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368)
376화. 예상 밖의 정체 (4)
콰아아아아아앙.
“…크으!”
혁대웅이 입술을 깨물었다.
후우우우웅.
전면을 향해 뻗어진 창대가 회전하며 원을 그렸고 그 위로 물레바퀴의 형상이 겹쳐졌다.
전륜패왕창 집륜.
패왕가의 뿌리를 이루는 초식으로, 회전의 힘을 축적함과 동시에 그 자체로 철벽의 방패를 이루는 견고한 수비 초식이기도 했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허나 지금 이 순간.
그 위를 두드리고 있는 것은 ‘집채만 한 바위’였다. 보다 정확히는 바위보다 단단한 비늘을 두른 뱀의 머리였다.
콰아아아아아앙, 움찔.
그리고 매 충돌의 순간마다.
혁대웅의 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초식으로 말미암아 대부분의 충격을 튕겨내었음에도 마치 온몸의 관절이 삐걱대는 듯했다.
단지 ‘막고 있는 것’만으로.
기력이 뭉텅뭉텅 소모되었다.
집륜의 초식으로 모여드는 회전의 힘보다 외려 소모되는 힘이 더욱 거세었던 것이다.
‘이래서야… 버텨도 의미가 없잖아.’
혁대웅이 이를 악물었다.
심지어 놈은 신중하기까지 했다.
단지 압도적인 무게와 힘으로 자신을 짓이기려 할 뿐, 섣불리 아가리를 벌려 이빨을 드러내진 않았다.
당가에서의 일전에서.
자신을 집어삼키려다 되레 이벽에게 배후를 습격당해 ‘위아래로 짓이겨졌던’ 것을 잊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다음 순간, 마침내.
창대의 회전이 멈추고 말았다. 굉음과 함께 물레바퀴의 형상 또한 산산조각으로 흩어져버렸다.
후우우우웅.
물론 혈마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허나 그 즉시 파고든 뱀의 머리는 빈 허공만을 두드렸다.
타앗, 후우욱.
충돌의 순간 혁대웅은.
이미 땅을 박찬 후였으며.
기실 집륜의 초식 또한 파훼된 것이 아니라 혁대웅 스스로가 창을 거둔 것이다.
또르륵.
일순 뱀의 눈이 움직였다. 좌우의 눈동자가 따로 움직이며 혁대웅의 자취를 찾아 헤맸다.
허나 일대를 감싼 안개 속에서.
그림자는 쉬이 찾아지지 않았다.
“여기다, 이 뱀 새끼야―!”
그리고 혁대웅이 외쳤다.
찰나의 순간, 혁대웅은 이미 삼 장가량을 날아오른 채 저만치 허공에 머무르고 있었으며.
사라락.
또한 조각난 물레바퀴의 파편들은 나뭇잎이 되어 혁대웅의 몸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사아아아아아.
하늘을 향해 뱀이 울부짖었다.
투우우우우웅.
다음 순간, 똬리를 튼 허리가 곧게 펴지며 뱀의 머리가 용솟음쳤다. 삼 장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들었다.
사라락.
“하아아아압―!!”
허나 혁대웅이 한 발 더 빨랐다. 나뭇잎들이 일제히 회전을 시작했고, 극척의 초식이 쏘아졌다.
후우욱, 휘오오오오.
또한.
뻗어진 창끝으로 십여 자루의 그림자가 서로 갈라지며 여러 줄기의 충격파를 내뿜었다.
콰과과과아아아아앙―!
혈마의 머리를 두드렸다.
안개 속에서 흙먼지가 일었다.
콰아아앙, 콰과과아아앙.
충격파가 빗줄기처럼 마구 빗발쳤고 솟구치던 혈마의 머리가 주춤했다. 허나.
스으으으으.
공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회전의 힘이 바닥난 것이다.
“…….”
