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02)
〈 102화 〉지하수로의 사교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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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안녕.”
콥슨과 약속한 시간에 길드 앞에 도착하니, 익숙한 갈색 머리의 여성이 양손을 흔들었다. 방패전사계열 모험가인 메리아였다.
“마지막 한명이 메리아였냐?”
“마침 한가하다더군. 파티를 제의하니 곧바로 승낙을 받았지.”
그러고 보니 메리아랑 같이 일을 하는 것은 던전 이후로 처음인가. 그녀의 등에 메인 방패는 여전히도 굳건해 보였다. 저 방패로 저주 마법도 막고 그랬었지.
“그래, 던전 이후로 처음인가? 그동안 잘 지냈냐.”
“나야 항상 잘 지내지. 그런데 뒤에 서 있는 분은?”
“아, 인사해라. 내 연인인 클라우디야.”
“연인!”
애인이라는 말에 메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양 손으로 입을 가렸다.
뭔가 신선한 반응이다.
“반가워. 클라우디야.”
“아, 안녕? 나는 메리아야. 캇트의 연인이라고?”
돌연 내 뒤에서 나를 끌어안은 클라우디가 내 어깨에 턱을 올렸다.
“보다시피?”
“세상에!”
어쩐지 신이 난 메리아가 클라우디에게 이것저것을 묻기 시작했다. 언제 사귀었니, 어쩌다가 사귀었니 하는 물음이었다. 그나마 정상적인 감수성을 지닌 여자애라 그런지 그런쪽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건가 싶다.
남의 연애 이야기만큼 재미 없는게 또 없는데 말이지.
아무튼 붙임성이 좋아서 그런지 둘의 대화가 이어졌다.
중간부터 풀려난 나는 콥슨 옆에 서서 습관적으로 건량을 뜯어 먹었다.
“야 콥슨. 언제까지 가면 되는거냐?”
“슬슬 가면 될 것 같군.”
“아, 맞다. 그러고 보니 혹시 랜턴 챙겨왔냐? 던전 갈때 산 그거. 혹시 몰라서 기름은 두둑히 사왔는데.”
내 말에 콥슨이 배낭에서 랜턴을 꺼냈다. 던전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던 콥슨의 랜턴이다. 기름을 채워 넣으면 몇시간동안 불이 밝혀지는 쓸만한 아이템.
“크크크, 나를 뭘로 보는건가. 물론 챙겨 왔다네. 기름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화를 낼 뻔 했어.”
단점으로는 착용시 한쪽 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 있다. 일종의 저주템 비슷한 것이다. 나는 벌써부터 반지를 닦아야 된다는 묘한 충동에 사로 잡히기 시작했다.
“기본이지, 시바. 야. 이제 출발하자!”
그리 우리들은 도시의 지하수로 입구를 향해 출발했다. 그리 먼 곳은 아니었다. 클라우디는 들러붙는 메리아를 약간 귀찮아 하는 눈치였지만, 대답을 성실하게 하는 것으로 보아 그리 기분이 나빠보이지는 않았다.
“저기저기, 무슨 점이 좋은거야?”
“글쎄… 너무 많아서 정하기가 힘든걸.”
“세상에!”
자연스럽게 남자 둘, 여자 둘의 조합으로 걷게 되었다.
옆에서 걷던 콥슨이 속삭이듯 말했다.
“풋풋하군.”
“풋풋하지.”
“애인은 뭘 해야 사귈 수 있나?”
“잘 생기면.”
“농담으로라도 잘 생겼다는 말은 하지 말게.”
“마음이 아프네.”
“마음이 아프군.”
콥슨은 머리칼에 매력 스텟이 몰빵이 된 안쓰러운 녀석이라 여자친구를 사귀귀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조금 글른 것 같다. 아마 전형적인 노총각 테크를 훌륭하게 타고 있는 중일 것이다.
대충 잡담이나 하면서 걸으니 금새 지하수로 입구에 도착했다.
