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274)
# 87장 용귀 (2) #
처음에는 용귀가 발산하는 전격 한 번에 수십 명이 죽어나갔다.
거리를 벌리면 번개 빛줄기를 쏘아대고 하는 통에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상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빙천백향!’
빙백신장(氷白神掌)의 제 오 초식 빙천백향(氷千白響).
궁주 대리 단주천이 펼치는 절초가 허공의 하얀 서리 비를 내리게 했다.
그것은 그 혼자만이 아니라 북해빙궁의 장로들이 동시에 같은 초식을 펼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쩌저저저적!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
차가운 서리 비가 머리를 강타하자 용귀가 울부짖었다.
그것은 고통스럽다기보다는 자신을 수백 년이나 가둬둔 빙장석에 담긴 한기를 떠올린 분노 때문이었다.
-파치치치치치칙! 파팡!
용귀의 몸체에서 전격이 뿜어져 나왔다.
한기가 서린 장력을 날리던 단주천과 장로들이 빙백신장의 방어 초식을 펼쳤다.
그들이 두 손을 회전시키자 투명한 얼음이 방패처럼 생겨났다.
-치치치치치치치칙!
“큭! 모두 버텨라!”
“추, 충!”
푸른 불꽃이 튀기는 전격이 얼음 방패에 닿자, 신기하게도 미끄러지듯이 전류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전격에 실린 강대한 힘 때문에 그들의 몸이 튕겨나갔지만 감전 당하지는 않았다.
-쿠당탕!
“크와아아아아아!”
장로들과 마찬가지로 바닥을 한참 뒹군 단주천이 분노를 토해내는 용귀를 바라보았다.
계속된 싸움으로 그들이 알아낸 것이 하나 있었다.
용귀의 비늘을 뚫거나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없었지만 한기로 만들어낸 얼음으로 방어를 하면 전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을 알고 나서는 감전 당하는 피해는 일부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버틸 수 없다.’
용귀의 영력은 여전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반면 그들은 점차 지쳐갔다.
그도 그랬지만 빙궁의 전사들 대부분이 내공의 절반 이상을 소진했다.
‘남은 전력은….’
주위를 둘러보니 육백여 명의 전사들이 지친 얼굴로 용귀가 대치하고 있었다.
얼핏 그 숫자가 많아 보였으나, 바닥에 주검이 되어있는 이들의 수만 거의 삼백 명을 훌쩍 넘겼다.
‘놈의 힘을 막는 방법이 아니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는 결국 패배하는 것은 자신들이 될 것이다.
그러던 차에 그의 귓가로 누군가의 전음성이 들려왔다.
[궁주 대리님!]전음이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멀리서 한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제갈 군사?]그녀는 다름 아닌 정도 무림맹의 제 이 군사인 제갈소희였다.
갑작스러운 전음에 의아해하는데 그녀가 솔깃한 정보를 보내왔다.
“비늘이 불에 취약하다고?”
단주천이 인상을 찡그리면서 연기가 실린 콧김을 뿜고 있는 용귀를 올려다보았다.
한편 또 다른 용귀 머리와 싸움을 벌이는 정도 무림맹 측,
-파파파파파파팍!
“쏴라! 계속 해서 쏴라!”
파병단의 무사들이 불화살을 쏘면서 용귀를 압박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불화살이 용귀의 비늘을 뚫지 못했기에 통하지 않는다고 반신반의했는데 변화가 생겨났다.
불화살에 계속해서 노출되자 용귀가 발산하는 전격이 약해져갔다.
‘아아! 선조님이시여.’
물론 그러기까지 기존의 병력에 절반이나 되는 희생이 있었다.
감전 당해서 죽은 이들만 이백여 명에 가까웠다.
거리를 벌리면서 싸웠는데도 놈이 뿜어대는 전격과 번개 빛줄기에 파병단 병력의 절반만이 살아남았다.
그때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공력을 실어서 불화살을 쏘던 황보능이 놀란 얼굴로 모용강에게 소리쳤다.
