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94
93화. 사람이 실수 좀 할 수 있지! 커다란 혼란이 있었지만, 청룡학관의 고수들이 나서면서 상황은 빠르게 수습되었다.
“살수들의 입안에 독단이 있다! 제압한 후 혈도를 짚도록!”
남궁수는 강사들을 이끌고 직접 살수들을 제압했다.
그의 검이 번뜩일 때마다 살수들의 팔다리가 끊어졌다. 그 와중에도 그의 백의무복에는 피 한 방울 튀지 않았다.
“남궁 선생!”
“부관주님.”
“이, 이게 다 무슨 일인가.”
허겁지겁 달려온 부관주 곽철우가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그 한심한 모습에 속에서 한숨이 나왔으나, 남궁수는 티 내지 않으며 부관주를 진정시켰다.
“훈련받은 살수들입니다. 목적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짐작되는 바는 있었지만, 남궁수는 그것까지 곽철우에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살수들부터 제압해야 합니다.”
“그, 그래야지! 이놈드으을!”
잠시 후 혼란이 어느 정도 수습되었다.
애초에 살수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고, 남궁제학이 흑림의 삼대주를 제압하면서 그마저도 사기를 잃었다.
남궁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정도로 끝난 게 천만다행이군.’
기적적으로 죽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애초에 살수들의 목적이 애초에 혼란을 키우는 것이었기에, 죽이기보다는 상처를 입혀서 비명을 지르게 유도한 탓이었다.
오히려 칼에 찔려서 다친 사람보다 도망치던 중 서로 밀치고 넘어져서 다친 중상자들이 더 많았다.
“부상자들은 즉시 의원으로 옮겨야 합니다.”
“다, 당장 그리하겠네.”
부관주가 허겁지겁 명령을 내리러 간 사이, 남궁수는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찾았다.
‘백수룡.’
백수룡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빛났다.
약 반 각 전, 남궁수는 백수룡의 외침을 들었다.
-어르신을 지켜!
관중석 한가운데서 피와 비명이 시작되자마자 터져 나온 외침.
‘이런 일이 터질 걸 알고 있었나?’
만약 백수룡이 이 일을 미리 알면서도 말하지 않고 방치한 거라면……, 사적인 감정과 별개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백수룡의 외침을 들은 사람은 남궁수 혼자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
“백 선생. 이야기 좀 하지.”
표정이 굳은 노군상과 서슬 퍼런 표정의 남궁제학이 백수룡에게 다가갔다. 그들 곁에는 공손수도 함께 있었다.
“…….”
네 사람은 뭔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지만, 기막을 펼쳐 소리를 차단했는지 청력을 집중해도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노군상의 한숨과 함께 마지막 말만 간신히 들을 수 있었다.
“일단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하지.”
돌아선 노군상은 목소리에 내공을 담아, 침중한 어조로 선언했다.
“입관 시험은 잠시 중지하겠소.”
잠시 후 노군상이 전음으로 남궁수를 불렀다.
[남궁 선생. 관주실로 오게.]관주실로 향하며, 남궁수는 백수룡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자기도 모르게 절로 한숨이 나왔다.
“저자가 오고 나서 학관에 바람 잘 날이 없군.”
* * *
방 안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다행히도 죽은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수십 명이 크게 다쳐 의원에 실려 갔다.
다친 사람들 중에는 가슴에 커다란 자상을 입은 헌원강도 있었다.
“워낙 튼튼한 아이이니 금방 털고 일어날 겁니다.”
“그래야지…….”
흑영의 위로에 공손수가 초췌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사람이 지켜 준 덕분에 그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의 마음이 편안한 것은 아니었다.
‘이 늙은이가 대체 뭐라고…….’
관주실 안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다.
노군상, 남궁제학, 곽철우, 남궁수.
청룡학관의 강사들과 십존의 일원이 상석에 나란히 앉았다.
공손수, 흑영, 위지천.
헌원강을 제외한 백룡장의 식구들이 반대편에 일렬로 앉았다.
악연호, 명일오, 제갈소영.
청룡학관 임시 강사들은 죄라도 지은 것처럼 어깨를 움츠리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바라보는 중심에, 백수룡이 자세를 단정하게 하고 앉아 있었다.
분위기는 사뭇 청문회를 연상시켰다.
