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41)
-스르르르르!
새하얀 입자가 사방에 흩날리며 족적을 남기는 유령들.
‘사술이다. 그저 사술에 불과해.’
백발의 중년인은 보이는 광경들을 믿지 못했다.
물론 죽은 망자들이 살아난 시귀를 생각한다면 유령이라는 것이 실재한다고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지만 너무 말이 되지 않았다.
“죽여라!”
어차피 인간의 눈에 보인다면 죽일 수 있으리라.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쩌저저저적!
“끄어어어…..”
유령들이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짐승처럼 움직이던 시귀들이 태엽이 끊긴 인형마냥 몸이 새하얗게 변색되며 움직임을 멈췄다.
‘!!!’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시귀들은 이미 죽은 자들이었기에 육신을 완전히 가루로 만들지 않고는 끊임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한데 움직이지 않는다.
‘시귀들이 전혀 상대가 되지 못하다니….’
최악의 상황이었다.
수천수만에 이르는 망자들의 군단으로 천마신교를 정벌하려고 했던 그였다.
한데 이러다간 시귀들이 전멸할 판국이었다.
-저벅저벅!
시귀들과 유령들이 뒤엉키며 전쟁을 벌이는 한복판.
그 사이로 천여운이 천천히 걸어왔다.
‘젠장.’
백발의 중년인의 시선이 자신의 주위에 서서 천여운을 바라보고 있는 시귀들과 얼음에 갇혀 있는 천우명과 허봉, 고왕숙에게로 향했다.
일반 시귀들로 어찌할 수 없으니 대처가 필요했다.
그러던 찰나였다.
-팟!
누군가 그의 옆에 사뿐히 내려왔다.
짙은 갈색 머리카락에 얼굴에 문신을 한 것처럼 여러 선의 문양이 그려진 파란 눈동자를 가진 사내였다.
백발의 중년인이 그에게 머리를 숙였다.
“왕이시여.”
뜻밖에도 그를 왕이라 칭했다.
파란 눈동자의 사내가 자신의 가슴을 움켜잡고서 말했다.
“저놈 뭐지?”
“네?”
“정말 인간이 맞는 거냐?”
백발의 중년인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파란 눈동자의 사내.
그는 시해의 왕이라 불리며 상고시대부터 존재해온 대요괴였다.
망자산에서 부활시켜 약해져 있는 상태일 때조차 자신들을 학살하다시피 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경계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인간이 맞습니다. 다만 인간들 중에서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괴물입니다.”
천여운이 가증스러울 만큼 싫은 그였다.
하지만 그 무위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괴물이라……충분히 그렇게 불릴 만 하군. 본신일 때의 나를 몇 발자국 물러나게 한 자는 선인들 외에는 없었으니까.”
“놈은 절대로 방심할 수 없습니다. 도와주십쇼.”
백발의 중년인의 요청에 시해의 왕이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주위 시귀들을 바라보았다.
일반적인 시귀들과 달리 각자 병장기를 쥐고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들은 자아가 없는 것 마냥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놈들이 그렇게 쓸 만 하더냐?”
“적어도 왕께서 손을 더럽힐 일은 없을 겁니다.”
“좋다.”
시해의 왕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푸른 기운이 연기처럼 흘러나와 우두커니 서있는 시귀들에게 스며들었다.
시귀들의 눈동자에 푸른빛이 일렁였다.
“크르르르….”
-저벅저벅!
시귀들이 되살아난 것처럼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모습에 백발의 중년인이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번거롭긴 하지만 이들을 통제하려면 시해의 왕의 힘이 필요하다.’
이들은 되살린 극도육무문의 고수들과 다르다.
자아마저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절대로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일 자들이 아니었다.
‘한 때 무림을 풍미했던 절대자들.’
이 푸른 안광을 내뿜는 시귀들의 정체였다.
자신의 주군인 극도신마저 꺾은 저 괴물을 처리하기 위해 부활시킨 자들이다.
극도신마저 인정한 절대고수들이 죽지 않는 시귀가 되어 노린다면 아무리 현 무림의 최강자라고 해도 별 수 있겠는가.
‘황헐 네놈은 이 계획을 반대했지만 이제 곧 주군의 복수가 끝난다.’
