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20
219화. 따라와 보거라“오늘은 첫날이니, 기초체력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가볍게 산을 오를 것이다.”
창천검왕의 말투가 완전히 명령조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부드러웠던 눈빛도 잘 벼린 칼날처럼 변했다.
때문에 신입 강사들 중 누구도, 창천검왕과 함께하는 첫 산행이 가벼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와 보거라.”
어디로 간다는 말조차 없었다.
가볍게 뒷짐을 진 창천검왕이 한 걸음을 내딛자, 그의 신형이 쭉 늘어나며 순식간에 십여 장을 이동했다.
“낙오하는 자들은 실기 교육 평가에서 감점할 것이다.”
“!!”
어느덧 멀어진 목소리.
강사들은 작아지는 창천검왕의 모습을 뒤쫓아 서둘러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휘익! 휘익! 휘익!
서른한 명에 이르는 강사들이 동시에 경공을 펼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들의 무복이 바람에 나부끼며 미친 듯이 펄럭였다.
[일오야.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일단…….]백수룡은 명일오에게 짧게 전음을 전한 후, 곧장 앞으로 달려나갔다.
처음부터 압도적인 선두를 굳힐 생각이었다.
굳이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역전극 따위를 노릴 생각은 없었다.
‘나 혼자 움직이는 쪽이 동기들도 편할 거야.’
앞으로 모든 견제가 백수룡에게 집중될 것이다.
괜히 함께 있다간, 애꿎은 동기들만 날벼락을 맞을 확률이 높았다.
주변 풍경이 휙휙 바뀌었다.
잠시 후 앞서가던 창천검왕의 뒷모습이 가까워졌다.
그때, 창천검왕이 몸을 홱 돌렸다. 여전히 뒷짐을 진 채였다.
“백수룡. 네가 가장 먼저 따라올 줄 알았다.”
뒤로 돌아서 경공을 펼치면서도 창천검왕의 속도는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창천검왕은 백수룡의 몸을 위아래로 살피더니 작게 감탄했다.
“청룡학관 입관 시험 이후로 처음인가? 그날 이후로 무공이 크게 발전한 것 같군.”
“기연이 좀 있었습니다.”
“기연만으로 설명될 수준이 아니야. 처음부터 무공을 숨겼던 건 아니고?”
“숨겼다고 해도 그게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백수룡의 당당한 대답에, 창천검왕의 입가에 웃음이 맺혔다.
“네 무공이 이곳에선 군계일학이라지만, 끝까지 선두를 지키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뒤를 한번 보거라.”
“?”
백수룡이 뒤를 돌아보자, 주홍색 무복을 맞춰 입은 주작학관 강사들과 백의 무복을 맞춰 입은 백호학관이 오와 열을 맞춰 경공을 펼쳐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앞선 사람이 바람을 맞으며 뒷사람에게 향할 공기의 저항을 줄여 주고, 바닥을 단단하게 디뎌서 경공을 펼치기 쉽도록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대형을 유지하며, 반 각에 한 번씩 선두를 교대하면서 모두가 체력을 아꼈다.
창천검왕이 그들의 모습을 살피며 말했다.
“함께 있다는 유대감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지. 저들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체력과 내공, 심력을 크게 아낄 것이다. 반면, 자네는 혼자야.”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같이하는 것도 체력 낭비 아니겠습니까.”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자신만만하구나.”
껄껄 웃은 창천검왕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속도를 높일 테니 어디 한번 잘 따라와 보거라.”
창천검왕이 발을 박차자, 그의 신형이 쭈욱- 늘어나듯이 멀어졌다.
‘망할 영감탱이. 빠르기도 하네.’
무림십존의 일원이라더니, 명불허전이었다.
백수룡은 내심 혀를 차며 속도를 더 높였다.
“속도를 더 높인다!”
백수룡이 속도를 높이자, 뒤에서 당백호의 외침이 들려왔다.
주작학관과 나란히 달리던 백호학관이 앞으로 쭉 치고 나왔다.
선두에서 백호학관을 이끄는 당백호가 백수룡의 등 뒤에 바짝 따라붙으며 으르렁거렸다.
“이론은 모르겠지만, 실기에서까지 당신한테 질 생각은 없어.”
백수룡이 슬쩍 돌아보니, 당백호의 두 눈이 승부욕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백수룡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벌써 숨이 차 보이는데?”
“웃기는 소리! 멀었거든!”
“열 내지 마라. 그러다 힘 빠진다.”
“이 자식이 누굴 가르치려고…….”