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머만씨였다.
“자네들이 언데드를 소탕해줄 모험가 들이로군… 음?”
“오랜만이에영. 머만씽.”
“흐음, 같이 일한 적이 있는 친구로군.”
“아는 사람이야?” 라며 파티원들이 물었다. 저번에 같이 일을 한 적이 있다고 대답을 했다. 우리를 둘러본 머만씨는 간단하게 우리가 할 일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수로 안에 언데드들이 들어차 있어서 지하 1층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작업이 정체된 상태라네. 알 수 없는 시체들과 쓰레기들이 쌓이고 있다는 말이지. 빨리 해결을 하지 않으면 도시로 물이 역류할걸세.”
“그거 클났네요. 구체적으로 언데드는 얼마나 있습니까?”
“자세한 규모는 파악하지 못했네. 단지 지하 2층에서 작업중이던 인부들이 호들갑을 떨면서 파업을 했을 뿐이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알지 않은가. 농땡이를 칠 수 없게 되었네.
“존나 큰일이네요!”
나는 머만씨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렸다.
단 둘이서 순찰 일을 한다는 상황을 이용해서 구석에 처박혀 한잠을 때리고 나오던 아름다운 추억을. 한창 검술을 수련하고 피곤했던 내게 한줄기 구원과도 같았던 따뜻함이었다. 잠만자고 와서 일당을 챙겼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 머만씨의 삶의 터전을 조져 놓았다니.
빌어먹을 언데드 놈들.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내가 안내를 할테니 나를 지켜주면서 언데드를 처리해 주면 된다네.”
말하자면 이번 퀘스트는 머만씨를 호위하면서 수로에 침입한 잔존 언데드들을 처리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퀘스트들이 그러하듯, 머만씨가 뒤져버리면 좆망이기에 특별히 호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재도전의 기회는 없으니까.
“들어가지.”
랜턴에 불은 켠 머만이 지하 수로의 안으로 진입했다. 우리는 그를 따라 내려갔다.
“으… 악취가.”
“좀 심하군.”
파티원들이 심각한 악취에 얼굴을 찡그리기 시작했다. 클라우디는 인간보다 후각이 좋으니 더 힘들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어제 샀던 천을 건네주었다.
“자, 클라우디 이걸로 코 막아. 어느정도 괜찮아 질거야.”
“고마워.”
천을 받아든 클라우디가 곧바로 입과 코를 가렸다. 나 역시 똑같이 코와 입을 가렸다. 숨을 쉬어보니 이 정도면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클라우디는 어떨지 모르겠네.
그러고 있으니 메리아가 다가와서 말했다.
“호오, 그런 식으로 여심을 사로잡은거야?”
“그렇지. 너도 배워 둬. 남자도 이런거에 약해.”
“남자도? 아니, 그 반대 아닌가?”
“반대는 무슨. 남자든 여자든 다 똑같아. 메리아 너도 남자를 낚고 싶으면 엄청 잘해주거나 술을 한번 줄창 맥여봐. 클라우디가 어땠냐면…”
“거기까지.”
“네.”
클라우디가 말을 잘랐다.
그녀는 처음 만난 날에 나를 주정뱅이로 만들고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 전력이 있다.
언젠가 그것에 대한 변명을 들었는데, 평생을 남자에 대한 연이 없이 살아왔던 노처녀인 그녀가 이상적인 남성상을 보고 충동적인… 아, 이건 너무 부끄러운 고백이었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그게 정말인가, 바바리안.”
“뭐가?”
“남자든 여자든 똑같다는…”
“너는 예외야.”
“제길.”
아무튼 콥슨과 머만의 랜턴이 어둠을 밝혔다.
수로의 안은 물이 흐르는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솨아아, 오히려 이 물소리 때문에 더욱 고요한 것 같다. 이따금씩 시궁쥐가 뛰어다니는 소리와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조금씩 들릴 뿐이었다.