그리고 먼지가 걷히며, 그 너머로 비늘 몇 개가 벗겨진 흉측한 뱀의 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나 그뿐이었다.
꼿꼿하게 혁대웅을 주시하고 있는 뱀의 두 눈에는 충격을 입은 기색 따윈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스스스스.
심지어는 그 즉시.
비늘이 다시 채워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진짜 답이 없네.”
혁대웅이 작게 웃었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놈의 ‘입안’이 약점인 것은 기억하고 있었으나, 말했듯이 놈은 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고로.
혹여라도 존재할지 모를 ‘다른 약점’을 찾기 위해, 초식의 위력을 여러 갈래로 분산시켜 곳곳을 마구 두드려 본 것이다.
허나.
결과는 퍽 절망적이었다.
머리부터 꼬리에 이르기까지, 온몸이 강철과 같은 비늘로 이뤄진 뱀에게는 더 이상의 약점이란 없는지도 모른다.
사아아아아.
그 순간, 뱀이 혀를 날름거렸다. 가늘어지는 눈매는 마치 자신을 비웃는 듯했다.
“…이익!”
울컥, 혁대웅은 화가 치솟았다. 스승이 쓰러졌던 그날 밤의 무력함이 뇌리를 스친 것이다.
흠칫.
허나 다음 순간.
섬뜩함이 뇌리를 스쳤다. 황급히 창대를 우측으로 내뻗으며 다시 집륜의 초식을 펼쳤다.
후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거의 동시에.
안개 속에서 뱀의 꼬리가 모습을 드러내며 창대 위를 두드렸다. 후욱, 혁대웅의 몸이 밀려났다.
투우웅.
“…쿨럭!”
그리고는 안개 속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멈추었다.
기실 주변을 감싼 안개는 환야의 진법이며, 승부가 끝나기 전까지 혈마와 자신은 이 영역 안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전장의 아군들을 생각하면.
물론 다행한 일이었다. 허나.
‘정신 차려, 죽는다고 등신아!’
혁대웅은 스스로를 다그쳤다.
후우우우우웅.
다음 순간 재차 꼬리가 따라붙었다. 허나 혁대웅은 그 즉시 자리를 뜨며 어렵지 않게 피해내었다.
덩치가 압도적인 만큼.
놈의 기척 또한 육중했으며 힘과 무게를 제외한 어떤 묘리도 실려있지 않았다.
고로 집중이 흐트러지거나 혹은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수준의 공격이었다.
허나 물론.
피하기만 해선 적을 쓰러뜨릴 수 없다. 고로 ‘무리한 시도’를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없다.
“…….”
기실 접전을 지속할수록.
자신감은 빠르게 깎여나갔다.
패왕의 힘은 최소한 그 위력에 있어서만큼은 천하의 어느 누구에게도 결코 뒤처질 리 없노라 생각했다.
허나 그것은.
‘같은 무인’을 상대로 할 때의 이야기일 뿐, 천하의 대재앙을 상대로는 ‘모든 것을 막는 철벽’도, ‘모든 것을 궤뚫는 창’도 명백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
강세일변도의 힘이란.
언제나 더 큰 힘에 의해 짓눌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권왕의 주먹이 그러했고, 혈마의 뱀이 그러했다.
으득.
‘이게… 전륜패왕공의 한계인가? 결국 나 따윈 처음부터 원수를 갚을 수 없는 거였나?’
혁대웅은 이를 악물었다. 분함이 차올랐으나 스스로 눈을 가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이길 수 없다면.
다만 버티는 수밖에 없다.
허나 낙검진천신공에 의해 유도되는 내력에는 한계가 없을지언정, 심력은 그렇지 않다.
고로 이런 ‘거대한 영역’을 다루는 적을 상대로는 지구력의 승부조차 감히 승산을 점치기 어려웠다.
따라서.
가능한 힘을 아끼며, 이벽 혹은 다른 누군가의 조력을 기다리는 편이 ‘그나마 최선책’일 것이다.
