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107)
110화. 공손수, 옅어지다 (1)
“스읍.”
공손수가 소환단을 꺼냈다.
눈을 감고서 향을 음미한다.
“하아, 냄새도 좋네요. 무슨 맛일지 궁금했는데… 입맛 까탈스런 스님들 먹기 편하라고 감초라도 때려 박은 걸까요?”
“…….”
실없는 소리였다.
이벽은 굳이 대답할 말을 찾지는 않았다. 허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추궁과혈을 통해 흡수를 돕는다.
그 과정 속에서 낙검진천신공의 가르침이 녹아들 것이며, 공손수는 스스로의 마음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위험요소는 없다.’
하물며 파진성 때와는 달리 목천의 경지에 확고히 접어든 지금, 이벽은 퍽 자신이 있었다. 허나.
그것은 자신의 입장일 뿐이다.
무인에게 있어 기혈이란 내력과 직결되는 통로이다. 어떤 의미로는 목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그러한 것을 내맡긴다.
긴장되지 않을 리 없다.
“근데요, 왜 저나 파 소협은 되는 데 언니는 안 되는 거예요?”
“…안 될 것은 없다. 단지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없을 뿐이다.”
낙검진천신공은 스스로 알지 못하는 마음을 비출 뿐, 거기에서 놓치고 있던 깨달음을 얻는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몫이다.
따라서.
마음으로 터득한 깨달음의 대부분을 이미 머리와 몸으로 녹여낸 이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터이다.
일류에 끝에 이르러 벽을 만난 지금의 언미희에게 필요한 것은 아예 새로운 깨달음이다.
혹은… 심마의 극복.
“…….”
무엇보다도 언미희 본인이 그다지 내켜 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아무래도 소환단을 ‘달리 쓰고 싶은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아.”
공손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쩜, 설명을 들을수록 점점 더 영문을 모르겠네요. 아 긴장되기 시작하네…….”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만에 하나의 상황까지 대비하여 이미 파진성과 언미희가 문 바깥에서 호법을 서고 있었다.
이벽은 손을 뻗었다.
가부좌를 튼 공손수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움찔, 공손수의 어깨가 작게 흔들렸다.
“힉, 아니… 걱정은 안 해요. 누가 하는 일인데요. 다만 이런 건 처음이라… 웃옷을 벗는 게 나을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그냥 왠지 좀 부끄럽네요. 외간 남자의 내력이 제 몸 안에 들어오는 걸 허락하게 되다니…….”
“그런 식의 얘기는 그만하지.”
공손수가 키득키득 웃었다.
“그럼 시작할게요.”
콰득.
공손수가 소환단을 삼켰다.
그리고 내력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호흡이 지나자 그녀의 몸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벽 역시 내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선천의 힘을 마주했다.
쩌저적!
이내 내력의 흐름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선천의 힘이 이벽의 머리로 훅 치솟았다.
목천의 시간 속에 접어든다.
잡아 늘려진 듯한 시간 속에서 이벽의 내력이 서서히 공손수에게로 스며들었다.
체온과 호흡, 혈로의 움직임.
신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을 간파한다. 그 흔적을 통해 역으로 내력이 흐르는 경로를 되짚는다.
그리고 이벽은 마침내 그 안에서 소리 없이 흐르는 공손수의 내력을 발견했다.
마치 그림자처럼 기척이 옅었다.
허나 그것은 즉, 소환단의 내력에 휩쓸리지 않은 채 본인의 호흡 속에 잘 녹여내고 있다는 뜻이다.
성난 야생마처럼 미쳐 날뛰던 파진성의 내력과는 정반대처럼 느껴졌다.
후욱.
이벽의 내력이 다가서자 공손수의 내력이 잡아보라는 듯 저만치로 훌쩍 멀어졌다.
마치 장난을 치는 듯했다.
그만한 여유마저 부리고 있다.
‘밤고양이 같군.’
피식, 이벽은 웃었다.
그리고 그 뒤를 쫓았다.
얼추 한 바퀴를 돌고 나자 마침내 공손수의 마음과 가고자 하는 경로가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본인이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
훅.
다음 순간, 이벽의 내력이 공손수의 내력을 추월했다. 그러자 공손수가 바짝 그 뒤를 쫓았다.
마치 경공대결을 펼치듯, 한동안 두 사람의 내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몸 안을 노닐었다.
