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64
264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냐고.
-헐
-무슨소리야 이게?
-뭐야?
-아니지?
“어어!”
중심을 잃은 이안을 붙잡은 김명진이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마이킷과 아위가 각별한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위는 가끔 그들을 만나기도 했고 약속 장소를 데려다주면서 몇 번 말을 섞은 적도 있었다.
“괜찮아? 이안아, 형 좀 봐 봐.”
한 손으로 얼굴을 덮고 고개를 숙인 이안이 숨을 헐떡였다. 심장에 번개가 내리친 듯 쿵쿵 뛰었다.
‘어째서?’
미래를 겪었던 이안이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현역 아이돌 멤버의 자살 사건, 알고 있었다. 다만….
‘어떻게 지금에서야 생각났지?’
하필 지금, 불현듯 떠올린 것이다. 마치 그 기억만 도려낸 것처럼.
“얘기하고 왔어요. 바로 가시면 돼요.”
“좋아요. 일단 저랑 이안이 먼저 빨리 공항으로 갈게요.”
소속사 측 스태프가 쇼 주최 측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이안을 따라온 스태프가 꽤 많았기 때문에 급히 한국으로 가는 건 이안과 김명진, 그리고 두 명의 경호원뿐이었다.
김명진은 아직 패닉 상태에서 못 빠져나온 이안의 팔을 잡아 이끌었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뒤늦게 뉴스를 보고 이유를 알아챈 사람들이 손으로 입을 가렸다.
마이킷 세온 사망… ST엔터테인먼트 “확인 중”
K 대학교 병원 측 “세온,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 시행 중… 사망 확언 어려워”
소방당국, “마이킷 세온,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는 맞다. 현재 응급조치 중… 불안감 조성하는 기사 자제 부탁”
-누가 오보라고 해줘
-개충격;;;
-아직 확실하게 나온 거 없잖아 아 제발;;
-아 제발 아니었으면
-지금 뉴스에서 긴급 속보 뜸ㄷㄷ
이안이 급히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사이, 박세온의 소식은 아직 사실확인이 불분명한 것인지 ‘사망했다.’, ‘아니다 위독한 상황이지만 숨은 붙어 있다.’라는 다소 상반된 기사가 5분에 하나씩 올라오고 있었다.
-루나드림 방금뜬 영상 봤어?
이안이 쓰러지려는거 맴찢ㅠㅠ
└헐ㅜㅜㅜ
└아 영상 못보겠어ㅠㅠ
└남의 불행 소비하고 싶냐? 글삭해라
└지금 목숨이 위독하다는데 이런거 퍼오고싶어?
-중웹에서 봤는데 이안이 비행기 탔대 지금 오고있나봐
└사진봐 아ㅠㅠ
└이런거 좀 그만 가져와;;
└맘아프다 진짜
박세온의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이안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은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기자들에게 일파만파 퍼졌다.
아위(AWY) 이안, A 브랜드 패션쇼 참석 후 中서 급히 귀국 중
아위 이안, 상하이 공항서 목격… “침통한 표정”
[팩트픽스=임지헌기자] 바들바들, 어깨가 진동한다. 결국 중심을 잃어버린다. 절친의 안 좋은 소식을 들은 톱스타의 무게가 한없이 무거웠다.└지금 상황 파악이 안되나????
└ㅅㅂ기레기야 제정신이니?
└글내려 ㅅㅂ
└문체 ㅈ같은거는 따로 교육시키는거야?
└이런거도 보도윤리 위반 아니냐 ㅅㅂ
다행히 제일 가까운 시간에, 좌석이 남아 있었다. 이코노미석에 앉은 이안을 알아본 몇 사람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찍지 마세요.”
김명진이 인상을 팍 쓰고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서 이안을 가렸다.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비행기는….)
기내 방송이 흐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가 이륙했다. 비행 중에는 핸드폰을 확인할 수도 없어서 이안은 초조하게 입술을 뜯었다.
이안은 과거, 김용민 시절에 오디션을 보고 돌아오는 늦은 저녁 시간에 박세온의 자살 소식을 들었었다. 그 당시 마이킷은 거의 무명이었지만, 현역 아이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은 며칠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대중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혹시 몰라.’
