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249)
〈 249화 〉해변의 도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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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으, 재밌었어. 이쪽 음식은 맛있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클라우디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엎어진 그녀가 베개를 끌어안았다. 이곳저곳 돌아다면서 먹기도 참 많이 먹었다.
“배 터지겠네, 진짜.”
위니아도 답답하다는 듯이 셔츠를 벗어던지고 클라우디 옆에 몸을 던졌다. 천천히 숨을 내쉰 그녀가 이러다가 가슴이 더 커지는 것이 아니냐며 투덜거렸다.
뭐?
“뭐? 가슴이 더 커진다고?”
“난 살찌면 가슴만 커지더라.”
청천벽력.
나는 그 말에 무한한 가능성을 느꼈다.
“더 먹자.”
“깜둥이 미쳤니? 여기서 더 커지면 걷지도 못해요.”
과장히 심하군.
위니아 가슴이 크기는 해도 그 정도는 아니다.
“내가 맨날 업어줄게.”
“병신 진짜. 으읏…!”
벗어둔 옷을 정리하고 있으니, 기분이 많이 좋아진 것으로 보이는 클라우디가 위니아의 몸에 다리를 휘감으며 그녀의 몸을 만져대기 시작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가슴을 애무했는데, 이제 위니아는 아예 반항조차 하지 않았다.
“아, 언니. 가슴 만지지 마. 더 커지면 곤란해.”
“후후훗. 가슴 부드럽네? 가슴이 안되면 아래는 괜찮은 걸까?”
“나 피곤해… 만질 거면 배나 만져.”
“응. 착하네.”
“착한 게 아니라 포기한 거야. 내가 아무리 하지 말라고 지랄해봤자 어차피 맨날 주물러대잖아.”
“그런 점이 귀엽지, 위니아는. 키스해줄까?”
“안 해. 부끄러운 짓 하지 마.”
…보기 좋구만.
나 역시 피곤했기에 그냥 사이에 들어가서 누웠다. 양쪽에서 몸을 밀착시켜오는 그녀들에게 팔베개를 해주면서 귀를 만져줬다. 기분 좋다는 소리를 낸 그녀들이 곧 잠들었다.
그리 나도 눈을 감았다.
***
역시 항구도시라 그런 건지 야시장 말고도 볼만한 것들이 제법 있었다. 관광객들을 노린 상권이 잘 형성되어 있어서 좆같은 어인 십새끼들이 씹창을 내버렸던 피에 젖은 해변이 일으킨 슬픈 감정은 사라져버린지 오래였다.
이것저것 옷도 사서 분위기도 제대로 냈고, 클라우디가 관심을 보인 기이한 물고기 조각상 미니어쳐 같은 것도 많이 사서 부적처럼 몸에 둘렀다.
여행 가면 돈 쓸 일 밖에 없다.
그래도 좋아하니 됐다.
“깜둥아! 오늘은 저거 가보자, 저거!”
“어머? 해양 몬스터 대열전이라고?”
위니아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뭔가 수족관 비슷한 건물이 있었다.
“…수족관인가?”
클라우디도 궁금해하니까 들어가 보도록 했다. 이세계 수족관이라니 조금 궁금하긴 하잖냐. 입장료로 일 인당 8쿠퍼씩을 지불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개창렬 새끼들.
ㅡ북적북적.
사람이 조금 있었으나, 그렇게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 얼마나 잘 돼있는지 보려고 하니… 이럴 수가.
“세상에… 캇트?”
“진짜 좆같이 생겼네. 깜둥아 이거 깜둥이 꼬추 아냐?”
“먼 개소리야.”
처음부터 난관에 직면했다.
나는 이것이 과연 현존하는 생물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것은 뒤틀린 개불 같은 촉수가 수십 개나 달려있는 양동이만한 크기의 살구색 두족류 몬스터였다.
클라우디가 심각하게 그것을 바라보았고, 위니아가 내게 섹드립을 쳤다. 지랄. 내 고추는 절대 이렇게 흉악하지 않다.
“말 그대로 좆부랄처럼 생겼군. 눈 버리기 전에 딴 거 보러 가자.”
“으응… 바다 몬스터는 특이한게 많나보네.”
“그냥 저게 유달리 좆같이 생긴 거야, 언니.”
수족관은 생각보다 잘 되어 있었다.
물론 현대 지구의 그것에 비한다면 지극히 열악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장식된 수조의 안에 억류되어 있는 기이하고 음울한 모습의 기형적인 이세계 물고기들은 나름대로의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역시 몬스터는 몬스터인가.
지구의 심해어는 그저 귀여운 강아지처럼 보일 정도의 해저 도살자들이 튀어나온 눈깔로 수조 밖의 관찰자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 흐리멍덩한 눈깔의 안에서 맥동하고 있는 어두운 감정들은 분명 자신을 이곳에 가둔 인류를 향한 무한한 증오와 살의뿐일 것이리라고 감히 짐작이 되었다.
