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535
535화 내 검이 부러졌다고?
엽령!
장내에 있던 무원 강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까지 검종이 노리는 것이 안란수일 거라 생각했던 무원은 모든 방어를 그녀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엽령을 노리기 위한 계책이었다니,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엽령 또한 안란수에 못지않은 대단한 자질이었다.
무원으로서는 둘 중 그 어느 하나라도 희생하게 둘 순 없었다.
검종의 계략을 알아챈 무문이 분노하며 자리를 이동하려 했지만, 그는 이미 검종의 강자들과 검진에 가로막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무원의 강자들이 서둘러 엽령이 위치한 동굴로 급히 몸을 날렸다.
그들 중 가장 빨리 튀어 나간 것은 다름 아닌 엽현이었다.
그는 동굴로 접근하는 검광을 봄과 동시에 몸을 날렸던 것이다.
이때의 엽현은 얼굴이 마귀처럼 흉측해져 있었다. 전신에서 흐르는 기운은 그야말로 곧 폭발할 것만 같은 화산과 같았다.
한편, 동굴 앞에 다다른 목풍진은 지체없이 검을 휘둘러 동굴을 막고 있던 돌을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었다. 표정 없는 그의 얼굴에선 아무런 감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그의 목표는 오로지 엽령.
엽령을 손에 넣어야만 엽현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었다.
현재 검종이 수많은 세력들에 표적이 되고 있는 원인은 외부인들이 검종에 보물이 있다고 믿고 있는 까닭이었다.
이 오해를 빠르게 풀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신무성 밖은 검종을 노리는 세력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 뻔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자는 오직 엽현 뿐이다.
엽현만이 검종에 보물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줄 유일한 증인이었다. 그리하기 위해선 엽현의 하나뿐인 동생을 인질로 잡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었다.
만약 검종을 노리는 외부세력들이 보물이 자신들이 아닌 엽현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의 화살은 곧바로 엽현과 무원에게로 향하게 될 것이다.
검종과 무원의 전세는 순식간에 뒤집힐 것이다.
이 방법이 아니고는 검종은 앞으로도 열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검종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면서도 무원을 치려고 했던 이유였다.
엽령의 주리를 틀어 엽현이 진실을 토해내도록 한다.
이것이 목풍진의 전략이었다.
목풍진은 이번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무문이 움직일 수 없는 지금, 무원에서 자신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목풍진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곧장 동굴 안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그가 막 발을 디딘 순간, 어두운 동굴 안쪽에서 검 한 자루가 갑자기 날아들었다.
이를 확인한 목풍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들고 있던 검을 쭉 뻗었다.
두 검의 끝이 한 점에서 만나는 순간,
챙-!
목풍진의 검이 부러짐과 함께 그의 신형 또한 수 장 뒤로 밀려났다.
순간 그는 머리가 멍해졌다.
‘내 검이 부러졌다고?’
목풍진이 황당한 표정으로 동굴 입구로 고개를 돌렸다. 이때, 안쪽에서 양 손으로 검을 끌어안고 있는 자그마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목풍진을 주시하고 있는 소녀.
그녀의 눈동자 속엔 왠지 당황의 기색이 서려 있었지만, 결코 뒷걸음질 치진 않았다.
이때 목풍진이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그를 향해 달려드는 검은 그림자.
“엽현!”
엽현을 발견한 목풍진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곧장 소령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자 소령이 검을 끌어안고 허둥지둥 동굴 안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는 엽현이 미리 언질을 준 것이었다.
비록 탑의 검을 든 소령이었지만 그녀의 실력은 목풍진을 상대로는 한참 부족했다.
방금 전 목풍진을 물러서게 한 것은 검의 위력과 기습이 통했던 것뿐이었다.
일단 목풍진이 경계심을 갖은 후로는 소령은 결코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목풍진은 소령을 쫓는 대신, 그녀를 지나쳐 곧장 엽령의 앞에 도달했다.
그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엽령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때, 엽령의 뒤에서 목인 하나가 나타나더니 다짜고짜 검을 휘둘렀다.
번개같이 빠르게 떨어지는 목인의 검은 곧바로 목풍진의 급소로 향했다.
또 다시 방해하는 자가 나타나자 평온했던 목풍진의 표정에 순간 살기가 깃들었다.
쾅-!
목풍진이 휘두른 검에 목인이 십여 장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바로 이때, 작고 검은 물체 하나가 목풍진의 가슴을 들이받았다.
