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280)
286화. 뜻밖의 개입 (1)
“고맙네, 비룡대주.”
남궁천승이 말했다.
“자네 덕택에 좀 더 높이 나는 법을 한 수 배웠네. 자네에게는… 언제나 신세를 지는군, 그래!”
후욱, 콰아아아아앙!
‘…위험!’
다음 순간, 이벽은 위험을 직감했다. 허나 채 힘을 거둘 새조차 없이, 남궁천승의 날개가 힘껏 펼쳐졌다.
챙그랑, 콰지지지지직!
그 주변을 감싸고 있던 적파도결이 마구 으깨어졌고, 사방으로 광풍이 몰아닥치며 이벽의 몸이 훅 밀려났다.
지끈.
“큭……!”
이벽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날개가 일으키는 칼바람에 주변을 장악하고 있던 나뭇잎들이 훅 밀려나며 충격이 스친 것이다.
허나 치명적이지는 않다.
후욱.
이벽은 밀려나는 몸을 멈추는 한편, 빠르게 심신을 가다듬었다. 지금의 승기를 놓쳐선 안 된다.
“……!”
멈칫.
허나 다시금 남궁천승을 마주한 순간, 이벽의 눈이 흔들렸다.
조금 전까지 창백하게 일그러져 있던 남궁천승의 안색은 삽시간에 평온함을 되찾고 있었다. 또한.
펄럭.
“어떤가? 퍽 근사하지 않나?”
남궁천승의 등 뒤로는 무려.
세 쌍의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펄럭.
좌우 세 장씩, 도합 여섯 장의 날개가 허공을 휘저었고 묵직한 바람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공격? 아니, 이건…….’
이벽은 당황했다.
남궁천승의 변화는 지나치게 급작스러웠고, 고로 다음으로 취할 행동에 대해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허나.
훅.
“핫! 뭘 지켜보고 있나?”
이내 곧 판단을 내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
“……!”
쐐애애액.
여섯 장의 날개가 다시 한번 허공을 휘저은 순간, 남궁천승의 몸이 직선으로 쏘아졌다.
그것은.
청성제일검 공능자를 떠올리게 할 만한 속도였으나, 물론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검과 검이 부딪힌 순간, 가공할 무게가 이벽의 온몸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갔다.
비틀.
이벽의 신형이 흔들렸다.
“허헛! 조금 전까지는 내 실례가 많았네! 허나 지금부터는… 아주 재밌어질 걸세!”
허나 물론 시작에 불과했다.
“…큭!”
이벽은 서둘러 균형을 회복했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앙.
그리고 이내 두 개의 검이 다시 뒤엉키기 시작했다. 검신이 맞부딪힐 때마다 우레와 같은 굉음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콰아아아아앙.
이벽은 이를 악물었다.
기세는 태산처럼 무거웠으나.
움직임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세 쌍의 날개에서 나오는 기민하고도 웅혼한 움직임은 분명 가벼움과 무거움의 묘리를 완벽하게 녹여낸 제왕의 검이었다.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그러한 검을 상대로.
도살지도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본래 도살지도란 상대의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는 연격에 핵심을 둔 검공이었다.
허나.
천하제일의 중검을 상대로는.
매 충돌마다 번번이 초식의 흐름이 끊어졌고, 제 기세를 이어갈 수가 없다.
쩌저저저적.
그나마.
위기의 순간마다 이벽은 허공에 몇 자루의 적파도결을 일으켜 쏘아 보냄으로써 간신히 남궁천승을 견제해내었다.
챙그랑!
“핫! 마치 날벌레와 같군!”
허나 그마저도.
여섯 장이나 되는 날개의 수비를 파고들지 못한 채 번번이 으깨져버렸으며, 파편조차 바람에 쓸려 날아가 버렸다.
‘…이상하군.’
‘날개가 늘어났다’는 것은.
즉, 다룰 수 있는 등천의 영역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이며, 상단전이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허나 그와 같은 ‘급격한 확장’이 고작해야 전투 중의 작은 깨달음만으로 가능한 일인지, 이벽은 알 수 없었다. 또한.
후우우우우, 서걱.
“……!”
이벽의 옷자락이 베어졌다.
쏟아지는 검을 분명히 쳐냈음에도 날개가 일으키는 ‘바람’이 자신의 영역을 훑고 지나간 것이다.
불현듯 ‘풍마’의 그림자가 스쳤다.
‘…아니, 생각은 나중이다.’
콰아아아아아앙.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눈앞의 남궁천승은 최소한 영역을 다루는 범위에 있어서는 능히 천하십대고수에 필적하는 수준이 되었다.