그를 제외한 다른 사령들은 전부 반대한 이 계책.
이 계책이 성공하면 다시 극도육무문은 양지로 재기할 수 있게 된다.
[삼요? 대요괴를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나?]아직도 그들의 반대가 귓가를 울린다.
하지만 큰 희생을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주군의 한은 갚아야 했다.
-팟!
시귀들 중 한 명이 가장 먼저 신형을 날렸다.
“호오.”
시해의 왕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귀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어느새 천여운의 앞에 나타났다.
굉장한 속도였다.
‘시험해볼 수 있겠군.’
백발의 중년인이 숨죽이며 쳐다보았다.
시귀가 엄청난 속도로 발검을 했다.
‘과연!’
저 시귀의 정체는 해남검파의 전설이라 불리는 2대 장문인 해남검선이었다.
전설에 이르기를 한 번도 삼 초식을 넘긴 적이 없을 만큼 쾌검의 달인이라 삼초무적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었다.
‘네놈이라고 해도 방심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촥!
검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해남검선의 움직임이 멈췄다.
발검을 하던 해남검선의 몸이 검을 미처 다 빼내기도 전에 반으로 갈라졌다.
백발의 중년인의 두 눈이 커졌다.
‘하?’
천여운은 여전히 뒷짐을 쥐고 있었다.
한데 갑자기 몸이 잘려나갔다.
반으로 잘린 해남검선이 잠시 당황한 듯 멈칫거리다가, 이내 천여운을 향해 마저 발검을 시도했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시귀의 장점이었다.
그러나,
“꺼져라.”
-팍!
천여운이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 -파스스스스!
해남검선의 시귀가 온몸이 재가 되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고렇췌! 역시 주군이십니다!”
허봉이 얼음에서 꼼짝하지 못하면서도 신이 나서 소리쳤다.
백발의 중년인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큭.’
어차피 해남검선은 천여운의 현재 역량을 가늠해보기 위한 패였다.
극도신마저 이긴 저 괴물이 아무리 과거 해남파의 전설이라 불리는 존재와 싸운다고 밀릴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다만 너무 규격을 넘어섰다.
“왕이시여. 저기 저 자를 먼저 보내주십쇼.”
백발의 중년인이 누군가를 손으로 가리켰다.
염주를 차고 있는 대머리의 시귀였다.
시해의 왕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혀를 차더니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슉!
대머리의 시귀가 앞으로 튀어나가며 천여운을 향해 권을 내질렀다.
그것은 소림의 백보신권이었다.
한데 그냥 단순한 백보신권이 아니라 무형권이 어느새 천여운의 앞을 덮쳤다.
“호.”
그저 무공을 쓸 줄 아는 정도의 시귀가 아니라 생사경의 경지의 무위를 지녔다.
천여운이 한손을 내밀고서 무형권을 막아냈다.
-파파파파파!
천여운의 손을 타고 흐르는 무형권의 파공음.
그런데 천여운은 전혀 뒤로 밀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대머리의 시귀가 천여운을 향해 날아와 권각술을 펼쳤다.
-파파파파파팍!
소림사 권각술의 정수였다.
‘소림의 세 전설 중 하나인 신승 육경 방장.’
육조 선사와 달마 대사에 버금가는 무위를 지녔다고 알려진 육경 방장.
시귀들 중에서 소림사의 인물들은 구하기 힘들었다.
대부분이 화장을 해서 사리를 석탑에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승 육경 방장은 한때 소림의 계율을 어기고 수많은 살계를 범하면서 스스로 파계승이 되는 바람에 시신을 구할 수 있었다.
‘주군조차 몇 인정하지 않는 괴물 같은 노인네다.’
소림의 무승들은 불도를 우선시 하기에 무위에 비해 명성이 낮다.
하지만 육경 방장은 무서울 정도로 강하다.
‘육경방장이라면 네놈의 무위가 어느 정도까지인지 가늠…’
-팡!
그때 육경 방장이 뒤로 튕겨나갔다.
그 상태에서 천여운이 한 손을 뒷짐 쥔 상태로 왼손을 뒤로 잡아당겼다가 앞으로 내질렀다.