퍽-!
엄청난 힘에 가격당한 목풍진은 동굴 입구까지 주르륵 밀려나고 말았다.
그리고 이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제견이었다.
목풍진이 마침내 인상을 구기며 출수하려 할 때, 그의 앞을 엽현이 가로막았다. 게다가 그의 뒤편엔 어느새 무원의 도경 강자들이 막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를 본 순간, 목풍진의 안색이 거뭇거뭇하게 변했다.
계략을 꾸몄던 자신이 오히려 엽현의 계책에 당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놈! 미리부터 알고 있었구나!”
“놀랐나?”
목풍진의 말에 엽현이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순간 목풍진이 살기 어린 시선으로 엽현을 노려보았다.
이때, 무문이 포위망을 뚫고 목풍진 앞에 나타났다.
잠시 차가운 시선으로 목풍진을 바라보던 무문이 입을 열었다.
“목풍진, 오늘부로 검종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아니, 사라진다고 하는 게 좋겠군.”
“흥! 무원의 힘으로 가능하리라 생각하느냐?”
이에 무문이 목풍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소리쳤다.
“무원의 제자들은 듣거라! 지금부터 검종의 무인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죽인다!”
무문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주변에 있던 도경 강자들이 순식간에 검수들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에 목풍진이 차가운 눈으로 엽현을 한 번 바라보고는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장내를 빠져나갔다.
이와 동시에 무원 상공에 그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종 제자들은 후퇴한다! 지금 당장 종문으로 돌아가라!”
그 말을 들은 검수들이 즉시 싸움을 멈추고 흩어지기 시작했다.
“흥! 도망칠 수 있을까 보냐! 쫓아라!”
곧 장내는 탈출하려는 검수들과 그들의 뒤를 뒤쫓는 무원의 무인들로 인해 어지러워졌다.
그리고 엽현은 검수들을 추격하는 대신 엽령을 계옥탑 안으로 대피시킨 후, 안란수의 곁으로 돌아왔다.
이때의 안란수는 여전히 천겁을 견디는 중이었다.
혁련천 역시 안란수의 곁으로 돌아와 호법을 서기 시작했다.
한편 신무성 상공, 막 도망치던 목풍진은 꼬리에 붙은 강대한 기운을 느끼고는 뒤로 검을 휘둘렀다.
쾅-!
그의 검광에 의해 그를 쫓던 기운이 산산이 흩어졌다.
이때, 그의 앞에 마침내 악로가 출현했다. 그의 뒤에는 열 명의 도경 강자들까지 함께하는 상황이었다.
이와 거의 동시에 무원의 도경 강자들이 몰려들었다.
검종의 모든 도경 강자들은 포위망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목풍진을 가로막고 있던 악로가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목 종주, 어딜 그리 급히 가시는 게요?”
목풍진은 말없이 악로를 노려보았다.
사실 이렇게 되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
일단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면 이들이 나타나리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이다.
“목 종주, 아직 늦지 않았소. 우리는 검종을 멸하려는 것이 아니니, 보물만 내어 준다면 두말하지 않고 길을 터주겠소.”
보물!
그 말에 목풍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만약 정말로 보물이 그들의 손에 있다면 이런 상황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말로 그들에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목풍진은 정말이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억울한 누명은 모두 엽현이 자신들에게 뒤집어씌운 것이었다.
더욱 억울한 것은 엽현이 어떤 식으로 이런 상황을 연출했는지 검종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찌, 아직도 생각 중인 게요?”
악로의 연이은 재촉에도 목풍진은 침묵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그가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이를 보자 악로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목 종주, 결국 보물을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한 모양이군? 무 종주, 함께 칩시다!”
그러자 어느새 뒤편에 와 있던 무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소!”
“쳐라!”
악로의 음성이 떨어짐과 동시에, 십여 명의 도경 강자들이 일제히 검종의 검수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무원의 도경 강자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스물에 가까운 도경 강자들이 열 명 남짓 되는 검수와 얽히게 되었다.
무문과 악로는 천천히 목풍진의 주위를 맴돌았다. 목풍진이 조금의 움직임이라도 보인다면, 그 즉시 출수할 작정이었다.
바로 이때, 무문과 악로가 갑자기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동시에 무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물러서라!”
“물러서라, 당장!”
