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337
2014년 2월 6일. 오그던, 유타. 해리슨 불러바드. 웨버 주립 대학교. 디 이벤츠 센터.
오늘은 웨버 스테이트의 컨퍼런스 열한 번째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었다. 데미안 릴라드의 시대보다도 훨씬 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올 시즌의 와일드 캣을 구경하기 위해, 어김없이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주변 여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사내가 있었다. 붉은색의 두꺼운 뿔테 안경으로도 감출 수 없는 훤칠한 얼굴은 이미 많은 이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저기 저 남자 정말 귀엽지 않아?”
“배우나 모델이 아닐까?”
“내가 만약 그와 데이트를 할 수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당장 다이어트에 들어 갈 거야.”
“네 레벨에서 한참 벗어나지 않았어?”
코트에서 이미 오래전에 흥미가 떠난 사내는 바로 근처에서 떠드는 여성들이, 본인들의 목소리가 자신의 귀에 매우 잘 들린다는 사실을 과연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을 했다.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며 알게 된 여자들이란, 그런 존재였다. 매력적이라고 판단되는 이성의 앞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끊임없이 스스로를 어필했다.
남자와 다른 점이라면, 어떠한 경우에는 행동으로 옮기기보다 상상 속에서 즐기는 것을 더 즐긴다는 점이었다.
여성들의 머릿속에서 자신이 과연 얼마만큼 벗겨졌을 지를 상상하니, 어쩐지 끔찍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몸이 오싹해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의 가까이로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어차피 경기도 끝날 시간이 다 되어가는 중이었다.
‘흐음- 역시, 조이인가?’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검은색 수트에 흰색 셔츠, 그리고 붉은색 넥타이는 틀림없이 안경테와 색을 맞춘 것 같았다. 다소 화려하고 튀는 복장이었지만, 잘 빗어 넘긴 갈색 머리 아래로 자리 잡은 이목구비가 모든 균형을 잡아주고 있었다.
시카고 불스의 수석 스카우트인 올리버 루카스는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그런 남자였다. 그의 왼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 아쉬워했던 여성이 몇 트럭이 될 만큼 말이다.
올리버는 자신을 이곳으로 찾아오게 만든 사내를 불러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 봐.”
“응?”
며칠 전, 루카스와 랭 부부는 언제나처럼 함께 만나 저녁을 즐길 예정이었다. 즐겨 찾는 레스토랑을 예약해두었고, 그 뒤에는 올리버의 집에 모여 함께 NBA 경기를 시청 할 계획이기도 했다.
하지만 약속을 하루 앞두고, 곤란한 목소리의 트리스탄이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해왔다.
[ “오, 이런. 설마?” ] [ “그 설마가 맞아, 올리버. 엄청 오랜만이지 않아?” ] [ “그러게.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거의 5년 만일 거야. 누군데?” ] [ “킴.” ] [ “누구?” ]시카고 불스의 프런트로 일을 한다는 것은 미래 자산이라는 의미를 완전히 색다른 시각으로 해석을 해야 함을 뜻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 “다른 NBA의 29개 구단이 생각하지 않는 방식.” ] 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조이의 표현 방식이었다.
‘뭐 맞는 말이긴 하지. 응?’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존재를 다시 떠올린 올리버는 이곳에 흥미로운 숫자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표현을 했다.
그러자 잔뜩 경계심을 품은 눈빛의 청년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누구시죠?”
올리버는 김민혁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모습이 미디어에 시달린 후의 시골 소년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때때로 너무나 잔인하지. 사람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니까.’
정작 본인도 과거에는 미디어에 속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올리버는 돈이 되는 것이라면, 똥이라도 황금으로 만들어버리는 존재들을 잠깐 동안 원망해보았다.
하지만 이젠 조금 이 청년과의 대화에 집중을 해야만 했다.
“아무튼, 슈팅이 안 들어가기는 했지만 나쁘진 않았어. 그 말을 해주려고.”
사실 경기 초반에는 조이 랭의 번뜩이는 감각이 다소 무뎌진 것은 아닌지를 걱정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이 되면 될수록, 이 포워드가 자신의 나쁜 컨디션을 얼마나 영리하게 이용하는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오늘 한 경기로 단정을 지을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주위의 수준보다 홀로 몇 단계는 높은 곳에서 뛰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명함을 줄 필요는 없지 않아요?”
