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52
151화. 제가 가겠습니다. 악인곡에 혈교의 유산이 숨겨져 있다니?
백발마수에게 혈마안을 사용해 추궁했을 때도 듣지 못한 이야기였다.
‘알고 있었다면 실토하지 않았을 리 없으니…… 백발마수도 몰랐다는 뜻인데.’
혹시 일부러 떠보는 걸까?
백수룡은 당황한 표정으로 혈수귀옹에게 말했다.
“혈교라니……. 그런 이야기는 사부님께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사제에게도 말한 적 없기 때문이다. 비밀이란 아는 이가 적을수록 좋은 법이거든.”
“그런데 왜 제게…….”
혈수귀옹은 복잡한 감정이 담긴 시선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사실을 아는 자들은 삼십 년 전에 모두 죽었다. 당시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이었지.”
혈수귀옹은 ‘죽었다.’라고 말했지만 백수룡의 귀에는 ‘죽였다.’라고 들렸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었다.
“……사제만은 내 손으로 죽이고 싶지 않더구나. 다행히 그 녀석은 혈옥수를 발견한 자리에 없었지.”
혈수귀옹은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서 창밖을 바라봤다.
옛일을 떠올리는 듯, 그의 주름진 얼굴에 더욱 깊은 주름이 생겼다.
“하지만 가끔 비밀을 주절주절 떠들고 싶은 밤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야.”
“그렇습니까.”
백수룡이 조용히 묻자, 혈수귀옹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혈옥수의 비급을 외우고, 함께 준비돼 있던 영약을 섭취했다. 이십 년이 지나니 무림에선 나를 십대악인의 말석에 집어넣더구나. 말석이라……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술에 취한 혈수귀옹은 멍하니 달을 바라보며 실실 웃었다.
구름에 반쯤 가려진 달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백수룡의 그의 빈 잔에 술을 채워 주며 말했다.
“제 미천한 무공으로는 사백의 경지가 어디에 닿아 있는지 가늠조차 되질 않습니다.”
“겸손이 과하다. 네가 내게 보여 준 것이 전부가 아님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
백수룡이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혈수귀옹이 클클 웃었다.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무인이라면 실력의 삼 푼 이상은 항상 숨기는 것이 당연하지.”
“죄송합니다.”
“괜찮다 하지 않았느냐. 오히려 이렇게 뛰어난 사질을 얻어 흐뭇하구나.”
혈수귀옹은 손을 뻗어 고개를 푹 숙인 백수룡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내가 발견한 혈옥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어느 날 지진으로 땅이 갈라지면서 우연히 그것이 있던 장소만 외부에 드러난 것이지.”
“뭐가 더 있단 말입니까?”
“혈교가 망하기 전에 빼돌린 보물과 비급, 영약들이 악인곡의 지하에 숨겨져 있다.”
혈수귀옹이 히죽 웃으며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바로 이곳, 내 집 아래에 말이다.”
“…….”
백수룡은 자신이 앉아 있는 바닥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사실이라면…….’
반드시 그 장소를 확인해야만 한다.
꼭 찾아야 할 것이 있었다.
“꼬박 십 년이 걸렸다. 혈교의 유산이 숨겨진 장소, 그 입구를 찾는 데 말이다.”
혈수귀옹은 갈증이 나는지 술병을 통째로 가져가 목을 축였다.
타앙!
부숴 버릴 듯 술병을 내려놓은 그가 클클 웃으며 말했다.
“너도 탐이 나느냐? 무인이라면 당연히 그렇겠지. 과거 단일 세력으로 천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혈교였으니……. 그들이 남긴 무학 중 하나를 익힌 것만으로 나는 십대악인이 되었다. 그 안에 또 얼마나 많은 무공과 기보가 있을 것 같으냐?”
혈수귀옹의 눈에 탐욕과 광기가 어렸다. 백수룡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아직 그것들을 얻진 못하셨군요. 혈옥수 외에는 아무것도.”
“……어째서 그리 생각하느냐?”
굳은 표정의 혈수귀옹에게, 백수룡은 차분하게 제 생각을 말했다.
“얻으셨다면 이미 혈옥수보다 더 뛰어난 무공을 익히셨겠지요. 그리고 밖으로 나가셔서 무위를 떨치셨을 겁니다. 십대악인이 아니라 십대고수, 천하제일고수가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노골적인 아부가 섞인 말이었지만, 혈수귀옹은 알면서도 기분 좋게 웃었다.
“네 말이 맞다. 현철로 된 두꺼운 문이 가로막고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폭약을 설치해 무너뜨릴까도 생각해 봤다만…… 그랬다간 저 안의 물건들이 상할 것이 두려워 시도하지 못했다.”
사실 혈수귀옹은 새로운 무공을 익히기엔 너무 늙었다.
하지만 수십 년을 바친 일이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분명 저 안에는 혈옥수 이상의 신공절학이 있을 게다. 그리고 영약까지 존재한다면…… 환골탈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야.”
