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04
304
이제 다 끝났습니다.
아위(AWY) 첫 잠실 주경기장 콘서트 성황리에 종료… 약 30만 명 동원
“이안아, 슬슬 밥 먹어야 하니까 나와.”
“알았어.”
3일간의 서울 콘서트가 끝나고 바로 다음 주말에는 부산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었다.
평일 동안 남는 시간을 활용해 자체 컨텐츠 촬영을 하기로 한 아위는 부산의 한 펜션으로 MT를 왔다.
사실 부산 도심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그들이 뜨면 사람들이 몰리고 인터넷에 스포일러로 올라오기 때문에 늘 외곽에 있는 펜션에서 컨텐츠를 찍었다.
“우리 아까 장 본 거 사진 찍혔다.”
“벌써?”
과장 좀 보태서 아위의 팬은 어딜 가도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다 막을 순 없었다.
“당번 뽑기 게임 하자.”
“뭐 할까?”
촬영을 시작하면서 피디가 당부한 것은 한 가지, ‘핸드폰 많이 보지 말 것’이었다. 그 외에는 터치를 안 한다고 했지만, 가만히 있을 멤버들이 아니었다.
이미 펜션에 마련된 게임기를 정복한 아위는 밥과 뒷정리 담당을 뽑기 위한 미니 게임을 정했고 진지한 토론 끝에 지렁이 레이스로 결정됐다.
“첫 순서는… 진혁이랑 주영이.”
“야, 묶어 묶어.”
김현의 주도로 박진혁과 김주영의 손과 발을 묶었다. 몇 번 꿈틀거린 김주영이 허탈하게 말했다.
“진짜 이렇게 한다고? 이게 돼?”
“서담아, 사진 찍지 마라.”
박진혁에게 걸린 박서담은 조용히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준비… 시, 작!”
박진혁과 김주영이 꿈틀거리며 결승선을 향해 나아갔다. 그 속도가 더뎌서 처음에는 시끄럽게 응원하던 멤버들이 금세 식어서 그들에게 관심을 껐다.
“이래서 언제 꼴등 뽑아?”
“몰라. 쟤네 끝나면 그냥 가위바위보로 정할래?”
“아니! 이럴 거면 왜 했냐고!”
이주혁의 대답을 들은 박진혁이 크게 소리쳤다. 그 반응에 멤버들이 큭큭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김주영 승.”
“아악!”
심지어 졌다. 이안에 의해 손발이 풀린 박진혁이 바닥에 떨어진 샤워기처럼 허우적거렸다. 한참을 그러다가 벌떡 일어난 박진혁의 눈이 위험하게 빛나고 있었다.
“야, 다음 누구야. 최이안 조태웅 빨리 누워.”
“그냥 가위바위보 하자.”
“누워. 나만 당할 수 없지.”
박진혁과 김주영의 성화에 자리에 누운 이안은 시작과 동시에 치고 나갔다.
“어어? 잠깐,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니 쟤는 저런 것도 잘하냐.”
“밸런스 붕괴 수준인데?”
제일 빠른 속도로 결승선을 통과한 이안이 벌떡 일어나고는 씨익 웃었다.
“요령만 알면 쉽지.”
“우우, 재수 없어!”
멤버들은 엄지를 바닥으로 향한 채 이안에게 야유를 보냈다.
다음은 이주혁과 김현, 박서담이었다. 각 조에서 꼴등을 뽑아 2차전을 시작했다.
“이 게임 재미없는 거 같아요.”
“쟤 졌다고 저런다.”
“피디님이 재밌게 만들어 주실 거야.”
가장 늦게 들어온 사람 두 명은 박진혁과 박서담이었다. 당번을 정한 멤버들은 하라는 저녁 준비는 안 하고 거실에 드러누웠다.
“으아, 근육통.”
“우리 이거 왜 했지?”
“그러게….”
얻은 거라곤 근육통밖에 없었다. 멤버들이 뒤늦게 후회하고 있을 때, 먼저 일어난 김현이 박진혁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아, 배고파. 빨리 준비해라 노예야.”
“싫어어어….”
추욱 늘어진 박진혁이 엉거주춤 일어났고, 다음은 박서담이었다.
“형, 막내 우대 없어요?”
“응 없어. 스물넷이면 으른이지 어딜.”
“쳇.”
막내라고 봐주는 것도 이젠 없었다. 두 명의 박씨가 터덜터덜 저녁을 준비하러 간 사이,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던 조태웅이 벌떡 일어났다.
“어?”
“왜 그래?”
“지환이 형 기사 떴다.”
이안도 벌떡 일어나 제 핸드폰으로 기사를 확인했다.
인기 남자 아이돌 그룹 아위의 차에서 녹음기 나와… 범인은 매니저.
BHL엔터, 매니저 녹음기 논란에 대해 “알고 있었다.” …배후에 누가 있을 가능성 커.
