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192)
198화. 승리, 그리고
콰아아앙!
다시 거리가 벌어지자.
맹철극은 당연하다는 듯 먹구름을 일으켰고, 먹구름은 벼락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탓, 타앗.
이벽은 재차 경신법을 펼쳤다.
맹철극의 도의 움직임을 읽어냄으로써 벼락을 피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허나 이대로 시간이 지나 장내의 뇌기가 누적된다면 조금 전과 같은 절초를 맛보게 될 것이다.
허나 물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도 못한 채 초식에 휩쓸렸던 조금 전과는 경우가 다르다.
충분히 대비한다면.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무의미한 도박이었다.
고로 이벽은 그보다는 가능성이 높은 ‘다른 도박’에 걸어보기로 했다.
콰앙, 콰아아앙!
벼락은 계속해서 몰아쳤다.
이벽은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후우욱.
그 순간, 청강유엽공이 휘어졌다.
이벽의 몸 안에 흐르는 내력의 흐름이 변화하며, 이내 만월무변심공의 경로를 따르기 시작했다.
허나 그 말인즉슨.
청강유엽공의 내력에 근간하는 청강유엽신법을 더는 펼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따라서.
멈칫.
이벽의 발이 멈추었다.
“허억……!”
군중 속에서 거친 호흡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승부를 포기해버린 듯한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허나 그때, 이벽의 검에는 이미 달빛을 닮은 강기가 서려 있었다.
콰아아앙!!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벼락이 이벽의 머리 위로 내려쳤다.
팔절구궁필법(八節九宮筆法).
만월(滿月).
허나 그 순간.
이벽의 머리 위에 달이 떴다.
쏟아진 벼락이 달에 가로막혔다.
파지지직.
“…크윽!”
이벽은 인상을 찌푸렸다.
만월의 초식 안에 일시적으로 벼락을 가두었다. 허나… 뇌기는 물론 잠자코 갇혀있으려 하지 않았고, 달을 찢어버리려 했다.
반발은 예상보다도 거세었다.
콰앙, 콰앙, 콰콰콰앙—!!
그리고 심지어.
그 위로 다시 서너 번의 벼락이 연달아 내리쳤다. 단숨에 뇌기가 몇 배로 불어나자 이벽은 이를 악물었다.
파직, 파지지직!
마침내 뇌기가 역류를 시작했다.
검을 타고 이벽의 팔로 스며든다.
‘…한계로군.’
이벽은 이를 악물었다.
허나 이대로 놔버릴 순 없었다.
대기 중에 방전된 뇌기는 결국 애써 가둬놓은 적의 힘을 다시 돌려주는 꼴이다. 고로.
이벽은 불과 며칠 전, 초연서가 전해준 팔절구궁필법의 ‘세 번째 초식’을 떠올렸다.
만월과 삭월을 동시에 펼친다.
원(圓)과 선(線)의 검로를 동시에 펼치는 것은 얼핏 말이 안 되는 일처럼 느껴졌다.
허나.
목천의 영역 속에서 불가능한 일은 때로 가능해지기도 하며, 두 초식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검술이다.
파지직, 파직!
달이 서서히 크기를 줄였다.
작아지고 작아지며 한계까지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내 주먹만 한 크기의 점이 된 순간.
팔절구궁필법(八節九宮筆法).
삭월(朔月).
파아아아앙!
검끝이 쏘아졌다.
그것은 삭월이되 만월이었으며.
동시에 어느 쪽도 아니기도 했다.
만월 속에 작은 점으로 압축된 뇌기는 삭월을 타고 푸른 섬광이 되어 함께 쏘아져 나갔다.
그 끝에는 물론.
맹철극이 서 있었으며.
호신강기를 두르지 않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찰나의 순간, 쏘아진 뇌기가 공간을 점하여 맹철극의 빈 가슴을 두드렸다.
파지지지지직!
“……!”
섬광과 굉음 속에서 맹철극의 몸이 마구 경련했다. 어깨가 들썩였고 손발이 엉망으로 꼬여 들었다.
신음 따위를 흘리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충격을 입은 모습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즉, 뇌기가 양날의 검이리라는 이벽의 추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비틀.
이내 맹철극의 몸이 흔들렸다.
탓, 이벽은 그 즉시 땅을 박찼다.
놓쳐선 안 될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허나 이벽의 몸 역시 적잖이 넝마가 된 상태였으며.
또한 아직까지 만월무변심공의 내력을 쓰고 있었기에 경신법은 역시 제 속도가 나지 않았다.
콰앙, 콰아앙—!!
다시 벼락이 떨어졌다.
퍽 다급한 모양새였다. 허나.
후욱, 그 순간 이벽의 검이 다시 만월 속에 뇌기를 가두었고 삭월을 뻗었다.
‘…달빛.’
쏘아지는 섬광은.
한 줄기 달빛을 닮았다.
팔절구궁필법(八節九宮筆法).
잔월(殘月).
파지지지직!!