“……저의 판단 착오였습니다.”
백수룡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는 공손수의 신분과 그를 향한 암살 시도가 있었음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걸 막기 위해 임시 강사들에게 도움을 청한 사실도 솔직하게 말했다.
‘어설프게 거짓말한다고 속을 사람들이 아니지.’
노군상과 남궁제학이 형형한 눈빛으로 백수룡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전부 다 솔직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노군상에게 미리 모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라든가.
“……나를 못 믿었던 게로군.”
‘말하지 않아도 아는군.’
백수룡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적의 연줄이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인원에게만 알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승상 본인에게도 알리지 않았나?”
대화에 끼어든 남궁제학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그의 시선이 백수룡의 몸을 검처럼 꿰뚫을 듯했다.
‘……전음을 보내면 곧바로 들키겠지.’
절세고수 앞에서 수작을 부렸다간 이 자리에서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때문에 공손수와 몰래 입을 맞출 수도 없는 상황.
백수룡은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사실대로만 말하게. 어째서 승상에게도 살수들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나?”
남궁제학은 백수룡보다 한발 먼저 공손수를 구했다.
그 후로 쭉 공손수 곁을 지켰고, 공손수가 살수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네.”
호위 대상에게 살수들의 존재를 알리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저 입에서 납득할 수 없는 대답이 나온다면, 그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대답을 들을 생각이었다.
백수룡이 입을 열었다.
“……어르신을 미끼로 살수들을 유인할 계획이었습니다.”
“허?”
“미쳤군.”
“제정신인가?”
차례대로 노군상, 남궁제학, 남궁수가 말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고수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나라의 승상까지 지낸 인물을 미끼로 삼다니.
만약 공손수가 죽기라도 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진단 말인가.
“허허…….”
정작 공손수는 흑영에게 사정을 들었는지 덤덤한 표정이었다.
백수룡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인지, 적의 숫자도 알 수 없었습니다. 도망치거나 숨는다는 선택지는 오히려 적에게 유리할 것이 뻔했습니다. 차라리 대중 사이에 섞여…….”
“도대체 제정신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곽철우가 백수룡에게 삿대질을 했다.
“관무불가침도 모른단 말이냐! 네가 학관을 말아 먹으려고 아주 작정을 했구나!”
“부관주. 진정하고 앉게.”
노군상은 앉으라 했으나 성격이 급한 곽철우는 말을 듣지 않았다.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황궁과 관련된 일이면 관아에 신고를 할 것이지, 무슨 불똥을 튀게 하려고 문제를 여기까지 끌고…….”
“……닥치라고 해야 알아듣겠나?”
곽철우의 발언이 선을 넘은 순간, 노군상이 은은한 살기를 드러냈다.
“앉게. 손님들도 계신 곳이네.”
“제,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곽철우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더욱 싸늘해진 분위기 속에서 남궁제학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백 선생. 노관주를 믿지 않았다면 나도 믿지 않았겠군.”
“……예.”
“내 평생 창천검왕이라는 별호가 과분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낱 살수들과 한패로 묶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남궁제학은 딱히 기세를 드러내지 않았으나, 방 안의 무인들은 벌써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조용한 가운데 백수룡이 입을 열었다.
“한패로 묶지 않았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격언을 잊지 않았을 뿐입니다.”
“자네 눈에는 이 내가, 남궁세가가 고작 돌다리로 보였단 말인가?”
남궁제학은 눈앞의 청년을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딱히 내공을 끌어올리지 않아도, 어지간한 고수들도 그의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곤 했다.
하지만 백수룡은 달랐다.
‘내 눈을 피하지 않는군.’
타고나길 대범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간이 부은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그의 기분이 영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네. 상관없는 민간인들이 여럿 다쳤어. 입관 시험은 엉망이 되었지.”
“맞는 말씀입니다.”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나?”
“…….”
살수들이 저지른 짓이었지만, 백수룡은 이 일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다.
적들이 그런 식으로 나올 거라고 예상했다면…… 더 나은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자네가 나나 노관주에게 진작 도움을 청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피해였지. 인정하나?”
“인정합니다.”
백수룡은 변명을 덧붙이지 않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과 상관없는 사람들이 다쳤다.