“응? 너 벌써 그런 것도 아는 거야? 하하, 이런!”
“…….”
자신이 건넨 명함을 확인하는 김민혁을 보며, 올리버는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 하나의 상황으로 유추해 보건데, 벌써부터 많은 스카우트들이 이 포워드와 친분을 쌓으려 접근을 해 온 것 같았다.
애석하게도 불스는 이러한 부분에서는 지원이 부족했다. 실제로 올리버는 대부분의 시간을 유나이티드센터에 틀어박혀 비디오만 보아왔다.
아니. 대부분의 시간이 아니라, 모든 시간을.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올리버는 김민혁의 의심을 지워내기 위해, 조이의 이름을 꺼내들기로 결정했다. 친구가 되고 싶어 건넨 명함이었는데, 괜한 오해를 사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올리버와 조이는 친구에겐 늘 솔직해야 한다고 믿었다.
“걔랑 난 고등학교 동창이야. 우린 옆집에서 함께 살았지.”
이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목소리를 이어가던 올리버는 자신이 충분한 설명과 조언을 했다고 생각하며, 궁금했던 것 하나를 물었다.
“드래프트에 참여 할 거니?”
“…….”
그리고 김민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쉬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이번 드래프트가 2003년 이 후 최고의 재능들이 모여 있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관계자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중이다. 만약 이 포워드가 참여를 결정했다면, 올리버는 본인들이 가진 49번째 픽으로 지명을 고려해보았을 것이다.
물론 최종 결정은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지만, 지금 부터라면 다른 프런트 스태프를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올리버는 시카고와 김민혁의 인연이 없다고 판단했다.
성급한 결정이 아니라, 앞으로의 일이 충분히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이 꼬마는 틀림없이 로터리로 갈 거야. 대학에 남는 것이 늘 좋은 결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이 녀석에겐 발전할 여지를 주겠지. 태도에 관해서는 의심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난 이 녀석이 마음에 들어.’
과연 시카고 불스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김민혁을 선택하려고 할까? 설령 자신에게 2년간 설득을 할 시간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일해 온 불스는 그랬으니까 말이다.
만약 몇몇 가지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올리버는 당장에 사표를 들고 찾아가 레인스도프의 얼굴에다 집어던졌을 것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 마디.”
“?”
“절대로 우리 팀을 옵션에 넣어두지 마. 여긴 정말 최악이거든.”
환한 미소로 돌아선 올리버는 이내 씁쓸한 미소를 피워 올리며 자조했다.
불스를 다시 영광으로 이끌어 줄 것만 같았던 데릭 로즈가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을 당한 순간, 올리버는 그의 헌신을 휴지조각 취급을 해가며 트레이드에 관해 논하던 남자들을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조아킴 노아가 잠재력을 증명을 한 순간, 제리는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값어치가 가장 높아질 순간이 언제일 것 같으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절대로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이지만, 시카고 불스는 늘 특정 선수가 잠재력을 폭발시키거나 곤경에 처한 순간 그들을 판매 할 생각을 머릿속에 옵션으로 놓아둔다. 대부분은 그냥 떠보는 수준이지만, 몇몇은 실제로 이뤄진다.
올리버는 이런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팀의 미래를 단지, 영향력이 커지는 것과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는 사실이 꺼려진다는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게 뒤에서 판매를 논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휴우우- 빌어먹을!’
어릴 적부터 유나이티드센터에서 근무하는 것을 늘 꿈꿔온 올리버였지만, 지난 4년간 자신이 지켜봐 온 불스는 모르는 편이 더 나았다 싶을 만큼 엉망이었다.
아무것도 제대로 해낸 것이 없는 28살의 풋내기가, 불스의 수석 스카우트 직책을 차지 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올리버는 제리와 가 포먼의 체제를 3년간 묵묵히 참아왔고, 그들은 자신을 새로운 꼭두각시로 이용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속물적이라고 해도 좋지만, 올리버가 여전히 불스에서 일하는 이유는 그들이 제안한 많은 연봉 때문이었다.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면, 돈을 버는 것은 필수였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인인 엠마는 도망치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FUCK!!”
아무도 없는 거리로 나서, 짧은 욕설을 내뱉은 올리버는 자신이 너무나 비참해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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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7일.
