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47
46화. 여기서 해 버려? 남궁수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명일오의 공격을 막아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무슨!’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옷깃 하나 스치지 못하던 신입 강사 지원자가, 갑자기 환골탈태한 듯한 실력으로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따다다다닥!
목검과 목봉이 연달아 부딪쳤다. 한번 남궁수의 자세가 흐트러진 순간부터 명일오는 숨도 쉬지 않고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빌어먹을…….’
그전까지 백 합을 넘게 겨루면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불과 십여 합 만에 등이 식은땀으로 젖어 들었다.
‘이 이상은 물러설 수 없다.’
이를 악문 남궁수는 억지로 제자리에서 버티며 검을 휘둘렀다.
몇 걸음만 물러나면 호흡을 가다듬고 반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궁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가상의 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은 없지만, 비무대에 올라왔을 때부터 이 원을 벗어나는 순간 자신이 패배한 것으로 여기기로 했으니까.
“하압!”
처음으로 남궁수의 입에서 기합이 터져 나왔다.
휘이익.
그의 목검이 크게 부드러운 원을 그리자, 비처럼 쏟아지던 명일오의 공격이 그 궤적 안에서 모조리 튕겨 나갔다.
그 즉시 명일오가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오오! 역시 남궁 선생!”
“이렇게 끝날 리가 없지!”
남궁수의 절묘한 한 수에 강사들과 학생들이 감탄을 터트렸다.
그러나 정작 남궁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방금 내 공격을 미리 읽고 물러났다.’
원래는 조금 전의 공격으로 명일오의 공격을 걷어내고, 동시에 한 걸음 내디디면서 반격을 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명일오는 그보다 반 박자 앞서 공격을 거두었고, 뒤로 빠르게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후우……. 후…….”
간격 밖에서 호흡을 천천히 정리하는 명일오를 바라보며, 남궁수는 자신이 스스로 만든 가상의 원 안에 갇혔음을 깨달았다.
“다시 가겠습니다.”
“…….”
목봉을 중단에 겨눈 명일오가 다시 달려들었다. 남궁수는 미처 호흡을 다 정리하지 못한 순간이었다.
따다다다다닥!
명일오의 공세는 매서웠다. 남궁수가 가상의 원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교묘하게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휘익! 휙휙휙!
처음에는 그 간격이 그리 정확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로 잰 듯 정확한 간격으로 위협적인 공격을 해 왔다.
게다가 하필이면 상대의 무기는 목봉. 목검에 비해 거리 조절이 훨씬 더 용이한 무기였다.
남궁수는 그야말로 외통수에 걸린 기분이었다.
‘이자가 정말 아까와 같은 사람이라고?’
이건 실력을 숨긴 수준이 아니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명일오의 몸을 조정해서 대신 싸우는 것 같았다.
‘아니, 기분이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가 돕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놀랐을 뿐이지만, 익숙해질수록 그런 확신이 들었다.
자신의 움직임에 확신에 찬 눈빛, 공격일변도인 보법을 밟고 과감하게 공격을 하면서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행동력.
‘움직임에 낭비가 없으니 효율이 극대화된다.’
아까와 같은 속도, 같은 힘으로 휘두르는 목봉이지만, 위력이 천지 차이인 것은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체 누가…….’
휘익!
이번에도 명일오는 보지도 않고 고개만 틀어 남궁수의 공격을 피했다.
공교롭게도 명일오가 고개를 젖힌 뒤편으로 한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백수룡?’
씨익.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백수룡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네놈이었구나!’
백수룡의 입가에 맺힌 미소를 본 순간, 남궁수는 이 모든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으득!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남궁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두 눈에서 불꽃이 활활 피어올랐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 생긴 빈틈을.
“대련 중에 어딜 보십니까?”
“!!”
백수룡과 명일오는 놓치지 않았다.
휘익!