“이제 2층으로 내려가도록 하겠네. 조금 걱정했는데, 역시 1층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방패를 치켜든 메리아가 앞장을 섰다. 그 뒤에 바짝 붙은 콥슨이 랜턴을 들어올렸다. 천천히,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아주 천천히 내려갔다. 설마하니 구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절로 긴장이 되었다.
계단을 내려오는 중에 습격은 없었다.
완전히 2층에 진입한 우리들은 고요한 어둠속을 헤쳐나갔다.
방패를 앞세운 메리아가 머만의 뒤에 서서 그의 후방을 보호하고, 콥슨과 내가 전위. 그리고 그 뒤를 클라우디가 따랐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언데드가 나타날 것이다.
솔직히 좀비 뭐 그런건 무섭지도 않지만, 내 뇌리에는 구울의 모습이 선명히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런 어두운 수로에서 그런 기형적인 괴물을 보게 된다면 마음이 많이 아프지 않겠는가.
게임 죽음의 우주를 하다가 깜짝놀라 떨어진 간을 주워담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사람의 간이라는게 의외로 탈부착식이라서 종종 떨어지는걸 다시 붙이곤 했었다.
ㅡ오로로롱.
ㅡ오로로로로롱.
“나타났네.”
저편에서부터 비틀거리는 좀비들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들 말고 다른 것이 있나 주변을 살펴 보았지만, 랜턴의 빛이 멀리까지는 닿지 않았기에 딱히 뭔가를 더 찾을 수는 없었다.
“머리를 베어주게.”
“그러죠.”
칼을 뽑은 나는 파멸적인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잘못 베었다간 머리통이고 시체고 옆에 흐르고 있는 수로 안에 빠져버릴 것이다. 최대한 많이 머리를 모아갈 필요가 있으니 그래서는 곤란했다.
ㅡ오로로롱.
팔을 뻗어오는 좀비를 향해 조심스럽게 칼을 휘둘렀다. 일단 힘을 조절하여 약하게 베었다. 예상을 초월한 추진력으로 인해 머리가 날아갈 수도 있었으니까.
ㅡ철퍽!
그러자 놀랍게도 좀비의 목을 절단하질 못했다.
칼은 녀석의 목에 반쯤 박혀 들어갔을 뿐이었다.
힘 조절을 너무 세밀하게 해버렸다.
“씨발.”
이런 답답한 것은 성미에 맞지 않는다.
나는 곧바로 목이 반쯤 잘린 좀비에게 돌려차기를 꼬라박았다. 내 킥력은 성스러운 구세천국회의 그리브로 인하여 비약적으로 상승된 상태였다. 그 충격에 날아간 좀비가 벽에 처박히며 넘어졌다.
“콥슨, 그 새끼 머리나 마저 잘라 줘.”
“알겠네.”
넘어진 놈은 콥슨에게 맡기고 다른 녀석을 겨낭했다.
이번에는 단번에 목을 날려주마.
“어휴, 이 답답이들아.”
그때 성큼성큼 걸어나온 메리아가 쿨하게 방패를 휘둘렀다. 방패 중앙에 튀나온 부분으로 가슴팍을 가격 당한 좀비는 그대로 박살난 갈비뼈를 토해내며 뒤로 넘어졌고, 메리아는 넘어진 녀석을 밟고 위에 올라가 목 부분에 방패를 내리찍었다.
ㅡ쾅!
그러자 좀비의 머리통이 떨어졌다.
엄청난 위력이다.
“자, 빨리 담아 둬.”
“그래… 달란트 좀 모은 솜씬데?”
“축제라면 마음껏 즐겼어.”
이후로도 딱히 위험한 일 같은 것은 없었다. 말 그대로 순조로운 진행이었다. 좀비들이 나타나는 족족 간단하게 해치웠고, 그 증거품인 머리통들을 자루 안에 차곡차곡 집어 넣었다.