쩌저저저적, 콰아아앙!
적파도결조차 그저 잠깐의 빈틈을 만들어낼 뿐, 제대로 된 상처를 입힐 수는 없었다.
철컥.
이내 이벽은 검을 고쳐잡았다.
충격이 누적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대로 근접전을 이어가야 한다면, 도살지도보다는 청강유엽검식을 펼치는 쪽이 단연코 유리하다.
허나 그것은 즉, 적파도결의 기예를 이용한 견제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일종의 도박이었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선택?’
허나 그 순간.
이벽은 고개를 내저었다.
혜공의 도움으로 말미암아, 이벽은 지니고 있던 세 종류의 심법을 하나의 흐름으로 녹여내는 데에 성공했다.
즉, 그렇다면.
도살지도가 아니더라도.
같은 종류의 내공에 근거하고 있는 이상 청강유엽검식과 적파도결을 ‘동시에’ 펼치지 못할 이유 또한 없는 것이다.
“……!”
콰아아아아아아앙!
“하핫! 조금 전까지의 위세는 어디로 갔나 비룡대주?! 고작 그 정도로 대 남궁세가를 없앨 수 있다고 장담했나?!”
훅, 콰아아아앙.
그 순간, 남궁천승의 검이 파고들었다. 또다시 도살지도의 맥을 끊어버렸다.
휘릭, 카아아앙.
허나 그때 회수되는 이벽의 검이 곡의 묘리로 휘어졌다.
흠칫.
남궁천승의 눈가가 흔들렸다.
허나 물론, 변화한 이벽의 검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욱, 카가가가각.
이어지는 이벽의 검이 여섯 개의 묘리를 품으며 남궁천승의 검에 실린 무게를 깎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청강유엽검식이었으며.
나아가 창공비검이기도 했다.
콰아아아아앙.
한순간 이벽의 검로가 전혀 달라지자 남궁천승의 검이 갈피를 잃고 주춤했다.
후욱. 서걱.
그리고 이벽의 검이 유의 묘리를 그었다. 우수수, 남궁천승의 날개에서 깃털 몇 장을 기어코 떨어내었다.
쩌저저저저적.
그 순간, 바로 근처에서 적파도결이 일어났다. 깃털이 떨어져 나간 빈틈을 연달아 파고들었다.
퍼버버벅!
“…크윽!”
남궁천승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나 또한 고맙소, 가주.”
그리고 이벽이 말했다.
“가주께서 쉬이 쓰러지지 않은 덕분에… 나 역시 근래의 깨달음이 정리가 되고 있는 것 같소.”
* * *
콰아아아앙!
“…커억!”
철면개가 피를 뿜었다.
“오호홋! 천하의 개방주가 고작 이 정도인가요?! 아, 혹시 스승이 경신법은 안 가르쳐주던가요?”
“…크으, 닥쳐라, 이년!”
후우우욱.
이를 악문 철면개가 힘껏 타구봉을 휘둘렀다. 허나.
“오호홋! 어림도 없죠!”
빈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그 순간, 이미 남궁하연의 신형은 저만치로 날아오른 후였기 때문이다.
콰아아아앙.
이후, 두 사람 간의 접전이 반복되었다. 허나 철면개의 몽둥이는 번번이 허공을 갈랐다.
철면개에게는 경신법에 쏟을 내력이 남아 있지 않았고.
남궁하연은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더욱 철면개의 힘을 소모시켰다.
콰아아아앙.
“허억… 허억! 쿨럭!”
“호호홋! 이쯤 되니 한심하다 못해 불쌍할 지경이군요! 쓸데없이 힘 빼지 말고… 슬슬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철면개가 재차 피를 토했다.
말마따나 슬슬 눈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승산 따위가 없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허나 물론, 물러설 수는 없다.
채앵, 채애앵. 콰아아아앙!
“크… 으아악―!!”
“갈! 동요하지 마라! 그리고 각자의 위치를 사수하라!! 절대로 진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
사방에서 난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소림의 십팔나한이 진을 이뤄 다수의 적을 묶었고, 집의당의 거지들 또한 분전하고 있었다.
보다 많은 적들을 상대로.
어떻게든 동수를 이루고 있다.
허나 이 요녀가 풀려나는 순간, 그 아슬아슬한 균형이 무너져버리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일 터였다.
휘익.
그 순간, 흐릿한 시야 너머로 다시금 남궁하연의 기척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후우우웅, 퍼억.
“헉… 크아아아압―!!”
철면개는 재차 타구봉을 휘둘렀다. 그리고 이번에는 최소한 빈 허공을 가르지는 않았다.