단숨에 가상의 원 안으로 파고든 명일오가 목봉으로 목검을 봉쇄하고, 발로 남궁수의 오금을 걸었다. 남궁수의 몸이 뒤로 기울었다.
당황한 남궁수와 얼굴을 마주한 명일오가 씩 웃었다.
“이걸로 끝입니다.”
그리고 명일오는 온 힘과 내공을 실어 목봉을 휘둘렀다.
콰앙!
뒤로 넘어진 남궁수의 등이 비무대 바닥에 처박혔다.
아니, 처박혔다고 모두가 생각했다.
승리를 너무 빨리 확신한 것이 그날 명일오의 유일한 실수였다.
“뭐가 끝났다는 거지?”
남궁수는 넘어진 것이 아니었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허리를 뒤로 크게 젖힌 상태로 목봉을 막아 내고 있었다.
놀라운 균형 감각과 하체, 복부의 힘이 있어야 펼칠 수 있는 철판교(板)의 수법.
“대련이 끝나는 순간은.”
스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남궁수는 그 상태로 뒤로 두세 걸음 물러나더니, 허리를 튕겨 몸을 일으켰다.
“제, 젠장!”
명일오가 서둘러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그 순간 남궁수는 이미 검에 내공을 잔뜩 불어넣고 있었다.
“내가 결정한다.”
치직, 치지직!
그의 검에 눈부신 백색(白色)의 검기가 맺혔다.
* * *
내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갈소영이 넋이 나간 얼굴로 내게 물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뭘 말이오?”
제갈소영의 길고 하얀 손가락이 비무대 위에서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향했다.
“저것 말이에요. 명일오 지원자가 어떻게 남궁 오라버니를 몰아붙일 수 있는 거죠?”
“실력을 숨기고 있었나 보지.”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사실은 전음으로 쉴 새 없이 명일오에게 지시를 내리는 중이었다.
[좌로 이보 이동. 우측에서 베기가 온다.] [일보 후퇴 후 좌상단 막아. 직후 상대의 허벅지를 노려.] [우로 삼보 후 일보 전진. 찔러!] [길게 잡고 튕겨 내. 상대는 어차피 안 쫓아와.]한 번씩 반응이 늦을 때도 있었지만, 명일오는 대체로 내 지시를 잘 따랐다.
반면 남궁수는 스스로 커다란 불리함을 안고 싸우고 있었다.
‘슬슬 가상의 원이 어디까지인지 보이는군.’
가상의 원.
그 안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강박이, 남궁수가 제 실력을 반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바보 같은 짓이다.
내가 학관의 애송이들과 외공만으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내가 같은 훈련을 수없이 해 봤고, 말 그대로 외공만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명일오는 내공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스스로 무덤을 판 거지 뭐.’
당황한 남궁수의 손발이 점점 어지러워지는 것이 보였다.
휘익!
명일오가 고개를 젖혀 남궁수의 검을 피한 순간, 우연히 남궁수와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남궁수를 심리적으로 흔들 생각으로 씩 웃어 주었다.
“!!”
예상대로, 놈의 표정이 볼 만하게 일그러졌다.
나는 즉시 명일오에게 전음을 보냈다.
슬슬 제갈소영과 내기한 오십 합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번 공격으로 끝내자.]휘익!
간격을 좁힌 명일오가 목검을 봉쇄하고, 오금을 걸어 남궁수를 밀었다.
동시에 강력한 내공이 담긴 목봉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후우웅!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끝났군.”
하지만 원숭이도 가끔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고,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종종 벌어지는 법이다.
콰앙!
남궁수가 철판교의 수법으로 버티며 목봉을 막아 낸 순간 내 미간이 찌푸려졌고, 허리를 튕겨 벌떡 몸을 일으킨 순간 혀를 찼으며, 그걸 보고 놀라 물러나는 명일오를 보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
‘놀라서 뒤로 물러나면 어쩌자는 거냐. 죽인다는 각오로 계속 덤볐어야지.’
