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358)
366화. 취풍쾌검 (2)
휙.
맹우강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곳에는 당연하다는 듯 이벽의 뒷모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부르르.
맹우강의 눈이 흔들렸다.
불과 방금 전까지, 이벽은 흡사 나무와 같은 형태의 금강불괴에 틀어박힌 채 제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고로 맹우강은.
그 위로 가진 모든 기예들을 쏟아부으며 어떻게든 그 빈틈을 찾으려 했다.
뇌기의 직접적인 공격은 놈에게 효과가 없다. 허나.
그렇다고 한들, 충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어느 정도 빛을 발하는 듯했다.
쩌저저적.
허나 한순간.
나무가 갈라짐과 동시에 이벽의 신형이 빗발쳤고, 맹우강의 눈은 그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심지어는.
일전이 시작된 이래 줄곧 이벽의 발목을 잡아끌었던 천뢰지망(天雷之網)의 기예조차… 놈을 붙들지 못했다.
주르륵.
그리고 그 대가는.
날카로운 통증으로 돌아왔다.
슥.
맹우강은 왼쪽 옆구리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점혈을 통해 피를 멈추었으나 상처는 얕지 않았다.
베이는 그 순간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허나.
‘…한 번은 우연일 수 있다.’
슥.
맹우강은 조용히 손을 뻗었다.
콰릉, 파지지지지직!
다시, 이벽의 주변으로 벼락이 빗발쳤다. 도의 파편들 사이로 뇌기의 매듭이 형성되며 천뢰지망의 기예가 발동되었다.
파지지지지직, 훅.
“…헉!”
허나 그 순간.
또다시 이벽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니, 그러나 맹우강은 눈을 부릅 떴다. 설령 수세에 몰리는 한이 있더라도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야만 한다.
훅, 타아앙.
‘위다!’
미세한 기척을 감지했다.
안력을 집중하며 위를 향했다.
휘리리릭. 타아앙.
이내 이벽을 발견했다.
“……!”
그리고 그 즉시.
맹우강은 자신이 두 번씩이나 이벽의 움직임을 놓친 이유를 이해했다.
타아아앙.
그 몸짓은 물론 쾌속했다.
허나 기실 이벽은 처음부터 이미 ‘극쾌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즉, 속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더 빨라질 것도 없었다. 다만.
파지지지지직, 타앙!
지금, 허공 저만치를 누비며.
천뢰지망의 촘촘한 그물 사이를 빠져나가 버리는 그 기괴망측한 움직임은… 이미 ‘인간의 그것’이 아니었다.
‘뱀? 아니… 용?’
섬찟.
바로 그 순간, 거꾸로 선 이벽과 눈이 마주쳤다. 맹우강의 경각심이 경종을 울렸다.
타앙, 쐐애애액.
다음 순간.
이벽의 발이 허공을 한 번 튕겨내며 추진력을 만들어냈다. 허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타앙, 타아앙.
다시 무릎이 튕겨졌고.
허리가 튕겨졌으며, 어깨와 팔꿈치, 손목, 그리고 검을 쥔 손끝에 이르기까지.
이벽의 모든 관절에서.
추진력이 거듭 중첩되었다.
쐐애액, 훅.
“…큭!”
그리고 다음 순간, 이벽은 이미 맹우강의 지척에 이르러있었다. 그 끝에서 뻗어지는 검은 눈에 보이지조차 않았다.
파지지지지지직.
“크, 크하압―!”
맹우강은 뇌기를 방전했다.
생명의 위기를 직감한 순간, 남은 뇌기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물론, 뇌기만으론 이벽을 막기 어렵다. 허나.
후두둑, 쐐애애애액.
그와 동시에.
맹우강의 영역 곳곳에 퍼져있던 도의 파편들이 뇌기에 이끌려 일제히 끌어당겨졌다.
즉, 다시 말해.
무수한 개수의 ‘암기’가 맹우강을 노리는 이벽을 저지하기 위해 쏘아진 것이다.
“……!”
이벽의 표정이 흔들렸다.
허나 판단은 즉각적이었다.
파아아아아앙.
다음 순간, 맹우강을 향해 쇄도하던 이벽의 검신이 돌연 빈 허공을 두드렸다.
공기를 폭발시키듯.
검이 멈춰선 지점에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지척까지 다다랐던 파편들이 충격파에 떠밀려 다시 흩어져버렸다.
타앙. 쐐애애애애액.
또한 충격파는 추진력을 만들어내었고, 다음 순간 이벽의 신형은 거짓말처럼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말인즉슨.
극쾌의 속도를 유지한 채, 쏘아지던 몸이 단 한 순간 정반대의 방향으로 돌아선 것이다.
“…….”
그리고.
다시 일 장 밖으로 물러선 이벽과 맹우강이 서로를 마주했다. 허나 맹우강은 쉬이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욱씬.