‘…빌어먹을.’
허나 사형이 되어 사제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도움을 기다려야만 하는 처지가 퍽 한심하게 느껴졌다.
사아아아아아.
그리고 그때.
안개 저편에서 다시금 뱀의 머리가 뻗어져 왔다. 물론, 이번에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
“…아니, 아직은 아냐!”
혁대웅이 일갈했다.
후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다시 집륜의 초식을 펼쳤다. 회전하는 창대 위로 쇄도하는 뱀의 눈이 가늘어졌다.
후우우욱.
“크아아아압―!!”
허나 충돌 직전.
혁대웅의 동작이 변화했다.
돌연 발 하나를 뒤로 빼며 회전의 힘을 실은 창끝이 아래에서 위로 맹렬하게 용솟음친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뱀의 턱을 후려쳤다.
움찔.
뱀의 머리가 위로 틀어졌다.
휘청.
“…커윽!”
허나 혁대웅 또한.
수비에 치중하는 대신 뱀의 무게를 정면으로 맞받아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후우욱.
한 움큼의 피를 내뿜으며 이내 혁대웅의 몸이 아래로 추락을 시작했다.
스윽.
허나 사실 그 또한.
혁대웅의 노림수였다.
움찔.
“윽, 크윽!”
이를 악문 혁대웅이 추락하는 와중에 흔들리는 몸의 균형을 가까스로 되찾았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거대한 배’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 또한 빽빽한 비늘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다.
카가가가가가가각!
“하아아압―!!”
허나 혁대웅은 재차 창을 뻗었다. 외려 추락하는 힘을 이용해 뱀의 배를 긁으며 지상을 향했다.
여전히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으나, 끝끝내 어딘가에는 약점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
후우우웅.
그 순간 다시 꼬리가 휘둘러졌다.
휘리릭.
“하앗―!”
허나 그마저도 예측하고 있던 혁대웅은 그 즉시 허공에서 창대를 타넘으며 공중제비를 돌았다.
후우우웅.
꼬리는 혁대웅을 스치지 못한 채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후, 혁대웅이 호흡을 내뱉었다.
놈에게 공격수단은 머리와 꼬리, 단 두 종류뿐이며 공격과 공격의 간격 또한 짧지 않았다.
즉, 지금의 회피를 통해.
‘약간의 시간’을 번 것이다.
카가가가가가각.
혁대웅은 다시 창끝에 힘을 주었다. 혹여라도 존재할지 모를 약점을 찾아 안력을 집중했다.
덥석.
“……?!”
허나.
결과적으로 그것은 오산이었다.
다음 순간, 추락이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혁대웅은 밧줄에 구속당한 듯한 압박감에 휩싸였다.
“컥, 크윽―!”
허나 물론.
밧줄 따위로 혁대웅을 묶을 수는 없다. 기실 혁대웅을 붙든 것은 밧줄이 아니라 뱀의 몸통에서 자라난 ‘도마뱀의 발’이었다.
“…아 젠장할. 가지가지 하네!”
혁대웅이 허탈한 소리를 내었다.
조금 전, 도마뱀에서 뱀의 형태로 기예의 형태를 바꾼 혈마는 그와 동시에 발을 잃어버렸다.
허나 그렇다고 한들.
거대화한 뱀의 형태로 발을 사용하는 것이 꼭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미 몸을 구속당한 상태에서는, 창으로 어떻게 쳐내고 막아볼 단계를 지나버린 것이다.
콰드드드드득!
“큭, 크으으윽! 으아악―!”
그리고 그 즉시.
혈마의 발톱이 조여들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태산과 같은 압력이 혁대웅의 온몸을 짓눌렀다.
사아아아아아.
뱀이 웃음을 흘렸다.
승리를 확신했다. 물론, 사지를 봉쇄당한 인간의 육신 하나를 짓이기는 것은 그에게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콰드드드드드득.