환골탈태는 큰 깨달음을 얻어 육체가 젊어지는 경지를 말한다.
무인으로 치면 초절정을 넘어 화경에 이르러야 가능한 경지로, 환골탈태에 이른 고수들을 무림에서는 십대고수라 불렸다.
‘내 생각엔 불가능할 것 같지만…….’
백수룡은 설령 혈수귀옹이 신공절학과 영약을 둘 다 얻는다고 해도, 그가 환골탈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
‘망집(妄執)이로군.’
환골탈태는 신공절학과 영약만으로 가능한 경지가 아니다.
하지만 혈수귀옹은 혈교의 유산만 차지하면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며, 그것에 집착하고 있었다.
백수룡이 물었다.
“문을 열 방법이 정말 없습니까? 기관진식 전문가를 불러 살펴보게 한다면…….”
“이미 해 보았다. 아마도 특별한 무공에 기관진식이 반응하는 모양이다.”
“…….”
특별한 무공.
그 말을 듣는 순간, 백수룡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무공만이 떠올랐다.
‘역천신공에 반응하도록 안배해 둔 거라면?’
혈교가 남긴 유산.
그 주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혈교의 교주인 혈마일 것이다.
그리고 백수룡은, 혈마는 아니지만 역천신공의 계승자였다.
백수룡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맺혔다.
‘이거 완전 굴러들어온 복이로군.’
물론 그 복을 차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눈앞에서 독주를 끝도 없이 들이켜는, 이 노괴부터 어떻게든 처리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후우. 비밀을 실컷 떠들었더니 속이 후련하구나.”
꿀꺽꿀꺽.
혈수귀옹은 남은 술을 몽땅 마셔 버린 후, 술병을 거칠게 내려놓고 백수룡을 바라봤다.
그 입가에 미소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내가 왜 너에게 이런 이야기까지 해 주었는지 아느냐?”
“예. 알 것 같습니다.”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사제에게도 숨겨 온 비밀을, 혈수귀옹은 갑자기 나타난 사질에게 몽땅 털어놓았다.
백수룡도 처음에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주 잠깐은, 그가 자신이 정말로 마음에 들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혈수귀옹의 손이 아까부터 계속 붉게 물들어 있었으니까.
상대는 악인곡에서 가장 위험하고 사악한 악인이었다.
“사백은 저를 죽일 생각이군요.”
“흐흐. 너는 역시 눈치가 빠르구나.”
혈수귀옹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부드러웠던 분위기가 일변하며, 가공할 살기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크크크…….”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백수룡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백수룡은 자신의 술잔을 들어 남아 있는 술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한 언행에서, 거짓말이 드러날 만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혈수귀옹이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이 이상했다.
“왜 저를 죽이려 하십니까? 사부님께는 나중에 뭐라고 말씀하시려고요?”
“이미 네 손에 죽은 내 사제 말이냐?”
“…….”
“크하하! 역시 그랬구나! 그랬어!”
백수룡이 일순간 대답을 못 하자, 혈수귀옹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네가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다.”
“뛰어나서?”
혈수귀옹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맺혔다.
“처음에는 나도 깜빡 속았다. 헌데 아무리 봐도 말이다. 내 사제가 품기에는 네 그릇이 너무 커 보였다.”
“겨우 그걸로 날 의심했다고?”
혈수귀옹의 몸에서 독한 주향이 흘러나왔다.
내공으로 몸 안에 쌓인 주독을 몰아내고 있다는 증거였다.
“노인의 연륜을 무시하지 마라. 너는 누구 밑에 있을 놈이 아니야. 진짜로 악인곡에 몸을 의탁하러 온 놈이었어도 언젠가는 내 손으로 죽였을 것이다.”
그 말에 백수룡은 피식 웃었다.
“어쨌든 내 실수는 아니었단 거군. 다른 녀석들 실수도 아니고.”
“흐흐. 절강오마 말이냐? 그쪽에도 손님을 보냈다. 아마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게다.”
“…….”
백수룡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동시에 그의 무복이 기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 공격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촉즉발의 상황.
입가에 비웃음을 띈 혈수귀옹이 물었다.
“마지막으로 물으마. 내 사제는 어떻게 죽었느냐?”
“쓰레기답게 지저분하게 죽었지. 입에 게거품을 물고, 살려 달라고 엎드려 빌면서 말이야.”
백수룡의 말투도 완전히 바뀌었다.
더 이상 연기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널 어떻게 죽여야 할지 고민했는데, 덕분에 참고가 되었다.”
“네 미래가 보이는 건 아니고?”
두 사람은 마주 앉은 채로 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기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우우우웅!
혈수귀옹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두 팔이 어깨까지 붉게 변하고, 손톱이 한 자 이상 길게 자라나 마치 귀신과 같은 형상으로 변했다.
“못난 사제였지만 아끼는 아이였다. 너를 죽여 사제의 넋을 위로해야겠다.”
