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쉬이이익!
그때 횡으로 비바람이 불었고, 나뭇잎이 젖혀졌다.
그리고 날카로운 한 쌍의 눈동자가 보였다.
놈은 칠흑 같은 어둠에 숨어 지근거리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영악한 새끼!’
고양잇과 동물이라 머리까지 쓰는 놈이다. 그리고 나 역시 놈에게 허점을 보이듯 반쯤 돌아서 있다. 인간과 맹수의 싸움이 분명한데 머리싸움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스륵!
다시 한 번 바람이 불었고, 놈의 모습이 사라졌다.
놈의 몸이 수풀에 스치는 소리가 들렸고, 내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놈도 한 번이고, 나도 한 번이다.’
놈과 나, 야생의 맹수와 헌터의 목숨을 건 사투가 분명했다.
놈의 위치를 확정하자 이제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질 생각에 심장에서부터 온몸으로 짜릿짜릿한 감각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쉬이이익!
다시 비바람이 횡으로 쳤다.
눈 하나라도 깜빡하면 죽음은 내 쪽으로 다가온다.
크허어엉!
내 작전은 1차적으로 성공했다. 놈이 기다리지 못하고 포효했으니 말이다.
놈도 조바심이 난 것이다.
고양잇과 동물답지 않게 성격이 급한 놈이 분명했다.
침묵의 사냥꾼답지 않다.
스스슥 스스스슥!
나를 쫒는 놈은 발소리도 내지 않을 만큼 빠르게 뛰었다.
‘두 번은 없다. 단번에 끝을 봐야 한다.’
더 이상 내게는 피할 곳이 없다.
시이이이익!
“지금이다!”
순간 내 눈에 화마처럼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화마의 정체는 불덩이처럼 붉게 일렁이는 놈의 두 눈깔이었다.
놈은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이 저것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
나는 그렇게 놈의 화마 같은 두 붉은 안광을 향해 시위를 놓았다.
틱!
화살이 시위를 떠났고, 나는 바로 용의 뼈로 만든 검을 뽑아 들었다.
푹!
카아아악!
놈이 화살에 맞은 것 같다.
잔뜩 분노한 듯 놈의 일렁이는 눈빛에 시퍼런 귀기까지 서리기 시작했다.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는 순간에도 놈의 송곳니는 불빛을 받은 듯 번뜩였다.
“역시!”
나는 놈을 노려봤다.
-산 표범
종족 : 몬스터(표범의 조상)
생명력 : 4,200/9,000
공격력 : 1,100
방어력 : 600
민첩 : 450
비록 날아다니는 배트맨이나 끼옥에 비해서는 낮지만 굉장히 민첩한 놈이었다.
놈은 뛰어든 순간에도 방향을 전환했는지, 머리를 노리고 쏘았던 화살이 어깨에 꽂혀 있었다.
“……너도 끝장을 보자는 거네.”
원래 상처 입은 맹수가 더 무서운 법이다.
놈은 나를 죽이겠다는 생각을 여과 없이 쏟아 내고 있었다.
하지만 놈은 그게 최대의 실수임을 모를 것이다.
놈은 상처를 숨기고 최후의 순간까지 몸을 숨기고 암살을 해야 했다.
나는 놈을 노려봤다.
-격투 모드로 전환됩니다.
-4,200/9,000 VS 2,500/2,500
확실히 용의 뼈로 만든 화살의 위력은 대단했다. 단 한 발을 맞혔을 뿐인데 놈의 생명력을 50퍼센트 이상 떨어트렸으니 말이다.
나는 상처를 입은 채 나를 노려보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는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상황이 역전되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사냥꾼이 되었다.
척!
나는 용의 뼈로 만든 검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 놈도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격돌하기 일보 직전, 나는 검을 휘두른 후에 힘껏 높이 뛰어올랐다.
놈은 날카로운 발톱을 길게 뽑고 앞발을 휘둘렀지만 내 가공할 점프력에 의해 허공만을 갈랐다.
서걱!
내 검이 놈을 베었다.
하지만 일격 필살의 의지를 담아 검을 휘두르면 절대 안 된다.
내 목적은 헌팅이 아니라 테이밍을 하고 능력을 얻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 힘을 빼서인지 골검의 끝이 놈의 등 부분을 스쳤다.
카아아악!
놈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며 거친 비명을 질렀다. 확인해 보니 놈의 생명 수치가 1,000이나 떨어졌다.
