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10
310
[외전] 설날 집 순회. (3)
“여긴가?”
“저기, 주혁이 형 아니에요?”
헤매던 이안은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는 이주혁을 발견했다. 차를 세우고, 짐을 내리는 이안의 어깨를 이주혁이 툭 쳤다.
“어서 와. 운전 개잘하는데?”
“뭘 마중까지 나와 있어.”
“못 찾을까 봐. 들어와.”
넓은 마당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오자, 음식 냄새가 먼저 그들을 반겼다. 이안과 박서담은 주방 쪽으로 쪼르르 가서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 길 막히지는 않았고?”
“일찍 나와서 괜찮았어요. 저, 이거.”
“뭐 이런 걸 다… 고맙다.”
앞치마를 두른 이주혁의 아버지, 이영수가 이안과 박서담의 명절 선물을 받았다.
“어서 와! 갈수록 잘생겨지네!”
“그건 저희가 해야 할 말인데요. 잘 지내셨어요?”
이주혁의 어머니, 박연자가 밝은 목소리로 그들을 맞이했다. 도심을 벗어나 전원주택 생활을 결정한 이주혁의 부모는 여유로움이 넘쳐 보였다.
“얘가 땅콩이?”
“어. 귀엽지?”
주방에는 음식 냄새 때문에 꼬리를 흔들며 안달복달하는 털 뭉치가 있었다. 얼마 전 동네 사람에게 입양했다는 강아지였다.
“되게 작은데? 몇 개월이야?”
“3개월. 봐 봐.”
이주혁이 강아지를 들어 올려 이안의 앞으로 내밀었다. 이안은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난 안으라는 거였는데.”
“기다려 봐. 이거 찍어서 올리게.”
“명진이 형이니?”
이주혁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화보 촬영하듯 표정과 포즈를 다르게 했다. 하도 숨 쉬는 것도 컨텐츠라고 팬 서비스 자주 하라고 세뇌를 받은 덕에 익숙하게 반응할 수 있었다.
강아지를 가운데 두고 셋이서 사진을 끊임없이 찍는데도 이주혁의 부모님은 자주 봐서 익숙한 듯 허허 웃었다.
[이안] 오늘은 누구 집일까요귀엽죠?
└오빠가 더 귀여워요…
└뒤에 주혁이오빠다!
└눈만 나온거 너무 귀여워ㅠㅠㅜㅠㅜ
-이안이 사진 셀렉 잘하는거같지 않아?
└애들 인생샷찍어서 꼬박꼬박 올려주는거 너무 좋아ㅠㅠㅠ
└어제 서담이 사진도 레전드였는데ㅋㅋ
└얼굴진짜 미쳤다 도랐다ㅠㅠㅠ
└다른 애들 집도 갈거같지?ㅋㅋㅋ다음은 누굴까ㅋㅋ
이안은 그중에서도 괜찮은 사진을 유심히 고르고 골라 팬 커뮤니티에 올렸다. 공백기 떡밥에 목마른 팬들이 알림이 뜨자마자 즉각 반응했다.
“와… 이러다 우리 돼지 되겠다.”
“많이 먹어!”
“와! 감사합니다.”
차려진 음식을 보고 이안이 감탄했다. 어제도 사육당했는데 오늘도… 이러다가 나중에 돌이킬 수 없어지면 어떡하지? 그 생각을 눈치챘는지 이주혁이 흐린 눈으로 이안과 박서담을 바라봤다.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 둬. 다음 주면 우리도 바쁘니까.”
“나 체할 거 같아.”
“저도요.”
휴가가 끝나면 컴백 준비를 위해 관리에 들어간다. 1순위는 당연히 다이어트였다.
“다들 건강검진은 어떻게 나왔어?”
“나는 괜찮은데, 현이 형 허리 불편해서 병원 따로 다닌다며?”
“디스크는 아니겠지? 컴백 전까지는 괜찮아져야 하는데.”
그리고 건강 관리도 중요했다. 8년 차가 된 아위는 점점 몸 한군데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괜히 아이돌들이 20대를 갈아서 30대에 부상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게 아니었다. 아위는 데뷔 초부터 칼군무 컨셉에다가 노래 자체도 센 컨셉이 많았기 때문에 안무도 덩달아 어렵고 격한 동작이 많았다.
지금에서야 힘을 풀고 컨셉도 이지리스닝 곡으로 점점 바꾸고 있다지만 그때 무리했던 것은 지금에서야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도 요새 목이 좀 뻐근하더라고.”
“형은 작업을 너무 많이 해서 문제야. 새벽에는 잠 좀 자라고.”