맞은편에서는 백수룡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그가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
“위로는 직접 해. 사제 혼자 외롭지 않게 곁으로 보내 줄 테니까.”
“크하하하하!”
혈수귀옹의 광소를 신호로, 그들은 동시에 서로의 심장을 노리고 손을 뻗었다.
둘 사이에 있던 물건들이 산산 조각나고, 사방에 사나운 강기가 휘몰아쳤다.
* * *
그로부터 며칠 전, 청룡학관.
“다들 소식은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오.”
강사들이 모인 실내는 침중한 분위기가 흘렀다.
사파의 마두가 청룡학관 학생을 납치한 전무후무한 사건.
그 사실을 알게 된 청룡학관은 급하게 강사 회의를 소집했다.
하지만 이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학관주 노군상이 아닌, 부관주 화염도 곽철우였다.
“아시다시피 관주님은 오대학관주 회합에 참석하셔서 현재 부재중이시오. 바로 연통을 넣긴 했으나…… 사안이 급하니 우선 우리끼리 결정하고 움직여야 할 것 같소이다.”
곽철우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
하필 관주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학생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그 책임을 뒤집어쓰게 생긴 것이다.
‘가장 큰 책임은 물론 백수룡 그놈이 지겠지만…….’
만약 위지천의 신변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백수룡은 청룡학관에서 해고됨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당장 구출조를 꾸려야 합니다.”
“무림맹에 지원은 요청하셨습니까? 쫓아가려면 추종술 전문가가 있어야 할 텐데…….”
“상대는 사파의 마두입니다. 이미 늦었을 확률이…….”
강사들이 사방에서 시끄럽게 말을 쏟아냈지만 그중 영양가 있는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타앙!
탁자를 내리친 곽철우가 내공을 담아 모두에게 말했다.
“그럼 구출조를 꾸리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하겠소. 선생들 중에서 지원자를 받겠소이다. 만약 없으면 제비뽑기로라도…….”
“내가 가겠소.”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이는 매극렴이었다.
노년의 검사는 서릿발 같은 기세를 뿜어내며 입만 살아서 떠드는 선생들을 둘러보았다.
“그 아이. 내가 구해 오겠소이다.”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책임지는 학생주임이기에, 그가 나선다고 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곽철우가 강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또 없소? 학생주임 선생님 혼자서는 무리요. 최소 두 명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부관주. 나 혼자서 충분하외다.”
매극렴이 단호한 눈빛으로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쉬지 않고 경공을 펼칠 것이니, 나와 함께 가려면 적어도 절정고수는 되어야 할 것이오. 그 외에는 방해만 될 뿐이오.”
“…….”
매극렴의 단호한 말에, 손을 들려던 강사들 몇이 얌전히 손을 내렸다.
아무리 청룡학관의 무림오대학관이라고 해도, 절정고수가 흔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절정고수쯤 되면 수업이 많아서 일정을 빼기가 쉽지 않았다.
임시강사라면 사정이 다르지만 말이다.
“저도 가겠습니다!”
눈치를 보고 있던 악연호가 냉큼 손을 들었다.
그를 본 곽철우가 반색했다.
산동악가의 악연호. 그는 확실히 절정의 고수였기 때문이다.
“악연호 선생. 학생주임 선생님과 가 준다면 정말 고맙겠소이다.”
매극렴도 고개를 끄덕였다. 악연호라면 자신을 충분히 따라올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제 한 명만 더 받겠소. 지원자 더 없소?”
“…….”
명일오와 제갈소영이 손을 들었으나 매극렴이 불가(不可)하다며 거절했고, 다른 강사들은 곽철우의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그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남궁 선생?”
남궁수가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히려 곽철우가 반대했다.
“남궁 선생은 안 되네. 선생이 하는 수업이 몇 개인데…….”
“며칠 정도는 다른 분들이 대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녀와서 보충 수업도 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대답한 남궁수가 매극렴과 악연호에게 물었다.
“두 분. 추종술은 익히셨습니까?”
“……잘은 모르네.”
“기본적인 것 정도만…….”
매극렴과 악연호. 둘 다 추종술에는 조예가 없었다.
마침 매극렴도 그래서 곤란하던 차였다.
남궁수는 그럴 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길은 제가 찾지요. 앞서 백수룡 선생이 쫓아갔으니 그리 어렵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곽철우는, 여전히 남궁수가 가는 게 꺼려지는 투였다.
“선생. 차라리 무림맹에서 추종술 전문가를 지원받는 것이…….”
“위지천 학생의 구출은 한시가 급한 일입니다. 무림맹의 지원을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또한.”
남궁수가 곽철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무림맹에 저보다 추종술에 뛰어나고 무공까지 뛰어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자신감을 넘어 오만한 말이었지만,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렇게 남궁수의 합류가 결정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남궁수는 회의실에서 나가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반 시진 후에 정문. 각자 채비를 갖춰 오십시오.”
“알겠네.”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반 시진 후, 청룡학관 강사들로 이루어진 구출조가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