마침내 이벽은 팔절구궁필법의 세 번째 초식의 이름을 명명했고, 그러자 일련의 과정은 더욱 쉬워졌다.
모여든 벼락이 다시금 맹철극에게로 쏘아졌다. 훅, 허나 맹철극 역시 두 번 당하지는 않겠다는 듯 재빨리 몸을 피했다.
파츠츠.
섬광이 맹철극을 빗맞혔다.
허나 그것만으로도 뇌기는 충격을 남긴 듯, 맹철극의 몸이 일순 경직되었다.
타다닷.
그리고 그사이.
마침내 거리가 좁혀졌다.
후우욱.
그러자 그 순간, 다시 먹구름이 흩어지며 검은 기운이 맹철극의 몸을 두르기 시작했다.
즉, 벼락을 포기한 것이다. 허나.
‘…지금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벽은 더 이상 맹철극이 호신강기를 펼치는 것을 허락할 생각은 없었다.
이벽은 만월무변심공을 휘었다.
청강유엽공을 일으켰다. 그리고.
타앙!
그 순간, 이벽의 몸이 잔상처럼 늘어났다. 취풍신개에게서 착안한 ‘쾌보’가 펼쳐진 것이다.
속도는 쏜살과 같았으며.
뻗어진 이벽의 검이 맹철극의 몸을 스치는 것은 호신강기가 형성되는 속도보다도 빨랐다.
터어엉.
“……?”
허나.
맹철극의 허리를 벤 순간, 이벽은 당황했다.
채 강기가 막아서기 전 맨몸을 베었음에도 검끝에 스친 감각은 이상하리만치 뭉툭했다.
‘…이건 대체?’
타아앙.
허나 그 순간, 맹철극이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생각은 나중 문제다.
이벽은 얼른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저 위로 날아오르는 맹철극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
그것은.
궁지에 몰리자 구름이 내려오는 속도를 기다리다 못해 스스로 구름 속에 뛰어드는 모양이었다.
파직, 파지직.
이내 맹철극의 모습이 구름 안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구름이 다시 뭉쳐 들기 시작했다.
허나 그 역시 내력의 통제력이 슬슬 한계에 달한 듯, 구름은 좀처럼 호신강기의 형체를 갖추지 못했다.
콰르릉, 콰릉!
“…핫.”
이벽은 작게 웃었다.
적은 머리 위에 있다.
여기까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공교로울 만큼 자신에게 유리한 형세였다.
당평세의 만천화우를 생각했다. 이벽에게는 이미 암기의 구름을 뚫고서 올라섰던 경험이 있었다.
따라서 그 무엇도.
그 어떤 검은 하늘도.
날아오르려 하는 자신의 머리 위를 가로막을 수는 없다. 마침내 이벽은 절초를 떠올렸다.
청강유엽검식(淸江流葉劍式).
창공비검(蒼空飛劍).
훅, 이벽의 몸이 솟구쳤다.
여섯 개의 묘리가 검과 몸과 발을 관통했으며, 동시에 검과 몸과 발의 경계가 사라졌다.
이벽은 창공으로 나아갔다.
콰아아앙!
허나 그 순간, 벼락이 내려쳤다.
날아오르기 시작한 나뭇잎을 떨어뜨리기 위해, 먹구름은 남은 뇌기를 마구 쥐어 짜냈다.
파츠츠츠.
허나 벼락은.
오히려 나뭇잎에 찢겨졌다.
솟구치는 이벽의 검끝에서 몇 가닥으로 ‘베어진’ 벼락은 부질없이 사방으로 흩어져버렸다.
콰앙, 콰앙!
같은 일이 두어 번 반복되었다. 그리고 이내 이벽의 신형이 먹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훅.
“…….”
그리고.
장내에는 다시 정적이 내렸다.
말 그대로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승부를 벌이던 두 사람 모두가 급기야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숨 막히는 적막이 계속 이어졌다.
그것은 반 각 정도의 시간이었으나, 혹은 그보다 훨씬 길거나 짧은 순간이었을 수도 있다.
시간 감각은 엉망이 되었다.
모든 군중들이 숨을 죽였다.
파아아앙!
그리고 마침내.
먹구름이 흩어졌다.
모두가 잊고 있었던 정오 무렵의 맑은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었으며, 그리고 모든 이들은 보았다.
“……!”
눈 부신 태양 아래.
날아오른 비룡대주의 검이 맹철극의 왼쪽 가슴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었다.
* * *
후우욱.
흩어진 구름 속에서 나타난 두 인영이 서서히 하강을 시작했다. 이내 지면으로 내려왔다. 허나.
쿠우웅.
누군가는 널브러졌고.
타앗.
누군가는 두 발로 착지했다.
물론, 전자는 맹철극이며 후자는 이벽이었다. 슥, 그리고 이벽이 맹철극의 가슴에 꽂힌 검을 도로 회수했다.
풀썩.
맹철극의 몸이 뽑히는 힘에 들썩였다.
그리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
마침내 결과는 판가름이 났다.