“모용가주! 화살이 꽂혔소!”
지금까지 한 번도 꽂히지 않은 화살이 처음으로 용귀의 비늘을 뚫었다.
황보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더니, 정말로 용귀의 비늘 한 부분에 화살 하나가 덩그러니 꽂혀있었다.
“오오오!”
모용가의 선조들이 남긴 기록대로 불화살이 정말 통했다.
그런데 문제는 화살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떨어지는 화살 중에서 촉이 멀쩡한 것을 주워서 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단번에 승부를 내야 한다.’
모용강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이 계속 거리를 벌리면서 공력을 실어서 불화살을 쏘는 이유는 가까이만 다가가면 전격을 뿜어대기 때문이었다.
많이 약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근접해서 대응하기는 어려웠다.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
모용강이 결의에 찬 눈빛으로 용귀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전격에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놈의 목을 베어야만 이 교착 상태가 끝이 날 것이다.
[황보 가주!]모용강이 전음으로 자신의 계획을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능에게 알렸다.
희생을 요하는 작전에 잠시 멈칫하던 황보능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용귀를 죽이지 못하면 모두가 죽는다.
“거기 누구 기름 병 하나만 다오!”
“여기 있습니다!”
모용강의 외침에 화살을 쏘던 모용세가의 무인들 중 한 사람이 들고 있던 반쯤 남은 기름 병을 던졌다.
-탁!
날아온 기름병을 낚아챈 모용강이 자신의 보검에 그것을 부었다.
그리고 삼매진화를 일으키자 검에 불꽃이 붙었다.
-화르르르륵!
황보능 역시도 자신의 대검에 기름을 부어서 불꽃이 일어나게 했다.
화기를 통한 것이 아니기에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이 불꽃이 꺼지기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가십시다!”
“좋소!”
황보능의 호쾌한 외침과 함께 모용강이 대답하며 허공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두 화경의 고수가 불꽃이 서린 검을 들고 자신에게 쇄도하는 것을 확인한 용귀가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했다.
“크와아아아아아아!”
포효를 하는 용귀의 몸체에서 전격이 뿜어져 나왔다.
약해졌다고는 하나 근접하기에는 매우 위험한 수준의 푸른 불꽃이 허공에 수많은 선을 그리며 두 사람을 튕겨내려 했다.
-파치치치치치칙!
‘견뎌야 한다!’
모용강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서 멈추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쩌저저저저적!
-치치치치치칙!
“엇?”
목숨을 각오하고 있는 두 사람의 앞에 하얀 털옷의 중년인들이 얼음 방패로 용귀가 발산하는 전격의 파장을 막아냈다.
얼음 방패에 부딪친 전류가 미끄러지듯이 다른 곳으로 뻗어나갔다.
전격을 막아준 이들은 북해빙궁의 단주들이었다.
“가십시오!”
-팡!
전격을 막아낸 그들이 뒤로 튕겨나가면서 외쳤다.
덕분에 전류에 노출되는 것을 막은 모용강과 황보능이 감사의 눈빛을 보내며, 그대로 신형을 날려 동시에 불꽃이 서린 검에 강기를 일으켜 용귀의 목을 내리쳤다.
-차차차차차차창!
그렇게도 뚫을 수 없었던 비늘을 뚫고서 불꽃이 서린 검강이 파고들었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아!”
용귀가 미친 듯이 거대하고 긴 몸체를 뒤틀며 비명을 질렀다.
목숨을 건 모험이 성공했다.
-푹!
황보능이 상기된 얼굴로 더욱 공력을 가하며 외쳤다.
“이 괴물 놈! 죽어라아아아앗!”
-촥!
두 고수의 검이 동시에 용귀의 굵고 거대한 목을 파고들면서 그것을 베어냈다.
파고든 검이 반대편을 빠져나오는 순간 확실하게 손맛을 보았다.
-슈우우우우욱! 콰앙!
잘린 용귀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큰 굉음 소리가 났다.