□ Facebook Messenger
{ “이봐, 노먼. 메일을 확인했어?” }
{ “그래, 확인했어. 그럼, 어떠한 식으로 일을 진행 할 거야?” }
{ “이 흐름을 바꿀 수는 없어. 그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지. 다만, 속도를 늦출 수는 있을 거야. 그동안 랜슬롯이 태세를 바꾸면 돼. 윌리의 것을 그가 가로채가는 거지. 최소한 대외적으로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둘 수 있을 거야.” }
{ “휴우- 그런데 그게 말이야.” }
{ “뭔데?” }
{ “최근부터 조금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돌아. 새롭게 온 녀석들이 있다고 내가 이야기를 해줬지?” }
{ “트라잔 랭던과 트래비스 웨스트 말이야? 듣기론 운동 그런 쪽이라며?” }
{ “아니 틀렸어. 아무래도 우리가 당한 것 같아. 랭던은 아마추어 스카우트가 되었고, 트래비스 웨스트는 스카우팅 코디네이터가 되었어.” }
{ “뭐?! 그건 본래 네가 들어 설 직책이었잖아?”}
{ “본래라면 그랬지. 제길! 랜슬롯이 내게 한 약속이 처음부터 어긋나는 중이야. 이건 결코 좋지 않다고. 내가 지금 어떤 도박을 하고 있는지 너도 잘 알잖아?” }
{ “Dude. 위로를 표할게. 그렇다고 이제 발을 빼긴 늦었잖아. 안 그래?” }
{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조금 입장을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랜슬롯의 약점을 쥐어야 겠어. 지금 쥐고 있는 것보다 더 큰 것으로. 가능해?” }
{ “워-우. 이번엔 가격이 좀 쎌 거야.” }
{ “상관없어, 최근 베팅을 좀 땄거든. 아무튼. 있다가 봐.” }
{ “그래. 있다가 만나지.” }
**
삐익-
□ 다른 Facebook Messenger
{ “봤죠? 빌? 이 내용을 전부 캡쳐 해 뒀어요.” }
{ “고마워, 페니. 그들은 의도적으로 김민혁이 다른 팀에 레이더에 오르는 속도를 늦추고 있어. 그동안, 자신들의 업적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려고 말이야. 조만간 랜슬롯이 그를 만나러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
{ “그렇겠죠. 그건 R.C의 몫이에요. 그렇죠?” }
{ “그렇지. 아무튼, 고마워. 이만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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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5일. 샌 안토니오, 텍사스. AT&T 센터 파크 웨이. AT&T 센터.
타닥, 탁, 타다다닥, 탁.
“…….”
심각한 얼굴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노먼 제임스는 몇 가지 일을 해냈다는 생각에 내심 안도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랜슬롯이 지시했던 일을 제대로 처리한 것은 물론, 만일을 대비해 그의 약점을 쥐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자신을 도와준 친구와 남은 대화를 이어나가던 그는, 마지막 문장을 전송하곤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휴우우우우-”
저 바깥세상의 사람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스포츠 팀의 프런트 오피스도 평범한 집단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세력과 싸움이 늘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이들에겐 모든 것들을 가려 줄 완벽한 핑계거리가 존재할 뿐이었다.
바로 ‘시합’ 이라는 것 말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누가 팀에 새롭게 합류하고 누가 떠났으며, 얼마만큼의 성적을 거둘 것인지에 몰려 있었다.
그래서 늘, 이런 부분은 쉽게 지나쳐버리고야 만다.
똑똑똑.
“응? 누구죠?”
점심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이라, 방문객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노먼 제임스였다. 랜슬롯 링컨은 오늘 뷰포드와 함께 ‘NBA Cares’ 에 동참했고, 특별한 약속도 잡혀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신을 따돌리는 무리들이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이내 윌리 팔라치오의 마지막 발버둥쯤으로 생각하니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트라잔 랭던과 트래비스 웨스트는 사무실에서 늘 자신을 살갑게 대해주었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윌리 팔라치오를 편협한 남자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노먼 제임스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의 ‘비밀 회동’을 즐기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 윌리 팔라치오의 오른팔인 사내가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빌? 무슨 일이지?”
“윌리의 미팅 소집이에요. 스카우트 부서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를 할 예정이거든요.”
“이 시간에?”
“점심은 이미 준비를 해놨어요. 그럼.”
딸깍-
“…….”