‘자칫하다가는 죽을 수가 있다, 힘 조절을 잘해야 해.’
착!
나는 바로 착지를 하며 놈을 노려봤다.
카아아악!
산 표범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악몽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마수처럼 놈은 검은 어둠과 일체가 되어 나를 향해 돌진했다.
놈의 눈깔에 상처 입은 야수의 살기가 번뜩였다.
놈의 송곳니는 마치 금속처럼 날카로운 광채가 서렸다.
야수는 사납다.
그리고 상처 입은 야수는 더욱더 사납다.
격돌의 순간.
서걱!
캬아아악!
놈의 거친 비명이 다시 울려 퍼졌고, 놈은 내 몸통을 할퀴었다.
“으윽!”
놈의 발톱에 긁힌 어깨에서 피가 흘렀다.
어깨를 내주고 다리를 가져갔다.
사실 상처를 입이서인지 놈의 공격은 느렸고, 피하려 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놈은 맨 처음처럼 신속하고도 은밀하게 공격할 수 없게 되었고, 뛰어드는 놈의 궤적이 고스란히 보였다.
하지만 내가 이대로 피했다가는 놈이 기회라 생각하고는 그대로 도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놈의 다리를 목표로 잡고, 왼쪽 어깨를 내줬다.
이제 놈은 나보다 기동력이 떨어진다.
몬스터와 맹수가 다른 이유는 딱 하나다.
몬스터는 막무가내로 헌터에게 덤벼들지만 맹수는 상처를 입으면 사냥꾼을 피해 도망을 친다.
그리고 표범 같은 놈들은 끝까지 숨고 기회를 노려 암살하려 한다.
그걸 막기 위해 다리를 노린 것이다.
절록! 절록!
승산이 없다 생각한 건지 놈은 다리를 절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다다닥! 다다닥!
나는 놈을 향해 뛰며 허리에 차고 있는 바람총을 꺼내 독침을 끼웠다.
캬아악!
처음 보는 물건을 보자 놈이 경계했다.
본능적으로 심상치 않은 것이 날아올 것이라 느낀 것이다.
슉!
나는 바로 놈에게 독침을 쐈다.
‘처음부터 이럴 것을!’
틱!
놈이 경계했다고 해서 바람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쏜 독침은 놈의 목에 박혔다.
카악!
놈은 움찔하더니 짧은 포효를 내질렀다.
그러면서도 계속 나를 주시하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독은 놈의 몸에 퍼지고 있는 것 같다.
덜덜! 덜덜!
놈의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내가 접근하자 놈은 앞발을 들고 후려쳤다.
하지만 그 속도는 바람총을 맞기 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떨어졌다.
가볍게 앞발을 피한 나는 용의 뼈로 만든 검의 검면으로 놈을 후려쳤다.
팍!
카아악!
놈이 지른 비명도 이제는 애처로울 정도로 작아졌다.
-1,700/9,000 VS 1,870/2,500
이 정도면 거의 다 된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출혈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생명력이 하락하고 있었다.
팍팍! 팍팍!
캬아악!
놈이 마지막 발악을 하듯 양 앞발을 들고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그 기세에 움찔 놀라 나도 모르게 검의 날로 놈의 앞발을 베었다.
서걱!
툭!
놈의 한쪽 앞발이 잘려 땅에 떨어졌다.
“……젠장!”
-50/9,000 VS 1,864/2,500
-테이밍 몬스터를 시도하시겠습니까?
“테이밍 몬스터!”
-테이밍 몬스터에 성공하였습니다.
-펫에게 이름이 필요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나는 앞발이 잘린 놈을 봤다.
“……평온한 죽음.”
나도 모르게 감성적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이 순간까지도 이 모든 것은 나의 생존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남을 걱정할 여력은 없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세상이다.’
바드득!
어금니가 꽉 깨물어졌다.
-땅속에서일어서의 평온한 죽음
종족 : 몬스터(산 표범)
레벨 : 1
생명력 : 5,000
근력 : 650
민첩 : 230
지혜 : 15
명성 : 1
공격력 : 150
방어력 : 50
보통 테이밍을 당한 몬스터나 야수는 테이밍을 당하면서 공격력을 비롯해 모든 수치가 상승을 한다. 하지만 놈은 생명력은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아마도 가망이 없다는 거겠지.’