노란 안광에 빛을 잃고서 눈알이 뒤집혀서 죽은 용귀의 머리를 본 정도 무림맹의 전사들이 눈시울이 빨개져서 미친 듯이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용귀를 죽였다아아아아아!!!”
용귀의 목을 벤 두 영웅들이 바닥으로 내려와 거친 숨을 토해냈다.
과연 이 괴물을 죽일 수 있을까 두려움과 의구심으로 싸웠던 순간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황보능이 지쳤다는 듯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멀리 떨어져 있는 모용강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활짝 웃었다.
바로 그때였다.
-푸슉!
-파파파파파팍!
기뻐하는 그들의 주위에 끈적이는 정체불명의 액체가 사방에 떨어졌다.
알 수 없는 현상에 의아해진 모용강이 고개를 들었는데, 그를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 벌어졌다.
-우우우우우우웅!
떨리는 모용강의 두 눈동자에 흰 섬광이 번쩍였다.
바로 그 순간 강렬한 번개의 빛줄기가 바닥에 앉아있던 황보능과 근처에 있는 파병단 무사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콰콰콰콰콰콰콰쾅!
번개 빛줄기가 스쳐지나간 곳에는 검은 그을음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모용강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황보 가주우우우우우우!!!”
* * *
무너져 내린 북해빙궁의 서북쪽 외곽.
천여운의 손에서 발한 거대한 검은 불꽃의 무형검이 용귀의 목을 갈랐다.
-촥! 스르르륵! 쾅!
바닥으로 떨어진 용귀의 거대한 머리를 바라보며 마교인들이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천마신교! 천세! 천세! 천천세!”
그들은 용귀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린 천여운을 향해 외쳤다.
그를 휘감고 있던 검은 불꽃의 회오리가 수그러들면서 천천히 사라져갔다.
-슈우우우욱!
“후우….”
호흡을 가다듬는 천여운의 동공에만 보이는 증강현실의 흰빛의 입자가 만들어낸 수치가 빠르게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충전된 에너지의 잔량이 324퍼센트.] [충전된 에너지의 잔량이 323퍼센트.]네 배 가까이 치솟았던 진기는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원래의 용량을 넘어선 진기였기 때문인지 그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일시적인 현상이었나.’
천여운을 보호하기 위한 나노의 기지 발휘로 흡수된 전류는 일시적으로 진기를 증폭시킨 듯 했다.
빠져나가는 진기로 급격하게 체력소모를 한 것처럼 몸이 나른해졌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가 없습니다. 분석이 필요합니다.]‘괜찮아. 어차피 일단 급한 불은 껐으니…’
-파파파파파파파팍!
그때 천여운의 주변으로 끈적이는 정체불명의 액체가 사방에 떨어졌다.
‘뭐지?’
알 수 없는 현상에 천여운이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려하는데, 여기저기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요, 용귀가 살아났어!”
“마, 말도 안 돼! 잘린 머리가?”
모두가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잘린 용귀의 머리가 다시 생겨난 것이었다.
베인 목 부위에서 재생한 것인지 그 부분으로 기존의 색보다는 연한 비늘을 가진 용귀 머리가 생겨나 있었다.
끈적거리는 액체는 재생하면서 체내에서 튀어나온 듯 했다.
“무, 무슨 재생력이?”
육 장로 몽무 역시도 많이 놀랐는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영물의 재생력이 뛰어나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크르르르르르!”
-우우우우우우웅!
부활한 용귀의 입안에서 흰 섬광이 응집했다.
대호법 마라겸이 놀라서 소리쳤다.
“번개를 내뿜는다. 모두 산개해랏!”
“도망쳐!”
“우와아아악!”
모두가 혼비백산 경공을 펼치며 사방으로 산개했다.
그런 것과 달리 용귀가 노리는 목표는 극명했다.
바로 자신의 목을 베었던 천여운이었다.
-파치치치치치치칙!
용귀의 입에서 푸른 불꽃이 튀어오르는 강렬한 번개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런!’
천여운의 인상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