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 Detective! Becoming a tycoon RAW novel - Chapter 89
검거율 1위 최 형사! 재벌되기 089화
“같이 만나보시죠. 그래야 시간도 절약되니까.”
“그럼 이틀 뒤 시간 어때? 그날이 마침 애들 쉬는 날이라 시간이 될 거야.”
“그럼 모레 점심시간에 맞춰서 올게요.”
“알았어.”
“이선재 씨에겐 아직 말하지 말아 주세요. 제일 마지막에 만나볼 생각이거든요.”
“그래. 알았어. 근데 별일 없겠지?”
아이돌은 이미지로 먹고 산다.
특히 걸그룹이라 괜한 일에 휘말렸다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비너스 코드에 치명상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거다.
“지금까지 문제없었다니까 그냥 두세요.”
“그래도 그만두게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괜히 죄도 없는데 직장을 잃는 피해를 주면 안 되잖아요. 낌새가 이상해지면 제가 바로 말씀드릴게요.”
“꼭이다?”
“그럼요.”
이틀 뒤 만난 스텝 중에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냥 열심히 일하는 매니저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운전도 하고 잔심부름을 하는 로드 매니저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말을 덧붙였다.
“돈을 빌려달라고 했단 말이죠?”
“네. 5백만 원만 빌려달라고 했는데 로드 매니저 주제에 그런 돈이 어디 있겠냐고 했더니 그 뒤로는 안 했어요.”
“사적으로는 자주 만나는 편입니까?”
“저희가 일이 불규칙하다 보니까 어쩌다 쉬는 날에는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들 싶어 해서 사적인 자리는 자제하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돈 빌려달라고 할 정도로 친하지도 않은데 돈 얘기를 했다는 거잖아요.”
“그건 그렇죠. 원래 친한 사이에도 돈 얘기는 하기 힘드니까요.”
“그럼 돈이 급했다는 건데, 이선재 씨가 어떻게 보이던가요?”
“그날은 여기저기 전화도 하고 다급해 보이더라구요. 하지만 그 뒤로는 못 본 거 같습니다.”
어느 누구나 돈이 급하면 은행도 여기저기 알아보고 하다가 방법이 없으면 지인들에게도 전화한다.
그래도 못 구하면 체면이고 뭐고 간에 닥치는 대로 연락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가까이 일하는 사이였으니 충분히 말을 꺼내 볼 만했을 거다.
“이만하면 된 거 같네요. 오늘 저 만난 거 이선재 씨에겐 비밀로 해주세요.”
“네. 그러죠.”
모름지기 돈 문제는 범죄의 동기가 되기에 충분한 법이다.
* * *
“돈 문제가 있다고?”
“네. 아무래도 계좌를 열어 봐야겠습니다.”
“6년이나 지난 사건인데 그걸로 영장을 내줄지 모르겠다.”
“그럼. 이선재 씨 알리바이 확인해 준 친구 만나보겠습니다.”
“좋아. 그럼 우린 이선재 씨 만나볼게.”
“그러세요.”
오 선배랑 재민이는 이선재 씨를 만나러 가고 우리는 이선재 씨 알리바이를 확인해 준 친구를 만나러 움직였다.
이선재 씨 친구 신동천을 만나러 가는 차 안에서 박 선배가 운전하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운전하는 사람 신경 쓰이게 왜 그러세요.”
“신기해서.”
“뭐가요?”
“어떻게 너만 나서면 없던 증거가 나타나고 증인이 나타나냐?”
“제가 운이 좀 좋다고 했잖아요.”
“설마 이 사건도 해결될까?”
“우리까지 합류했는데 당연히 해결해야죠.”
“미친놈!”
“왜요?”
“나서는 사건마다 해결되면 그게 경찰이냐? 저승사자지?”
안 그래도 요근래 박 선배가 나를 박수무당을 빗대서 최수무당이라고 부르는데 이젠 저승사자란다.
어떤 별명으로 불려도 상관없는데 최수무당은 별로라서 싫은 내색을 했더니 저승사자라고 하는 거다.
“최수무당이 싫다니까 저승사자라는 거죠?”
“범죄자한테는 네가 저승사자나 마찬가지잖아. 안 그래?”
“우리 어머니한테 그리 전해 드릴까요? 파트너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저승사자라고 부른다고요.”
“비겁하게 어머니는 왜 끌어들이냐?”
“저승사자란 별명이 그만큼 마음에 안 든다는 거죠.”
“그래도 형사는 별명이 하나쯤 있어야 하는 거야.”
“선배님 별명은 뭔데요?”
“넌 파트너란 애가 내 별명도 모르냐?”