절체절명의 순간 남궁제학이 나서지 않았다면 공손수도 당했을지도 모른다.
‘혈교였다면 책임을 지고 목이 잘려도 할 말이 없겠지.’
백수룡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책임? 어떻게 말인가?”
“이보게 제학. 너무 다그치지 말고…….”
“군상 자네는 가만히 있게. 사람이 너무 좋으니 임시 강사가 자네 몰래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
남궁제학은 마치 시험이라도 하듯 백수룡을 몰아붙였다.
“자, 어떻게 책임을 질 생각인가?”
“원하신다면 강사직을 내려놓고…….”
하지만 남궁제학이 기대했던 격렬한 반응은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그것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듣자 듣자 하니 너무하는군!”
목소리의 주인은 공손수였다.
이 사건의 핵심인물이자 피해자가 될 뻔한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치켜뜨고 남궁제학을 노려봤다.
“스, 승상?”
당황한 남궁제학이 그를 바라보는 가운데, 공손수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내 피해를 입은 청룡학관에 미안한 마음에 가만히 있으려고 했소. 헌데 돌아가는 꼴이 괴이쩍어서 몇 마디 해야겠군. 이 자리가 백 선생을 추궁하기 위해 모인 청문회요?”
“…….”
“따질 것이 있으면 내게 따지시오. 살수들은 나를 죽이기 위해서 왔고, 백 선생은 나를 지키려고 했을 뿐이오.”
“저희는 사건의 전모를 알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는 이미 다 듣지 않았소이까. 그런데도 어째서 백 선생을 핍박하는 게요?”
남궁제학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겨우 대답했다.
“그는 상관에게 보고를 누락했습니다. 그로 인해 민간인의 피해가…….”
공손수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백 선생의 말에는 틀린 것이 없소. 황궁에는 내 적이 많지. 그중에 무인들과 끈이 닿은 자가 한둘이겠소? 남궁세가? 나를 죽이려는 자들 중에 남궁세가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권력자가 없을 것 같소?”
“…….”
남궁세가에 대한 모욕으로도 들릴 수 있는 말이었지만, 남궁제학은 반박하지 못했다.
전부 사실이었으니까.
“내 생명의 은인을 모른 척할 만큼 배은망덕하지 않소. 만약 청룡학관이 백 선생을 해고한다면, 나는 그를 황궁으로 데려가 장군으로 만들 것이오.”
“예?”
황당한 소리를 낸 사람은 백수룡이었다.
편을 들어주는 건 좋은데, 갑자기 장군이라니.
남궁제학이 그런 황당무계한 소리를 믿을 리가…….
‘믿네?’
남궁제학의 표정이 어린 당혹스러움은 공손수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저도 몇 마디만 하겠습니다.”
공손수가 잠시 말을 멈춘 틈에 흑영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녀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 백 선생님이 계획을 말씀해 주셨을 때 저도 찬성했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아야 한다면, 저 또한 사죄의 의미로 팔 하나를 잘라 내놓겠습니다.”
“무슨…….”
갑자기 팔을 왜 잘라?
백수룡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흑영을 바라볼 뿐이었다.
“저, 저도 한마디만 해도 될까요?”
갑자기 위지천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저 입에선 또 무슨 말이 나올지, 백수룡은 두려울 지경이었다.
“만약 백 선생님이 청룡학관을 관두시게 되면…… 저도 입관을 포기할래요.”
“…….”
“선생님이 안 계신 청룡학관은 다니고 싶지 않아요.”
할 말을 끝내고 고개를 푹 숙이는 위지천.
노군상, 남궁수, 곽철우가 동시에 반응했다.
‘저런 인재를 놓친다고?!’
노군상은 고개를 홱 돌려 남궁제학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당장 백 선생에게 사과하게!] [무, 무슨 소리인가. 내가 왜 사과를…….] [사과해 이놈아! 당장 해!]그 쩌렁쩌렁한 전음에, 남궁제학은 자기도 모르게 사과를 하고야 말았다.
“미, 미안하네. 방금은 내가 좀 과하게 몰아붙인 것 같군.”
“……아닙니다.”
기어이 남궁제학에게 사과를 받아낸 공손수가 손뼉을 짝 치더니 자리에 앉았다.
“사람이 실수 좀 할 수 있지. 자, 이제부터 향후 대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