-파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엄청난 풍압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그와 동시에 뒤로 튕겨져 나가고 있던 육경 방장의 몸이 풍압에 휩쓸리며 티끌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백발의 중년인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소림의 전설인 육경 방장이 고작 1초식도 못 버텨?’
해남검선은 비교도 안 되는 고수였다.
“이딴 식으로 해서 어느 세월에 놈을 처리할 거냐?”
“네?”
시해의 왕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푸른 빛 기운이 감돌며 대기하고 있던 모든 시귀들이 동시에 천여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파파파팟!
사십인의 전설적인 고수들의 합공.
애초에 이렇게 하지 않고는 승부를 낼 수 없었다.
그때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우명아.”
작게 말을 했는데, 목소리에 실린 심후한 내공 때문에 모두에게 들렸다.
“아버지!”
‘무슨 수작인 거지?’
천여운이 아들을 부르는 소리에 경각심을 느낀 백발의 중년인이 인질들을 빼앗기지 말라고 극도육무문의 시귀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천여운이 말을 이어갔다.
“네게 이 초식을 보여준 적이 없구나.”
“초식?”
모두가 의아해했다.
그러는 찰나에 천여운이 한 손을 위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
“배우거라.”
아버지의 명에 천우명이 다부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륵! 스륵! 스륵!
그 순간 허공에서 수많은 검은 빛을 내뿜는 무형검들이 생겨났다.
하나 같이 엄청난 진기를 머금고 있는 무형검들의 숫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허공을 가득 메웠다.
엄청난 광경에 백발의 중년인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초식 하나에 얼마나 수많은 극도육무문의 고수들의 참극을 면치 못했던가.
“처…..천공섬광.”
마신 천여운을 상징하는 절대비기.
천공섬광(天空閃光).
천여운이 손 끝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파파파파파파파파팡!
수많은 검은 무형검에서 검은 빛줄기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냥 천공섬광도 아닌 무형검에서 나온 천마검기의 위력은 검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하늘이 분노하기라도 한 것처럼 내려치는 천공섬광.
검은 빛줄기를 맞은 한 때 무림을 풍미했던 전설의 고수들이 허무할 만큼 형체마저 남기지 않고 소멸해버리고 말았다.
“이….이런…..”
백발의 중년인이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그가 짐작하고 있는 역량을 한참이나 상회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곁에 있던 시귀 하나가 천여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는 스스로를 도주라 밝혔던 시귀였다.
-으득!
죽은 망자의 눈임에도 불구하고 전의를 활활 불태우면서 소리쳤다.
“네…..놈….은 내가….죽인…..”
-쾅!
천여운의 앞에 도달하기도 전에 검은 무형검의 기운에 소멸되고 말았다.
“뭐라고 했나?”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
예전에도 상대가 되지 못했지만 여의경의 경지가 완숙해진 지금에 와서는 벌레보다도 못한 존재들이었다.
‘이……이런 괴물 같은 놈.’
백발의 중년인이 일그러진 얼굴로 천여운을 쳐다보았다.
천여운이 뒷짐을 쥔 채로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검은 빛줄기들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태연하게 걸어오는 모습이 오히려 무서울 정도의 위압감을 보이고 있었다.
-쾅! 쾅! 쾅!
천공섬광의 범위는 단순히 전설의 고수들만이 아니었다.
-슈우우우!
“헉!”
백발의 중년인을 비롯한 극도육무문의 부활시킨 고수들을 향해서도 날아왔다.
천여운은 당장 모든 자들을 처리할 작정이었다.
자아가 있는 시귀들이 당황해하며 우왕좌왕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쾅! 쾅! 쾅!
나노의 판넬 시스템으로 자동 겨냥되고 있는 검은 무형검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젠장!”
-우우웅! 쩌저적!
백발의 중년인이 무형도에 한기를 실었다.
백색 빛의 무형도로 검은 무형검의 기운을 막아내려고 했지만 이를 막는 순간,
‘마, 말도 안 돼!’
-파차차차차창!
“끄악!”
-파파파파파파!
무형도가 유리조각 처럼 부서지며 그의 신형이 10장 바깥까지 튕겨나가고 말았다.
이 광경을 넋이 나간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천우명이 중얼거렸다.
“이…..걸 배우라고요?”
무슨 수로 배우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