뒤에서 사마영의 외침도 들려왔다.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주작학관도 일제히 속도를 높였다. 사대학관 중 가장 숫자가 많은 그들이 일렬로 움직이자, 마치 불꽃이 맹렬하게 타오르며 번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의 경쟁을 부추기듯, 멀리서 창천검왕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제일 먼저 도착하는 사람에겐, 보상으로 내게 무엇이든 질문할 수 있도록 허락하지. 무공에 관한 질문도 좋고, 강사로서, 혹은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도 모두 상관없다.”
“!!”
만박자와 같은 보상이었지만, 똑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곧바로 선두 경쟁에 불이 붙었다.
“속도를 높인다!”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백수룡이 여전히 홀로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주작학관과 백호학관이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꽤 거리를 두고, 청룡학관 강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다들 단순하기는.’
백수룡은 이를 악물고 쫓아오는 신입 강사들을 보며 혀를 찼다.
다들 창천검왕의 등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백수룡의 눈은 주변을 훑고 있었다.
‘슬슬 시작될 거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천주산의 초입에 들어선 순간, 공격이 시작됐다.
* * *
“암기다!”
가장 먼저 외친 것은 당백호였다.
사천당문 출신이기 때문일까. 수풀 사이에서 날아온 암기를 빠르게 눈치챈 그가 장력을 내뿜으며 외쳤다.
“수풀 속에서 암기가 쏟아질 거야! 조심해!”
곧 암기와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강사들은 각자 무기를 휘두르거나 장력을 뿜어내 암기를 쳐 냈다.
다행히 암기에 당한 사람은 없었지만, 지금껏 잘 유지되던 대열이 흐트러졌다.
“창천검대입니다! 우릴 방해하려고 온 거예요!”
눈치가 빠른 사마영이 소리쳤다. 그녀는 주작학관 강사들을 지휘해 암기들을 막아 내는 한편, 눈으로는 빠르게 멀어지는 창천검왕의 등을 쫓았다.
창천검왕은 속도를 교묘하게 조정했다.
아직 충분히 쫓을 수 있지만, 여기서 적의 공격에 발이 묶인다면 곧 놓칠 터였다.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도 알려 주지 않은 상황.
‘여기서 놓치면 창천검왕이 남긴 흔적을 쫓으며 쫓아가야 한다. 그러면 너무 늦어.’
선택의 순간이었다.
빠르게 결정을 내린 사마영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지금부터는 각자도생(各自圖生)하세요.”
냉정한 판단이었다.
주작학관 강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자, 한곳을 향해 쏟아지던 암기들도 흩어졌다.
그들은 강사 개개인의 능력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주작학관이 각자도생을 선택하자, 백호학관 강사들이 크게 술렁였다.
“신경 쓰지 마! 우린 다 함께 간다!”
하지만 백호학관의 선택은 주작학관과는 달랐다.
사천당문의 혈족인 당백호를 필두로, 그들은 등을 맞대고 암기를 막아 내면서 함께 가는 방법을 택했다.
창천검왕은 돌아서서 두 학관의 움직임을 살폈다.
‘누구의 선택이 정답일지는 두고 보면 알 터.’
고개를 끄덕인 창천검왕은 여전히 선두에서 자신을 쫓는 백수룡을 바라봤다.
“제법 잘 따라오는구나.”
“떨쳐 내기 쉽지 않으실 겁니다.”
“지금 내가 전력으로 경공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설마요. 신입 애송이들 교육하는 데 그렇게까지 하실 리가 없으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창천검왕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이 이상 속도를 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냐? 난 그런 뻔한 수작에 넘어가지 않는다.”
창천검왕이 발바닥으로 땅을 크게 찍었다.
“자신 있으면 어디 한번 따라와 보거라.”
터엉!
그의 신형이 한줄기 벼락처럼 쏘아지자, 이번에는 백수룡도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더럽게 빠르네.”
* * *
두 학관의 움직임이 창천검대의 방해로 지체된 사이, 가장 뒤처져 있던 청룡학관 강사들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넷 중에 안법이 가장 뛰어난 제갈소영이 외쳤다.
“앞쪽에서 암기가 쏟아지고 있어요!”
“가장 면적이 넓은 곽두용이 선두로! 그 좌우를 연호와 내가 맡고, 소영이는 뒤를 지켜 줘!”
일행의 머리는 명일오였다. 그의 지시에 따라 다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젠장! 누가 면적이 가장 넓다는 건데!”
곽두용은 투덜거리면서도 도를 뽑아 비스듬히 세워 정면을 막았고,
“투정 부리지 마! 전력으로 돌파하자고!”
