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480
1481화 이모라고?
여인이 학살을 자행하는 동안 북황에는 구슬픈 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인은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니 어딘가 부상을 입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보자 북황의 우두머리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다행히 무적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인이 도망치는 모습을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여인이 떠나고 북황은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북황의 존재들은 한자리에 모여 시끌벅적하게 무언가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여인은 북황에 잠들어 있던 수많은 영혼을 탈취한 것도 모자라, 각 세력의 보고를 탈탈 털어갔던 것이다.
북황은 이내 뜨겁게 달아올랐다.
감히 북황에 무단침입을 한 것도 모자라 노략질까지 하다니!
점점, 북황 전역에서 복수를 외치는 분노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 * *
도문.
마치 죽은 듯 가만히 서 있는 엽현.
그의 전신은 여전히 붉은 화염에 뒤덮여 있다.
지금 그가 하는 행위는 수명을 태워 힘을 얻는 것이었다.
연소가 진행될수록 엽현은 몸 안으로 어떤 신비한 힘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이 힘은 수련을 통한 것이 아닌 수명을 태워 얻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우주의 규칙에서 벗어난 극단적인 힘!
하지만 그 위력만큼은 확실히 대단했다.
엽현은 천천히 오른손 주먹을 쥐었다. 순간, 반경 수만 장 이내의 공간이 희미해져 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오른팔에 깃든 수명지력의 위력은 수명이 연소됨에 따라 더더욱 강해져 갔다.
도노삼은 엽현의 이런 모습을 멀리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엽현에 대한 그녀의 궁금증은 적지 않았다. 도문의 모든 수단을 동원했는데도 그 신분을 알아내지 못했으니 더더욱 그랬다.
이 우주 안에서만큼은 도문의 정보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자부했던 터라 도노삼의 충격은 적지 않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엽현 뒤에 버티고 있는 신비한 세력이었다. 이들 세력에 대한 정보 또한 단 한 가지도 얻지 못했다.
이는 그녀가 두려움을 느끼기 충분한 것이었다.
바로 이때, 엽현이 두 눈을 번쩍 떴다. 이와 거의 동시에 그의 오른팔이 연기를 내며 타오르더니, 강대한 힘을 폭발적으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수명지력!
엽현이 다급히 눈으로 도노삼을 찾았다.
“도 소저! 도무지 이 힘을 제어할 수가 없소!”
“스스로 통제하는 법을 터득해야만 한다!”
“어, 어떻게 그게 가능하오?”
“우선 더 이상 수명이 연소되지 않도록 조치하거라!”
고개를 끄덕인 엽현이 황급히 오른팔로 수명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길목을 차단시켰다.
하지만 몸 안의 기운은 여전히 통제 불능 상태였다.
엽현은 이제 팔 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수명지력의 위력이 강력했던 것이다.
몸이 통제에서 벗어나자, 이제는 영혼 또한 점점 통제 불능 상태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 말 잘 들어라! 그 힘이 비록 강력하긴 하지만 결국 네 것이다! 네가 수명을 태워 만들어 낸 너의 힘이란 말이다! 지금부터는 그 힘과 싸우려 하지 말고 천천히 교류를 시도 해 보거라!”
“교, 교류?”
엽현이 눈을 깜빡이며 묻자 도노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힘을 신체의 일부라 생각하고 편안히 받아들이거라. 그래야만 수명지력을 철저히 네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도문의 수많은 무인들이 이 명권을 완성하는 데 실패한 것은 바로 수명지력을 통제할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설명을 들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 보겠소!”
엽현은 천천히 눈을 감고서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는 몸 안의 힘을 느끼려 노력했다.
이내 엽현은 몸 안의 힘이 광폭하긴 하지만, 자신의 몸에 의지하려는 성향이 있음을 파악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도체와 하나라고 인식하는 듯했다.
