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43
242화. 남궁세가의 은인남궁세가에서 화마(火魔)가 치솟았다!
하룻밤 새 불길이 전각의 절반을 태우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이 남궁세가를 야습해 거의 멸문지화(滅門之禍)에 가까운 피해를 입혔다!
처음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 남의 이야기라면 일단 떠들고 보는 호사가들도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뭐? 남궁세가?”
“최근에 들었던 헛소문 중에 제일 터무니없군.”
“쯧쯧. 허풍을 쳐도 적당히 쳐야지…….”
천하제일세가로 위명을 떨치는 남궁세가.
현 무림에서 남궁세가와 견줄 만한 세력은 유서 깊은 소림과 무당, 화산 정도였다.
그런데 남궁세가가 하룻밤 사이 의문에 세력에게 멸문을 당할 뻔했다?
동네 무관에 다니는 코흘리개들도 코웃음을 칠 이야기였다.
그런데…….
“아, 글쎄. 남궁세가가 대문을 닫아걸었더라니까? 내가 남궁세가와 거래를 이십 년이나 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일세!”
“……정말인가?”
“그뿐이 아닐세. 멀리서 봤는데 진짜 전각이 불에 타고 부서진 흔적이 있더라고.”
“뭐, 불이 난 건 진짜였나 보군.”
남궁세가를 오가는 상인들과 인근 백성들의 증언이, 불길한 소문을 점점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답답하긴! 불만 난 게 아닌 것 같으니 문제라니까!”
“자네, 그 입 조심하게나. 안휘성에서 남궁세가를 함부로 입에 올렸다가 나중에 경을 치려고…….”
“피 냄새가 났단 말일세.”
“뭐?”
이야기를 꺼낸 상인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남궁세가 십 리 밖에서부터 피 냄새가 진동을 하더란 말일세……. 뭔가 사달이 난 게 틀림없다니까.”
“꿀꺽…….”
소문이 크기를 키워나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남궁세가는 안휘성을 넘어 무림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는 거대한 세력이었다.
매일 남궁세가를 드나드는 상인들만 해도 수십이 넘었고, 무인들과 일꾼들을 포함하면 수백이 넘었다.
남궁세가에 문제가 생겼음은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더 심각한 소문들이 하나둘 퍼져 나갔다.
안휘성의 의원이란 의원은 모두 남궁세가로 불려갔다더라.
의원들의 말에 따르면 남궁세가에 무인들 절반이 죽거나 다치고, 남은 절반도 정신이 나갔다더라.
철혈검 남궁천 대협이 습격을 받아 한쪽 눈을 잃었으며, 창천검왕은 심각한 내상으로 은거에 들어갔다…….
흉수가 혈교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푸드드득!
푸드드득!
수백 마리의 전서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개방과 하오문이 급히 움직였다.
남궁세가에 생긴 변고는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정보망을 가진 세력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곧 무림맹에도 이 사실이 전해졌다.
“남궁세가가 공격을 당했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콰앙!
흑단목으로 만들어진 탁자가 일격에 쪼개졌다.
급보를 전해 들은 무림맹주가 화를 참지 못하고 탁자를 부순 것이다. 솥뚜껑만 한 그의 손에는 찢어진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찢어진 보고서의 특정 부분을 읽는 무림맹주의 목소리에서 살기가 뚝뚝 묻어났다.
“혈교 놈들이 흉수란 말이지…….”
권왕(拳王) 야율황.
무림십존의 일원으로, 혈교의 잔존 세력을 박멸하는 것을 자신의 숙명으로 여기는 사내였다.
“당장 조사단을 파견하라 이르라. 아니, 지금 당장 내가 가겠다!”
정말로 집무실을 나서려는 거구의 권왕의 앞을, 그와 비교하면 한참 왜소한 여인이 가로막았다.
“진정하십시오, 맹주님. 아직 혈교의 짓으로 밝혀진 것이 아닙니다.”
“이런 짓을 저지를 놈들이 혈교가 아니라면 누가 있단 말인가!”
“이미 조사단을 파견했습니다. 지금쯤 선풍검이 남궁세가에 도착했을 겁니다. 맹주님께서 이렇게 움직이시면 혼란만 가중됩니다.”
“끄응!”
총군사 제갈소진의 만류에, 움켜쥔 주먹을 바르르 떨던 권왕이 겨우 자리에 앉았다.
혈교의 남궁세가 습격.
만약 사실이라면, 무림맹 전체에 비상이 걸릴 만큼 대사건이었다.
“쥐새끼처럼 숨어 지내던 혈교 놈들이 다시 마각을 드러내는구나.”
뿌드득.
권왕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오십 년 전, 그는 혈교와의 전쟁에서 스승과 사형제를 모두 잃었다.
전쟁에서는 결국 승리했지만, 사내에게 남은 것은 혈교에 대한 원한과 복수심뿐이었다.
야율황은 그러한 감정을 동력으로 권왕이 되었고, 무림맹주의 자리에 오른 사내였다.
