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48
147화. 누가 보여 준대?‘새끼가 소개를 해도…….’
백수룡은 겉으로는 웃으면서 헌원강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옥면음랑(玉面淫郞)이라니.
오기 전에 합의한 별호이긴 했지만, 소개를 해도 저렇게 한단 말인가.
하기야 헌원강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놈들도 다 똑같은 놈들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선생님 얼굴로 할 수 있는 역할은 색마밖에 없다니까요? 다들 동의하지?
-그래도 색마는 너무 노골적이니까 별호는 좀 바꾸자.
-음마로 할까? 음적? 쾌락마? 아니면 교접왕?
-……적당히 해라, 이것들아.
-호, 혹시 음랑은 어때요? 선생님 잘생겼으니까 옥면을 붙여서, 옥면음랑…….
-좋은데?
-괜찮은데?
-위, 위지천 너까지……. 내가 너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백수룡은 고개를 저어 좋지 않은 기억을 털어 버렸다.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악인곡에 들어가려면 옥면음랑의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일단 이 앞에 있는 악인곡 문지기 삼인방을 통과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절강오마? 난 처음 들어 보는데……. 너희는 들어 본 적 있냐?”
염라부가 수염을 벅벅 긁으며 낭아도와 벽안귀를 돌아보자, 두 사람도 고개를 저었다.
낭아도가 피식 웃으며 절강오마를 바라봤다.
“어디 촌구석에서 온 놈들인 모양인데.”
건들건들 앞으로 나선 수라광마 혁원강이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어허. 촌구석이라니. 우리도 절강성에서 악명 꽤나 떨치던 놈들이오. 우리 손이 뒈진 놈들이 몇인지나 아쇼?”
“몇이나 되는데?”
……숫자가 중요한 건가?
헌원강은 잠시 당황했지만, 티를 내지 않으며 히죽 웃었다.
“글쎄. 백을 넘긴 이후론 귀찮아서 안 세 봤는데.”
“흐음…….”
악인곡의 문지기들은 절강오마라며 나타난 자들을 훑었다.
뒤에서 조용히 있던 벽안귀가 한마디를 했다.
“몸은 괜찮군. 단련을 꾸준히 한 몸이다.”
특히 수라광마와 폭렬철권마, 두 놈은 신체가 상당히 발달해 있었다.
벽안귀의 말에 염라부와 낭아도도 고개를 끄덕였다.
“유치찬란한 별호를 단 놈들은 대부분 시답잖은데 말이지.”
“단칼에 찢어 죽일 정도는 아닌 것 같군.”
“시험 정도는 치르게 하지.”
벽안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염라부가 앞으로 나서며 씩 웃었다.
“축하한다. 너희는 방금 시험을 치를 자격을 획득했다.”
“시험?”
“처음 왔으니 일단 설명해 주마. 악인곡 안으로 들어가는 규칙은 하나다. 우리 문지기들의 마음에 들어서 출입을 허락받거나, 아니면 문지기를 죽이고 들어가면 된다.”
염라부가 누런 이를 드러내더니 어깨에 걸친 커다란 도끼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쿵!
묵직한 소리에 도끼를 바라보자, 전체가 쇳덩이로 된 무식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살짝 기가 질린 헌원강이 물었다.
“지금까지 문지기를 죽이고 안으로 들어간 경우가 있긴 한가?”
“십 년 전에 내가 마지막이었지. 이 둘은 나보다 먼저 왔고.”
“…….”
즉, 최소 십 년 동안에는 문지기에게 도전해서 이긴 사례가 없다는 말이었다.
‘굳이 죽일 필요는 없다.’
절정고수를 죽였다가는 악인곡 전체의 주목을 받게 되고, 그럼 목적을 이루기가 곤란해진다.
백수룡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악인곡에 들어가는데 꼭 무공이 강할 필요는 없다고 들었다.”
“쓸 만한 재주를 뭐라도 보이면 된다. 혓바닥을 놀려서 우릴 설득해도 되고, 독으로 중독시켜도 되고, 뭐 재주가 없으면 뇌물이라도 찔러 주든가.”
염라부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무공이 강하지 않아도 악인곡에 들어갈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파보다 훨씬 사고가 자유로운 자들이었다.
“그럼 재주를 하나씩 보여 주는 쪽으로 하지.”
백수룡이 고개를 끄덕이자, 절강오마 중 폭렬철권마 야혁수가 맨 먼저 앞으로 나섰다.
“나는 완력에 자신이 있다. 거기 도끼쟁이. 팔씨름 한판 어때?”
“나 말이냐?”
염라부는 지목을 당하자 눈썹을 꿈틀댔다.
한눈에 보아도 자신의 반 토막도 살지 않았을 애송이가 그를 도발하고 있었으니까.
“힘 좀 쓸 것 같은데. 내가 이기면 안에 들여보내 주는 게 어때?”
“크흐흐. 맹랑한 놈이군. 좋다. 이쪽으로 오려무나.”