맹우강은 통증을 느꼈다.
그저 충격파에 노출되었을 뿐, 검에는 닿지조차 않았음에도 충격이 몸 안으로 깃든 것이다.
물론, 조금 전의 일검을 허용했더라면… 그저 통증으로 끝나지는 않았을 터였다.
“거듭 고맙군, 맹우강.”
그리고 이벽이 입을 열었다.
“네 덕에 찾고 있던 ‘마지막 한 초식’의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
사라락.
이벽이 왼팔을 뻗었다.
그리고 나뭇잎이 그 위를 뒤덮었다. 다시금 나무의 기예가 펼쳐진 것이다.
허나.
나무가 된 것은 왼팔뿐이었다.
기예를 펼친다고 한들, 반드시 온몸이 한꺼번에 나무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매 순간 필요에 맞춰, 이벽은 몸의 일부만을 나무로 만들었고 다시 그 안에 형성된 ‘가상의 혈’을 통해 쾌보를 펼쳤다.
정중동(靜中動).
나무의 머무름(靜)을 통해.
쾌보의 나아감(動)을 중첩시킨다.
기예는 무리없이 작동했다. 또한.
나아가서는 그와 같은 ‘나아감의 중첩’이 모여 내뻗어지는 극쾌의 일검에 이벽은 ‘취풍쾌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침내 적진 한복판에서.
이벽은 예상치도 못하게 청강유엽공이 지닌 마지막 여섯 번째 묘리에 ‘알맹이’를 채워 넣은 것이다.
“…핫.”
마침내 맹우강이 웃었다. 허나 그 웃음에는 마침내 희미한 자신감마저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말인즉슨.
더는 천뢰지망으로 이벽의 발목을 붙들 수 없게 되었으며, 회심의 한 수였던 ‘파편의 회수’마저 허무하게 소모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물론.
이미 한 번 파훼해낸 기예에 당해줄 만큼, 이벽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내 맹우강은.
‘패배’를 직감했다. 허나.
“결국은… 이렇게 되는 건가. 뭐,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목숨에 미련따윈 없다.”
파지지지직, 타앙.
맹우강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주변으로 몰려들었던 도의 파편들이 다시 손안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타아아아아앙.
파편들이 뇌기에 의해 서로를 끌어당겼고, 이미 한 번 산산조각 났던 도가 순식간에 ‘본래의 형상’을 되찾았다.
철컹, 파지지직.
그리고 되살아난 도를.
맹우강의 손이 움켜쥐었다.
“그래, 뭘 하나 이벽? 승기를 잡았으면… 어서 이 승부의 마무리를 지어야 하지 않겠나?”
처억.
그리고 도의 끝이 이벽을 향해 겨누어졌다. 흑천방의 절기, 흑천뇌도의 기수식을 취했다.
뇌기의 기예가 모든 효용을 잃어버린 순간, 마침내 맹우강은 ‘근접전’을 택한 것이다.
“나 역시 좋아서 줄곧 이리저리 도망이나 다닌 건 아니니까 말이다. 어차피 안 된다면야… 마지막 정도는 제대로 붙어보고 싶군.”
“…….”
“아, 걱정은 마라. 갈 때 가더라도 순순히 죽어줄 생각은 없으니까. 잘하면 동귀어진 정도는 노려볼 수 있지 않겠나? 하핫!”
짐짓 태연한 표정을 했으나.
눈빛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맹우강.”
잠깐의 침묵 끝에 이벽이 답했다.
“너는… 정말로 알 수가 없군. 그만한 성취를 이룬 것도 물론 놀라운 일이지만… 애당초 정말로 마교도가 맞긴 한 건가?”
맹우강은.
천마신교에 잠식당한 의혈맹의 후기지수로서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허나 이벽은 생각했다.
지금껏 일전을 치르며 그에게서는 사악함이라 할 만한 기색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으며.
외려 그 힘에서 감도는 것은.
승려나 도인과 같은 현기였다.
“그런 구분이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나? 네 눈에 내가 마교도로 비추고 있다면 그것이 맞겠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그런가.”
이벽은.
새삼 목숨의 무게를 생각했다. 늘 그래왔듯이, 함부로 목숨을 거두는 것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허나 이곳은 전쟁터이며 상대는 이미 한 번 천하를 피로 물들였던 마교도이다.
본인이 부정하지 않는다면.
살려둘 여지 따윈 없었다. 다만.
“잘 알겠다. 그럼 이만 끝내지.”
타아아아앙.
마지막 대답과 동시에.
이벽이 다시 쾌보를 밟았다.
하다못해, 본인이 원하는 것과 같이 무인으로서 죽게 해주는 것 정도는 자신에게도 가능한 일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 * *
후우우욱, 퍼어어어어억.
