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 touch Eldmia Ega RAW novel - Chapter (414)
이번에 추가된 부속물에 마력까지 부여해서 던진 도끼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파괴력을 보여 주며 반쪽짜리에게 날아간다.
도끼를 가로 막으려고 했던 마족 둘 중 한 놈은 팔이 잘리고, 몸을 날린 녀석은 투구까지 쓴 정수리가 종이처럼 찢기는 것을 확인한 나는 그 놀라운 성능에 감탄할 틈도 없이 바늘을 회수하고 검을 뽑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활을 들고 있는 적들이 조금이라도 더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편한 순간일 건 불 보듯 뻔했으니 주저할 틈은 없다. 그럴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전투 불능에 빠뜨려야 내가 무사히 빠져나갈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를 향해 활대라도 휘두르려는 불쌍한 마족의 팔을 벤 뒤, 그대로 멱살을 잡아 방패처럼 세운 뒤 달렸다.
“끄억!”
“빌어먹을! 마법사들을 지켜! 휘둘렸다간 공성 마법이 치고 들어온다! 놈은 내가 맡는다! 뒤로 물러나!”
내게 붙잡혀 휘둘리는 와중에도 날아간 두 팔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마족 방패 너머에서 지휘관의 멀쩡한 목소리와 다른 놈들 죽어 나가는 소리가 같이 들려온다. 그걸 피했다고? 나름 자신 있게 던진 거였는데 아쉽네.
놈이 이대로 공성추 부대를 막기 위한 명령을 내리면 말짱 도루묵이니, 이번엔 온 힘을 다해 들고 있던 마족 방패를 집어던지고 날아간 도끼를 회수하기 위해 마력을 사용했다.
“빌어먹을 쪽문… 씨발!”
확실히 바늘보다 묵직한 저항이 느껴졌지만, 다행히 어디 박혀서 못 튀어나오는 일 없이 빠르게 돌아오는 도끼가 명령을 내리던 반쪽이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다시 내 손에 돌아온 도끼를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마족들이 내가 던진 마족 방패에 맞아 나자빠지고, 내 도끼가 회수되는 걸 보고 명령내리던 것조차 멈추고 달려오려던 반쪽이가 그렇게 쓰러지는 마족들 때문에 주춤거린 덕에 벌게 된 시간이 약 3초.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마법을 시전하는 녀석들에게 향하는 마력을 끊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넓디넓은 성벽 전체를 커버할 수는 없어도 내 주변은 가능하지.
“마, 마법이?!”
“아, 안 돼, 안 돼!!”
당장 눈에 보이는 마력들을 대충 끊는 것만으로도 마법사로 짐작되는 마족들의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지고, 내게 달려오던 반쪽이는 허공에 칼질하는 날 기이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사방팔방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에 합리적인 의심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뭘 봐.”
그런 놈을 향해 다시 한번 도끼를 던지고 가장 가까운 건물 지붕 위로 뛰어내리기가 무섭게 성벽 위로 아군의 마법이 빗발쳤다.
“…!!”
머리 위로 놈의 외침이 들려오는 듯했지만 폭발음과 파열음 속에 가려졌다.
그나마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내 귀에도 안 들리니 설령 쪽문 부대에게 명령을 내렸어도 전해지지 않았을 거라는 것에 큰 위안을 느끼며 대바늘로 감속을 시도한 내가 경사진 지붕 위에 착지하기가 무섭게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왕군이 반응하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격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반응을 보일 뿐.
그들의 반응을 확인한 나는 자세를 잡고 멈추는 대신, 지붕에서 한 번 더 뛰어내리며 가장 병사들이 많이 밀집한 곳을 향해 대바늘을 제외한 나머지 바늘을 전부 날렸다.
-피이익!
그저 흩뿌릴 뿐인 산탄에 가까운 공격이지만 병사들을 주저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포위망이 만들어지는 걸 늦출 수 있다는 건 덤이고.
“컥!”
“마, 마도구다!”
내 행동으로 적들이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날 때마다 내가 상황을 판단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당장 공중에 떠 있는 내 손으로 저 위에서부터 도끼가 되돌아오는 걸 보면서도 제대로 된 반응조차 못한 채 입만 벌리고 있는 마왕군이 그 증거지.
이미 위에서 일어난 일련의 소란에 반응해서 불의의 습격에 대비하는 것 정도는 예상한 모양이었으나, 그게 겨우 한 명일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해 반응이 늦어졌다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다.
“바, 방패…”
하필 가장 이성적이고 빠른 판단을 내린 놈은 내가 착지하며 휘두른 도끼질의 제물이 되어 버렸다. 성을 지키는 병력과 전선을 뚫는 병력들 사이에도 격차가 존재하는 것일까? 비룡에 탄 상태에서도 내 공격을 막았던 마족과 비교해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이게 무슨…”
보는 앞에서 순식간에 곤죽이 되어 버린 동료를 밟고 달려드는 적을 바라보는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 본다. 처음엔 의아할 것이고, 당혹스러울 것이고, 전우애가 있다면 분노하지 않을까? 베테랑이라 불리는 놈들이라면 즉각 무기를 휘둘렀을 테지만 다행히 지금 내 주변에는 없는 모양이니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럼 최소한 이들의 반응이 분노로 이어지기 전까지는 내가 유리하다. 그리 판단을 마친 나는 저 멀리 보이는 쪽문을 향해 도끼를 던지고는 그 뒤를 따라 달렸다.