직감적으로 이 일이 혈교의 짓이라고 판단한 권왕이 제갈소진을 질책했다.
“총군사. 놈들을 움직임을 계속 추적하고 있지 않았나? 어째서 이만한 움직임을 놓친 것이지?”
“죄송합니다.”
변명을 하려면 수십 가지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총군사 제갈소진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잠시 그녀를 노려보던 권왕도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일을 더 말해 봐서 뭐하겠나. 앞으로 대처가 중요하다.”
“예.”
“놈들이 다시 세력을 드러냈으니,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라 하시면…….”
권왕의 두 눈이 맹수처럼 빛났다. 그는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려 온 것처럼 보였다.
“전쟁을 준비해야지.”
“…….”
긴 시간 평화로웠던 무림에, 격변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 * *
무림맹의 정예 무인 일백이 경공을 펼쳐 질주했다.
그들은 남궁세가에서 가장 가까운 무림맹 안휘지부에서 파견된 무인들이었다.
“서둘러라!”
선두에서 그들을 이끄는 사내는 선풍검이라는 인물로, 완숙한 절정의 고수였다.
만사를 제쳐 놓고 남궁세가로 달려가는 와중에도, 선풍검은 의문이 들었다.
‘남궁세가를 공격해? 대체 어떤 자들이?’
다른 곳도 아닌 남궁세가다.
자타공인 천하제일세가라 불리며 어마어마한 권세를 누리는 가문.
선풍검은 안휘성 토박이로 남궁세가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때문에 남궁세가가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정말 혈교인가? 아니 혈교라 하더라도…….’
싸움은 남궁세가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 남궁세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선풍검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럴 수가…….”
불에 타고 파괴된 전각들.
가까이 다가갈수록 격렬한 전투의 흔적들이 보였다.
밤새 내린 비로 대부분 씻겨 내려가긴 했지만, 아직도 비릿한 혈향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세상에…….”
“대체 밤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곳이 정녕 남궁세가가 맞습니까?”
뒤따라오는 맹원들도 하나같이 놀란 표정이었다.
그때, 맹원 중 하나가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소리쳤다.
“사, 산이!”
초토화된 남궁세가 뒤편으로, 완전히 폐허가 된 천주산의 모습이 보였다.
“산사태라도 일어난 것인가?”
선풍검 역시 절정에 끝에 이른 고수였으나, 저런 광경을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어쨌든 남궁세가에 무언가 커다란 변고가 생긴 것만은 분명했다.
“모두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
“존명!”
선풍검의 경고에 무림맹원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어렸다.
일백의 무인들이 접근하자 남궁세가 쪽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누구냐!”
남궁세가에서 백여 명에 이르는 무인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검진을 이뤘다.
채채챙!
하나같이 살기가 가득한 모습.
그들이 남궁세가의 무인들임을 확인한 선풍검이 소리쳤다.
“우리는 적이 아니오! 남궁세가를 돕기 위해 온 무림맹의 병력이요!”
다행히 남궁세가 쪽에서 선풍검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남궁세가의 장로 중 한 명이 초췌한 얼굴로 나섰다.
“선풍검 대협이셨구려.”
“저희가 너무 늦었습니까?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왔거늘…….”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가주님께 바로 기별을 넣어 두겠소이다.”
선풍검과 무림맹원들은 장로를 따라 남궁세가 안으로 향했다.
남궁세가 내부는 밖에서 본 것보다 더 처참했다.
사방에서 피 냄새와 약 냄새가 진동했고, 부상자들의 신음, 가족을 잃고 흐느껴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곳이 정녕 남궁세가란 말인가?’
충격받은 얼굴로 따라오는 선풍검에게, 남궁세가의 장로가 말했다.
“별채에서 잠시 기다려 주시오. 아무래도 제대로 된 손님맞이는 어려울 듯하니 이해해 주시구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나보다는 가주께 직접 듣는 것이 나을 것이오.”
다행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선풍검은 철혈검 남궁천을 만날 수 있었다.
“선풍검 대협. 오랜만이오.”
“가주님…….”
선풍검은 충격으로 잠시 말문을 잃었다.
남궁천의 한쪽 눈에 감겨 있는 붕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챈 것이다.
‘남궁세가의 가주가 한쪽 눈을 잃다니. 대체 얼마나 싸움이 치열했으면…….’
뿐만 아니었다.
시체처럼 초췌한 얼굴과 눈 밑의 그늘은, 남궁천의 내상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 주었다.
남궁천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경황이 없어 손님께 차 한 잔 내어 드리지 못했군. 미안하오.”
“천만의 말씀입니다. 혹 저희가 도울 것이 있다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말씀만으로도 고맙소이다.”
선풍검은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본론을 물었다.
“가주님.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흉수는 밝혀졌습니까?”
잠시 뜸을 들인 남궁천이 어렵게 대답했다.
“……지난밤, 혈교의 습격을 받았소.”
“혈교! 소문이 사실이었단 말입니까!”
선풍검은 남궁세가주 앞에서 예의도 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혈교(血敎)라니!
