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517
1518화 수련을 하는 중이다
여인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엽현은 검을 회수했다.
상대가 너무나 쉽게 포기한 감이 있긴 했지만, 크게 중요치 않았다.
하지만 엽현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여인과의 조우를 통해 이곳의 요소가 바깥세상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던 것이다.
이곳의 요수는 고지식하지도, 융통성이 없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맞서 싸울 때와 후퇴할 때를 알았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에 비해 우월한 신체 능력을 지닌 요수들인데, 이 정도 지능을 갖췄다는 것은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엽현은 앞으로 남은 길이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반 시진쯤 전진한 엽현은 마침내 호수를 빠져나와 협곡에 들어섰다.
협곡 양쪽에는 거대한 산이 구름을 뚫고서 우뚝 솟아 있었는데, 구름 위로는 때때로 날짐승들의 모습이 보였다.
엽현은 천천히 협곡 안으로 진입했다. 언제든 출수할 수 있게 손에 검을 꽉 잡은 상태였다.
기습에 능한 그는 기습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평범한 신체로 돌아온 상태였기에, 어떤 형태의 공격이라도 대단히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엽현은 고요한 협곡을 천천히 나아갔다. 멀리 협곡이 끝나는 부분은 안개에 가려져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엽현은 침착하게 검집을 바로 잡았다.
기운을 숨기지 않고 똑바로 걸어왔으니, 만약 이곳에 요수가 산다면, 분명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 그 어떤 요수의 기운도 느껴지진 않았다.
설마 아무도 없나?
이 생각이 뇌리를 스친 순간, 갑자기 오른편의 산이 격렬히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몸이 온통 시커먼 거대한 구렁이 한 마리가 바위를 뚫고 튀어 나왔다.
엄청난 크기의 구렁이는 엽현을 발견하자 시뻘건 주둥이를 쫙 벌린 채 빠르게 접근했다.
구렁이가 달려드는 것을 본 순간, 엽현이 재빨리 날아오르며 검을 뽑았다.
발검술!
검은 정확히 구렁이의 머리 위를 가격했다.
콰쾅-!
굉음과 함께 엽현이 백 장 가까이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구렁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이 모습에 엽현의 표정이 암담해졌다.
구렁이의 육신은 적어도 귀일경 절정급과 비견 될 정도였던 것이다.
신경 급은 아니더라도, 지금의 엽현에겐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이때, 구렁이가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소리쳤다.
“인간!”
순간, 엄청난 위압감이 엽현을 휘감았다.
“이곳은 인간이 올 곳이 아니다! 썩 꺼져라!”
엽현은 대답 대신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구렁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주제를 모르는 놈!”
구렁이가 포효하며 마찬가지로 엽현을 향해 거대한 몸뚱이를 날렸다. 뱀이 지나가는 공간은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이때, 엽현의 검날이 구렁이의 머리를 강타했다.
순간, 검광이 사방으로 튀면서 엽현이 뒤로 밀려났다. 이때, 구렁이의 피부가 갈라지며 피가 터져 나왔다.
불의의 일격을 받은 구렁이는 온몸으로 분노를 표현했다.
바로 이때, 구렁이의 오른쪽 눈에 검이 날아와 박혔다.
쾅-!
구렁이가 다시 피를 흘리며 날아갔다. 이때, 어느새 접근한 엽현이 검으로 구렁이의 몸통을 꿰뚫었다.
“쿠악-!”
처참한 비명 소리가 협곡 안을 가득 메웠다.
괴로움에 몸을 비틀던 구렁이는 결국 지면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엽현은 바닥에 너부러진 구렁이를 보고서 검을 거두었다.
승부가 중요할 뿐,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렇게 검을 회수한 엽현은 구렁이를 지나쳐 협곡 끝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인간! 멈춰라!”
구렁이가 피를 토하며 소리쳤지만, 엽현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인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내 반드시 너를 찾아내서 도륙 내 버릴…….”