“하아.”
소환단이 서서히 녹아들며 공손수의 내력에 스며들었다. 그녀의 입술 바깥으로 편안한 호흡이 뱉어졌다.
* * *
‘…여긴.’
잠영난봉 당려옥은 눈을 떴다.
무심코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복부에서 찌릿한 고통과 함께 지난 기억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패배, 그리고 제압.
당려옥은 인상을 찌푸렸다.
비룡대주의 무력은 가히 충격적이었고, 믿었던 당청 숙부는 너무 쉽게 쓰러지고 말았다.
심지어는 일개 후기지수들에 불과한 그 대원들마저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계산 착오였어.’
빠드득, 이가 갈렸다.
만천환을 쓰고도 패배했다.
당가로 돌아갈 생각을 생각하니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졌다. 그러나 곧 생각을 바로잡았다.
나중보다 지금이 문제다.
돌아가기는커녕 당장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슥.
당려옥은 조심히 주변을 살폈다.
의원의 내부로 추정되는 허름한 방 안에는 다행히 자신 혼자뿐이었다.
다음으로는 몸을 점검했다.
‘쳇, 역시나.’
내력의 흐름은 둔했다.
곳곳에 점혈이 가해져 있었다.
아니, 그러나 오히려 다행이었다.
점혈, 그리고 교전 중에 당한 복부의 상처를 제외하고서는 몸 상태는 썩 나쁘지 않았다.
딱히 손을 댄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치료가 이뤄진 듯했다.
포로가 되었음에도 목숨이 붙어있으며 험한 꼴을 당하지도 않았다는 것은… 협상의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당려옥은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머리맡의 탁자를 바라본 순간 내심 쾌재를 불렀다.
자신의 옷가지들이 놓여있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암기나 침, 독병 따위를 포함해 병기에 해당하는 소지품은 없었다. 허나.
당려옥은 손을 뻗었다.
황급히 의복의 재봉선을 뜯어낸 뒤 안쪽에 숨겨놓은 침통을 꺼내 들었다.
‘무르기 짝이 없네. 이 정도도 생각하지 못한단 말야?’
당려옥은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하기사 무공이 뛰어날 순 있어도, 본질적으로 심성이 천박한데다 약관조차 되지 못한 사파 애송이들에 불과한 것이다.
쿡, 쿡.
당려옥은 세침 한 자루를 꺼냈다.
몸 곳곳의 혈도를 자극하자 이내 틀어막혔던 기운이 서서히 돌기 시작했다.
금제의 수준 역시 대단치 않았다.
당가의 무인을 상대로 고작해야 이따위 점혈을 금제랍시고 펼쳐놓은 것에 다시 미소가 지어졌다.
이대로 일다경 정도만 지나면 금세 원래대로 내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었다.
우선 상황을 봐서 이곳을 빠져나간 뒤, 본가나 인근의 동맹 세력으로부터 지원을—
드르륵.
그때, 방문이 열렸다.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화들짝 놀란 당려옥은 민첩하게 돌아눕는 한편 침통을 소매 안에 숨겼다.
“자~ 일어나요, 당 소저.”
“…….”
“자는 척 소용없어요. 방금 꿈틀대는 거 다 봤거든요? 할 얘기 있으니깐 빨리 일어나세요.”
당려옥은 반응하지 않았다.
저벅저벅.
그러자 인기척이 다가왔다.
쿡.
“끅!”
누군가가 당려옥의 등을 손가락 끝으로 건드렸다. 상처를 자극하는 고통에 허리가 휘며 신음이 새어나가고 말았다.
“거봐. 그니까 자는 척 그만하고 일어나라고 했잖아요. 좋은 대화 놔두고 왜 꼭 험한 꼴을 보려고 해?”
“…….”
당려옥은 내심 이를 갈았다.
상체를 일으킨 뒤 상대를 확인했다. 정체는 암영각의 무인이라던 건방지고 조그만 계집이었다.
‘…칠까?’
일순 당려옥은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일전에 등 뒤를 찔렀던 것도 이 년의 짓이었던 것 같다. 조금만 더 시간을 벌면 내력이 회복—
저벅저벅.
그러나 곧 황급히 생각을 달리했다. 또 한 명의 인영이 문 안으로 따라 들어왔기 때문이다.
비룡대주였다.
