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55)
‘실전 대련!’
얼굴이 하얗게 질린 오 과장이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방금 전에 눈앞에서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았다.
청옥석을 가만히 서서 짓누르는 것만으로 전부 부술 정도면 도저히 그 내공 수위를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인급의 고수라도 이게 가능할까?’
순간 오 과장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현경의 고수를 마주한 적은 없었다.
한 시에서 최강이라 불리는 고수조차도 청옥석 판을 다섯 개 밖에 베지 못한다는 걸 감안한다면 눈앞의 이 자는 괴물이 분명했다.
“누가 나와 겨룰 것이지?”
천여운이 재차 물었다.
“……무리입니다. 저희 무림부에서는 당신을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없습니다.”
이에 오 과장이 순순히 사실을 밝혔다.
어느 정도 동등한 수준이라면 실전 대련을 경험삼아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림부의 일인자인 자신조차 상대가 되지 못할 게 뻔했는데 굳이 대련을 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오 과장. 고작 테스트를 하나만 치렀는데.”
보안부 부장 소양현이 따지고 들었다.
물론 그 역시도 눈앞에서 청옥석을 부수는 것을 보았다.
다만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테스트를 마치지도 않고 중도에 시험관이 포기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부장님……무림부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자가 누구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아니.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닐세. 그럼 테스트를 전부 마치지도 않고서 어떤 기준에서 부회장의 등급을 평가한단 말인가?”
소양현이 알고 싶은 것은 오직 하나였다.
저 오만한 부회장이 정말로 공언한 실력자인가였다.
‘그리 된다면 용천 그룹이 원하는 대로 계약서를 작성해야 돼.’
현재의 무림인들은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그런데 그들과 동등한 관계를 맺는 무림의 단체가 나오게 된다면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었다.
“혹시 오 과장 말고 자신이 대련 테스트를 진행해보겠다는 지원자 없나?”
소양현이 체육관에 있는 다른 무림부 직원들에게 소리쳤다.
당연히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다.
이에 오 과장이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희 모두가 용천 그룹 부회장의 고절한 내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누가 지원을 하겠습니까? 이분은 인급 아니, 어쩌면 축급…”
“제가 해봐도 괜찮겠습니까?”
그때 누군가 오 과장의 말을 끊고 나섰다.
오 과장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 자를 쳐다보았다.
“지 사무관?”
그는 얼마 전에 무림부서로 새롭게 발령받은 신임 사무관 지헌탁이었다.
30대 초반에 갓 절정의 경지에 이른 무위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지원을 하자 오 과장이 어이가 없어했다.
“아서게. 자네가 나설 자리가 아닐세.”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이지요.”
‘지 사무관 이 자가?’
낄 때 안 낄 때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두 눈으로 청옥석이 부서지는 것을 보고도 저런 호기를 보이는 게 이상했다.
지헌탁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오 과장님. 제게 기회를 주시지요. 무인으로서 강자와 겨룰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자가 어디 있습니까?”
그 말을 하면서 사무관 지헌탁의 눈동자는 어딘가로 시선이 향하고 있었다.
이를 눈치 채지 못한 오 과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후우, 적당히 하게. 그것도 어느 정도 격이 맞아야 하는 소리지. 자네가 호기를 부린다고 상대…”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팟!
지헌탁의 신형이 단숨에 오 과장의 바로 앞으로 파고들었다.
“헛?”
그 움직임은 절대로 절정의 고수가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당황한 오 과장이 보법을 펼치며 뒤로 물러나려 했는데, 그 순간 지헌탁이 그를 따라잡아 오 과장의 복부 쪽으로 손을 뻗었다.
-푸슉! 푸슉! 푸슉!
“컥컥컥!”
뭔가가 발사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로 몇 걸음 밀려난 오 과장이 자신의 복부를 쳐다보았다.
“네, 네놈 대체….”
복부가 총알을 맞은 것처럼 피로 물들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 없어하는데, 지헌탁이 자신의 손바닥에 대고 입 바람을 불었다.