“머만씨. 좀비는 얼마나 더 잡으면 될까요?”
“흐음, 아무리 그래도 위탁을 받은 일이니까 철처하게 해야겠지. 오늘 저녘까지는 계속 수색을 해야 할 걸세. 그만큼 하고 모은 머리를 보여주면 도장을 찍어 주겠지. 일단 뭔가를 했다는 성의를 보여야 되니까.”
“역시 합리적인 생각.”
중간중간 랜턴이 꺼질때마다 기름을 보충해주면서, 계속 머만의 안내에 따라 지하 2층을 탐색했다.
특이사항이라고는 자이언트 배트나 수로슬라임 몇마리를 재미삼아 죽였다는 점이 있겠다. 과연 인성이 터진 우리 모험가들 답게 살아있는 몬스터를 보는 족족 격한 반가움을 폭력으로서 표현하였다.
언데드만 줄창 보다가 살아있는 녀석들을 보니 이게 또 얼마나 정겨운가.
슬라임은 터트려 죽이고 자이언트 베트는 날아드는 것을 힘껏 베어 일도양단해서 죽였다.
“너무 수로의 생태계를 파괴하지는 말아주게. 놈들이 오물 같은 것을 분해해주기도 하니까 말이지.”
보다못한 머만씨가 말했지만, 살아 있는 몬스터를 죽이는건 지루한 수로의 탐색 와중에도 제법 즐거운 일이었다.
ㅡ고로로록.
“어머, 저 새끼 봐.”
걷고 있으니 수로에 빠진 좀비들도 더러 보였다. 놈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물에 빠져 둥둥 떠다녔다. 머만씨의 얼굴을 보니 굳이 건져올릴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저딴걸 건져 올리라고 했으면 머만씨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2층은 적당히 돈 것 같고… 3층을 조금 탐사하다가 올라가면 끝날 것 같네.”
머만씨의 안내가 지하 3층으로 이어졌다.
“…그다지 기분 좋은 곳은 아니네.”
드물게도 클라우디가 곡소리를 내었다. 제길. 다음부터 지하수로 관련 일은 절대로 하면 안되겠군. 냄새 때문인지 기분이 안좋아 보였다. 최대한 그녀의 옆에 붙어 위로를 해 주기로 했다.
3층 역시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냥 좀비 몇마리와 스켈레톤들이 굴러다니고 있을 뿐이다. 걱정했던 구울도 보이질 않았다. 말 그대로 간단한 일이었다.
슬슬 수색도 끝날 시간이 되었다.
나름대로 자루도 채웠으니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때였다.
“캇트, 멈춰.”
클라우디가 나를 멈춰세웠다.
“인기척이 느껴져.”
“…인기척?”
나는 즉시 일행을 정지 시키고 머만에게 물었다.
“머만 씨. 따로 출입한 사람이 있습니까?”
“…내가 알기로는 최근엔 없다네. 의뢰를 위탁한 이후로 출입을 통제했으니 말일세.”
그 말에 불길함을 느낀 우리들은 그대로 숨을 죽였다.
누가 있다면 이미 랜턴빛을 보고 우리를 발견한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인기척이 느껴진다는 클라우디의 말과는 다르게 우리의 불빛 말고는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불빛 없이 다니는 사람?
아니면 언데드?
언데드라면 굳이 그녀가 언급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ㅡ탁탁탁탁!
돌연 무언가가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있는건가!”
“다들 내 뒤로 와!”
콥슨이 경악했고, 방패를 치켜든 메리아가 우리의 앞으로 나섰다.
ㅡ탁탁탁탁!
호들갑을 떠는 친구들과는 다르게 이상함을 깨달은 나는 집중해서 소리를 들었다.
무언가가 달리고 있긴 하지만, 다가오는 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멀어지고 잇었다.
…도망치는 소리잖아 이거.
누군가가 우리를 발견하고 도망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