‘그래도 꽤… 늦은 편이네.’
아위의 스케줄을 다니면서 얼굴을 익힌 사람이 경찰서를 오가니 모를 수가 없었다. 오히려 기사가 늦게 뜬 걸 보니 소속사에서는 최대한 막으려 한 것 같았다.
― 헐, 누구야?
― 가지가지 한다ㅋ
― 후드매니저는 아니지?
ㄴ 그분은 아닌듯ㅇㅇ
― 아니ㅋㅋㅋ녹음기 미쳤나ㅋㅋㅋㅋㅋㅋ
― 지금 건물 세워준 게 누군데 직원 관리도 똑바로 못 하냐
팬들은 역시나 소속사를 욕하기 바빴다. 양인준에게 사주받았다는 것을 입증하면 박지환의 처벌 수위는 약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는 이 업계에 발도 들이지 못할 테지.
“진짜 지환이 형이 이럴 줄은 몰랐는데….”
“도박 빚? 가지가지 한다.”
“아니, 그렇다고 우리를 팔아넘기려고 하냐?”
기사를 자세히 확인한 멤버들이 허탈하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진이 박지환을 보고 쎄하다고 했었나?’
메모리 카드에 남아 있는 기억이 떠올랐다. 죽어서도 감은 날카롭게 살아 있었나 보다.
이안은 박지환이 우연히 찍힌 홈 마스터의 사진을 갖다 쓴 기사를 넘기고 다른 페이지를 둘러봤다.
‘필로폰 투약 혐의’ 前 나인세븐 엄지환, 구속 기소.
“마약 게이트 파문 논란” OTT도 해당 연예인 지우기 돌입…‘Z―Day’ 딥페이크 기술로 엄지환 지운다.
이안의 경고를 받은 엄지환은 팀에 민폐를 끼칠까 봐 일찍 탈퇴했지만, 우리의 기자들은 생각이 달랐다.
― 미리 알고 손절한거네
― 소속사랑 나인세븐 멤버들은 무슨 죄냐ㅋㅋ
― 엄지환 전부터 쎄했잖아
ㄴ 쎄믈리에 어서오고
ㄴㄴ ㅎㅇ 아직도 엄지환 덕질함? 굳이굳이 클릭해서 능지 낮은거 티내지 말고ㅋㅋ
ㄴㄴ 와 아직도 대가리 깨진 사람이 있구나ㅋㅋㅋ
ㄴㄴ 근데 어케 쎄했음?
ㄴㄴ 나인세븐 자컨보면 배우병 걸려서 멤버 은근 꼽주고 무시하는거 다 티나서 팬들은 알고 있었음ㅇㅇ 걔가 인기멤이라 묻어준 거지
ㄴㄴㄴ 그러다가 갑자기 기분 하이해져서 나대는것도 있지 않았냐 나 그때 빠깍지껴서 우리애 나대는것도 귀엽다고 앓았는데 그게 약을 해서 그랬던 것이에요…
ㄴㄴㄴㄴ 아… 아앗…
클릭 수를 유도하기 위해 온갖 타이틀을 가져다 썼고, 나인세븐의 소속사 측에서는 ‘엄지환은 사건이 터지기 전에 탈퇴했으니 더는 나인세븐 멤버 아니다. 그룹의 명예를 지켜 달라’라는 공문을 쓰기도 했다.
‘연예계 마약 게이트’ 배후로 지목된 Y씨, 팩트 픽스 설립 멤버로 밝혀져.
연예계 관련 협회 3개 단체 “연예계 드리운 암운 뿌리 뽑을 것”.
팩트 픽스, 해당 기자는 퇴사한 지 오래 “관련 없다” 발뺌.
사진에서는 포승줄에 묶인 양인준이 고개를 숙인 채 이동하고 있었고, 한때 후배였을 기자들이 그를 감싸고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도 일반인이라고 얼굴에 모자이크까지 되어 있었다.
‘잘 가라.’
이대철 회장과의 두 번째 거래도 성공적이었으니 양인준은 아주 오래 감옥에서 썩을 것이다.
두 번째 거래 때 비서 대신 이 회장과 직접 통화할 수 있었는데, 이 회장의 태도가 적극적인 게 귀찮은 일이 생길 거 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이안의 입장에서도 나쁜 건 없으니 좋게좋게 넘기기로 했다.
‘이거로 끝인가?’
이안은 후련하면서도 허탈한 기분을 느꼈다. 거실에 널브러져서 생각에 잠긴 그를 깨운 것은 박진혁이었다.
“밥 먹자.”
“빠르네?”
“고기만 구우면 돼.”
아위에서 집게를 잡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김주영과 이안이 익숙한 듯 불판 앞에 섰다.
“잘 먹겠습니다.”
“건배부터 하자.”
“짠.”
그들은 서로 잔에 술을 따라주고 잔을 부딪쳤다.