세상의 그 어떤 힘도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게다가 이 힘은 엽현이 창조해낸 것이니, 엽현에게 의지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소통하는 방법만 제대로 찾을 수 있다면 수명지력을 통제하는 일은 생각보다 수월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엽현은 몸 안의 힘과 하나가 되는 것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다소 접근이 어려웠지만, 엽현은 이내 수명지력이 자신에게 저항할 의사가 없음을 알아냈다.
이것을 느끼자 엽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됐다!’
그렇게 시간은 느릿느릿 흘러가고, 삼 일째 되는 날이 밝았다.
얼마나 흘렀을까.
돌부처처럼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엽현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가볍게 주먹을 쥐는 순간, 반경 수만 장 이내의 공간이 금방이라도 소멸할 듯 희미해졌다.
이때, 엽현의 주먹 끝에 한 덩이 붉은 화염이 맺혔다.
명권(命拳)!
엽현은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흥분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손안에 무궁무진한 기운이 깃들어 있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던 것이다!
“그 정도면 만족하나?”
엽현이 고개를 들자, 도노삼이 웃으며 말했다.
“네 명권은 아직 입문에 불과하다. 그 위력도 진정한 명권에 비하면 십 분의 일도 되지 않지. 지금 네가 태운 수명은 대략 오십 년 정도, 만약 수백 년 이상을 연소하게 되면 그땐, 진짜 힘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게 될 것이다.”
“진짜 힘… 만약 천 년의 수명을 태우면 어찌 되는 것이오?”
“하하, 천 년은커녕, 지금의 네 육신으로는 이백 년 어치의 수명지력도 견디지 못할 거다. 물론 그 정도만 되어도 네가 만족할 만한 힘을 얻을 수 있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것이오? 설명만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소.”
물론 위력을 알아보려면 직접 시전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으나, 그럴 염두가 나질 않았다.
한 번 시험 해 보는 순간, 오십 년 어치의 목숨이 날아가는 셈이니까.
이때 도노삼이 뭔가 계산을 해 보더니 대답했다.
“만약 이백 년의 수명을 태운다면, 그 힘으로 얻은 수명지력으로 신경 강자 한 명 정도는 죽일 수 있을 거다. 그것도 아주 간단히!”
“상대가 신경 이상의 강자라면?”
도노삼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건 네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현재 네게 남은 수명은 대략 팔백 년 남짓, 명권을 몇 번만 사용해도 죽음에 이르게 된다. 게다가 네 육신과 영혼 또한 그렇게까지는 강하다고는 볼 수 없다. 즉, 조금만 무리해도 육신이나 영혼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네가 해야 할 일은 육신과 영혼을 강화하는 것이다.”
엽현은 이 말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도노삼을 쳐다보았다.
이 모습을 보자 도노삼이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그런 눈으로 봐도 소용없다! 네 육신은 이미 극한에 가까워져 있어서 나로서도 강화시켜 줄 방법이 없단 말이다!”
“도 소저, 그대의 육신은 무슨 경지요?”
“신경… 이다만, 그건 왜 묻는 게냐?”
“그럼 신경은 어떻게 도달했소?”
이 질문에 도노삼이 엄지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피와 땀이 섞인 노력으로 도달했다. 신경이 되는데 백 년이 소요됐지.”
백 년!
엽현은 자리에 돌처럼 굳고 말았다.
이 모습을 본 도노삼이 재밌는지 웃음을 터트렸다.
“걱정 말거라. 너도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신경이 될 수 있을 게다.”
이 말을 들은 엽현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기는 하겠지만, 적들은 백 년씩이나 기다려 주지 않을 거요.”
“흠… 그건 내 능력으로는 도와줄 수 없는 일이로구나.”
잠시 침울해하던 엽현은 도노삼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어쨌든 큰 도움을 준 것에 감사드리오!”
도노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돌아가려느냐?”
이번에는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유계에 가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소. 그리고 간 김에 육신과 영혼을 강화할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오.”
“좋은 생각이다. 다만 네 육신은 더 이상 상승할 여력이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기연을 만나지 않는 한, 단기간에는 쉽지 않을 게다.”
