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42
141화. 적호방주 (2)그 시각, 대웅방에서는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제, 제발 그만! 살려만 주십시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거구의 두 사내가 몸을 웅크린 채 쏟아지는 주먹과 발길질을 받아내고 있었다.
둘 다 눈두덩이를 비롯한 온몸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부러진 코에서는 쌍코피가 줄줄 흘렀다.
그들은 대웅방의 거력삼웅, 그중 둘째와 셋째인 거력창, 거력곤이었다.
“잘못했다는 걸 아는 새끼들이 지금까지 그랬단 말이지?”
“사과는 니들한테 죽거나 병신이 된 사람들에게 해야지.”
한때 빈민가에서 왕 노릇을 하던 두 사내의 앞에는, 두 형제보다 머리가 한 개씩은 더 큰 거인들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로 거상웅과 야수혁이었다.
“저, 정말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개과천선해서 살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다.
거력창과 거력곤은 맞아 죽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반도 살지 않은 어린 무인들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졌다.
하지만 거상웅과 야수혁은 눈썹 하나 꿈틀하지 않았다.
“힘만 믿고 패악 부릴 때는 평생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지?”
“너희 같은 새끼들 때문에 우리까지 싸잡혀서 욕을 먹는 거야. 사지 멀쩡하면 차라리 산으로 올라가서 영업을 뛰든가. 우리도 없는 사람들은 그냥 보내 줘, 이 말종 새끼들아!”
“산으로 올라가서 영업……?”
“이 새끼들은 더 맞아야 해!”
둘째인 거력창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돌아보자, 야수혁은 거력삼웅 형제의 턱주가리를 주먹으로 냅다 갈겼다.
빡! 빡!
야수혁이 쓰러진 두 형제를 밟아 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말리는 시늉을 하던 거상웅도 함께 발길질을 해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새끼들이 빈민가에서 한 짓은 쉽게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악! 그, 그만! 제발 그만!”
“살려만 주십시오! 살려만…….”
거력창과 거력곤이 얼마나 곤죽이 되도록 얻어터지는지, 청룡학관의 다른 학생들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였다.
동시에 그들은 경외감 어린 시선으로 거상웅과 야수혁을 바라봤다.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그것도 압도적으로 꺾어 버리다니.’
적호방을 야습하기 위해 나선 거력창과 거력곤을 막아선 게 거상웅과 야수혁이었다.
그들은 각각 거력창과 거력곤과 붙어서 수십 합 만에 제압했다.
그리고 지금, 두 낭인들을 다시 대웅방으로 데려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죗값을 치르게 하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한 짓을 이자까지 쳐서 갚는다고 생각해라.”
“아무리 생각해도 니들은 용서가 안 돼!”
빠악! 빠바바박!
둘의 인정사정없는 매질에, 학생들 중 누군가가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러다 죽이는 거 아냐? 선생님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죽이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아냐. 잘 봐. 저놈들 뼈도 멀쩡하고 피도 별로 안 흘렸어.”
“……어? 진짜네?”
“그만큼 기가 막히게 잘 때리고 있다는 거지.”
거상웅과 야수혁.
둘 다 외공을 전문적으로 익히는 만큼, 신체에 대해서 무척 해박했다.
즉, 어디를 맞으면 아프고 어디를 맞으면 죽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거력창과 거력곤은 죽지도, 기절하지도 못하고 두들겨 맞는 중이었다.
“그런데 저 둘, 묘하게 합이 잘 맞네. 마치 한 쌍의 곰 같단 말이지.”
“호오. 그러게.”
학생들은 거상웅과 야수혁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수군거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장난스럽게 그들에게 별호를 지었다.
“흑백쌍웅…… 어때?”
피부가 검은 편인 야수혁. 그리고 피부가 흰 편인 거상웅.
두 사람은 함께 다니면 서로의 피부색이 더욱 대비되어 보였다.
때문에 둘을 묶어서 장난삼아 그렇게 부른 것이다.
“흑백쌍웅? 잘 어울리는데?”
“둘이 매일 붙어 다니니 딱이로군.”
“앞으로 그렇게 부르자고!”
그때까지만 해도 누구도 몰랐다.
빈민가에서 장난스럽게 불리기 시작한 이 별호가, 훗날 무림을 진동시키는 별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는.
심지어 당사자들은 낭인들을 흠씬 두들겨 패느라 자신들에게 생긴 별호를 듣지도 못했다.
지나가던 헌원강이 초죽음이 된 두 낭인을 보고 혀를 찼다.
“적당히들 패. 골병들게 해서 죽일 셈이야?”