심장을 꿰뚫리고서 살아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한동안 침묵은 깨지지 않았다.
반 시진 남짓 펼쳐졌던 비무는 이미 군중들의 상식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그리고.
결말마저도 그렇게 되었다.
신 사패련의 출발을 알리기 위한 개파식에서 사패련주 맹철극이 죽어버렸고, 비룡대주가 승리했다.
많은 예정들이 무의미해졌고.
누구도 다음을 예측할 수 없었다.
“…….”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이벽은 홀로 호흡을 추슬렀다.
잠시 맹철극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으며, 이렇다 할 표정은 없었다.
허나 호흡 또한 없었다.
광서무림의 패자는 가슴이 꿰뚫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끝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몇 가지 의문은 남았지만.
어쨌건 싸움은 끝났다. 이벽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끝난 게 아니다.’
어떤 의미로는.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벽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맹철극이 죽었소.”
그리고 입을 열었다.
움찔, 그 순간 멈춰있던 시간이 깨어지듯 군중들이 반응했다. 서늘한 동요가 번져갔다.
“도적을 죽였으니, 나는 ‘사패련주’의 뜻을 이어받아 사파무림의 질서를 다시 바로 세우려 하오만. 혹시 이에 반하는 사람이 있소?”
“…….”
“미리 말하건대, 나를 죽이고자 한다면 지금과 같은 기회가 다시 찾아오기는 힘들 거요.”
흑천방이나 녹림, 혹은 혈교.
이벽은 그 어딘가에 맹철극에 버금가는 고수가 숨어있을 수도 있으리란 가능성을 생각했다. 허나.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았다.
일찍이 흑천방을 지지했던 세력들은 물론, 흑천방의 제자들조차 감히 지친 이벽을 상대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일각 정도가 지났다.
짝, 짝짝.
“비룡대주, 훌륭하오!”
마침내 정면의 차양 아래에서 누군가 손뼉을 치며 외쳤다. 암영각의 동촌장 목일령이었다.
짝, 짝짝짝.
“비… 비룡대주 만세—!!”
“흐, 흑천방을 몰아내라!!”
여기저기서 환호가 번져갔다.
패왕가주 혁군악이 패배하여 목숨을 잃었으나 비룡대주 이벽이란 작은 ‘불씨’가 살아남았고.
기어코 그 불씨는 검은 하늘을 뚫고 날아올라 사방으로 거세게 옮겨붙기 시작했다.
“…….”
이벽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혈교와 녹림, 그리고 흑천방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얽혀있으며, 누구를 죽이고 살려야 하는지는 퍽 복잡한 문제가 될 것이다.
허나.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것은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된다. 마침내 이벽은 조금 마음을 놓았다.
살아남았다. 그러므로.
언미희를 향하려 했다. 그러나.
덥석.
바로 그때였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누군가’의 손이 이벽의 발목을 붙들었다. 물론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것은 맹철극의 손이었다.
“……!”
카앙!
이벽은 그 즉시 검을 휘둘렀다. 허나 맹철극의 팔은 베어지지 않았다.
호신강기 따윈 없었으나, 흡사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검이 튕겨 나왔다.
파지지직.
“…크!”
그리고 붙들린 발목을 통해 뇌기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벽은 내기를 일으켜 저항했다.
스으으.
그 틈을 타 맹철극이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심장을 관통당했고, 숨을 거두었으나 기어코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
이벽은 그 순간.
일전을 벌이던 내내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던 맹철극에게서 감돌던 찜찜함의 정체를 이해했다.
맹철극은 죽었다.
허나 그것은 어쩌면.
이벽의 검에 죽은 것이 아니라… 이벽과 싸우기 오래전부터 ‘이미 죽어있었던 것’이다.
“…강시?”
이벽이 말했다.
콰아아앙!
그 순간, 맹철극이 와락 달려들었다. 온몸으로 이벽을 덮쳤으며 하나로 엉킨 몸이 땅을 뒹굴었다.
터억.
“큭……!”
접촉과 동시에 뇌기가 감돌았다.
이벽은 결국 맹철극의 몸에 깔리고 말았으며, 그 즉시 맹철극의 주먹이 훅 들어 올려졌다.
이벽은 있는 힘껏 내력을 쥐어짰다. 내려찍어지는 맹철극의 주먹을 막아서려 했다.
퍼어어어억.
허나.
맹철극의 주먹은 이벽이 아닌 그 옆의 맨땅을 두드렸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그 순간, 땅이 무너졌다.
일 장 너비 가량의 시커먼 구멍이 나타났다.
“……!”
그것은 마치.
누군가가 미리 준비해둔 듯한 모양새였다.
덥석, 그 순간 맹철극이 다시 이벽을 붙들었다. 그리고 구멍 안으로 함께 뛰어들었다.
이벽은 저항하려 했으나 그 힘은 무지막지했으며 뇌기로 인해 제힘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후우욱.
이내 두 인영이 추락을 시작했다.
그것은 죽은 이가 산 이를 길동무 삼아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모양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