빌 에반스가 닫고 나간 자리를 보며, 인상을 잔뜩 찌푸린 노먼 제임스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본래라면 자신이 윌리의 미팅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랜슬롯에게 알릴 생각이었는데, 이내 그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젠 자신이 랜슬롯의 약점을 쥐었고, 더 이상 그의 노예가 된 것처럼 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먼은 도로 휴대폰을 넣으며 복도로 나섰다.
“어디로 가면 되지?”
“평소 회의를 했던 곳이에요. 전 밖에서 음식을 받아서 곧 합류 할 거예요.”
“그래. 고맙군. 아차!”
“?”
“내가 오직 에비앙만 마시는 건 잘 알고 있지? 부탁하네.”
“그러죠.”
시큰둥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빌 에반스를 보고 있으니, 이제는 완전히 긴장이 풀어진 노먼 제임스였다. 급작스러운 회의라고 해봐야, 보나마나 또 김민혁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지난 10일, 의 블로거 맷 하비가 그의 유명한 시리즈에 김민혁을 다뤄 잠깐 화제가 되었다.
물론 노먼을 포함한 랜슬롯의 남자들은 이를 계속 무시해왔고 말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의 드래프트 성과가 썩 좋지 못한 지금이야말로, 윌리 팔라치오를 처음으로 드래프트에서 배재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다음은 FA가 될 것이고, 내년 2월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도 영향력을 빼앗을 수 있었다.
그렇게 2014-15 시즌이 끝나고 나면, 윌리 팔라치오는 명예로운 은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겉으론. 겉으로는 위대한 영웅의 아름다운 퇴장으로 보일 것이다.
‘뭐,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천천히 복도를 걷는 노먼 제임스는 휘파람을 불 정도로 상쾌한 기분이었다.
똑똑똑-
“미안합니다, 조금 늦었군요.”
그리고 노크와 함께 회의실의 문을 연 순간,
“응?”
노먼 제임스는 완전히 당황하고야 말았다.
‘대체 왜 여기에?’
왜냐하면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은 윌리 팔라치오와 그렉 포포비치. 그리고 랜슬롯 링컨과 함께 ‘NBA Cares’를 위해 사무실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던 R.C 뷰포드였기 때문이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빌 에반스가 자신의 등을 떠밀어 회의실 안으로 집어넣는다.
당황한 노먼 제임스는 균형을 잡기 위해 필사적이다가, 간신히 정신을 챙겨 질문을 던졌다.
“대체 무슨 일이죠?”
“…….”
그리고 잠시 뒤, 다른 이들과 시선을 교환한 윌리 팔라치오가 싸늘한 표정으로 일어나 자신에게 다가왔다. 분명히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것은 결코 기분이 좋다거나 행복해서 나오는 게 절대로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피에로 같아.’
지금도 노먼 제임스를 이불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공포의 근원을 매우 많이 닮아 있었다.
“게임을 시작하지.”
“…….”
하필이면 윌리의 첫 대사도, 그가 가장 공포를 느꼈던 영화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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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 모제스 말론(Moses Malone)의 경기를 눈앞에서 직접 지켜본 이 후, 노먼 제임스는 언젠가는 자신도 NBA에서 일을 할 것이란 꿈을 키워왔다.
워싱턴 주립 대학에 진학해 경제학을 전공했고, 졸업 이 후에는 곧장 위저즈의 인턴으로 지원해 NBA 프런트 오피스로서의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의 존 홀린저의 2차 스탯을 파고들어, 다양한 분야에 접목을 함으로써 시니어 스태프로 승진을 하게 된다.
처음 노먼 제임스의 역할은 당시 워싱턴 위저즈의 바스켓볼 오페리어터였던 그래험 존스(Graham Jones)를 보조하는 것이었다.
팀의 경기를 비디오로 분석하고, 1차 스탯을 기반으로 2차 스탯을 산출해 감독이 로테이션을 활용하는 것에 도움을 줬다. 몇몇 과정에서 노먼 제임스의 재능이 엿보이자, 그래험 존스는 프런트에 전문 분석관 자리에 그를 추천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3년을 더 비디오 분석관으로 근무했던 노먼 제임스는 당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치프 스카우트로 재직하던 랜슬롯 링컨의 제안으로 팀을 옮기게 되었다.
그 때 부터였다.
랜슬롯 링컨과의 연결고리가 생긴 것은.