“하. 다른 놈도 아니고 네가 그런 말을 해?”
“선배?”
거상웅과 야수혁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헌원강을 돌아봤다.
헌원강에게 걸린 낭인은 평생 혼자서 죽도 못 먹는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건 그 낭인이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몹쓸 짓을 한 놈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빨리 왔네?”
잠시 후, 여민도 대웅방에 도착했다.
그녀는 기절한 낭인의 다리를 질질 끌고 와 대웅방 대연무장 한가운데에 던졌다.
그곳에는 이미 잡혀 온 대웅방의 낭인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으으…….”
“사, 살려 줘…….”
“니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내가 아는 형님이……!”
낭인들은 학생들에게 빌거나, 애원하거나, 혹은 협박을 했다.
하지만 청룡학관 학생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동안 빈민가를 순찰하며 대웅방의 낭인들이 저지른 짓을 숱하게 보았기 때문이었다.
“어이 쓰레기들. 지금 즉시 냄새나는 입을 닫는다. 아니면 싹 모아서 태워 버리는 수가 있어.”
헌원강이 인상을 쓰며 협박하자, 낭인들이 움찔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망나니 새끼…….’
‘저 새끼가 제일 악질이야.’
‘저거 사파 아니야? 진짜 청룡학관 학생 맞아?’
낭인들은 하나같이 만신창이가 된 반면, 청룡학관 학생들은 조금씩 다치기는 했어도 중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청룡학관의 완벽한 승리였다.
“다 잡아 온 것 같은데.”
“거력도? 그 두목 놈만 잡아 오면 돼.”
백룡장 제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한자리에 모였다. 독고준도 이제 슬그머니 그 자리에 끼었다.
“위지천이 갔으니 그쪽도 곧 끝나겠군.”
“……설마 지진 않겠지?”
여민의 걱정스러운 말에, 야수혁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 자식이 진다고? 말도 안 돼.”
“아암. 말도 안 되지. 위지천이 우리 중에 제일 강하지 않나.”
거상웅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헌원강은 못마땅한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쳇. 아직은 그렇지. 아직은. 언제까지 제일 강한지 보자고.”
투덜거리는 헌원강을 향해, 거상웅이 씩 웃으며 말했다.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지. 특히 눈이 돌아간 위지천은 여기 있는 학생회장도 못 이길걸?”
“……선배. 그 말은 그냥 넘기기 힘들군요.”
독고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아직 부상이 다 낫지 않아, 붕대를 한 모습이었다.
대웅방은 정리하는 이번 싸움에서도 독고준은 지켜보기만 했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다들 강해지고 단단해졌구나.’
독고준은 감회가 새로운 표정으로 대웅방에 모인 청룡학관 학생들을 둘러봤다.
자신처럼 깨달음을 얻거나 무공이 일취월장한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태도, 각오가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무공을 익히는 이유, 약자에 대한 생각, 그런 것들이 학생들에게 고민을 안겨 주고, 보다 넓어진 시야와 생각이 앞으로 그들의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야, 독고. 이 자식들 창고 봤어? 돈이랑 패물이 엄청나게 쌓여 있더라고! 이거 우리가 좀 챙겨도 되는 거 아니냐?”
……모두가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어느새 창고를 보고 온 헌원강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얘들아! 오늘은 잔치다! 고기랑 술……은 나는 안 먹지만 가서 잔뜩 사 와!”
“어림도 없다.”
청천이었다.
포졸들을 데리고 온 그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대웅방이 불법으로 축적한 재산은 관아에서 몰수할 것이다.”
그 말에 헌원강이 울상을 지었다.
“포두님. 딱딱하게 이러실 거예요? 며칠 동안 빌어먹게 맛없는 소면만 먹었더니 똥도 소면처럼 나온다고요. 회식 정도는…….”
“불가.”
세상에 이보다 더 꽉 막힌 사람이 있을까 싶은 단호한 대답. 하지만 헌원강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거 너무 깐깐하게 굴지 마시고…….”
“불가.”
승리에 취한 분위기로 대웅방이 떠들썩할 때였다.
콰앙!
대웅방의 정문이 부서질 듯 열리고, 피투성이가 된 사내가 비칠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누구야?”
그 사내는 철두였다. 철두는 피를 줄줄 흘리며 대웅방 안을 둘러봤다.
“……백수룡, 백수룡은 어디 있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느낀 청천, 그리고 백룡장의 제자들이 철두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청천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 일이지? 백 선생은 왜 찾나?”
“위, 위지천이…… 적호방주가…….”
“위지천이 뭐! 빨리 말해!”