“마, 막아! 놈의 목표는 성문이다!!”
그것만으로도 혼란이 가중되어 용기있는 놈들은 내게로, 그렇지 못한 놈들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선다. 그나마 빠르게 정신을 차린 누군가가 외쳤지만, 놈들에게 지금 나라는 존재는 단순히 성벽을 넘어 안으로 들어온 적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성벽을 넘었을 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방법을 사용해 성벽 한쪽을 초토화시킨 뒤 뛰어내린 적’이다.
비록 특수 작전에 투입하는 마족이 강약으로 따질 땐 전선의 마족들보다 약할지라도 월등한 충성심이 있으니 비밀 임무에 투입될 수 있는 거다. 딱 봐도 자기들은 할 엄두도 못 내는 짓거리를 성공한 미친놈에게 달려들 수 있는 강단과 의무감을 모든 마왕군이 하나도 빠짐없이 지니고 있을 리 없잖은가.
그랬으면 진즉에 인족은 땅끝까지 밀렸을 것이다.
“저, 저걸 어떻게 막으라고!”
내 예상대로 주변에 퍼진 마족이 30이라면 내게 달려든 건 여덟이 채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크게 위협적이지 않은 수준의 마력을 지닌 놈들 뿐. 공격을 받아칠 것도 없이 이중 가속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어설픈 포위망을 빠져나가 쪽문으로 향할 수 있었다.
아직도 제대로 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쪽문 부대를 향해 바늘을 날려 견제에 들어가려는 순간.
머리 위에서 마족 지휘관의 굵직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엘드미아아아!!!”
그 찰나의 순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무서우리만치 정확했던 놈의 투창 실력.
그만한 정확도를 지닌 놈이 직접 뛰어내리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투신할 리가 없다는 것까지 생각이 미치자 저절로 고개가 위로 올라가며 놈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다리가 멈췄다.
“쟤도 어지간히 미친놈이네.”
거기엔 아직도 불길이 솟구치고 있는 성벽과 하늘을 뒤로한 채 거대한 돌덩이를 들고 뛰어내리며 나를 노려보는 반쪽이가 있었다.
◈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지 몰라도 엘드미아가 마법사들의 주문 간섭을 방해했다. 그걸 확신하는 것보다 빠르게 인족의 마법사들이 시도한 마법 공격이 성벽 위를 강타했다.
정신을 차릴 틈도 없었다. 폭발에 휘말려 짧게 의식이 날아갔다가 돌아온 지휘관이 떠올린 것은 엘드미아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결사의 각오로 마력을 끌어올려 제 몸만한 파편을 주워든 것은 ‘막는다’라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본능적으로 취한 행동에 가까웠다.
이명이 들리고, 균형이 잡히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이끌어 내려다본 도시는 그 짧은 사이에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이대로 가면 저 악마 같은 놈이 성문에 도달한다. 그리 생각함과 동시에 지휘관은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엘드미아아아!!”
갑자기 나타나 모든 걸 망쳐버린 놈에 대한 분노와, 그런 놈을 제대로 막지 못한 자신에 대한 한탄과, 놈에게 겁을 먹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부하들을 향한 짜증이 담긴 외침에 녀석이 달음박질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 시선에 별 미친놈을 다 본다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걸 깨달은 지휘관은 가감 없이 인상을 찡그리며 들고 있던 성벽 파편을 휘둘렀다.
“이 빌어먹을 개자식아!!”
그대로 짓이겨 죽어 버렸으면 좋으련만 엘드미아는 자신이 내던진 파편을 손쉽게 피했다. 심지어 급하게 막 피한 것도 아니고 가장 병사가 적은 쪽으로 몸을 날리며 검을 휘두르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아무런 대책없이 그대로 뛰어내린 탓에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끔찍한 충격이 관절을 타고 올라왔지만 지휘관은 자신의 결단을 후회하지 않았다.
“성문엔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놈이 성문에 도달하면 문제가 생긴다. 대체 어떤 식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반드시 그럴 것이다. 지휘관은 박살 날 것만 같은 몸을 일으켜 엘드미아를 마주 보고는 허리 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정작 엘드미아는 자신의 외침에 별 이상한 놈을 다 보겠다는 듯한 묘한 눈초리를 보내며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너, 내가 왜 성문에 도달하려 했는지 이해한 거 맞냐?”
“그게 무슨…”
그야 당연히 성문을 열거나 공성추 저지 부대를 못 움직…
폭발의 후유증과 하반신을 타고 올라오는 통증 사이에서 방황하던 지휘관은 뒤늦은 깨달음에 다급하게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쪼, 쪽문을 열어어! 공성추가 온다!”
엘드미아가 성문을 박살 내는 것과, 쪽문 부대를 저지함으로써 공성추가 성문을 파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가능성을 따지면 당연히 후자가 더 높았음에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사실을 망각한 대가는 컸다.
방패를 든 전사들이 쪽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나무로 만들어진 1차 성문을 부수며 공성추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공성추가 철창으로 이루어진 2차 성문에 부딪침과 동시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