엽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육신은 막 귀일경에 도달한 상태.
여기서 곧바로 신경으로 넘어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었다.
도노삼의 말대로 기연이 있지 않는 한 당분간은 지금 상태에 머물 수밖에.
물론 조룡보다 더 강한 존재의 선혈을 흡수하게 된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존재가 있을지 의문이고, 설령 있다 해도 힘으로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럼 나는 급히 처리할 일이 있으니 먼저 가 보겠다. 필요한 게 있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문으로 찾아오도록 해라.”
엽현이 도노삼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고맙소! 조만간 다시 봅시다!”
고개를 끄덕인 도노삼은 빙글 돌아 걸음을 옮겼다.
이때.
“도 소저!”
엽현의 외침에 도노삼이 뒤를 돌아보았다.
이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내게 아주 큰 적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대답을 망설이던 도노삼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미안하다. 한 세력을 이끄는 자로서 종문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발언은 삼가고 싶구나. 너와 적이 되고 싶지도 않지만, 상대 역시 우리가 감히 함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 네가 궁금해하는 것은 알려 줄 수 없다.”
이 말을 끝으로 도노삼은 자리를 떠났다.
엽현은 선 채로 침묵에 잠겼다.
도대체 어떤 적이 자신을 노린단 말인가?
잠시 후, 엽현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돌아섰다.
한편, 먼 성공에서 엽현이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도노삼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부디, 다시 살아서 볼 수 있기를.”
도노삼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채 두어 걸음 떼기도 전,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 멈췄다. 순간, 그녀의 주먹으로 강대한 기운이 은밀히 모여들었다.
이때, 뒤편에서 정체 모를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날 이길 수 없다.”
도노삼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우리 도문을… 이대로 놔 줄 순 없겠소?”
“하하하! 내가 죽이려 하는 자인 걸 알면서도 도움을 줘 놓고 놓아 달라고? 보기보다 낯짝이 두꺼운 계집이로구나!”
도노삼이 고개를 저었다.
“은혜를 입었기에 돌려준 것뿐이오. 도문은 두 사람 사이의 일에 관심이 없소.”
“…….”
도노삼은 눈을 감으며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손안에 모여든 기운은 이미 주변을 초토화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공기가 차가워지고 전운이 점점 고조되는 이때, 상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되었다! 네 사부는 만인의 존경을 받기 합당한 자, 그의 얼굴을 봐서 이번에는 넘어가 주지. 하나… 다음은 없다는 걸 똑똑히 기억했으면 좋겠군.”
도노삼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는 참견하는 일 없도록 하겠소!”
“하하하! 총명하구나! 그 멍청한 도노이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로군! 그럼 잘 지내거라!”
음성이 뚝 끊기자 도노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칫 도문 전체가 화를 입을 뻔한 상황이었다.
도노이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왔을 때처럼 갈 때도 바람 같은 상대였다.
도노삼은 어두운 표정으로 오유계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엽현… 무운을 빈다.”
* * *
검은 성공.
한 줄기 검광이 미끄러지듯 날아갔다.
검광이 향하는 방향은 다름 아닌 오유게.
검광 위의 엽현은 입을 꾹 다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비록 도문으로부터의 위협은 제거된 상황이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오유계를 비운 지도 오래되었으니, 돌아가면 처리할 일이 쌓여 있으리라.
이때, 엽현이 갑자기 허공에 멈췄다. 그의 정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여인은 어두운 초록색 계열의 긴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산수화가 아름답게 그려진 치마는 문외한인 엽현이 보기에도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보였다.
여인을 발견한 엽현은 이미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상대가 다가오는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이때, 여인이 웃으며 먼저 말을 건넸다.
“긴장하지 마라.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보통 악인이 그런 대사를 치던데?”
“하하하!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나 보구나! 하지만 반은 맞았다!”
“…누구시오? 정체를 밝히시오.”
잠시 고민하던 여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나를 부르려면 ‘이모’가 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을 하며 여인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정확히 하면 ‘친이모’가 맞는 표현이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