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66
166
Z-Day. (1)
며칠 지나 ‘Z-Day’의 캐릭터 포스터가 공개됐다. 사진 속 이안은 개 입마개와 같은 것을 쓴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어두운 분위기와 사연 있는 눈빛에 공개되자마자 반응이 터졌다.
-야 지데이 포스터 떴다ㄱㄱㄱ
└대박
└ㅁㅊ 입마개
└돌덬들이 환장할 포인트를 아네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ㅅㅂㅅㅂ개조아 ㅁㅊㅠㅠㅠ
-감독은 유명한데 작가가 약하네
생각보다 캐스팅도 약하고 조연진도 그닥ㅋㅋ 설정이 아깝다
└모를
└ㄹㅇ 공중파였으면 편성도 안됐을듯
└이때싶 긁는 애들 오지게 나오네
이안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를 오가고, 팬들은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뭐야, 너 이게 점심이야?”
“어.”
팬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안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당근 따위를 으적으적 씹고 있었다. 김주영은 식탁 위에 있는 이안의 식단을 보며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왜 이것만 먹어?”
“나 살 빼야 해.”
“아, 드라마 때문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이를 씹었다. 박진혁은 이안의 어깨를 꾹꾹 누르면서 말했다.
“하긴, 좀비치고는 몸이 너무… 좋네.”
“살 빼면 근육도 빠지지? 운동 많이 했는데 아깝다.”
이주혁의 확인사살에 이안이 울상을 지었다. 이안을 둘러싼 멤버들이 그를 놀리듯 흐흐 웃었다.
“어떻게 만든 몸인데 이걸.”
“형, 나중에 운동해서 다시 만들어요. 오래 걸리겠지만.”
“우리가 니 몫까지 맛있는 거 많이 먹어 줄게.”
아주 고오맙다. 이안이 눈을 가늘게 뜨자, 멤버들이 소리 내 웃으며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이안은 드라마 리딩이 끝나고, 이주희 작가에게서 몸이 너무 좋다는 칭찬 섞인 지적을 받았었다.
‘앨범 활동을 안 해서 다행이라고 봐야 하나.’
그가 맡은 캐릭터를 위해서 깡마르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살은 빼야 했다.
이안이 식탁 앞에서 한숨만 내쉬고 있을 때, 멤버들은 겉옷을 들고나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디 가?”
“태웅이 근처 왔대서 밥이나 먹으려고.”
“부럽다.”
이안이 손에 든 오이를 내려놓았다. 맛없는 것들을 먹으니 입맛이 없었다.
‘김주영이랑 맛집을 너무 많이 다녔나.’
이 상태라면 살은 금방 뺄지도 모른다. 이안은 현관으로 향하는 멤버들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근데 밖에서 먹어?”
“어, 사람 별로 없는 곳 갈 거긴 한데 그래도 많이 나아졌나 봐.”
“다행이네.”
조태웅은 사람이 몰리는 곳을 꺼려 했는데, 이제는 같이 외식을 할 정도로 많이 나아졌다.
“갔다 올게.”
“다녀와.”
이안은 먹던 것들을 냉장고에 집어넣고는 대본을 펼쳤다.
* * *
‘Z-Day’의 촬영을 기다리는 동안 이안은 몸을 만들었고, 액션 스쿨에 꾸준히 다녔다. 그리고 연기 연습을 하면서도 팬들을 찾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루에 한 번씩은 꼬박 셀카 사진을 올렸고, 가끔 시간이 남으면 노래 커버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안 씨 왔어요?”
“안녕하세요.”
드디어 ‘Z-Day’ 촬영이 시작됐다. 이안은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분장실로 향했다.
“워낙 피부 톤이 밝아서 화장은 별로 안 해도 되겠다.”
얼굴 톤을 회색빛으로 창백하게 죽이고, 준비된 의상과 입마개를 착용했다.
“아프진 않아요?”
“이 정도는 괜찮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안은 머리를 감싸는 가죽끈을 살살 긁으며 촬영장으로 나왔다.
“형, 안녕하세요.”
“안녕. 분장 다 했네?”
“네, 어때요?”
“되게 음… 대형견 같다.”
개 입마개 같은 걸 착용했으니 그렇게 보일 만도 했다.
오늘 촬영에 들어갈 신은 김민재가 맡은 역, 나우신과 이안이 맡은 K가 처음 만나는 장면이었다.