염라부는 폭렬철권마라는 애송이의 대담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잠시 후, 두 사내는 널찍한 나무 밑동을 가운데에 두고 서로의 손을 잡았다.
꽈악…….
한눈에 서로의 힘을 알아본 두 사내의 눈이 빛났다. 염라부가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애송아. 내가 네 제안을 받아줬으니 나도 한 가지 조건을 걸겠다.”
“뭔데?”
“내가 이기면 이 자리에서 네 팔을 자를 거다. 이래도 할 테냐?”
야혁수는 잠시도 대답을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내가 지면 내가 직접 잘라서 주지.”
“푸하! 좋구나!”
그 말이 시작이었다.
두 사내는 동시에 팔에 힘을 주었고, 결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왔다.
콰아앙!
나무 밑동에 커다란 흔적이 남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폭렬철권마가 히죽 웃었다.
“내가 이겼지?”
“끄응…….”
둘 다 내공은 사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완력만으로 펼친 대결이었다.
비틀거리면서 일어난 염라부가 자신의 팔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빌어먹을. 뼈에 금이 간 것 같군.”
자리에서 일어나 염라부의 두 눈이 잠시 살기가 번들거렸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합격. 너는 들어가도 좋다.”
팔씨름에서 지고 팔뼈에도 금이 갔지만, 염라부의 표정은 즐거워 보였다.
오히려 그는 폭렬철권마가 마음에 든다는 듯 바라봤다.
“새끼. 안에서 만나면 술 한잔하자고.”
“형씨가 사는 거지?”
“크하하! 알았다! 내가 사지!”
염라부가 멀쩡한 손으로 폭렬철권마의 등을 퍽퍽 두드렸다.
“두 번째는 내가 하지.”
두 번째로 나선 이는 수라광마 혁원강이었다.
도를 뽑아 든 그가 팔짱을 끼고 있는 낭아도를 도발했다.
“거기 칼잽이. 내가 당신한테 십 초식을 버티면 들여보내 줘. 어때?”
“십 초?”
낭아도가 코웃음을 치자, 혁원강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나보다 훨씬 고수니까. 악인곡 안에도 당신한테 십 초를 버틸 고수는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아닌가?”
은근히 추켜세우는 칭찬에, 낭아도의 입가에 은은한 웃음이 맺혔다.
“물론 차고 넘치는 수준이지. 십 초라……. 그래, 재미있겠군.”
시큰둥해 보이던 낭아도가 도를 뽑아 들며 앞으로 나섰다.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십 초면 너를 고깃덩어리로 만들고도 남지. 그 상태로도 살아있다면 들여보내 주도록 하마.”
낭아도가 뽑아 든 도는 톱니처럼 날이 삐죽삐죽 돋아나 있었다.
그의 별호이자 성명절기인 낭아도(狼牙刀)였다.
한 번이라도 스치면 살점이 뜯겨 나가는 흉악한 무기였다.
수라광마 혁원강이 미간을 찌푸리며 상대의 도를 바라봤다.
“여기까지 피 냄새가 진동을 하네.”
“곧 못 맡게 될 거다. 네 피 냄새에 가려질 테니까.”
히죽 웃은 낭아도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도를 휘둘렀다.
까앙!
“크윽!”
헌원강은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상대의 공격을 막고, 피하고, 몸을 굴려서라도 간격을 벌렸다.
반격은 꿈도 꾸지 않았다.
오기 전에 백수룡이 당부한 대로 수비에만 치중했다.
‘내 실력으로 이기는 건 역부족이야.’
헌원강은 이를 악물었다.
고작 십 초를 버티는 것에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상대는 강했다.
하지만 점점 상대의 초식이 보이고 투로가 눈에 들어왔다.
잠깐 사이에도 헌원강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보면…….”
“뭐냐, 그 눈빛은!”
공격이 읽히는 게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린 낭아도가 힘껏 도를 휘둘렀다.
까앙!
헌원강의 도가 위로 튕겨 올라가고, 가슴이 활짝 열렸다.
그 빈틈을 향해 낭아도가 짓쳐들었다.
쐐애액!
헌원강의 두 눈에 절망이, 낭아도의 두 눈에 희열이 깃들 때였다
“그만.”
나직한 목소리에 낭아도가 도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왜?”
“십 초가 넘었다. 그 녀석은 합격이다.”
말을 한 것은 벽안귀였다.
새파란 눈동자로 노려보는 그의 한마디에, 낭아도는 작게 욕설을 내뱉은 후 칼을 집어넣었다.
세 명의 문지기 중 누가 대장인지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낭아도는 몸을 돌리는 헌원강에게 물었다.
“애송아. 네 도법 이름이 뭐냐?”
“지랄. 알면 뭐 하게?”
“하? 너는 저 안에서 나랑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
“저 새끼가!”
헌원강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방금 낭아도와의 싸움을 복기하느라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렇게 야수혁에 이어 헌원강도 합격했다.
지켜보고 있던 백수룡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여기까진 계획대로다.’
백발마수에게 미리 문지기들의 성격에 대한 정보를 들어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남은 사람은 여민과 위지천.’
