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73
72화. 실력 좀 볼까? 정문에서 입관 신청 서류와 호패를 확인한 후, 세 사람은 드디어 청룡학관 내부로 들어갔다.
“오오! 내가 청룡학관에 들어오다니……!”
“이 할아범은 도대체 언제까지 감동하고 있을 거야?”
“하하하.”
입관 신청 등록은 청룡학관 본관에서 이루어졌다.
정문에서 이미 신분 확인이 끝난 후라, 등록 절차 자체는 금방 끝났다.
공손수의 나이를 확인한 심사관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본인이 신청하러 오신 것 맞습니까? 자녀나 제자의 지원을 대리로 하러 온 건 아니시고요?”
무례일 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공손수는 오히려 기분이 좋은 듯 껄껄 웃었다.
“허허허. 내가 신청하러 온 게 맞소이다!”
그러곤 팔을 구부린 다음 작은 알통을 만들어 심사관에게 보여 주었다.
“배움에 나이가 무엇이 중요하겠소. 한번 만져 보시오. 내 이날을 위해 지옥 훈련을 견뎠소이다!”
“아, 예…….”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지금까지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지원자가 있었소?”
“……제가 여기서 일한 십 년 동안은 어르신이 최고령입니다.”
“허허허허! 내 그럴 줄 알았지! 자네는 나이가 몇인가?”
“마흔넷입니다만…….”
“젊구먼. 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거요!”
“아, 예…….”
“할아범. 주책 좀 그만 떨어요…….”
우여곡절 끝에 입관 신청 등록을 끝낸 후, 세 사람은 본관을 나왔다.
“그럼 둘은 좀 더 둘러보다가 가.”
헌원강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표정이었다.
그는 단순히 두 사람의 안내역으로 청룡학관에 함께 온 것이 아니라, 끝나고 다른 용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학주와 면담이라니…….”
기숙사에서 나가는 조건으로, 헌원강은 주기적으로 매극렴을 만나서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를 해야 했다.
물론 지난 한 달은 매극렴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였다.
“……하여튼 이따가들 보자고.”
“선배님. 저녁에 백룡장에서 뵐게요.”
“무탈하게 다녀오시게.”
헌원강은 싫은 티를 팍팍 내며 기숙사로 향했다.
둘만 남게 된 위지천과 공손수는 청룡학관을 둘러보다가 갈 계획이었다.
“연무장부터 가 볼까요?”
“서고는 학생이 아니면 못 들어가겠지?”
설레는 마음으로 둘의 걸음이 빨라질 때였다.
“위지천?”
등 뒤에서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위지천이 뒤를 돌아봤다.
위지천을 부른 목소리의 주인이 씩 웃었다.
“맞나 보네.”
키가 크고 마른 소년이었다. 눈이 가늘고 말아 올린 입술이 얇아 야비한 인상을 주었다.
소년을 본 위지천이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던 것이다.
“누구신지…….”
“너 백수룡, 아니 백수룡 선생님 제자 맞지?”
“…….”
“반갑다. 난 조막생이야. 남궁수 선생님께 무공과외를 받고 있지.”
조막생이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위지천은 얼떨결에 그 손을 잡아 악수를 했다.
악수를 나눈 순간, 조막생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이거 봐라? 완전 애송이잖아?’
순식간에 상대에 대한 파악을 끝낸 조막생은 다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실실 웃었다. 그가 턱으로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있는 애들은 내 과외 동기들이야.”
무뚝뚝한 표정의 소년과 새침한 표정의 소녀가 이쪽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아, 네……. 위지천입니다. 반가워요.”
위지천은 그들에게서 묘하게 불쾌한 느낌을 받았지만, 어쨌든 상대가 웃으며 먼저 자신을 소개했으니 무시할 수도 없었다.
“아까 지나가다가 우연히 네 이름을 들었거든. 전에 백수룡 선생님한테서 들은 적이 있어서.”
“저를요? 왜…….”
“뭐야. 너 설마, 아예 모르는 거야?”
“뭘…….”
갑자기 조막생이 낄낄 웃더니, 고개를 돌려 뒤쪽에 있는 남궁석과 진진에게 말했다.
“내기한 거, 말 안 했나 본데?”
“흥. 보나 마나 질 게 뻔하니까 말도 못 꺼냈겠지. 도망이나 안 치면 다행이야.”
“…….”
진진은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코웃음을 쳤다.
반면 남궁석은 말없이 위지천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예? 내기라니 무슨…….”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표정을 짓는 위지천을 본 순간, 조막생은 그를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이 끓어올랐다.