“그렇게 많이 하니? 밤을 많이 새?”
옆에서 듣고 있던 박연자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주혁을 쳐다봤다.
“아니, 얘네가 과장하는 거….”
“우리 형 좀 말려 주세요.”
이주혁의 말을 끊고 박서담이 말했다. 낮과 밤이 바뀌어서 작업실에서 산다고, 말려도 안 듣는다고 말하자, 이영수와 박연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우리 아들 없으면 안 되는 거야?”
“저희도 같이 작업하긴 해요. 저 형이 너무 일 중독이라 그렇지.”
“그래도 주혁이 형 없으면 안 되는 것도 맞긴 하죠.”
이주혁이 콘서트에서 불렀던 솔로 곡 이후, 그의 부모님도 이주혁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들은 박서담과 이안의 대답에 흐뭇한 듯 이주혁을 바라봤다.
“너무 열심히 하는 것도 힘들어. 애들 말도 들어라.”
“넵. 그래도 이번 앨범은 다른 사람들이랑 작업해서 괜찮아.”
이안은 밥을 두 공기나 비우고 있는데, 그룹보다 먼저 솔로로 활동할 박서담은 이미 식단 관리에 들어가서 미리 싸 온 닭가슴살을 으적으적 씹었다. 박연자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박서담의 빈약한 식단을 바라봤다.
“서담이는 그거 먹어서 되겠니?”
“아, 저 관리해야 해요. 솔로 얼마 안 남아서. 애써 차려 주셨는데 죄송해요.”
“괜찮아. 하지만 지금도 말랐는데….”
“카메라 통해서 보면 부해 보이거든요. 누가 렌즈 개발 좀 해 줬으면.”
박서담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하지만 이영수와 박연자는 제대로 못 먹는 거 같아서 애잔해졌다.
“원래 활동 전에 이렇게 관리를 하는 편이니?”
“그래야죠. 보여지는 게 직업이니까. 저희 막 다 같이 헬스도 하고 그래요.”
“그래? 주혁이는 이런 건 자세히 안 얘기해 주거든. 그냥 좋은 얘기만 해 줘서 잘 몰랐어.”
들어도 부모 모임에서 몇 번 들은 것밖에 없었다. 아마 부모님께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 것이겠지. 이안과 박서담이 기겁해서 이주혁을 쳐다봤다.
“그래요? 형이 나빴네.”
“맞아! 우리 할머니는 아이버스도 가입했다고요.”
이주혁이 이를 꽉 문 채 조용히 하라며 작게 말했다. 하지만 이안과 박서담은 이미 건수를 잡았다.
“아이버스? 맞다. 태웅이 엄마가 가입하라고 그러던데, 그게 정확히 뭐니?”
“아니, 아이버스를 모르신다고요? 핸드폰 주세요.”
박서담이 입을 떡 벌리고는 벌떡 일어나 이영수와 박연자에게로 쪼르르 다가갔다. 이주혁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 좀… 흐즈 믈르그….”
“왜?”
“쪽팔리잖아.”
팬들을 향해 우리 아위덤 오늘도 잘 자요, 사랑해요. 온갖 애교를 떨고 귀여운 척하는 셀카 사진을 이러는 걸 부모님이 본다고 생각해 봐라.
사진은 그렇다 쳐도 오글거리는 메시지라면, 이안은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우리 부모님도 이미 가입하신 건 아니겠지? 어쩐지 타지에 있으면서도 이안의 일거수일투족을 너무 잘 안다 싶었다.
“아… 이해함. 근데 지금 서담이가 어플 설치하는 거 같은데.”
“야! 박서담!”
이주혁이 벌떡 일어나 박서담을 잡으러 뛰었다.
* * *
결국, 박서담을 말릴 순 없었다. 이주혁의 부모는 아이버스에 올라온 컨텐츠를 보느라 정신없었고, 이주혁의 방에 모인 이안과 박서담이 침대에 누웠다. 숙소가 거의 집이나 마찬가지지만, 언제든 와서 쉬라는 듯 깔끔히 정돈되어 있었다.
“공연 얘기는 해도 해도 안 질리네.”
“진짜 대박이었잖아.”
“너네 다음은 주영이네 가?”
“어. 형도 고?”
이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다가는 마지막 조태웅의 할머니 댁에는 일곱 명이 다 모이게 생겼다.
“그래서, 앨범은 어딨어?”
“앨범? 기다려 봐.”
책장에서 어릴 적 앨범을 꺼낸 이주혁이 바닥에 앉았다.
“와 어릴 때랑 똑같아. 바뀐 게 없네.”
“형, 이거 봐요.”