이안은 준비를 마친 김민재의 옆에서 촬영장 세팅을 구경했다.
“너는 이런 곳에서 촬영 많이 해 봤어?”
“저도 처음이에요.”
“여기서 잘할 수 있을까?”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이라 삭막한 폐허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CG 작업이 많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미리 준비된 세트 뒷배경으로는 크로마키, 그린 스크린이 펼쳐져 있었다.
“해 봐야죠.”
그린 스크린은 몰입할 때 방해되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지 김민재는 자신 없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야, 세트 공들인 거 보소….]‘몰입이 좀 힘들긴 하겠네.’
이안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그린 스크린에서 연기를 경험했던 조민환과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조민환은 너라면 문제없다며 격려를 했지만, 막상 세트장을 마주하니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콘티 한번 보시겠어요?”
박표현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위해 넘치는 제작비를 아낌없이 쏟았다.
“되게 게임 같네요.”
이안은 스태프가 건넨 콘티를 살폈다. 말이 콘티지, 컨셉 아트나 다름없었다. 사실적인 배경 그림에 김민재와 이안은 그림과 세트장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몰입을 끌어 올렸다.
“준비 잘되고 있어요?”
“감독님.”
그들의 근처로 박 감독이 다가왔다.
“오, 멋있는데?”
박 감독은 분장을 마친 이안의 모습을 보고 휘익 휘파람을 불었다.
“민재 씨는 회사원이 따로 없네.”
“감독님, 이런 회사원이 어딨어요.”
“하긴, 너무 잘생겼다.”
배우에게 있어서 맡은 배역에 ‘잘 어울린다’라는 말은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박 감독과 이안의 대화에 김민재가 수줍게 웃었다.
“콘티는 어때요? 나도 이런 촬영은 얼마 안 해 봤거든.”
“충분히 도움 되고 있어요. 이러다가 우리 제작비 다 쓰는 거 아니에요?”
“다 쓰고 또 받아 내면 되죠.”
“감독님이니까 그런 걸 다 받아 낼 수 있는 거겠죠?”
이안의 대답에 박 감독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에 같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별다른 반응을 안 보여 줬기 때문에 일부러 띄워 준 것이다.
“감독님! 준비 끝났어요!”
조연출이 박 감독을 향해 소리쳤다.
[곧 촬영 시작하겠는데? 할 수 있겠냐? 홀로그램 띄워 줘?]‘아니, 됐어.’
진은 홀로그램 이미지를 띄우는 능력이 있었는데, 이안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도움받는 것에 익숙해지면 실력이 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컨셉 아트를 눈에 담았다. 최대한 배경을 떠올리게끔 머릿속에 집어넣은 이안은 그림을 스태프에게 넘겼다.
“좋아, 준비 다 됐으면 슬슬 촬영 들어갑시다.”
박 감독이 긴장한 얼굴로 세트장을 바라보는 배우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는 이들의 모습을 빨리 카메라를 통해 보고 싶었다.
* * *
전날 밤, 좀비에 물린 꿈을 꿨던 나우신은 출근하고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느꼈다. 악몽이라기엔 지나치게 실감 나는 느낌에 어깨 언저리를 벅벅 긁으며 업무에 집중했다.
“좀비 범죄가 또….”
“말세야, 군대는 뭐 하는 거야?”
“백신 왜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다 없애 버리지….”
사무실 티브이에 나오는 뉴스를 보며 직원들이 웅성거렸다. 뉴스에는 ‘점점 늘어 가는 좀비 범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자막과 함께 좀비들이 불을 지르고 주변을 부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좀비 범죄자, K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앵커의 목소리와 함께 화면에서는 현상 수배 전단이 큼지막하게 표시된다.
(1급 범죄 수배자, K)
책상에 엎드릴 정도로 고개를 숙인 나우신을 보며 부장이 다가가 그의 어깨를 짚었고, 그 손길에 화들짝 놀란 나우신이 상체를 비틀었다.
“헉… 부장님.”
“우신 씨, 몸 안 좋으면 반차 내고 퇴근하세요.”
“…감사합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나우신의 상태를 보다 못한 부장은 그를 일찍 퇴근시킨다. 퇴근길에 약이나 사 가자고 생각한 나우신은 황급히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선다.