“후우. 씨발. 말 존나 많아.”
그의 손바닥에는 총구처럼 뭔가가 튀어나와 있었는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지 사무관…네놈 대체….”
-푸슉!
그 순간 오 과장의 이마에 구멍이 뚫렸다.
지헌탁의 손바닥에서 발사된 총알에 의해서 말이다.
“이런 미친!”
“지 사무과아아아아안!”
갑작스럽게 발발한 돌발 상황.
이에 격분한 무림부의 직원들이 당장 그에게로 달려들어 제압하려 들었다.
그 순간 그들이 예측하지 못한 또 다른 상황이 발생했다.
-푸슉! 푸슉!
“크헉!”
“컥!”
-?! ?!
“끄악!”
갑자기 체육관 안에 있던 직원들로 생각했던 자들과 용역들의 일부가 기습적으로 무림부 직원들의 뒤를 기습한 것이다.
지헌탁과 마찬가지로 손바닥이나 신체의 일부에서 소음기가 달린 총알을 발사하는 자들부터 시작해, 그들은 숨기고 있던 병기로 무림부 직원들의 급소를 노려 단숨에 죽였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보안부 부장 소양현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열세 명의 무림부 직원들이 살해당하고 말았다.
“네놈들 대체 정체가 뭐야?”
소양현은 멍청이가 아니었다.
시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하나하나 일일이 기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들이 이곳의 직원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대체 언제 이런 테러리스트 놈들이 시청 내부에?’
스무 명이나 되는 자들이었다.
당황한 그가 자신의 옆에 서있는 부시장 미축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부시장님. 당장 빠져나가야 할 것 같습…”
-철컥!
‘!?’
소양현의 두 눈이 커졌다.
자신의 왼쪽 머리에 딱딱한 무언가에 닿았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부시장 미축이 소음기가 달린 총구를 겨냥하고 있었다.
“부….부시장님?”
소양현은 매우 당혹스러웠다.
부시장이 어째서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부시장이 누군가를 향해 말했다.
“CCTV는 어떻게 됐지?”
그 말에 무림부 직원을 제거한 자들 중 한 사람이 답했다.
“전부 처리했습니다.”
“좋아.”
그 자의 말에 소양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체육관의 곳곳에 달려 있는 CCTV 카메라로 향했다.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면 붉은 빛의 점이 깜빡거려야 할 CCTV가 꺼지기라도 한 듯이 작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럴 수가…..’
소양현이 부시장 미축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설마 미축이 이 테러리스트 같은 자들과 한패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시장님…”
“쉿.”
미축이 검지 손가락을 입가에 갖다 대며 조용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는 천여운을 향해 말했다.
“예상 밖이야. S급이라고 듣긴 했는데, 이 정도 수준일 줄은 몰랐어.”
미축은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천여운의 전속 비서인 유소화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SS급 게이트 키퍼라는 변수 때문에 계획을 변경한 거였는데,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군.”
“부시장님 이게 무슨 짓이죠?”
유소화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
이에 미축이 안타깝다는 듯이 답했다.
“뭐, 운이 나쁘게 말려들게 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소. SS급 게이트 키퍼가 타깃과 함께 할 줄은 몰랐거든.”
“타깃?”
“그래도 그대의 시신은 우리가 유용하게 쓰겠소. SS급 이능력자의 시신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까 말이오.”
유소화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녀가 주위에 있는 적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자들로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죠?”
유소화가 언제든지 이능력을 일으키기 위해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단숨에 중력으로 그들을 압사시킬 생각이었다.
-철컥!
그때 부시장 미축이 보안부장 소양현의 머리에 더욱 가까이 총구를 겨냥하며 말했다.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텐데?”
“큭!”
부속실장인 비막헌이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부시장이 협박을 가하는 대상은 용천 그룹에서 그 동안 수많은 후원금을 지급해가며 우군으로 만든 보안부 부장이었다.
그를 이 자리에서 잃게 되면 그 동안의 노고가 한순간에 날아간다.