휘리리리릭.
“……!”
타구봉이 두드린 것은.
남궁하연의 ‘펼쳐진 소매’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소매가 철면개의 타구봉을 칭칭 휘감아버렸다.
“오호홋! 슬슬 끝내도록 하죠!”
“…크윽!”
그것은 조금 전, 비견개가 당한 것과 정확히 같은 모양새였다. 허나 물론, 이대로 당할 수 없다.
이내 철면개는 타구봉을 포기하고 나려타곤을 펼치려 했다.
휘리리릭.
“하! 그쯤이야 예측하고 있었죠!”
허나 그보다 먼저 남궁하연의 소매가 다시 움직이며, 타구봉과 철면개의 오른팔을 통째로 묶어버렸다.
“…크윽!”
철면개의 움직임이 봉쇄되었다.
“오호호홋! 개방의 ‘마지막 방주’의 목을 이 몸이 쳐내다니… 무인으로서 퍽 뜻깊은 일이군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후욱.
그리고 그제서야 남궁하연의 검이 뻗어졌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철면개가 이를 악물었다.
찰나의 판단 속에서 왼팔을 내뻗었다. 팔 하나를 잘리더라도 어떻게든 목숨을―
카아아아앙.
허나 그때였다.
남궁하연의 검이 튕겨 나갔다.
“……?!”
철면개의 눈이 흔들렸다.
‘검?’
갑작스레 나타나 남궁하연의 검을 막아낸 것은 마찬가지로 한 자루의 검이었다.
허나 그가 알기로… 소림이나 개방에는 검을 주 병기로 쓰는 제자는 없었으며.
무엇보다 남궁하연의 일검을 이토록 가볍게 쳐낼 수 있는 실력자 역시 없었다.
서걱.
다음 순간, 남궁하연의 공격을 막아낸 검이 철면개의 팔을 묶고 있던 소매까지 베어버렸다.
털썩.
힘이 빠진 철면개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흐릿한 시야 너머로 자신 앞을 막아선 등을 올려다보았다.
백색의 도복 위로.
수놓아진 ‘태극무늬’를 보았다.
“비켜, 거지 아저씨. 그러다 죽어.”
“……!”
철면개의 눈이 흔들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검을 뻗어 남궁하연의 공격을 쳐내고 자신을 구해준 이의 목소리는 놀랍게도 젊은 여인의 그것이었으며.
또한 높낮이가 옅은 그 독특한 음성은 철면개의 기억 속에서 이미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이기도 했다.
“…태극무봉?”
이내 흰 무복에 새겨진 태극 무늬를 바라보며 철면개가 말했다.
허나 철면개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다면… 그녀는 결코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휙.
그때였다.
그녀가 냉큼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런 식으로 불러?”
그리고 주저앉은 철면개를 내려다보았다. 철면개의 눈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표정이 흐릿한 그 흰 얼굴은 무려 오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다지 달라진 게 없는 듯했다.
“헛, 허헛!”
철면개는 웃었다.
태극무봉 송영영.
그녀는 무당의 장문인이자 정도맹주인 태극검존의 하나뿐인 직전제자였다.
또한 과거, 비룡대의 일원으로서 얼마간 비룡대주와 함께 무림을 주유했던 시간도 있었다.
물론, 남궁세가를 칠 때도 함께 했었다.
“이거… 실례했군. 미안하오, 송 소저. 너무 오랜만인지라… 후우, 나도 모르게 말이 헛나왔소!”
“응, 그래. 거지 아저씨.”
정도맹과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녀 역시 ‘아군’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철면개는 우선 반가운 마음이 일었다.
휙.
“…가 아니라 소저, 조심하시오!”
허나 다음 순간 철면개가 외쳤다.
일보 물러선 남궁하연이 다시 거리를 좁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어머나.”
허나 남궁하연은 검을 뻗지 않았다. 멍한 얼굴로 송영영을 바라보다가 돌연 몸을 배배 꼬았다.
“이를 어쩌나…? 기대도 안 했는데 갑자기 어여쁜 소저가 선물처럼 나타났네…? 가슴 떨려라!”
“…기분 나빠.”
“실례했어요. 호홋! 저는 남궁세가의 이장로 남궁하연이라 한답니다. 꽃처럼 아리따운 소저께선 누구신가요?”
“바보야? 내 옷 보면 알잖아.”
“…그게 무슨?”
흠칫.
말을 꺼내다 말고 남궁하연의 표정이 흔들렸다. 그제야 상대의 얼굴이 아니라 옷 위에 새겨진 태극 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