그가 밖으로 나가자, 어두운 톤의 배경과 함께 사람들이 저마다의 일상을 보낸다. 황사가 잔뜩 낀 하늘, 그 아래 무너진 건물이 곳곳에 눈에 띈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그나마 멀쩡한 건물에서 살림을 차리고, 직장을 다닌다. 그들은 종말 직전까지 갔던 상황 속에서 살아남았고, 안정화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엄마! 저 아저씨는 이상한 마스크를 했어!”
“가까이 다가가지 마…. 위험해.”
나우신이 약국으로 향하는 사이, 길거리에서는 입마개를 한 좀비들이 눈에 띈다. 사회의 하층민이 된 좀비들은 인간들이 꺼리는 일을 한다.
“좀비가 왜 이 시간에 돌아다녀?”
인간들은 좀비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길거리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그나마 나은 것이다. 한번 멈췄던 시스템을 돌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인간들은 그 시간과 노동력을 좀비로 채웠다. 수동으로 돌아가는 오수 오물 처리시설 관리를 좀비가, 다쳐도 상관없는 위험한 공장 일 같은 것들을 좀비가 하고 있었다.
“이 동네는 뭐 이리 좀비 새끼들이 많아.”
“백신 맞았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돈 벌면 더 좋은 구역으로 이사 가야지.”
좀비들은 인간이 주는 백신으로 그나마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신은 영구적이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백신 가격은 높았다. 그래서 좀비들은 노동하며 번 돈으로 백신을 샀다.
백신을 안 맞게 되면 발견되는 즉시 사살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 뭐야….”
대로변에 있는 약국이 문을 닫았다. 좀비의 폭동 여파인지 유리창은 깨져 있었고 안에 있는 물건들은 바닥에 흩어진 채 약탈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에이씨….”
나우신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이 동네에 있는 약국이라곤 이곳과 으슥한 골목에 있는 곳 한 곳뿐이었다.
나우신은 하는 수 없이 골목길로 향했다. 대로변과는 다르게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골목, 나우신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괜히 왔나.’
나우신이 침을 꿀꺽 삼키고 사방을 경계하듯 둘러 보았다.
‘그냥 약 먹지 말고 집에서 한숨 자야겠어.’
나우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등을 돌렸다. 그러자, 입마개를 한 남자가 눈웃음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소리 없이 뒤에 붙은 다가온 남자에 나우신이 으악 비명을 질렀다. 뒤로 넘어질 뻔한 것을 남자, 김준희가 잡았다. 나우신은 그에게 잡힌 팔뚝에 소름이 타고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이거 놔!”
나우신이 팔을 휘둘러 그 손길을 뿌리쳤다. 그 충격에 팔이 제어를 잃은 듯 비정상적으로 허공을 휘저었는데, 김준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우신 씨 되시죠?”
“누구… 왜….”
이 좀비는 왜 자신을 따라왔는지, 그리고 왜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의문투성이였다.
나우신은 김준희의 입에 걸린 입마개를 보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반응에 김준희가 씨익 웃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이거, 있으니까.”
김준희는 입마개를 톡톡 치면서 나우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우신은 점점 뒷걸음쳤다.
“제… 제게 무슨 볼일이시죠?”
결국, 벽에 몰린 나우신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빠져나갈 곳을 찾았다.
“이상하다….”
김준희는 좀비에 물리고도 아직 멀쩡한 나우신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이쯤 되면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뭐… 뭐가요?”
“잠시 무례를 저질러도 될까요?”
“그게 무슨….”
웃으며 물어보는 것치고 행동은 과격했다. 김준희는 나우신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벽에 밀어붙였다. 나우신이 컥컥 숨 막히는 소리를 내며 버둥거렸다.
“뭐야? 진짜 물렸잖아?”
다른 손으로는 나우신의 셔츠 깃을 잡아 벌렸다. 순간적으로 가해진 힘에 셔츠 단추가 투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무… 무슨….”
나우신이 벗어나려고 용을 쓰는 와중에도 김준희는 물린 자국이 선명한 나우신의 어깨를 보며 흥미로운 듯 눈을 반짝였다.
“이, 이거 놔…!”
“너무 겁먹지 말아요.”
나우신이 버둥거리지만, 김준희는 꿈쩍도 안 했다. 그가 주먹을 꽉 쥔다.
“잠시 기절해 있으면 되니까.”
그리고 그 주먹으로 나우신의 얼굴을 강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