헌원강이 철두의 멱살을 홱 잡아당기며 외쳤다.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철두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적호방주가…… 위지천을…… 데려갔다.”
“데려가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적호방주? 놈이 갑자기 왜 나와!”
철두의 멱살을 잡고 흔들던 헌원강의 팔을, 거상웅의 두꺼운 손이 움켜쥐었다.
“원강. 침착해라. 너 때문에 이 사람이 말을 하고 싶어도 못 하겠다.”
“빌어먹을…….”
헌원강이 멱살을 놓고 물러나고, 철두는 자신이 보고 겪은 일을 설명했다.
“……그때 갑자기 적호방주가 나타났다. 위지천에게 살검을 가르쳐 주겠다며, 제자로 삼겠다고 했다. 위지천이 거절하자, 갑자기 달려들어서 싸움이 벌어졌다. 그건…….”
적호방주를 떠올리자 오한이 드는 철두가 몸을 덜덜 떨었다.
빈민가에 서 평생 싸움을 했지만, 살면서 그토록 살기가 짙은 무공은 처음 보았다.
손톱에서 줄기줄기 뿜어지던 검기.
바람에 미친 듯이 날리던 봉두난발의 머리카락과 샛노란 눈동자.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괴소를 흘리며 위지천을 농락하던 모습.
싸움의 혼란을 틈타 도망치려던 거력도는 거치적거린다는 이유로, 수십 조각으로 찢겨 죽었다.
“…….”
철두의 설명에 장내가 침묵에 휩싸였다. 독고준이 힘겹게 물었다.
“결국 위지천이 졌습니까?”
“확연하게 밀리긴 했지만, 쉽게 질 싸움은 아니었어. 그러자 적호방주가…….”
철두가 고개를 푹 숙였다. 분한지 이를 악물며 말을 덧붙였다.
“위지천에게 검을 버리지 않으면 우릴 하나씩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위지천은 바로 검을 버렸고.”
“바보 같은 자식이…….”
“어휴.”
“그 녀석답긴 하네.”
간혹 검을 휘두르다가 눈이 돌아가긴 해도, 위지천은 본래 성정이 착하고 순한 소년이었다.
“위지천이 검을 버리자마자 적호방주가 달려들어 마혈을 짚었다. 어떻게든 막아 보려고 했지만…….”
철두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온몸에 할퀴고 찢긴 상처가 가득했다.
적호방주의 손톱에 당한 부상이었다.
살아서 여기까지 온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철두가 창백한 안색으로 말했다.
“놈은 적호방으로 돌아갔다. 빨리 구해야 해. 제자로 삼겠다고 했으니 당장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만, 그 미친놈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았으니 쉬어라. 의원에 데려가 치료하도록.”
청천은 포졸들을 시켜 철두를 의원에 데려가게 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학생들을 바라봤다.
“들었다시피 상황은 이렇다. 너희들의 동료가 적의 수괴에게 납치됐다. 나는 관아에 연락해 지원 병력을 더 부르겠다. 백수룡은 지금 어디 있지?”
청천이 학생들을 바라봤으나 모두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보통은 그 객잔에 계실 텐데…….”
“어쩌면 벌써 소식을 듣고 구하러 가셨을지도 몰라요. 항상 저희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시니까.”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학생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대웅방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다들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선생님이 해결해주지 않을까?”
“학관에 빨리 연락하자. 큰일이잖아.”
“선생님들이 와서 구해 주실 거야. 괜히 우리가 나섰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맞아. 우리보다 훨씬 강한 위지천도 못 당한 상대인데…….”
콰앙!
무언가가 박살 나는 소리에 모두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정문을 걷어찬 헌원강이 학생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야 이 새끼들아. 후배가 납치됐는데 여기서 선생님이나 기다리자고? 니들이 그러고도 선배냐? 아니 그 전에 무인이냐?”
“…….”
수군거리던 학생들이 헌원강의 시선을 피했다.
실제로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학생은 위지천보다 선배였다.
헌원강이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한심한 새끼들. 나는 선생님이 오든 말든 내 후배를 구하러 갈 거다.”
“나도 간다.”
독고준이 따라나섰다.
거상웅, 야수혁, 여민도 마찬가지였다.
“구하러 가야지. 우리 귀여운 후배인데.”
“하여튼 멍청한 자식.”
“우리 중에선 위지천이 밥을 제일 잘한단 말이야.”
그렇게 헌원강을 필두로 백룡장의 제자들, 독고준과 청룡쌍걸이 대웅방의 정문을 나섰을 때였다.
“불이야-!”
저 멀리, 적호방이 있는 방향에서 커다란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