“언제 들어봤어야죠.”
다른 선배들이 박 선배를 별명으로 부르는 걸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선배들은 후배들을 주로 이름으로 부르고 후배들은 형님 아니면 팀장이나 본부장 같은 직책으로 부르니 들어 볼 기회가 없었던 거다.
“내가 이래봬도 부평에서는 마당발이라고 불렸던 사람이야.”
“뚝배기가 아니구요?”
“뭐?”
“마당발보다는 뚝배기가 어울리는 거 같아서요. 지금도 틈만 나면 부평시장 가서 한 뚝배기 하잖아요.”
“하여간 귀신같은 놈!”
“헐~ 대박! 진짜 뚝배기라구요?”
이건 소 뒷걸음질에 쥐가 밟힌 거나 다름없는 일인데 박 선배는 정말 귀신이라도 본 얼굴이다.
“그래. 이 귀신같은 놈아!”
“하하하하!”
형사 별명으로 뚝배기는 좀 아니다 싶어서 웃음이 난 건데 박 선배는 뚝배기란 별명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거 다시는 부르지 마라.”
“뚝배기요?”
“어허! 하지 말라니까.”
“알았어요. 뚝배기라고 안 하면 되잖아요.”
“죽을래?”
“워워! 운전 중이잖아요.”
우리는 투닥거리는 도중 이선재 친구 신동천이 일한다는 여의도에 있는 MBS 방송국에 도착했다.
“방송국 PD들은 바쁘다고 하던데 방송국에 있을까?”
“스튜디오 촬영하는 예능 프로그램 PD라 방송국에 있을 거예요. CP랑은 통화했거든요.”
“그랬어?”
“그럼요. 헛걸음하면 안 되잖아요.”
“아이고~ 어떤 사람인지 만나나 보자.”
발품 파는 일 중에 태반은 성과 없이 돌아서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늘 서울까지 헛걸음할까 봐 걱정하는 거다.
“제가 왜 오자고 했겠어요.”
“촉이 온 거냐?”
“네. 느낌이 쎄~ 합니다.”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지.”
내가 이런 소리를 할 때는 뭔가가 일어난다는 걸 박 선배도 알기에 조금 전과 달리 박 선배 눈빛부터가 달라졌다.
* * *
“신동천 씨?”
“누구시죠?”
“저희는 인천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소속 형사들입니다.”
“형사요?”
“네. 2008년에 있었던 이선재 씨 여자친구 노하윤 씨 사건 때문에 몇 가지 확인할 것이 있어서요.”
“그게 언제적 일인데 새삼스럽게 뭘 확인한다는 거죠?”
신경질적이다.
방송 일이 스트레스가 많다는 건 알지만 경찰이라고 밝히자마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건 켕기는 것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슬쩍.
박 선배도 느꼈는지 나에게 은근한 눈빛을 보내고 고개를 돌렸다.
“미안한데 정말 간단합니다.”
“지금 바쁘니까 빨리하세요.”
“그러죠. 사건 당시 신동천 씨가 이선재 씨와 같이 있었다고 진술하셨는데 그때 뭘 하고 계셨습니까?”
“저희 집에서 술 마시고 있었습니다.”
“고민도 안 하시고 바로 말씀하시네요?”
“당시에도 경찰이 하도 괴롭혀서 잊고 싶어도 잊어버리지도 못하겠네요.”
박 선배와 다시 시선이 마주쳤다.
사건 조서에는 당시 담당 형사가 직장에 찾아가서 한 번 만나고 경찰서로 불러서 진술서를 받느라 딱 두 번 만났다고 적혀 있는데 신동천은 경찰이 많이 괴롭혔단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만 두 번으로도 심적 고통 심했다는 건 내겐 거짓말을 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신동천 씨를 두 번 만난 것이 전부인데 경찰이 그렇게나 많이 괴롭혔다는 겁니까?”
“…….”
“왜 대답이 없으십니까?”
“내가 괴로웠다면 괴로운 거지, 왜 억지를 부리세요?”
“억지는 우리가 아니라 신동천 씨가 부리는 거 같은데 아닙니까?”
“아! 몰라요. 어쨌든 선재는 그날 저랑 같이 있었습니다. 이제 됐죠?”
당황한 신동천이 벌떡 일어섰다.
당시 담당 형사는 속아 넘어갔을지 몰라도 인생 2회차를 살고 있는 난 보통 형사들과는 달랐다.
신동천은 지금 자기가 한 말이 거짓말이란 증거를 팍팍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신동천 씨! 친족이 아닌 이상 범인 은닉죄가 얼마나 큰 죄인지 모릅니까?”