하긴 이 정도로 해 준 것만 해도 명일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 주었다.
하지만 설마, 그 순간에 남궁수가 대련용 목검에 검기를 씌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치직, 치지지직!
그것은 선명한 백색의 검기였다.
그걸 본 순간 어떤 강사인가 학생인가가 소리쳤다.
“천뢰검법(天雷劍法)!”
오대세가 내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남궁세가의 유명한 신공절학 중 하나.
동시에 나도 소리치며 비무대 위로 뛰어 올라갔다.
“저런 미친놈이!”
그러나 한발 늦었다.
비무대를 하얗게 물들인 검기가 폭발했고, 잠시 후 명일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커헉!”
명일오가 피를 토하며 튕겨 날아왔다. 나는 허공으로 뛰어올라 날아오는 녀석의 몸을 부드럽게 받아 낸 후 지상에 착지했다.
“혀, 형님……. 커헉!”
“말하지 마라.”
명일오의 몸은 피투성이였다. 검기를 겨우 막아 내면서 산산히 조각난 목봉의 나뭇조각이 몸 곳곳에 박혔다.
간신히 요혈은 다 방어한 모양이지만, 하루 이틀 요양으로 나을 부상이 아니었다.
파바박!
나는 명일오의 수혈과 혈도 몇 군데를 짚었다.
스르륵 잠이 든 명일오를 내 옆으로 달려온 제갈소영에게 넘겼다.
“괘, 괜찮아요?”
“목숨에는 지장 없으니 잠깐 데리고 있다가 의원이 오면 보여 주시오. 난 저쪽하고 얘기를 좀 해야겠어.”
제갈소영에게 명일오를 맡긴 나는 고개를 돌려 남궁수를 노려봤다.
마침 남궁수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죽일 작정이었나?”
“……미안하오. 긴박한 상황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검기를 사용하고 말았소.”
남궁수는 난감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으나, 나는 그것이 녀석의 연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안해?”
나는 킬킬 웃으며 비무대 위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나도 모르게 혈교 시절의 말투가 나왔다.
“미안하면 끝나? 방금 공격으로 일오가 죽었어도 무덤 앞에서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고 끝낼 거야? 세상 참 편하게 사시는구만.”
“……지금 뭐 하자는 거지?”
나는 남궁수와 불과 몇 걸음 떨어진 자리에 멈춰 섰다.
남궁수도 물러서지 않고 나를 노려봤다.
예상치 못한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
관객 모두의 시선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여기서 해 버려?’
나는 자리에 서서 남궁수의 실력을 가늠해 보았다.
확실히, 방금 보여 준 무공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강했다.
실력을 감추는 데 능숙하단 소리다.
어쩌면 이 이상 숨기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내가 이기지 못할 정도는…….
“그만!”
내공이 담긴 쩌렁쩌렁하게 목소리가 비무대를 뒤흔들었다.
휘리릭 날 듯이 비무대 위로 올라온 노군상이 엄한 눈으로 우리를 질책했다.
“백수룡 지원자. 남궁수 강사. 둘 다 자리로 돌아가시오. 더 이상의 소란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오.”
“…….”
“…….”
우리는 둘 다 움직이지 않았고, 그 행동으로 천수관음 노군상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
“둘 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는가?”
드드드드드!
노군상의 몸에서 피어난 기세가 숨이 막힐 듯한 압력으로 우리 두 사람을 짓눌렀다.
“큭…….”
“윽…….”
가공할 압력에 나와 남궁수의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뿐만 아니라, 그 기의 여파만으로도 주변의 강사들과 관객석의 학생 중 일부도 창백하게 질렸다.
“마지막 경고다. 둘 다 제자리로 돌아가라.”
그 엄중한 목소리에, 남궁수가 먼저 몸을 홱 돌렸다.
‘새끼. 운 좋은 줄 알아라.’
나는 남궁수의 뒤통수를 쏘아본 후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어쩐지 저 녀석과는 악연이 길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