“어머, 이것 좀 봐.”
“이건 진짜 존나 징그럽네.”
클라우디와 위니아는 기겁을 하거나 아니면 감탄을 하면서 수조 속의 괴물들을 감상했다. 나는 오히려 괴물보다는 즐거워하는 그녀들의 모습이 눈에 더 들어올 지경이었다.
사진기가 없는 게 너무 아쉬웠다.
우리는 천천히 탐구의 시간을 가지면서 움직였다.
그러던 중, 그녀들이 드물게 나타난 귀여운 생물체에 시선을 빼앗긴 틈을 타서 사람이 몰려 있는 곳을 구경했다.
“하와와.”
나는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모든 어린이가 그러하듯, 나도 어렸을 때에는 심해라는 것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과학 소년이었다.
심해어(深海魚).
기괴하지만, 동시에 태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들은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비너스(Venus)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주변 환경에 맞춰 극단적으로 진화한 기이한 신체구조로 최적의 사냥 기술을 구사한다. 심해어들은 비너스인 동시에 디아나(Diana)였던 것이다. 그런 그들의 악몽적인 모습과 특이한 습성은 소년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이게 대체 뭐인레후?”
눈앞에 있는 것은 갑각류와 두족류. 그리고 어류와 포유류의 장점만을 취한 채 완벽하게 해저 환경에 적응한 모습의 커다란 괴물이었다. 사람과 비슷한 크기라서 조금 큰 수조에 담겨져 있었다.
아니, 그렇게 큰 수조는 아닌것 같다.
딱 사람만한 크기인 실린더 형태의 유리관 안에 담긴 괴물의 모습은 마치 포르말린 용액 안에 담겨 박제된 동연변이 생물체의 표본과도 같은 느낌을 줬다.
아무튼 이것이 메인일까.
주변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걸 들어보니 최근에 잡혀온 녀석이라는 것 같았다. 신종인가? 뱃사람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난생처음 보는 물고기라며 감탄했다.
멍하니 보고 있으니, 그것이 내게 손을 뻗어 왔다.
ㅡ턱.
“깜짝아.”
너무 몰입해서 보고 있던지라 그만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이 씨발럼이. 니 불알이다, 색갸.”
빡이 친 나는 손가락으로 엿을 만들어서 수조에 들이대고 욕을 했다. 눈꺼풀조차 없는 놈은 멍한 시선으로 내 손가락을 응시하면서 손을 움직였다.
그러고 있으니 위니아와 클라우디가 나를 불렀다.
“깜둥이 뭐 봐?”
“캇트?”
다가온 그녀들도 그의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감상 모드에 들어간 그녀들.
“…”
나는 문득 든 불길한 상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쩐지 저것이 내게 말을 걸려 하고 있는 것 같은 유쾌하지 못한 착각이 든 것이다.
나는 도망치듯이 다른 수조로 향했다.
꼬물거리는 갑각류들은 뭐, 대부분 그나마 상식적으로 생기긴 했다. 집게발 대신 촉수가 달린 가제나 꽃게 비슷한 생물도 있었지만 아무튼.
여기 바다 생물들은 촉수가 기본이냐?
“맛있을까?”
“생긴 건 맛있어 보이네.”
얌전하게 생긴 녀석들이 나오니 클라우디가 먹는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먹은 해산물들이 썩 입에 맞은 모양이었다.
“뭐야. 벌써 끝이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아, 깜둥아 출구에 뭐 있다.”
규모가 그다지 큰 편은 아니라서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까 출구에 다다랐다. 기념품 가게까지 있는 것이 현대 지구랑 판박이였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위니아가 성큼성큼 들어갔다.
뭔가 해신의 모습을 본땄다는 부적들이 이곳의 주력 상품인 것으로 보였다. 이미 비슷한 걸 많이 샀기 때문에 패스하고 밖으로 나왔다.
“깜둥아. 더 갈만한대 없어?”
“응. 지금 들어가긴 조금 아쉬워.”
“돌아댕기다 보면 뭐 나오겠지. 찾아보자.”
햇살이 뜨거운 걸 보니 지금이야말로 바다에 들어갈 타이밍인 것 같았지만, 아침에 확인한 결과 아직도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이후로 어인들의 습격은 딱히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대비는 해야겠지.
이곳저곳을 탐방했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면서 불어온 바닷바람을 맞는 것은 그저 그것만으로도 여행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뭐, 역시 밥이 맛있는게 제일 크겠지.
그간 벌어뒀던 돈도 펑펑 쓰면서 이것저것 산 다음, 먹을거리와 술을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음주상태로 패션쇼를 하다가 충동적으로 셋이서 섹스를 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며칠을 지냈다.