“…으극, 으으으으윽!”
허나 놀랍게도.
혁대웅은 짓이겨지지 않았다.
안색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으나, 놀랍게도 어떻게든 혈마의 압력을 맨몸으로 버텨내기 시작했다.
빠직, 빠지직.
혁대웅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우우우우우웅.
절체절명의 위기에 달한 순간.
또다시 혁대웅이 떠올린 것은 조금 전 맹우강을 쳐냈던 것과 같은 ‘무륜의 기예’였다.
우우우우우웅.
빠드드드드득.
그것은.
스스로 물레바퀴와 하나가 됨으로써, 몸 안에서 이뤄지는 들숨과 날숨의 순환만으로 패왕의 힘을 일으키는 기예였다.
다시 말해.
지금 이 순간, 혁대웅의 육신은 등천의 영역과 하나가 되어 ‘금강불괴’와 같은 강도를 지니게 된 것이다.
콰드드드드득!
허나 그것은 지금의 혁대웅으로선 아직 ‘완벽하게 터득하지 못한’ 기예였다.
때문에 조금 전에도.
혁대웅은 같은 기예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빠드드드드득.
하물며 현재.
목숨이 경각에 달한 순간, 재능과 집중력이 한계를 넘어서며 어떻게든 기예를 일으켰으나.
그저 버티고 있을 뿐.
혈마의 구속을 떨쳐내기에는 여전히 힘이 부족했다. 하물며 무형의 창을 일으킬 여력 따윈 없었다.
카아아아아아.
심지어 그 순간.
혈마가 울부짖었다.
쩌어어어억.
그리고 마침내.
일전이 벌어지는 내내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혈마의 입이 벌어졌다.
도검과 같은 이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서서히 혁대웅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큭, 이… 뱀 새끼가―!”
물론 혁대웅 또한 그 의도를 모를 수 없었다. 더는 저항할 수 없게끔, ‘머리부터 씹어 삼킬’ 생각인 것이다.
사아아아아.
벌어진 입이 미소를 그었다.
다시, 혁대웅의 눈이 흔들렸다.
돌연.
무륜의 기예를 완성하기 전까지는 보내줄 수 없다며 한사코 자신을 막아서던 아버지, 패왕 혁군악의 모습을 떠올렸다.
‘…빌어먹을.’
또한 사저와 사제를 떠올렸다.
역시 이대로는 죽을 수 없다. 아니, 죽는다고 해도 최소한 스승의 원수인 이 녀석만큼은 길동무로―
후욱.
허나 바로 그때였다.
돌연 한 개의 인영이 솟구치며 혁대웅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뱀의 벌어진 아가리를 향해 ‘스스로 몸을 집어 던졌다’.
“……?!”
혁대웅의 눈이 흔들렸다.
설마 이 진법 안에 자신과 혈마를 제외한 다른 누군가가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바로 다음 순간.
이내 그 정체를 이해했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직!
오른팔이 잘린 맹우강이.
뱀의 입 안에서 뇌기를 발했다.
카아아아아아아!
혈마가 괴성을 내질렀다.
발톱에 서린 힘이 약해진 순간, 혁대웅은 그 즉시 발을 뿌리치고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허억, 숨을 골랐다.
“헉, 허억! 매, 맹 형…?! 왜?”
“왜는 뭐가 왜인가? 이자는… 자네의 원수임과 동시에 우리 흑천방의 원수이기도 한 것을 잊었나?”
파지지지지지직.
쿨럭, 맹우강이 피를 토했다.
창백한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어차피 죽음을 각오한 목숨, 공덕 하나는 쌓아서 가는군. 허나 업보는… 가볍지 않겠지.”
“……!”
“뭘 하나? 빨리 쳐라, 혁대웅. 사파의 마지막 자존심이… 그렇게 쉽게 무너져야 쓰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