그런 성격이었다.
행복한 얼굴을 보면 고통에 울부짖게 만들고 싶어지고, 순진한 척하는 것들은 보면 더럽혀 주고 싶어서 못 견뎠다.
“네가 좀 한다며? 백수룡 선생님이 그렇게 자랑을 하더라고. 올해 수석은 너라고.”
“네, 네? 아니에요. 선생님은 왜 부담스럽게 그런 말씀을…….”
위지천은 진심으로 당황해서 손을 저었다. 조막생의 눈이 더 가늘어지고 입가의 웃음이 짙어졌다.
“에이 겸손은. 그렇게 말씀하신 데는 이유가 다 있겠지.”
“하하……. 감사합니다.”
이 작고 약한 동물을 어떻게 괴롭혀 줄까.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오줌을 지리게 할까?
적당히 도발해 덤비도록 한 다음 주제 파악을 하게 해 줄까?
‘시험이 사흘 남았으니 대놓고 사고를 치는 건 안 되겠지만……. 뭐, 방법이야 찾으면 많지.’
조막생의 입가에 맺힌 가학적인 미소가 짙어질 때였다.
“흐음. 남궁수 선생이라면 청룡학관의 일타강사가 아닌가.”
둘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공손수가 빙긋 웃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낯선 노인을 본 조막생이 조금 경계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노야께선 누구십니까?”
“허허허. 어렵게 대할 것 없네. 나도 자네들과 같은 입관 시험 동기이니.”
“……예?”
순간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어 다시 물었다.
조막생의 얇은 눈이 잠시 커졌다.
공손수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조막생에게 악수를 청했다.
“곧 동기가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인사를 나누지. 공손수일세.”
“아…….”
조막생은 위지천이 그랬던 것처럼 얼떨결에 악수를 나눴다. 그가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우리랑 같은 지원자라고요?”
껄껄 웃은 공손수가 위지천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이 친구와 함께 백수룡 선생님 댁에서 함께 무공을 배우고 있다네.”
“죄송한데 연세가…….”
“올해로 예순다섯. 한창 피 끓는 청춘이지!”
한쪽 눈을 찡긋한 공손수가 팔을 구부려 작은 알통을 만들자, 방심하고 있던 조막생이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 죄송합니다. 웃으려고 한 게 아니라…….”
“괜찮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을 나이가 아닌가.”
공손수가 인자하게 웃었다. 조막생도 그를 마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나 속은 뒤틀리고 있었다.
‘뭐? 이런 늙은이가 나랑 입관 시험 동기라고?’
오면서 듣기는 했지만, 청룡학관이 정말 떨어질 데까지 떨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늙은이까지 받아 줄 정도로 수준이 낮아졌다는 말 아닌가.
‘어차피 사흘 후 시험에서 떨어지겠지만…….’
이런 늙은이가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
조막생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속은 분노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공손수는 그 앞에서 여전히 허허 웃고 있을 뿐이었다.
‘이쪽이 더 괴롭히는 맛이 있겠어.’
차갑게 눈을 빛낸 조막생이 목표를 바꿨다.
늙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무공을 배우겠다고 덤벼드는 늙은이.
물 흐리는 꼴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어르신. 저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히죽.
조막생이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미리 친목도 다질 겸, 가볍게 대련이나 하러 갈래요?”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뱀처럼 빛났다.
조막생은 상대가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 늙어빠진 주책바가지. 젊은 애들이 같이 놀자고 하면 좋다고 덥석 물겠지.’
아니나 다를까.
조막생이 예상한 대로, 공손수는 ‘대련’이란 말에 눈을 빛냈다.
“호오. 대련이라?”
그동안 대련은 항상 위지천, 헌원강, 흑영 하고만 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상대와의 대련이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대련을 할 만한 장소가 이곳에 있나?”
“제가 알아요. 전에도 몇 번 와 봤거든요. 위지천. 너도 갈 거지?”
“음…….”
망설이는 위지천의 소매를 공손수가 자신 쪽으로 슥 잡아당기며 말했다.
“재미있을 것 같으니 같이 가는 게 어떤가.”
그 순간 위지천은 보았다.
자신을 향해 몸을 돌린 공손수의 미소.
지금까지 본 인자하고 푸근한 미소와 달리, 목에 들이민 예리한 칼날과도 같은 미소를.
꿀꺽.
자신도 모르게 긴장한 위지천이 마른침을 삼켰다.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공손수가 괜히 대련을 승낙한 것은 아니란 것을.
“네……. 좋아요.”
“허허허허! 그럼 대련장으로 안내해 주게나!”