비무대 한켠을 장악한 거대한 용권풍 속에서 두 거한의 신형이 함께 흩날렸다.
이리저리 바람 속을 노닐며.
뒤엉키고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콰아아아아앙, 퍼억!
“크아아아아악! 이노오오옴―!”
“하핫, 다 좋은데 흥분이 좀 과하신 거 아닌가요? 조금 전까지의 점잖으신 소협은 다 어디 갔대?”
물론, 황보준과 혁대웅이었다.
본래 두 사람은 바람에 둘러싸인 한가운데의 중심에서 일전을 펼치고 있었으나.
조금 전, 자처하여 황보준의 주먹을 허용한 혁대웅의 신형이 그대로 바람 속에 말려 들어갔고.
사라라라락.
이후, 청강유엽공으로 말미암아 혁대웅은 바람을 타며 황보준을 농락하다시피 했다.
그러자 황보준 또한 스스로 용권풍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렇게 지금에 이른 것이다.
콰아아아아앙, 퍼어어억.
“핫, 지금 건 좀 아까웠다, 그쵸? 조금만 더 깊이 들어왔으면 한 대 맞아줄 수도 있었는데!”
“닥쳐라, 이노옴―! 내 반드시 네놈의 혓바닥을 산채로 잡아뽑은 뒤 소금에 절여 씹어먹어 주마―!!”
“으으, 그런 짓을 왜 해요? 황보세가의 소가주가 어려서 고기도 못 먹고 컸어요?”
“크악, 으아아아아아악!”
싸움의 양상은 혁대웅이 달아나면 황보준이 그 뒤를 추격하는 모양새였다.
혁대웅이 아무리 청강유엽공을 익혔다고 한들, 근본적으로 바람은 황보준의 영역이며.
따라서 혁대웅은.
종종 뒤를 따라잡히게 되었다.
퍼어어어억.
“크아아아악―!”
허나 공방이 부딪힐 때마다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외려 황보준 쪽이었다.
문제는 ‘공격범위의 차이’였다.
권법가인 황보준이 사정거리를 확보하려 하는 순간, 어김없이 혁대웅의 창이 뻗어져 왔으며.
그러한 일격을 피하건 막아내건, 그 사이 혁대웅은 이미 다시 저만치로 거리를 벌린 후였던 것이다.
퍼어어어억.
“으아아아아아악―!”
물론 황보준의 눈이 뒤집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허나 그렇게 십여 초의 허탕을 반복하자, 황보준의 가슴에는 서서히 서늘한 감각으로 번져갔다.
‘이길 수… 없다고? 이놈을?’
황보준 또한.
혁대웅이 여전히 전력을 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만큼의 바보는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이미.
너무 많은 추태를 보이고 말았다.
부르르.
황보준의 어깨가 흔들렸다.
기실 황보준이 정말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눈앞의 혁대웅이 아니라… 아버지 권왕의 분노였다.
흘끗.
혁대웅을 뒤쫓는 한편, 황보준의 시선이 뒤켠을 향했다.
“……?!”
허나.
권좌에 앉아있는 황보혁의 표정은 황보준이 예상하던 범주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권왕은 분노하지 않았다.
외려 옅은 웃음이 서려 있었다.
허나 그러한 웃음은 황보준이 살아온 지난 세월을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만큼 보기 드문 것이었다.
또한 그와 동시에.
그 미소가 향하고 있는 방향은 친아들인 황보준 자신이 아니라 저만치의 먼 하늘이었다.
‘대체 뭘?’
권왕의 시선을 따라 황보준이 고개를 돌렸다. 이내 그 끝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는 이벽과 맹우강을 발견했다.
‘…아, 안 돼!’
그 순간, 다시.
섬뜩함이 황보준을 스쳤다.
이따위 잡스런 싸움에 붙들려 있을 때가 아니다. 낙검신룡 이벽을 이 자리에서 해치우지 못하면.
어쩌면 정말로.
놈에게 ‘황보가의 후계’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황보준의 뇌리를 사로잡았다.
타아앙.
다음 순간.
황보준은 혁대웅을 머리에서 지워버렸다. 바람 속을 벗어나 중심지대로 다시금 몸을 빼냈다.
“크… 하아아압―!”
힘껏 온몸을 움츠러트렸다.
휘오오오오.
그와 동시에 주변을 감싼 용권풍의 넓이가 급격히 압축되며 다시 황보준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투웅.
“…어라?”
한 순간, 용권풍이 축소되며 바람 바깥으로 튕겨나간 혁대웅이 당황한 소리를 내었다.
타앙, 후우우우욱.
허나 그때 황보준은 이미 땅을 박차며 몸을 날린 후였다. 물론 그 주변을 감싼 용권풍 또한 함께 쏘아졌다.
휘오오오오.
용권풍이 비무대를 가로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