과거에는 짤막한 사망 보도 이후 조용히 장례식을 치렀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기 직전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기사에서는 응급조치 중이라고 했었다.
‘살아 있을 수 있어.’
이안이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내가 이 몸으로 와서 바뀐 미래도 분명히 있었어. 그렇다면….’
그가 바꾼 나비 효과라면 혹시 모른다.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이안은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꽉 부여잡았다.
‘진.’
진은 자신 대신 한국 상황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생각난 이안은 급히 고개를 들었다. 원래라면 그의 근처에서 정신 사납게 돌아다녔을 진은 사라져 있었다.
* * *
한 시간 반 정도의 짧은 비행시간이 체감상 몇 주는 흐른 것 같았다. 이안은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핸드폰의 비행기 모드를 풀었다. 짧은 진동음이 연달아 울리면서 못 본 메시지창과 부재중 통화로 가득했다.
(이주혁5) 이안아 오면 전화해
사실 확인도 안 된 억측 기사를 믿을 수 없다. 이안은 곧바로 이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주혁은 통화 연결음이 몇 번 울리지도 않았는데 바로 전화를 받았다.
(도착했어?)
“아니지?”
(…그게.)
소식을 전달하는 이주혁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이안이 마른 입술을 축였다. 입술을 너무 뜯어서 피 맛이 났다.
(워낙 상태가 위독해서….)
“…….”
(오늘이 고비일 수도 있대.)
“…그래도, 죽은 거는 아닌 거지?”
(어.)
이안이 크게 숨을 내뱉었다.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은 그래도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그가 알고 있었던 미래와 달라져 있었으니까.
이안은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았지만, 애써 힘을 주고는 발걸음을 옮겨 비행기 밖으로 나왔다.
“형은 어디야?”
(스케줄 끝내고 병원 근처에서 지수랑 만났어.)
“다들 있어? 나도 거기로 갈게.”
(아냐, 숙소로 가. 나랑 다른 애들도 숙소로 가고 있어. 사람이 너무 몰려서….)
“…그렇게 놔둬도 괜찮겠어?”
이런 소식은 전염될 수도 있다. 괜히 사람들이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는 게 아니었다.
하물며 박세온과 가까이 있던 사람이라면 더 무거운 감정을 느낄 터, 그의 말에 담긴 의미를 눈치챈 이주혁이 한숨을 쉬었다.
(…지수랑 철민이가 중심 잘 잡고 있어서 괜찮을 거야.)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우리까지 다 모여 있으면 마이킷 애들한테 도움 안 돼. 숙소에서 보자.)
이안은 그래도 안심이 되질 않아 마이킷의 김철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길게 이어졌다. 결국, 그는 받지 않았다.
(이안8) 괜찮아? 연락 좀 줘 걱정된다
대신 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안은 변화가 없는 핸드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철민갓) 나중에 할게
김철민의 답장은 10분 뒤에 들을 수 있었다. 이안은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박세온을 검색했다.
마이킷, 세온 누가 그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넣었나… SNS 악성 댓글 실시간 삭제 중
-박세온 주머니에 저거 담배임?
└흡연충 극혐
└뭐 어때 미자도 아닌데ㅋ 근데 좀 깬다ㅋㅋ
└가수인데 목관리 안함?
└목관리 할 실력이 안되잖아
└아ㅋㅋ
-아 또 박세온 나오네 채널 돌린다ㅇㅇ 말투 넘 가볍고 경솔함
-박세온 관종새끼ㅋㅋㅋ 이번엔 뭐냐?
-솔직히 쟤가 아이돌은 아니지 얼굴 메기같이 생겼음
-재수없음 말투도 ㅂㅅ같고
-에휴 왜 저러고 사는지 모르겠음
아림픽의 ‘인성질’ 이후, 비호감 노선으로 튼 박세온은 말 그대로 네티즌의 샌드백이 되었다.
그의 소속사인 ST엔터에서 이렇다 할 고소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었고, 어느새 그는 까도 되는 사람으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었다.
조태웅의 활동 중지 이후 자중하자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박세온의 비호감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전혀 모르고 있었어.’
그때는 별일 아니겠지. 하면서 가볍게 넘겼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했다. 마치 누군가가 박세온에게 신경 끄라고, 스위치를 끈 것 같았다.
‘이러다가 진짜 걔가 죽으면 어떡하지?’