“그렇다면 2008-09 시즌부터이겠군.”
“…….”
노먼 제임스는 오늘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날이라고 단언 할 수 있었다. 눈앞의 세 남자는 자신을 언제 해고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자료를 손에 쥐고, 감추어두었던 모든 내용을 듣고자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만약 그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자신이 다양한 주(州)에서 복합적인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NBA 관계자들 사이의 은밀한 정보교환은 흔한 일로 치부되지만, 그것이 양지로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점이 많은 계약 위반을 빗겨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눈앞의 자료에는 자신이 스퍼스로 이직한 후 주고받았던 모든 사내, SNS 메신저 내용들이 낱낱이 적혀 있었다.
“자네가 우리 팀에 온 지 얼마나 되었지?”
“…….”
“노먼!!!”
“으, 응? 아, 크흠. 3년입니다.”
“프런트 내 데이터베이스에 남아있는 것은 2년 치이니,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다는 뜻이겠군.”
“…….”
노먼 제임스는 부정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무의미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눈앞의 사내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료에 적힌 모든 내용들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랜슬롯 링컨이 스퍼스로 이직하고 3개월 뒤, 노먼 제임스 또한 포틀랜드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스퍼스로 향했다.
그리고 텍사스에서 다시 만난 랜슬롯은 축하를 담은 의미의 화분을 선물하며,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다.
[ “이제는 때가 되었네, 노먼.” ] [ “무슨 뜻이죠?” ] [ “자네와 내가 이 프랜차이즈의 모든 것을 삼킬 때가 되었다는 말이야.” ]사실 랜슬롯 링컨이 이토록 야심만만한 남자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노먼 제임스였다. 하지만 그는 랜슬롯이 내건 청사진이 그럴듯해 보였고, 당시에는 그런 행동들이 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R.C 뷰포드가 은퇴를 고려중인 윌리 팔라치오, 그렉 포포비치, 팀 던컨과 마누 지노빌리를 팀에 앉혀두기 위해 애쓰는 동안, 랜슬롯과 노먼 제임스는 음지에서 세력을 키워나갔다.
“만약 이곳을 나라라고 가정하나면, 이건 ‘쿠’ 일세, 노먼.”
“…….”
뷰포드의 말은 옳다.
이건 명백한 쿠데타 시도였고, 작당을 하는 단계에서 붙잡혀버린 셈이었다.
랜슬롯 링컨과 노먼 제임스는 중간 단계에서 스카우팅 리포트를 조작해 잘못 된 정보를 스카우트 팀에게 전달했고, 직접 경기를 보러 간다는 출장을 핑계로 현지의 NBA 구단 관계자와 접촉해 미래의 자리를 약속했다.
실제로 몇몇은 팀에 고용이 되기도 했었는데, 과거 윌리 팔라치오가 해고한 남자들 중 상당수가 랜슬롯 링컨과 노먼 제임스의 남자였다.
“우린 자네를 파멸로 이끌 수 있어, 노먼. 자네와 랜슬롯이 스카우팅 리포트를 조작함으로써 우리가 당한 피해를 금전적으로 환산을 한다면 어떨 것 같나?”
“흥-! 뭘 망설이나, R.C. 당장 그렇게 해버리게!”
“…….”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뷰포드의 말에 반응한 것은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오던 그렉 포포비치였다. 노먼 제임스가 맞은편의 테이블을 절대로 쳐다보고 있지 못하는 이유 또한, 스퍼스의 감독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한 NBA 감독이 아니다. 본래는 단장이기도 했고, 이 프랜차이즈에서 그 누구보다 오랫동안 헌신을 한 인물이었다.
스퍼스에서 딱 일주일만 근무를 해보면,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해야 할 상대가 누구인지를 곧 깨닫게 된다. 실제로도 그랬던 것 같다.
노먼 제임스는 첫 일주일 뒤, 그렉 포포비치만큼은 적으로 돌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오늘만큼은 도저히 부끄러워 참을 수가 없군! 여긴 스퍼스야! 다른 구단도 아닌 샌안토니오 스퍼스라고! 망할 쥐새끼들이 들어와 썩은내를 풍기고 사람들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 장소가 아니라는 말일세!! God’s Sake!!”
쾅!!!
벽으로 날아간 머그컵이 산산조각이 나며 바닥에 떨어진다.