“이제 시작이지만, 그래도 잠실 콘서트 다들 고생했고.”
“진짜 좋았지….”
잠실 얘기에 멤버들의 표정이 몽롱해졌다. 하늘을 수놓던 드론 쇼와 불꽃놀이. 팬들의 응원 소리와 은하수 같던 응원봉 불빛.
“아직도 함성이 귀에 맴도는 거 같다니까.”
“나도!”
“이번 콘서트 때는 역슬로건 좀 잘 해 보자.”
“제가… 제가 죄인입니다….”
저격당한 김 현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에 멤버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오늘 이안이 음원 뜨는 날 아냐?”
“어, 맞아. 오늘 여섯 시.”
멤버들이 고개를 돌렸다. 벽에 걸린 시계는 7시 1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미 말이 나올 때부터 재빠르게 음원 사이트에 들어간 김주영이 크게 소리쳤다.
“어?”
“나는 너네가 어? 할 때 제일 무섭더라. 이번엔 또 뭐야?”
이주혁의 질문에 김주영이 두 손을 하늘 위로 뻗고서는 외쳤다.
“최이안 음원 차트 1위!”
“오오!”
멤버들이 벌떡 일어나 김주영의 화면을 확인했다.
“차트 올킬이래요.”
“와!”
어깨동무하고 둥그렇게 모인 멤버들이 이안을 가운데 두고 빙글빙글 돌았다. 그 모습이 묘하게 수치스러워서 이안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멤버들의 유난스러운 축하가 끝나고, 빨개진 얼굴의 이안이 헛기침을 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어이, 최 씨! 한잔 받어!”
“우리 조 씨도 한잔 더 해.”
쑥스러운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바로 상황극으로 틀었다. 물론 멤버들은 알면서도 받아 줬다.
그렇게 서로 잔을 나누며 도란도란 얘기하는 사이 핸드폰에는 이미 이안의 순위를 확인한 지인들의 축하 메시지로 가득했다.
‘내 곡으로 1위를 하는 날이 오네….’
차트 1위를 예상을 못 했다면 솔직히 거짓말이다. 팬덤 빨이라는 게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음으로 생각한 것과 직접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의 솔로 곡은 국내 음원 차트 뿐만 아니라 해외 음원 차트에도 동시 공개됐는데, 순위도 높았다.
곡이 올라오자마자 글로벌 해시태그가 이안과 이안이 낸 솔로 곡으로 도배되었으며 이름을 알만한 셀럽이나 작곡가들도 곡을 듣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이안의 인기에 편승해서 올린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야, 음원 차트 1위 니가 설거지해.”
“음원 차트 1위, 뒷정리도 해.”
어쩐지 과하게 축하해 주더라니, 이런 의미가 숨겨져 있었나. 이안은 박진혁과 김주영의 억지 주장을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응 안돼.”
* * *
자체 컨텐츠를 찍고 바로 부산 콘서트 현장으로 향한 아위는 리허설을 준비했다.
매니저, 임진우는 너희들의 크기 감각을 못 믿겠다며 멤버들에게 역슬로건 이벤트 문구만 받아 가고서는 새로운 현수막을 주문해 돌아왔다.
“그냥 조그만 슬로건으로 하지. 어차피 전광판에 다 보이잖아.”
“큰 게 좋잖아요.”
그래도 크기 하나만큼은 놓지 못했다. 임진우와 스타일리스트의 합작으로 손잡이까지 달린 현수막은 본 공연에서 완벽하게 펼칠 수 있었다.
부산 공연을 마친 아위는 바로 일본으로 향했다. 첫 돔 투어. 전 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운 아위는 한국 못지않은 현지 팬들의 떼창에 신나서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앵콜 곡을 열창했다. 결국, 박지환을 대신해 투어에 따라온 박동수에게 제발 목과 몸 관리를 잘하라며 한 소리를 들었다.
일본을 지나 동남아 공연까지 성황리에 마친 아위는 유럽 투어를 위해 영국 땅을 밟았다.
아위가 유럽 투어의 시작,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다음날 공연을 위해 일찍 잠든 이안은 한밤중에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채고는 눈을 떴다.
“뭐, 뭐야.”
구석에 보이는 검은 그림자. 귀신같은 모습에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난 이안은 소리를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고는 그 형체를 응시했다. 온몸에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귀인, 오랜만입니다.]그의 반응에 저승사자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는 이안에게로 다가왔다. 다가오는 것도 무빙워크를 타듯이 스르륵 움직이는 것이 더 소름 끼쳤다.
저거 일부러 저런 거지? 이안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무슨 일이야?”
[이제 다 끝났습니다.]뜬금없는 말이었지만, 이안은 저승사자가 말하는 게 누구인지 단번에 눈치챘다. 저승사자가 이안의 뒤쪽 어딘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양인준이 교도소로 향하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