그들의 음성이 채 닿기도 전, 어디선가 검은 그림자 몇 개가 장내를 빠르게 통과했다. 순간, 두 명의 무원 강자가 영문도 모른 채 목이 떨어져 나갔다. 악로 쪽 역시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양측에서 네 명의 도경 강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러자 이제야 상황파악을 한 무원과 악로의 무인들이 황급히 두 사람의 뒤로 후퇴했다.
이때, 목풍진의 곁에는 어느새 검은 옷을 입은 무인 여섯이 늘어난 상태였다. 이들은 온몸을 검은 장포로 휘감아 얼굴이 보이지 않았으며, 그 기운마저 매우 기이하게 느껴졌다.
이때 무문이 목풍진을 향해 소리쳤다.
“이들은 검종 무인이 아니지 않느냐!”
이에 목풍진이 차갑게 대꾸했다.
“그렇다! 이들은 검종의 무인이 아니다. 너희도 서로 연합을 하는데 우리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
무문의 시선이 이번에는 여섯 명의 흑의인에게로 향했다.
“너희는 도대체 누구냐!”
무문의 물음에 흑의인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무 종주,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엽현이오. 그러니 부디 이번 일에서 빠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오.”
“흥!”
“그저 위협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오. 이쯤에서 물러난다면 우리도 무원을 향해 출수하지 않겠소.”
그러자 무문이 의중을 물으려는 듯 악로에게로 시선을 보냈다.
“엽현을 치게 두어선 안 되오.”
악로의 말에 무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악로와 무문은 엽현이 죽든 말든 큰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검종과 흑의인들이 마음대로 설치게 놔두는 것은 결코 안 될 일이었다.
더욱이 지금은 검종과의 전쟁 중인 상황이었다. 검종과 적인 엽현은 바로 그들의 아군이었다. 그것도 매우 쓸모 있는 아군말이다!
두 사람에게서 전투 의지를 느낀 흑의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군. 오늘 그대들은 이 자리에서 뼈를 묻게 될 것이오!”
흑의인의 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그들의 머리 위에 회오리처럼 생긴 거대한 흑동(黑洞)이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흑동 중앙으로부터 기이한 기운이 악로와 무원의 무인들을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를 본 악로 측 무인 하나가 악로의 귀에 속삭였다.
“일단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
“원군이 도착하기 전입니다. 지금 당장 목숨을 걸고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우리가 물러나면 무원은 어쩔 수 없이 병력을 소모해야 할 텐데, 이는 결코 우리에게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 말에 악로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물러난다!”
그러자 악로와 여덟 명의 도경 강자들이 순식간에 반대쪽 방향으로 사라졌다.
갑작스런 악로 등의 후퇴에 무문이 당황해하는 찰나, 흑동이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그 사이로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는 검은 빛의 기둥이 쏘아져 내렸다.
거대한 빛의 기둥을 본 순간, 모든 무인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종말!
그들의 눈에 비친 이 힘은 마치 종말의 날에나 있을 법한 힘이었던 것이다.
당황한 것은 무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때 그가 황급히 무원을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선조를 모셔 오너라!”
다급한 무문의 목소리였다.
이때 갑자기 무원 앞에 세워져 있던 동상이 그대로 주저앉으면서, 무원 상공에 창을 든 여인 하나가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흐리멍덩한 눈으로 장내를 둘러보는 여인.
이때, 여인의 시선이 하늘 위에 검은 회오리에 멈춰 섰다. 바로 이 순간, 그녀의 창이 창공을 찢고 날았다.
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빛의 기둥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던 흑동 역시 말끔하게 사라졌다.
자신들을 압박해 오던 기운이 사라지자, 무원의 무인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 목풍진이 흉흉한 미소를 드러냈다.
“선조는 너희만 있는 줄 아느냐! 선조를 모셔 오너라!”
그의 음성이 떨어진 순간, 마찬가지로 검종에 있던 조각상이 무너지더니, 그 사이에서 청색 장삼을 입은 남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이때, 엉뚱하게도 안란수 곁에 있던 엽현에게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남자의 출현과 동시에 잠잠하던 계옥탑이 갑자기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계옥탑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이 떨리고 있었다.
엽현이 깜짝 놀라 황급히 검종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때 검종 상공에 떠 있던 남자가 두 눈을 번쩍 떴다.
마치 진한 선혈과 같이 붉은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는 남자.
이 순간, 신무성 주변 수십만 리의 하늘이 붉게 변하더니, 이내 피의 바다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