“너희들도 갈래?”
슬쩍 뒤를 돌아본 조막생이 남궁수와 진진에게 물었다.
“미쳤니? 내가 거길 왜 가?”
진진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조막생은 어깨를 으쓱한 후 두 사람만 데리고 떠났다.
진진은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짜증을 부렸다.
“갑자기 뭐 하는 거야. 실력도 제일 떨어지는 게……. 저기요, 석 오라버니. 오늘은 그냥 저희끼리 갈까요?”
“…….”
남궁석은 옆에서 아양을 떠는 진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더니, 앞서가는 이들을 따라가며 말했다.
“가고 싶으면 너 혼자 가.”
남궁석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지천에게 못 박혀 있었다.
“네? 저, 저도 같이 가요!”
진진이 황급히 그 뒤를 따라갔다.
* * *
“이름 모를 아름다운 소저.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런 곳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 있는 거요?”
“…….”
이번이 다섯 번째인가.
흑영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내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 온 녀석은 유독 느끼하게 생겼다.
“실연이라도 당한 얼굴이군. 도대체 어떤 멍청한 놈이 이런 미녀를 울렸지?”
“…….”
사내는 허락도 하지 않고 멋대로 흑영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분위기를 잡더니 개소리를 지껄였다.
“……해서 나는 그 악적 다섯을 무찌르고 아이들을 구했다오. 여기 팔뚝의 흉터가 바로 그때 생긴…….”
청룡학관 입관 시험이 가까워 오자 도시에 뜨내기들이 많이 들어왔다.
그중에는 입관 시험을 보러 온 자들도 있고, 사람이 몰리니 사기를 치거나, 이렇게 여자나 꼬시러 온 놈들도 있었다.
“피곤하니 가세요.”
짧게 말한 흑영은 홀로 술을 자작했다.
그러나 사내는 끈질겼다. 흑영의 술병을 멋대로 빼앗더니, 나름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술로 슬픔을 달래는 것은 독을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요. 이야기를 해 보시오. 내가 다 들어줄 터이니…….”
그러면서 은근슬쩍 흑영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흑영이 바로 저항을 하지 않자, 어깨를 안은 손은 슬금슬금 아래로 내려가 엉덩이를 더듬으려 했다.
“하아.”
한숨을 내쉰 흑영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사내의 손목을 꺾고, 사내의 뒤통수를 잡아 탁자에 찍어 버렸다.
우지지직!
그대로, 사내가 비명을 지르는 입이 시끄러워 술병으로 뒤통수를 찍어 기절시켰다.
“꼬르륵…….”
거품을 물며 쓰러지는 남자를 버려두고, 흑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주루를 나서며 생각했다.
‘조용히 생각 좀 하려는데 왜 이렇게 날파리가 꼬이는 거야.’
시장에서 돈을 주고 옷을 사 입은 것이 잘못일까.
몸에 딱 붙는 붉은 경장은 불편하기만 했다.
주인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해 주기에 그냥 샀는데…… 역시 너무 화려한가.
‘역시 흑의무복이 편해.’
흑영은 살수의 기술을 배웠다. 평범한 아낙의 옷도, 기녀의 옷도 입어 봤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화장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손수의 호위가 된 이후로, 지난 몇 년 동안은 쭉 흑의무복만 입었다.
그것이 자신에게 딱 맞는 옷처럼 편했다. 호위 일 역시 그랬다.
-오늘 하루는 휴가다.
평생 처음 받아 본 휴가였다.
그래서 뭘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가서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옷과 장신구도 사고, 가 보고 싶었던 곳이 있으면 실컷 놀다 오너라.
시키는 대로 했다. 옷도 사서 갈아입고, 예쁜 당혜도 신고, 몇 년간 입도 대지 않았던 술도 마셨다. 하지만 조금도 취하지 않았다.
휴가를 받은 게 아니라 버려진 듯한 느낌이었다.
어르신이 자신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백룡장에서 무공을 배운 이후부터…….’
아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불경이다.
‘역시 안 되겠어. 지금이라도 어르신을 따라가 호위해야겠어.’
따라오면 호위에서 해임하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만약 도중에 청룡학관의 고수에게 들키게 된다면…… 어르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자결할 것이다.
결정을 내린 그녀가 골목을 돌았다.
그 순간, 하필이면 지금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 마주쳤다.
“흑영?”
양손과 어깨에 짐 보따리를 잔뜩 짊어진 백수룡이 흑영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르신은 어디 있고 너만……. 그 옷은 또 뭐야?”
“…….”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장 어디로든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든 흑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