악연호가 창을 풍차처럼 돌리며 힘차게 기합을 넣었다.
인원이 열 명이 넘는 주작학관, 백호학관에 비해 청룡학관의 인원은 넷뿐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그들에게 향하는 관심도, 쏟아지는 암기의 숫자도 제일 적었다.
또한 앞에서 주작학관, 백호학관을 향해 이미 암기가 꽤 많이 쏟아진 상황.
조용히 상황을 살피던 명일오가 소리쳤다.
“지금!”
마치 기다려 왔다는 듯, 청룡학관 강사들은 암기가 쏟아지는 구간에 도착하자마자 폭발적으로 속력을 올렸다.
휘이이이익!
덕분에 그들은 다른 학관들보다 훨씬 수월하게 암기가 쏟아지는 구간을 돌파했다.
순식간에 백호학관을 추월했고, 흩어진 주작학관 강사들 몇몇이 앞에서 달리는 것이 보였다.
명일오가 호흡을 고르며 말했다.
“잠시 속도를 줄이자. 한동안 다른 함정은 없을 거야.”
명일오의 지시에 일행이 속도를 낮췄다.
주위를 둘러본 악연호가 감탄사를 터트리며 말했다.
“하, 진짜 수룡 형님 예측이 맞았네. 하여튼 눈치는 귀신이라니까. 안 그래요?”
창천검왕이 출발하기 전, 백수룡은 명일오에게 전음으로 짧은 조언을 남겼다.
-일오야.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일단 다른 학관 놈들이 먼저 가게 보내 줘. 산에 들어갈 때부터 방해가 시작될 거야. 그때까지 체력을 아꼈다가 단숨에 역전해.
경쟁이 시작되자마자 백수룡은 혼자 선두로 치고 나갔지만, 청룡학관 동기들을 그냥 내버려 두고 가지 않았다.
청룡학관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바뀌려면, 자신뿐만이 아니라 청룡학관 강사들 전원이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백수룡이 남기고 간 조언을 새겨들은 덕분에, 청룡학관 강사들은 아무런 피해 없이 첫 번째 난관을 돌파했다.
“후우, 후우……. 그런데 백수룡은 어디 있어?”
곽두용이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선두에서 달리며 온갖 암기를 쳐 낸 탓에 그의 전신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저기 앞쪽이에요.”
제갈소영이 손가락을 들어 멀리 위쪽을 가리켰다.
저 멀리 아주 작은 점으로 보이는 창천검왕과, 그 뒤를 찰거머리처럼 따라붙어 가고 있는 백수룡의 모습이 보였다.
곽두용이 입을 떡 벌리고 중얼거렸다.
“암기가 백수룡만 피해 간 거 아니야? 어떻게 혼자 저렇게 쫓아간 거야?”
물론 그럴 리 없다는 건 곽두용도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백수룡은 선두에서 가장 많은 암기세례를 받았을 것이다.
악연호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지금쯤 천하의 창천검왕도 당황하고 있을걸? 뭐 이런 진드기 같은 놈이 다 있나, 하고 말이야.”
“잡담들 그만하고.”
짝!
박수를 쳐서 주의를 환기시킨 명일오가 일행에게 말했다.
“수룡 형님은 수룡 형님이고, 우린 우리야. 다들 정신 바짝 차려. 목적지까지 가려면 아직 먼 것 같으니까. 주변 경계 늦추지 말고.”
청룡학관 강사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 하나 겁먹은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다들 얼굴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잠시 후, 그 이유가 밝혀졌다.
“젠장. 어디로 간 거야…….”
“추종술로 쫓을 수 없어?”
“흔적이 거의 안 남았어. 정말 귀신같은 경공이야.”
“난감하군. 벌써 해가 지고 있는데.”
앞서 달려간 주작학관 강사들이 멈춰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창천검왕의 흔적을 완전히 놓친 것이다.
“……결국 놓쳤군.”
흔적을 놓치긴 청룡학관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은 제자리에 멈춰 서거나 망설이지 않았다.
-표식을 남길 테니까, 거리가 벌어지면 그걸 보고 쫓아와.
백수룡이 남긴 두 번째 안배.
일행은 백수룡이 남긴 표식을 찾으며, 빠르게 길을 찾기 시작했다.
“오른쪽.”
“왼쪽 바위.”
“정면에 나무.”
어느새 해가 저물면서 산속에도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목적지를 향해 가는 청룡학관 신입 강사들의 발걸음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