“아, 왔어요, 오라버니?”
“…정신은 차렸나?”
“네, 안 그래도 지금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어요! 자, 당 소저? 이대로 순순히 풀어달라느니, 당가가 가만두지 않을 거라느니, 그런 무의미한 얘기는 금지~”
“…하아.”
당려옥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입가에 처연한 미소를 띄웠다.
“그래요, 무슨 할 말이시죠?”
“뭐, 뻔하잖아요? 심문이죠. 우리가 다과 차려놓고서 하하호호 담소 나눌 사이도 아니고. 자, 말해보세요. 우리한테 왜 그랬어요?”
“…….”
“대화니 중재니 해놓고 결국은 황보세가로 끌고 갈 생각이었나 본데, 대체 그게 당가한테 무슨 의미가 있냐구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당려옥은 내심 조소했다.
허나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군요. 헌데 죄송하지만 저도 드릴 수 있는 말씀이 별로 없네요. 그저 맹주께서 비룡대주의 나포를 원하셨기 때문이란 말밖에는요.”
“…….”
공손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장난해요? 제아무리 의혈맹주라곤 해도 다른 세가도 아니고 천하의 당가가 무슨 일개 수족처럼 움직였단 말이에요?”
“네에, 그렇답니다.”
당려옥은 거듭 미소를 보였다.
“그분은 천하제일인이시니까요.”
당려옥의 표정이 하도 태연해서 공손수는 일순 말문이 막혔다. 그 틈을 타 당려옥이 얼른 시선을 돌렸다.
“비룡대주, 감사드려요.”
“…뭐가 말인가?”
“어리석은 소녀가 포로가 되었음에도 손대지 않고 자비를 베풀어주셔서요. 행여 몸이 더럽혀졌다면 저는… 어디로도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을 거예요.”
“…….”
이벽의 낯이 형편없이 꾸겨졌다.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비룡대주께서는 정사를 통틀어 감히 당해낼 자가 없는 천하제일의 후기지수이겠지요.”
허나 당려옥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짐짓 애처롭게 몸을 어깨를 웅크렸다.
“허나 조심하세요. ‘진짜 천하제일인’을 만나고 나면… 그러한 명성 따윈 태양 앞의 반딧불처럼 불타 없어지고 말 테니까요.”
“…어찌 그리 확신하지?”
이벽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과장이 심하군. 의혈맹주는 분명 천하십대고수이지만, 천하제일인이라 할 수는 없다.”
“간단해요. 저로서는, 저희 당가로서는 그분보다 강한 누군가를 본 적도 없고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
“그래요. 대주께서는 절대로 납득하실 수 없으시겠죠. 그러시다면 차라리 더 늦기 전에 이대로 정파무림을 떠나세요. 그것이… 소녀가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충고이자 보은이랍니다.”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하아, 당려옥이 뜨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섬세한 속눈썹 사이로 촉촉이 젖은 눈빛이 이벽을 향했다.
“…사실은 조금 슬프네요. 왜 우리는 서로 싸워야 했던 걸까요? 이런 식으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소녀는 어쩌면…….”
빠악!
“아이씨, 진짜.”
공손수가 당려옥의 머리를 후려쳤다.
“듣자 듣자 하니까 이게 왜 자꾸 역겹게 가련한 척을 해? 뒤질라고 진짜. 경고하는데 우리 오라버니 앞에서 헛짓거리 하지 마요. 토할 거 같으니까.”
“…….”
당려옥이 시선이 공손수를 향했다.
천하제일 후기지수건 뭐건, 풋내나는 사내 하나 구워삶는 건 일도 아니다.
헌데 이 계집이 방해가 된다.
“눈 깔아요, 안 깔어? 어쭈? 려옥아, 려옥아! 정신 차려! 너 이러다 숨져! 지금 내공도 못 쓰잖아!”
공손수가 급격하게 흥분했다.
그 순간, 당려옥의 머릿속에서 생각 하나가 번뜩였다. 눈앞의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를 읽는다. 어쩌면…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추하군요.”
당려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호가호위인가요? 등 뒤의 비룡대주를 믿고서 함부로 나서는 모양인데, 여인이기 이전에 한 명의 무인으로서 부끄럽지도 않나요?”
“…하, 이게 진짜.”
그 순간, 공손수의 오른팔이 움직였다. 소매 안에서 비수 한 자루가 뱀처럼 흘러나왔다.