바로 이때, 한 자루 검이 공간을 뚫고 나와 구렁이의 머리를 꿰뚫었다.
푸확-!
엄청난 피가 터져 나오면서 구렁이가 지면에 쓰러졌다.
멀리, 엽현이 손을 뻗자, 구렁이 머리에 박혀 있던 검이 그의 손안으로 돌아갔다.
검집에 검을 꽂은 엽현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걸음을 재촉했다.
엽현은 눈을 감고 걸으며 방금 전 구렁이와의 일전을 회상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더라면 이렇게 쉽게 끝낼 수 없는 싸움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발검술이 아무리 대단한들 구렁이의 피부를 뚫을 순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약점을 찾으려 했다.
그가 구렁이를 죽일 수 있었던 이유는 순살일검의 위력뿐만 아니라, 약점을 공략한 덕분이기도 했다.
눈!
아무리 단단한 요수의 피부라도 눈은 보호할 수 없다.
엽현은 구렁이게서 얼마 전까지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신경의 육신을 보유했던 그는 어떤 공격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어떤 무인이 엄청난 속도로 눈을 공략했다면, 허무하게 쓰러졌을 가능성이 높다.
약점!
핵심은 약점을 찾는 데 있었다. 상대의 약한 부분을 간파할 수만 있다면 그때부터는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
그렇게 조금 전의 대결을 복기하며 엽현은 걸음을 재촉했다.
대략 한 시진쯤 걸었을까.
엽현은 마침내 계곡이 끝나는 부분에 도착했다. 이때, 엽현이 걸음을 멈췄다.
그의 앞에 거대한 구렁이의 머리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바로 조금 전 엽현이 죽인 구렁이의 것이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 위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녹색 장포를 입은 남자의 전신에선 어떤 녹색 기운이 안개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남자는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웃으며 엽현을 응시했다.
엽현 역시 말없이 천천히 남자에게로 다가섰다.
둘 간의 거리가 십여 장 정도로 좁혀진 순간, 남자가 갑자기 녹색 잔상을 남기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엽현의 검이 검집을 빠져나왔다.
쾅-!
검광이 떨어지자, 녹광(綠光)이 터져 나감과 함께 남자가 미친 듯이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이때, 엽현 주변의 공간이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독!
엽현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면서 곧바로 검역을 펼쳤다. 찰나의 순간, 무수히 많은 검광들이 검역 안을 종횡무진 누비자, 만연해 있던 독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를 본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역!”
엽현은 말없이 남자를 향해 마주 보며 섰다.
“인간! 여긴 무슨 일로 온 것이냐?”
“…지나가는 길이오.”
“지나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엽현을 한참 응시하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한다! 지나가도 좋다!”
그런데 이때,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한판 붙고 나서 다시 얘기합시다.”
이 말과 동시에 엽현이 사라지면서 한 줄기 검광이 장내에 번뜩였다. 이를 본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곧바로 일권을 날려 반격했다.
순간, 주먹에 닿은 공격이 움푹 패여 들어갔다.
콰쾅-!
검광이 작렬하면서 남자가 수십 장 뒤로 밀려났다. 그가 막 자리에 멈춰 섰을 때, 어느새 접근한 엽현이 맹렬한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이에 남자가 흉흉한 눈빛을 발하며 양손을 치켜들었다. 찰나의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온통 짙은 녹색으로 변했다.
엽현은 황급히 검을 거두고서 백 장 밖으로 후퇴했다.
엽현은 들고 있던 검을 바라보았다. 이때의 무상검은 온통 녹색으로 변해 빠르게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검의 치유 능력으로 인해 금세 독을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자가 치유 능력이 사라진 엽현은 검을 쥐고 있던 손이 이미 부식되어 뼈가 훤히 드러난 상태였다. 만약 후퇴가 조금이라도 더 늦었더라면 한쪽 팔을 잃었을 수도 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인간! 아직도 더 해 볼 생각이냐?”
남자의 물음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대답과 동시에 엽현이 쏘아지듯 앞으로 날아갔다.