오십 년 전 무림맹의 공격으로 멸망한 간악한 사교의 무리가 정말로 다시 나타났단 말인가!
이것은 무림을 뒤흔들 대사건이었다.
선풍검은 한 번 더 확인했다.
“정말 적이 혈교였습니까?”
“흑야마제, 수라마검이 혈교의 무리를 이끌고 본가를 공격해 왔소.”
“그 대마두들이 혈교의 주구였다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인 남궁천은 덤덤한 목소리로 지난밤 남궁세가가 겪은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사실대로 이야기했지만, 갑자기 마인으로 변해 날뛴 남궁세가의 무인들에 대해서는 일단 함구했다.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만마몽혼진이 사라진 후, 그들은 모두 제정신을 되찾았다.
하지만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다. 개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도 있을 정도였다.
남궁천은 가주로서, 무림맹이 조사를 명목으로 가문을 들쑤시게 할 수 없었다.
남궁세가는 상처를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만으로도 무림맹에서 온 사내를 경악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창천검왕께서 흑야마제에게 입은 부상으로 작고하셨소.”
“!!”
너무 놀라면 아예 말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 선풍검의 상태가 그러했다. 잠시 숨을 멈췄던 그가 간신히 되물었다.
“……정말입니까?”
“내가 농으로 부친의 죽음을 입에 담을 사람처럼 보이시오?”
남궁천의 싸늘한 눈빛에 선풍검이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흑야마제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혹시 놈이 동귀어진의 수법으로…….”
“놈은 도망쳤소.”
“…….”
선풍검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창천검왕은 죽고 흑야마제는 살아서 도망쳤다.
그동안 절대적이라 믿었던 무림십존의 권위에 의문이 던져질 사건이었다.
뿐만이 아니다.
혈교가 다시 등장했고, 그 힘이 남궁세가를 멸문 직전까지 몰고 갈 정도로 강력했다.
지금은 남궁세가의 습격뿐이지만, 수십 년간 숨죽이고 있었던 사파의 세력들과 고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무림이 격변하겠구나.’
선풍검은 앞으로 일어날 혼란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졌다.
동시에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는 무림맹이 보낸 지원 병력이기도 했지만, 이번 사건을 자세히 조사하라는 임무도 받았다.
“몇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오면서 보니 혈교도로 보이는 시신은 그리 많지 않던데…….”
그 순간, 남궁천은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내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요.”
“가주님…….”
“본가를 돕기 위해 먼 길 와 주셔서 고맙소. 하지만 보다시피 본가는 손님을 모실 여력이 없소이다.”
해 줄 이야기는 다 했으니, 이만 돌아가 달라는 말이었다.
“허면, 죄송한 말씀이지만…….”
선풍검은 무림맹에서 자체적으로 남궁세가에서 벌어진 일을 조사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번에도 남궁천은 고개를 저었다.
“불가하오. 본가는 한동안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할 것이오. 미안하지만 이만 돌아가 주시구려.”
분명한 축객령이었다.
선풍검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으나, 남궁천의 태도는 단호했다.
결국, 선풍검은 한숨을 내쉬며 한발 물러났다.
“알겠습니다.”
큰 변고를 겪은 남궁세가 여기저기를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들쑤실 수는 없었다.
비록 혈교의 습격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하나, 이곳은 여전히 남궁세가였다.
“가까운 곳에 대기하고 있을 터이니, 무림맹의 도움이 필요하시면서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마음만으로도 고맙소.”
혈교가 이번 일에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선풍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보고서에 써야 할 내용이 많겠구나.’
자리에서 일어난 선풍검이 포권을 취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선풍검이 돌아서서 나가려는 순간, 남궁천이 뒤에서 그를 불러세웠다.
“한 가지 더.”
다시 몸을 돌린 선풍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더 하실 말씀이라도……?”
“남궁세가의 은인에 대해서 말씀드리려 하오.”
“은인이요?”
고개를 끄덕인 남궁천은 한 사내를 떠올렸다.
남궁수에게 마령소혼적을 건네고, 혈교의 장로를 쓰러뜨리고, 만마몽혼진을 해제해 마인이 된 혈족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준 은인.
……또한 부친의 가면을 벗겨, 남궁세가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을 밝혀낸 인물.
처음에는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하고 그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본가는 멸문지화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오.”
“예?!”
깜짝 놀란 선풍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남궁세가를 멸문지화에서 구해 준 은인이라니?
무림십존 중 누군가가 남궁세가에 머물고 있었던 것일까?
그러나 남궁천의 입에서 나온 별호는, 선풍검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었다.
“청룡신협.”
“예? 누구요?”
“청룡학관 신입 강사 백수룡 말이오.”
선풍검이 여전히 잘못 들었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가운데.
철혈검 남궁천이 엄숙한 표정으로 선언하듯 말했다.
“남궁세가 전체가 청룡신협에게 구명의 은혜를 입었소이다.”
“!!”
남궁세가주의 입을 통해, 청룡신협의 명성이 천하에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