“무…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범인 은닉이라뇨. 전 거짓말 한 적 없습니다. 바쁘니까 그만 돌아가세요.”
“좋습니다. 조만간 소환장 보내드리죠.”
“소, 소환장이라뇨? 그게 무슨 소립니까?”
“아니면 지금 같이 가서 진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만약 당시와 다른 상황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털어놓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실형을 면할 수 있어요.”
“최무진 경위 말이 맞습니다.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사실을 진술하시면 집행유예 정도로 끝낼 수 있지만, 끝까지 거짓말하다간 실형을 살게 됩니다. 그럼 직장도 잃게 될 텐데 그래도 좋습니까?”
“전 거짓말 한 적 없습니다.”
심하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신동천은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뗐다.
이렇게 되면 조금 더 파볼 필요가 있었다.
“신동천 씨! 아직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것 같은데 오늘 저희가 그냥 돌아가면 기회를 놓치는 겁니다.”
“모릅니다. 몰라요.”
신동천은 화를 내고는 로비 출입구를 지나서 비상구를 통해 사라졌다.
“저 사람 당황하는 거 봤지? 확실히 냄새가 나네.”
“그렇죠?”
“경태가 이선재 그 사람 만나본다고 했으니까 일단 돌아가서 의견을 종합해 보자.”
“네.”
오 선배랑 재민이가 만나본 이선재 반응도 신동천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특히 돈 문제가 있는 것 같은 이선재를 조사한 결과, 사건 이후부터 지금까지 여러 번에 거쳐 신동천에게 돈이 건너간 정황이 발견되었다.
심지어 이건 이선재의 다른 친구들에게서 두 사람 간에 문제가 있다는 진술을 듣고 영장을 통해 계좌를 살펴본 결과였다.
6년간 불규칙적으로 모두 다섯 번, 총 3천만 원인데 우리는 이것이 알리바이를 증언해 준 대가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이만하면 알리바이는 깨졌다고 봐야겠지?”
“그러게. 두 사람 사이에 돈거래가 있었다면 의심을 해봐야지.”
“체포 영장 나오겠죠?”
“일단 가서 조용히 데려와.”
“알겠습니다.”
본부장 허락이 떨어지자 우리는 이선재를 체포하기 위해 출동하려고 했다.
그런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하더니 진호 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네. 형님!”
―무진아. 이선재 그 새끼, 사라졌다.
“사라져요?”
―그래. 비너스 코드 행사비까지 챙겨서 사라졌어.
“그렇지 않아도 체포하려고 출동하는 중이에요. 다른 피해는 없는 거죠?”
―다행히 애들은 괜찮아.
“그나마 다행이네요. 체포하면 연락드릴게요.”
―그래. 알았어.
아이돌 행사비면 최소 2천만 원이다.
그리고 급하게 확인해 보니 신동천 역시 출근은 안 했다는 거다.
“팀장님! 이선재, 신동천 둘 다 도주를 선택한 모양입니다.”
“확실해졌네. 핸드폰 위치 추적하고 출국금지부터 내려.”
“넵!”
까딱하면 영영 숨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서두르지 않았다.
재민이랑 고희진 경장을 시켜 이선재를 감시 중이었기에 체포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범인이라는 확신이 어려워서 그렇지, 이런 상황이라면 누가 봐도 이선재가 범인이고 신동천이 알리바이를 조작해 준 것이 명확해진 거다.
* * *
이선재는 평택으로 가다가 잡혔고, 신동천은 평창 시골집에서 잡혔다.
그동안 신동천이 이선재를 협박해서 돈을 챙겨 왔는데 사건이 있던 날 밤 피 묻은 옷차림으로 자기를 찾아와서 알리바이를 부탁했고, 당시엔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려고 했었단다.
하지만 그 마음은 변질되었고, 사건 당일 챙겨둔 이선재의 피 묻은 옷으로 협박을 했던 거다.
“이선재 씨. 여자친구는 왜 죽이려고 한 겁니까?”
“제가 오해했었습니다.”
“오해요?”
“네. 하윤이가 헤어지자고 했었는데 그 남자랑 양다리를 걸치는 줄 알고 제가 오해해서 그만…….”
“양다리 걸쳤다고 사람을 죽이려고 합니까?”
“죄송합니다.”
“죄송은 제가 아니라 노하윤 씨와 가족들에게 해야죠. 사건 뒤로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아십니까?”
“흐흐흑! 정말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해결은 했지만 씁쓸한 사건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제 사건을 해결했다고 좋아할 수가 없었다.
내가 병원비를 해결해 주기는 했어도 피해자 가족의 아픔과 고통은 그따위 돈으로 대신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