡고 있는 트로트 신예 임태우가 함께하다니 절대 이길 자신이 없었다.
‘임태우 처음으로 엔딩 서겠네.’
좋겠다. 이안이 흐뭇하게 웃었다.
방송국은 아이돌 직캠이 마이튜브를 통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광고 수익을 방송사에서 다 가져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음방 출연료도 쥐꼬리만 한데 직캠 수익까지 다 먹다니 역시 방송국이 갑이다.
그래서 아예 리허설 직캠까지 따로 촬영할 정도였는데, 무대 밖 벽에 걸린 티브이를 통해 리허설을 지켜볼 수 있었다.
“어디서 익숙한 멜로디 들리지 않아?”
“어? 스카이하이 우리 노래 하는데?”
“뭐?”
우연히 그 앞을 지나간 아위 멤버들이 멈춰 섰다.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를 보다가 티브이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신인들 커버 무대 하나 보다.”
“잠깐,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시나리오인데?”
김 현의 고개가 저절로 이안에게 향했다.
“무서운 놈.”
순식간에 멤버들의 시선을 받아 버린 이안이 멋쩍게 웃었다. 의도치 않게 예언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어?”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고 스카이하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위를 발견한 그들이 허리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아… 안녕하세요.”
어쩐지 엿보다가 들키는 느낌이 들어 멤버들이 머쓱하게 웃었다.
“어우, 무대를 너무 잘하시더라고. 그래서 좀 지켜봤어요.”
박진혁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맞아요, 누구 노래인지 몰라도 아주 잘 만들었네.”
“곡 너무 명곡이에요, 선배님.”
“감사합니다.”
‘그만 좀 해라.’ 이 악물고 속삭인 이주혁이 박진혁과 조태웅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옆구리를 부여잡은 그들이 끙 앓으며 벽에 기댔다.
“무대 기대할게요.”
그 때문에 시야가 트인 김 현이 맨 뒤에 서 있는 박성훈을 보며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