덥석.
이벽이 얼른 그 팔을 붙들었다.
“진정해라. 해쳐선 곤란하다.”
“…후우, 하아.”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공손수가 심호흡했다. 이내 억지웃음을 만들어내며 이벽을 돌아보았다.
“걱정 마세요, 오라버니. 그렇게까지 생각이 없진 않으니까요. 저 공손수예요. 아시잖아요?”
“…….”
“하지만 아무래도 이 여자, 아직도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 것 같지 않아요? 제 생각에는 저희 암영각의 방식으로 ‘추가적인 심문’이 필요할 것 같은데.”
“…꼭 그래야만 하겠나?”
“걱정 마세요. 물론 죽이지도 않고, 별로 다치지도 않을 거예요. 상처를 내지 않고도 정보를 토하게 하는 법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요. 오라버니는 잠시 바깥에 나가 계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하! 고문이라도 할 생각인가요? 역시 사마외도답군요. 그런 식으로 내게서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
비룡대주는 망설이는 듯했다.
당려옥은 짐짓 의연한 표정을 꾸며내는 한편, 비룡대주가 제안을 승낙하기를 간절히 마음 졸였다.
“괜찮아요, 오라버니. 안 죽인다니까요? 그래도 여인인데 사내 앞에서 험한 꼴을 당하게 하긴 좀 그렇잖아요?”
“…알겠다.”
이내 고개를 끄덕인 이벽이 시선을 돌려 당려옥을 향했다.
“가급적 너무 늦기 전에 우리에게 협력을 해줬으면 좋겠군. 그럼.”
저벅저벅.
돌아서서 방을 나섰다.
‘되었다!’
당려옥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어느덧 내력의 흐름은 거의 완벽하게 회복이 된 상황이었다.
고로 이 멍청한 계집을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니며, 잘하면 인질로 삼아 이곳을 벗어날 수도 있다.
“자, 그럼.”
이내 둘만 남게 된 방 안에서 공손수가 다시 당려옥을 향했다. 화사한 미소를 짓는다.
“당 소저? 역시 이름 높은 여협답게 말은 잘하던데… 그럼 어디 한 번 여인들끼리 찐하게 친목 도모하는 시간 가져볼까요?”
“…….”
당려옥은 짐짓 창백한 안색을 꾸며내는 한편, 소매 안에서 은밀하게 침통을 어루만졌다.
‘한순간이면 충분해.’
툭, 손끝으로 마개를 열었다.
“자, 어디 보자. 뭐부터 시작하면 좋으려나~”
그리고 공손수의 손이 품 안으로 향했다. 시선이 잠시 당려옥에게서 떨어진 찰나의 순간이었다.
‘지금!’
후욱.
당려옥이 소매를 휘저었다.
그 순간, 내력을 실은 세 자루의 침이 동시에 공손수에게로 쏘아졌다.
말 그대로 손을 뻗으면 닿을 지근거리에서 던져진 침이며, 심지어는 세 방위를 동시에 점했다.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려옥은 그렇게 생각했다.
훅.
“어?”
허나 그때, 공손수가 ‘사라졌다’.
당려옥이 벙찐 목소리를 내었다.
말 그대로, 보는 눈앞에서 공손수의 형체가 한순간에 자취를 감춘 것이다.
쿵!
“아야야…….”
우측에서 목소리가 들린 순간, 당려옥은 황급히 고개를 틀었다. 주저앉아 어깨를 주무르는 공손수를 발견했다.
“어, 어떻게 된…….”
“깜짝 놀랐네. 무심코 전력으로 튀었다가 벽에 박았잖아요. 어깨 나갈 것 같아…….”
타다닥.
그리고 당려옥이 날려 보낸 침들이 한발 늦게 맞은편 벽에 날아가 꽂혔다.
“그보다 지금 뭐예요?”
공손수가 말했다.
“…뭐가요?”
“설마 진심으로 던진 게 고작 이 속도인 건 아니죠? 그쵸? 내가 빈틈을 지나치게 보여서 방심한 거죠?”
“아니, 방심 안 했는데…요?”
두 사람은 서로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 비슷하게 혼란스러운 표정 속에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상하다. 삼봉이 이럴 리 없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저기, 아직 몇 자루 남아있죠? 다시 던져봐요. 연습 좀 더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