“그 동안 용천 그룹에서 많이 받아먹었지요? 소 부장님.”
“부, 부시장님…..”
부시장 미축은 제남시에서만 세 번 연임을 했다.
당연히 그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부회장님. 소양현 보안부 부장은 저희 용천 그룹에서 많은 투자를 한 인물입니다.]비막헌이 천여운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를 죽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둘러서 말한 것이었다.
그때 체육관의 2층 난간과 1층의 입구 쪽에서 또 다른 인원이 우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부시장 미축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겨우겨우 시간을 맞췄군. 2팀.”
1, 2층에 각각 열 명으로 도합 스무 명이었다.
부시장이 2팀이라 부른 것을 보면 이들과 같은 일당이 틀림없었다.
2층의 아치형 난간에 서있는 검은 모자에 바바리코트를 입고 있는 사내가 이들의 우두머리였는지 대답했다.
“근방에 있는 자들을 처리한다고 조금 늦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체육관 주변이 조용했다.
부시장 미축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천여운에게 말했다.
“뭐 하러 시청까지 와서 이렇게 귀찮은 상황을 만드는지 모르겠구려. 자 이렇게 합시다.”
-철컥!
“허억!”
총구에 들어간 힘에 소양현이 기겁을 했다.
부시장이 빙그레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갔다.
“이런 시나리오 어떠시오? 무림인 등록에 불만이 많았던 용천 그룹의 부회장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해 소양현 보안부장에게 앙심을 품고 그와 무림부의 직원들을 전부 살해하다. 시장실에서 홧김에 무림인들과 게이트 키퍼들을 전부 죽이겠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해댔으니 딱 좋구려.
후후후.”
‘!?’
소양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방금 전까지는 자신을 인질처럼 대하더니, 저들이 나타나자마자 갑자기 부시장의 시나리오에 자신의 죽음이 들어갔다.
평소에 그가 알고 있던 부시장의 입에서 나올 법한 말이 아니었다.
“자. 그럼.”
-슥!
부시장 미축이 손을 들어 올리자, 새롭게 나타난 자들과 시청의 직원들로 분한 자들이 일제히 천여운과 유소화, 비막헌을 포위했다.
미축이 기대가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A등급 알파 위험 개체를 상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개조 인간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한 번 확인 해보실…’
-피식!
그때 천여운이 웃었다.
그 웃음은 뭔가 비웃음에 가까웠다.
‘뭐지? 저 태도?’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윗선에서는 A급 알파 개체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조 인간들이라면 능히 S급 타깃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어리석긴. 자신의 무위를 믿고서 저러는 것인가?’
의아해하는 그를 향해 천여운이 말했다.
“테스트니 뭐니, 쓸데없는 짓거리까지 하며 기다려준 보람이 있군.”
“뭐?”
“내가 네놈이 시간을 끄는 것 정도도 모를 것 같았나?”
“지금 무슨 소리를…”
바로 그 순간이었다.
미축이 개조인간들이라 칭했던 자들에게 포위되어 있던 천여운의 모습이 흩어지듯이 사라졌다.
“아닛?”
-스륵!
“엇?”
어느새 천여운의 신형이 미축의 앞에서 나타나 그의 안면을 낚아챘다.
-팍!
“우읍!”
그리고는 그대로 바닥을 향해 내리찍었다.
-쾅!
“크헉!”
어찌나 세게 내리찍었는지, 체육관의 바닥을 머리가 반쯤 뚫고 들어갔다.
미축이 발버둥을 치면서 벗어나려 하는데, 그의 귓가로 천여운의 이죽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대로 움직여줘서 고맙군.”
‘!?’
“네놈들을 마음껏 죽여도 고마워할 명분을 제 손으로 만들어주다니 말이야.”
그 말을 듣는 미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이놈 설마…..무림부 직원들을 죽이게 내버려뒀단 말인가?’
순간 어이가 없어졌다.
결국 시나리오를 쓴 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