내 실수라면 실수가 분명했다. 실은 박쥐 때처럼 이능을 빼앗고 풀어줄 생각이었는데, 저렇게 한쪽 발을 쓸 수 없다면 풀어준다 해도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다.
-테이밍 몬스터 스킬이 업그레이드되어 3성이 되었습니다.
-테이밍 몬스터 스킬이 3성이 되어 테이밍한 몬스터의 특성을 지정해서 흡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업그레이드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테이밍 몬스터 스킬은 펫에게서 능력을 흡수할 때 그 펫의 능력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거나 심하면 잃기도 한다.
-특성을 흡수하지 않으시겠다면 거부하시면 됩니다.
“스피드와 착지!”
-해당 특성이 흡수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능력이 생겼다.
그리고 펫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를 노려보고 있는 놈을 보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편히 죽어라!”
표범이 스피드와 착지 능력을 잃고 또 한쪽 발까지 없다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펫 해제!”
-펫이 속박에서 풀렸습니다.
카아악!
그 순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한 표범이 어리둥절해하다가 나를 향해 울부짖으며 내 목덜미를 노리고 덤벼들었고, 나는 빠르게 검을 휘둘러 놈의 목을 단칼에 벴다.
서걱!
쫘아아악!
표범의 몸에서 머리가 분리되더니 피가 뿜어지며 표범의 머리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어떻게 되었건 헌팅의 목적은 달성했다.
“이제 올빼미다.”
올빼미에게서 밤에 볼 수 있는 특성을 흡수한다면 나는 밤에도 야간 투지 장비를 착용한 것처럼 선명하게 물체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초음파까지 있어 후방도 든든하다.
그럼 완벽한 눈을 가지게 된다.
쩌어억!
나는 나뭇가지에 앉아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수리부엉이를 노리고 시위를 당겼다.
물론 시위에 재여 있는 화살촉은 뭉툭한 화살촉이다. 떨어뜨리기만 할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만약 못 맞히는 것을 대비해 하늘 위에서 끼옥이 날고 있다. 화살에 놀라 수리부엉이가 하늘 위로 도망치면 즉시 낚아챌 것이다.
‘천천히!’
틱!
시위를 놨다.
슈우웅!
화살은 빠르게 날아가 수리부엉이를 맞혔다.
-명중! 명중! 명중입니다요!
배트맨이 초음파로 호들갑을 떨었다.
‘좀 조용히 해라!’
-넵! 알겠습니다요!
‘……감시나 잘하고 있어.’
-알겠습니다요!
배트맨은 수다를 떠느라 자꾸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다. 놈의 임무는 경계인데 말이다.
푹!
화살에 맞아 기절한 수리부엉이가 그대로 나무 아래로 떨어졌다.
“주워 와!”
푸드득!
끼옥이 수직으로 낙하하더니 날개를 몇 번 푸드덕거리며 기절한 수리부엉이를 주워 왔다.
-250/500
뭉특한 화살촉으로 쐈는데도 생명력이 반이나 빠졌다. 그리고 끼옥이 낚아채는 순간 바로 수리부엉이의 생명력이 더 많이 빠졌다.
-30/500
바로 테이밍 몬스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떨어졌다.
“테이밍 몬스터!”
나는 바로 테이밍 몬스터를 시도했다.
-테이밍 몬스터에 성공하였습니다.
-펫에게 이름이 필요합니다.
“수리부엉이!”
이번에는 죽이지 않을 생각이다. 그냥 스스로 죽게 만들 참이다.
‘모질어야 한다.’
밤의 숲의 제왕이라 불리는 수리부엉이에게서 야간 시력을 흡수한다면 오래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다.
-흡수할 특성을 지정하십시오.
메시지가 떴다.
“야간 시력.”
-해당 특성이 흡수되었습니다.
이제 내 이능은 야간 시력까지 늘어났다. 그리고 어둡기만 했던 시야가 밝아졌다.
“펫 테이밍 몬스터 해제!”
-수리부엉이의 테이밍 몬스터를 해제하시겠습니까?
메시지가 다시 떴다.
“해제!”
-땅속에서일어서의 수리부엉이의 테이밍 몬스터가 해제되었습니다. 자연 상태의 야생동물로 돌아갑니다.
결국 특성만 뽑아내고 책임을 지지 않고 버리는 꼴이다.
하지만 나는 강해져야 한다.
인생은 실전이고, 헌팅은 대상이 짐승이든 몬스터든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미 내 스스로가 사악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