이를 본 남자가 한 발 앞으로 크게 전진하며 일권을 내질렀다. 이때, 그의 주먹 앞부분에서 녹색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맹독!
이에 엽현은 다시 한번 검역을 펼쳐냈다. 찰나의 순간, 무수한 검기가 독기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탄 엽현은 검 끝으로 남자의 가슴을 노렸다.
남자는 이번에는 엽현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검이 남자의 가슴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뚫고 들어간 순간, 엽현이 갑자기 화들짝 놀라면서 서둘러 수백 장 밖으로 신형을 후퇴했다.
이때, 검날을 타고 이동한 독기가 엽현의 팔로 빠르게 전이됐다.
엽현이 서둘러 검을 휘두르자, 강대한 검의가 휘몰아치면서 독기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오른팔 전체는 이미 중독된 상태였다.
엽현의 표정은 더욱더 어두워졌다.
이때, 남자가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너는 수련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은 것이더냐?”
엽현은 대답 없이 무상검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왜 검이 독을 막지 못하는 걸까?
분명 검의 원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자신의 검도가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엽현은 순살일검은 쓰지 않았다.
근접전 능력을 기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순살일검이 강하긴 하지만, 요수의 신경급 육신을 뚫을 순 없었다.
즉, 상대를 공략하려면 육탄전을 펼쳐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남자가 뿌리는 독의 위력이 의외로 강해 함부로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순살일검을 펼치는 것 또한 큰 의미가 없다.
“어찌할 테냐? 계속하고 싶으냐?”
엽현은 오른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때, 그의 손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상태였다. 비록 불사혈맥 정도는 아니었으나, 어느 정도의 자가 치유 능력은 있었다.
불사혈맥이 있었더라면 저 독으로 목욕이라도 했을 테지만, 아쉽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생각을 정리한 엽현은 남자를 향해 똑바로 자세를 잡았다.
찰나의 순간, 엽현이 다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남자가 양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남자를 둘러싼 공간 전체가 온통 녹색 빛으로 변했다.
바로 이때, 신비한 기운이 남자의 주변을 휘감았다. 뒤이어 검역에서 나온 수많은 검광들이 남자 주변의 독기를 빠르게 분해하기 시작했다.
독기가 완전히 사라질 때쯤.
날카로운 검 한 자루가 남자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남자가 재빨리 반격하려는 이때, 그의 시야에서 갑자기 검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한순간 동작을 멈춘 남자는 갑자기 뒤로 돌아 일권을 내질렀다. 그러자 남자의 등을 노린 검이 주먹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이때, 남자 주변으로 무수한 검광이 종횡무진 휘몰아쳤다.
파파파팟-!
한동안 주변을 환하게 밝히던 검광이 사라지고, 엽현은 원래 있던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남자의 몸은 온통 검상으로 가득했다.
바로 이때,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지면서 십여 개의 검광이 남자를 향해 날아들었다. 검광을 견뎌낸 남자가 반격하려는 찰나, 엽현은 이미 원래 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이런 장면은 몇 차례나 반복됐다.
엽현의 의도는 간단했다.
소모!
자신만 이득을 보는 식으로 소모전을 펼칠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때, 엽현이 재차 자리에서 사라졌다.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일권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의 주먹은 허무하게 허공을 관통할 뿐이었다.
왜냐하면, 엽현은 공격 시늉만 했지 실제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 엽현이 다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남자가 주춤하는 이때, 이번에는 정말로 한 자루 검이 남자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에 남자가 황급히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허공으로 내질렀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독기가 방출됐다. 하지만 이 독기는 엽현에게 닿지 않았다.
왜냐하면 엽현은 이미 검을 거두고 제자리로 돌아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이때, 남자의 시야에 출수를 준비하는 엽현의 모습이 들어왔다.
“잠깐!”
남자가 황급히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항복! 내가 졌다! 그만하자!”
남자는 더 이상 싸울 의사가 없다는 듯 멀찌감치 길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