백수룡의 눈빛을 받은 여민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남장을 하고 있었는데, 마르고 팔다리가 길어서 남장이 제법 잘 어울렸다.
여민이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
“냉혈비마 여곡. 나는 보법과 경공에 자신이 있다.”
“이번엔 내가 하지.”
처음으로 벽안귀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바닥에서 돌멩이를 주워 모으더니 여곡에게 말했다.
“열 개를 던지겠다. 반경 십 장에서 벗어나지 않는 조건으로, 전부 피하면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좋아.”
휘익!
기습적으로 던진 돌멩이 하나가 여곡의 뺨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
깜짝 놀라서 자신을 바라보는 여곡에게, 벽안귀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것은 인사였다. 지금부터는 못 피하면 병신이 되거나 죽을 수도 있다. 전력을 다해 살아남아 보도록.”
“……좋아. 시작해.”
여민은 침을 꼴깍 삼키며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 모습을 본 벽안귀가 피식 웃더니 돌멩이를 던지기 시작했다.
휘익!
날아오는 돌멩이 하나하나가 웬만한 암기보다 훨씬 빨랐다.
여민은 전력을 다해 경공을 펼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궁지에 몰렸다.
옷깃이 찢어지고, 돌멩이가 바로 눈앞을 스쳐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여민은 자기도 모르게 백수룡이 보여 준 설영보를 밟고 있었다.
벽안귀가 푸른 눈에 이채를 띠었다.
“제법이군. 진심으로 맞추고 싶어져.”
중얼거린 그는 품에서 돌멩이가 아닌 작은 단검을 꺼냈다.
우우웅!
벽안귀는 새파란 검기가 맺힌 단검을 들어 여곡의 심장을 겨냥했다. 단검이 파르르 떨었다.
“이것도 피한다면…….”
“그만하지? 이미 열 개가 넘었는데.”
옆에서 들려온 싸늘한 목소리에 벽안귀가 고개를 돌렸다.
옥면음랑이라고 했나?
절강오마의 대형이라는 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흥이 과했나 보군.”
벽안귀가 피식 웃더니 들고 있던 단검을 내려놨다.
“좋다. 저 녀석도 합격이다.”
다리에 힘이 풀린 여곡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힐긋 본 벽안귀가 백수룡에게 말을 걸었다.
“옥면음랑이라고 했나? 이번엔 네가 나설 차례인가?”
“아니. 난 마지막 차례다.”
그가 옆으로 비켜서자, 창백한 인상의 위지천이 앞으로 나섰다.
“나찰검마입니다. 이번엔 제가…… 아니 내가…….”
창백한 인상에 새파란 입술, 그 모습을 본 벽안귀가 혀를 찼다.
“몸이 안 좋아 보이는데.”
“이곳에 마의라고 실력 좋은 의원이 있다고 들었다. 치료를 받고 싶은데, 안에 있나?”
백수룡의 물음에 벽안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어서 나온 대답은 썩 희망적이지 않았다.
“마의는 안에 있다. 하지만 환자를 봐주는 것은 그놈 마음이야.”
“안에만 있으면 돼.”
“다들 그렇게 말하지.”
백수룡을 향해 피식 웃어준 벽안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위지천을 바라봤다.
“너는 뭘 보여 줄 거지?”
“검술을 펼쳐 보이겠습니다.”
“고작 검술? 비무도 아니고?”
“……제 검이 마음에 드신다면 들여보내 주세요.”
위지천은 힘겹게 말하며 검을 들어 올렸다. 벽안귀는 별다른 대답 없이 그 모습을 바라봤다.
“후우…….”
힘겹게 숨을 내쉰 위지천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반쯤 뜨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사악.
일검이 허공을 베고 지나간 후에도,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
“…….”
“…….”
잠시 무거운 침묵이 지나간 후에, 세 명의 문지기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합격이다.”
“……합격.”
“들어가라.”
만장일치였다. 세 명 모두 멍한 표정으로 위지천을 보았다.
백수룡은 그 모습을 보며 씩 웃었다.
‘통할 줄 알았다.’
악인들이라고 해도, 여기 있는 문지기들 모두 뛰어난 무인이다.
백발마수가 탐낼 만한 재능을 가진 위지천의 검을 보고,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이제 나만 합격하면 되는군.’
제자들은 모두 합격했다.
겨우 한숨 돌린 백수룡이 드디어 앞으로 나섰다.
합격할 자신?
그 어떤 종목으로 해도 떨어질 자신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통과.”
벽안귀가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뭐?”
“넌 그냥 통과다.”
“어째서? 나도 보여 주려고 준비했는데?”
“볼 필요도 없다.”
백수룡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벽안귀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옥면음랑. 너는 색공과 방중술이 특기라고 했지?”
“……그랬지. 그게 왜?”
벽안귀가 아주 단호한, 동시에 경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네놈 거시기 따위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누가 보여 준대?”
이것들을 그냥 다 여기서 죽여 버릴까, 백수룡은 잠시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