사실 미래는 변하지 않고 그냥 상황만 달라졌다면, 그래서 박세온이 결국 응급조치에 실패하고 숨을 거둔다면…. 이안이 눈을 질끈 감았다.
숙소에 도착해 방에 들어와 핸드폰만 붙잡고 있던 이안은 제 눈앞에서 스르륵 등장한 진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알고 있었지.”
[…아니 나도 몰랐어.]“거짓말하지 마. 알고 있었잖아.”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데뷔 초, 마이킷을 처음 봤을 때 진이 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분명 [한 놈이 좀 맛탱이가 가긴 했는데….]라고 했었다. 진이 말했던 그 한 놈이 박세온이라고? 왜 맛탱이가 갔는데?
연예인을 씹는 것을 스포츠로 즐기는 그들의 주장대로 ‘까일 만한’ 행동을 해서?
[그건….]진도 그 당시에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미리 알면 뭐가 달라져?]“알면…!”
이안이 크게 소리쳤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당연히 구했을 것이다. 애초에 그가 이런 선택을 하지 않게, 악성 댓글을 읽고 힘들다면 개인적으로라도 고소할 수 있게끔 해 줄 것이다. 소속사가 서포트도 정산도 제대로 안 해 준다면 정류원을 통해서 보이지 않게 도와줄 수도 있었다.
말없이 듣고 있던 진이 삐빅, 기계음을 냈다.
[박세온이 진짜 그걸 원했을까?]‘그건….’
박세온의 속사정이 어떻게 된 것인지 그가 쉽게 짐작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박세온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것을 그가 강요할 수도 없었다.
이안이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우리는 죽을 운명인 인간에게 관여할 수 없어. 너도 지금에서야 생각났잖아. 왜 지금에서야 떠올랐을까?]“걔가 죽을 운명이었다고.”
그런 이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참을 말이 없던 진이 말했다.
[의도적으로 기억을 막아 놓은 거야.]“누가?”
[바뀐 너의 혼을 원래 몸으로 돌려놓고 나를 너와 ‘같은 시간대’로 보낸 그것.]그러고 보니 진의 모습이 전보다 훨씬 작아져 있었다. 게다가 몸체는 뒷배경이 보여 투명했다. 마치 곧 사라질 것같이….
“너….”
눈을 한번 깜빡했을 뿐인데, 이안을 원래 몸으로 보냈던 저승사자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나타나 형체가 없는 진을 한 손으로 잡았다.
[너에게 남은 시간이 끝났다.]* * *
[귀인, 오랜만입니다.]“시간이 다 됐다니…. 무슨 소리지?”
저승사자의 손에 잡힌 진의 형체가 일렁거렸다. 이안과 눈이 마주친 그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아니, 그것보다 내 기억은 왜 막아 놓은 건데.”
[알고 있었다면 귀인께서 당연히 구했을 거니까요.]이안은 박세온의 일만으로도 머리가 아팠는데 저승사자까지 등장하자 뇌에 과부하가 온 것 같았다.
“진을 왜 나에게 붙여 준 거지? 그냥 혼만 바꾸면 되는 것 아니었나?”
[…….]“시간이 왜 다 됐고 쟤는 왜 금방 사라질 거 같은데? 뭐라고 말 좀 해 봐.”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전반적으로 지식이 많았던 진의 진짜 정체는 무엇이며 왜 자신을 따라다니면서 도와주는 건지, 진은 어째서 카메라의 형체이며 곧 사라질 것처럼 희미한지, 그리고 왜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며 김용민에서 최이안으로 바뀐 몸과 미래에서 과거로 보내진 것, 그게 사실은 맞을까?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냐고.”
한참을 미동도 없던 저승사자가 입을 열었다.
[…미리 아실 필요 없었을 것 같군요.]“그게 무슨….”
그 순간, 이안의 핸드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발신자는 마이킷의 김철민이었다. 이안은 바로 통화를 받았다.
“어떻게 됐어?”
(…….)
“뭐?”
(이제 괜찮대…. 괜찮을 거래….)
힘겹게 말을 잇던 김철민이 긴장이 풀린 듯 흐느꼈다. 그 소리를 다 듣고 있던 이안이 멍하니 저승사자를 바라봤다.
미래가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