이안과 박서담이 어린 시절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앨범은 잘 정리되어 있지 않았고 듬성듬성 비어 있었는데, 아마 친엄마와 찍은 사진을 없앤 흔적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연락 없어요?”
“없어. 집도 여기로 이사 오고 번호도 다 바꿨잖아.”
빚투 논란을 불러일으킨 그의 친모는 작년까지 이주혁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의 아버지인 이영수의 단호한 태도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후 자신이 이혼한 이유는 이영수의 외도 때문이다. 라는 언플을 시도하려다가 고소하겠다는 으름장에 잠잠해졌다고 한다.
“뭐 어쩌겠어. 유명인이 감내해야지.”
처음에 논란이 났을 때는 정신적으로 세게 흔들렸지만, 지금의 이주혁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위는 지금까지 많은 논란의 중심이었고 굳이 한국이 아닌 외국도 마찬가지였다.
“이안이 너네는 어때? 우리 엄빠한테도 이상한 사람 연락 오고 그런다던데.”
“나도 비슷할걸? 전에도 모르는 애가 동창이라고 찾아온 적도 있고. 그쪽은 부모님보다는 나를 공략하지.”
이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집안을 쉽게 건드릴 수도 없고, 법조계 부모를 건드렸다가는 고소장이 날아올 것이니 남은 건 이안, 당사자였다.
삼류 가십지 따위에서 아위를 향한 근거 없는 루머와 추측성 기사를 쓰기도 했고, 사귀지도 않았던 이안의 전 여친이 나타나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나중에 이안과 접점이 없는 학교를 나왔다는 게 들통 나서 빠르게 식어 버렸지만.
소속사에서는 사실무근으로 일축했다. 이러한 사건을 겪다 보니 이젠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래도 반응 없어서 어그로조차 안 끌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요.”
“맞아. 그러고 보니 우리 엄마 요즘 기분 좋아 보이시더라.”
“어떻게?”
“오랜만에 외가댁 가신대.”
새어머니인 박연자는 다 큰 아들이 딸린 이혼남, 이영수를 탐탁지 않아 했다고 한다. 반대 끝에 결혼했지만 데면데면했던 친정이었는데, 그 다 큰 아들이 나중에 대박을 터뜨렸으니 슬금슬금 연락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잘된 거지?”
“잘된 거야. 문제 있으면 아빠가 잘 해결하겠지.”
의도가 투명하게 보이는 연락이었지만, 부모 선에서 정리할 수 있었다.
“대표님이 얘기하신 게 컸지.”
“어, 맞아.”
몇 년 전, 아위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을 때 BHL엔터의 이병헌 대표가 직접 아위의 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어 유명인의 가족이 된다는 게 어떤 일인지, 사기꾼에게 당하지 않는 법 등을 얘기해 줬다고 한다.
“대표님 은근 섬세하지 않아요? 겁나 무섭게 생겼는데.”
“맞아.”
“이안이 너도 마찬가지인데.”
갑자기 지목당한 이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른 나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데다가 사회생활의 요령도 몰랐을 때, 이안의 속성 과외는 아직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내가? 왜?”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이만 자자.”
“뭐야 왜 말을 안 해 줘.”
“그런 게 있어.”
이주혁은 피식 웃고는 방의 불을 껐다.
* * *
“왔어? 일찍 왔네.”
“차 막힐까 봐. 잘 지냈냐.”
차에서 내린 이안이 김주영에게 어깨 인사를 했다. 이주혁과 박서담도 뒤이어 손을 맞잡고 어깨를 콩 부딪쳤다.
“우리 너무 많지 않아? 괜히 나까지 온다고 했나?”
“아니! 완전 좋은데?”
김주영이 이주혁의 어깨를 잡고 살살 흔들었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지 말하는 톤이 높았다.
“야, 주영아. 너네 종갓집? 뭐 그런 거였냐?”
“그런 건 아닌데?”
“그럼 이건 뭐야?”
이안이 고갯짓했다. 근처에 집 없이 밭만 있는데도 마당에 주차된 차가 꽤 많았다.
“아, 우리 집이 친척이 좀 많아.”
“좀 많은 정도가 아닌 거 같은데?”
이주혁도 눈을 가늘게 뜨고는 딴짓하는 김주영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김주영의 눈 밑이 눈에 띄게 퀭해져 있었다.
“에이, 편하게 밥만 먹고 빠르게 나오자. 이따가 현이 형네 간다며.”
“어.”
“나도 꼭 데려가야 해.”
왜 그렇게 간절하게 말하세요. 이안과 박서담, 이주혁이 불안한 눈으로 대문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