벌겋게 변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 포포비치는 불타오르는 시선으로 노먼 제임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여전히 노먼 제임스는 테이블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식은땀만 뻘뻘 흘려대고 있을 뿐이었다.
“도저히 못 참겠군. 랜슬롯은 어디에 있지? 당장 그 녀석을 죽여 버리지 않고는…….”
“그는 외부에 있네, 그렉.”
“빌어먹을!!”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포포비치를 윌리가 말려 세웠다.
분함을 이겨내지 못한 포포비치가 연신 욕설을 내뱉는 동안, 노먼 제임스가 지금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노장(老將)이 이야기를 할 차례가 되었다.
그는,
“자네의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네.”
“…….”
“첫 째, 이대로 곧장 사무실로 돌아가 짐을 챙기는 것. 그동안에 우린 이 모든 내용들을 NBA 사무국과 연방법원에 제출을 할 생각일세. 모든 일들은 원칙대로 돌아가는 거야. 자넨 팀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 평생 어떠한 곳에서도 일을 할 수 없겠지. 뭐, 마트에서 캐셔를 하거나 하는 정도라면 가능하겠지만.”
“…….”
윌리의 말이 옳았다.
노먼 제임스는 자신의 미래가 눈앞에 보이는 듯 하여 눈앞이 아찔해졌다. 비틀거리고 싶었지만, 그것조차 연기로 보일까 싶어 그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붙들기로 결정했다.
그의 귀에 다시, 윌리의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온다.
“둘 째, 우리에게 협조를 하는 것.”
“뭐?” , “뭐라고요?”
협조라는 단어에 놀라움을 표현한 것은 그렉 포포비치와 노먼 제임스였다. R.C 뷰포드는 미리 알고 있었지만,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대체 그게 무슨 개소리인가, 윌리?! 이 빌어먹을 쥐새끼들과 계속해서 일을 하겠다고?!”
“냉정하게 생각해야하네, 그렉. 올 해는 우리에게 매우 좋은 기회니까. 나는 지금은 굳이 내부에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카와이에게 이 프랜차이즈가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더 어필해야만 하지. 잊지 않았겠지? 녀석은 우리의 다음이야. 그렇기 때문에 우린, 랜슬롯 링컨 녀석을 아무런 잡음 없이 팀에서 내쫓아야만 하네.”
“하-! 살다 살다 그런 개소리는 처음 들어 보는군!”
포포비치를 계속해서 내버려두기로 한 윌리 팔라치오는 힘겹게 노먼 제임스에게로 시선을 두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저 남자에게 달려가 목을 조르고 싶었다. 자신의 부인이 사랑하고, 자신이 24년을 헌신한 프랜차이즈를 망가뜨린 당사자니까 말이다.
하지만 스퍼스가 늘 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약간 정신을 차린 것만으로도, 과거의 향수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올 시즌 내내 스퍼스는 강인했고, 팀 내부에서는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벌써부터 넘쳐났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팀 던컨과 그렉 포포비치가 잘 제어하고 있는 중이다.
과거 파이널의 끝자락에 올랐을 때의 스퍼스가 늘, 이러했다.
과연 이 남자는 그러한 것을 알고 있기나 한 것일까?
“휴우- 지금부터 자네가 해야 할 일은 랜슬롯이 지시하는 모든 사항들을 우리에게 넘기는 것이야. 그리고 자네의 메신저는 앞으로 우리가 이용하도록 하지.”
“……그렇게 하면, 없던 일이 되는 겁니까?”
“대외적으로는. 하지만, 우린 이 모든 것을 평생 기억할 걸세.”
“…….”
간신히 다른 남자들과 시선을 마주칠 수 있었던 노먼 제임스는 차마 그들을 오랫동안 볼 수 없어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렸다. 실제로도 부끄러운 짓을 한 것이 맞기는 하지만, 그들의 시선이 자신을 발가벗겨버릴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이 된 걸까?
그렇지만 노먼 제임스는 이런 궁금증이 전부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은 단 하나였으니까.
“하겠습니다.”
지금 노먼 제임스의 머릿속에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얻어낸 랜슬롯 링컨의 약점이 스쳐지나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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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버 루카스와의 만남과 페북 메신저는 169화에 있습니다.
& 맷 하비의 블로그 내용과 노먼 제임스가 호출을 받기 전 메신저 내용은 171화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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