온갖 섹시한 수영복이나 도시 전통복을 입은 그녀들을 범하는 것은 정말 아름다움 추억으로 남을 것이었다.
***
“아.”
한참동안 느긋하게 지내다가 슬슬 돌아가려던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모여든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청백색의 색조가 인상적인 가벼운 차림 위에 뭔가 갑각류의 등딱지로 만든 것 같은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었고, 허리에는 커틀러스를 차고 있는 중이다.
본격적인 무장이었다.
“어인들이 다시 나타난 걸까?”
내 옆에 서서 창밖으로 그 모습을 확인한 클라우디가 말했다. 역시 그거지 싶다. 병사들이 따로 움직일 만한 일이 그거 말고는 딱히 없을 테니까.
그런데 병사들 말고도 중구난방한 차림의 무장 폭력배들도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모험가 내지는 용병이다.
“…이거 돈 냄새가 나는데?”
본능적으로, 나는 뭔가의 일이 터졌음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하릴없이 폭력이나 휘두르는 모험가 놈들이 움직인다는 것은 뭔가 일이 생겼다는 징조다. 그것이 병사들과 연계되었고, 최근에 나타났던 어인을 생각해 보면 유추는 쉽다.
펑펑 썼던 여행 자금을 채울 기회가 온 것 같았다.
나는 옷을 입었다.
“잠깐 알아보고 올게.”
“같이 갈까?”
“아냐. 쉬고 있어.”
곧바로 무장을 한 상태로 바깥으로 나왔다.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민들. 나는 아무나 한 명 잡아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봤다.
“어인들이 침공을 해 오고 있다는 소식이오! 외지에서 온 모험가요? 저 위쪽에 길드가 있으니 그쪽으로 가 보시오!”
ㅡ메다닥!
그는 그대로 바쁘게 뛰어갔다.
“어인들의 침공이라니, 씨벌.”
나는 알려준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모험가 길드를 찾았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라면 일을 떼주는 길드가 있기는 마련이다. 모험가 길드는 만능 용역업체 같은 것이니까.
저쯤에서 건물이 보여왔다.
오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소란스러운 걸 보니 일이 생기긴 했나보다.
적당히 사람들을 피하면서 안쪽에 들어가니, 과연. 게시판에 공고문이 하나 걸려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읽어보면서 주변 모험가들의 대화를 도청했다.
“빨리 가자고! 어인 놈들은 지상에선 힘을 전혀 쓰지 못한다고 하네!”
“해신의 부적을 지니면 놈들이 우리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군!”
“수로로 같이 갈 동료들을 구하고 있소! 어인들이 그쪽으로 침입을 하고 있다고 하오!”
그야말로 어미 새에게 먹이를 갈구하는 새끼 새들처럼 꽥꽥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중이다.
쏟아지는 정보를 적당히 필터링 해서 쓸만한 정보들만 추렸다.
그리 알아본 바로는 갑자기 어인들이 도시에 침입을 해 왔다고 한다. 느긋하게 지냈으니 알 턱이 있나. 하늘색 비늘을 가진 어인들이 사방팔방에서 상륙을 해 온다는 소식이다.
바다에서 기어 오고, 수로를 타고 침입해와서 도시를 들쑤시는 놈들을 병사들만으로 진압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 이 항구도시의 시장이 어인들의 머리통에 상금을 내걸면서 싸울 수 있는 자들의 협조를 요구했다고 한다.
“상금이 머리 하나에 30쿠퍼?”
이러면 눈 돌아갈만하지.
상당히 큰 액수다. 직접 싸워본 바로는 그렇게 강한 녀석은 아니었고, 적당히 10마리만 잡아도 3실버다. 셋이 힘을 합친다면 어쩌면 이번 여행 경비를 죄다 퉁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겸사겸사 이 씨발 어인새끼들한테 복수도 하고 말이다. 마음의 칼날을 갈면서 조용히 분노를 끌어올렸다. 나의 그녀들을 좆같게 만든 죄는 죽음으로 갚아야 한다.
잽싸게 숙소로 돌아와서 상황을 알렸다.
내 설명을 들을 클라우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인들이 침공해 오고 있다라… 전부 죽이면 다시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까?”
“글쎄, 바로 통제가 풀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다 죽여놓으면 될지도 모르지.”
겸사겸사 돈도 벌어서 체류 기간을 늘린다면 분명 다시 한 번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었다. 자신의 곡도를 잡아든 클라우디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번쩍이는 칼날을 살펴보았다.
마치 사냥감을 고르는 연쇄살인마 같은 눈초리였다. 위니아 역시 투지를 불태우며 자신의 지팡이를 잡아들었다.
“절대 용서 못 해. 죄다 구워버릴 거야. 씨발 도움 안 되는 물고기 대가리 새끼들. 깜둥아 이번에는 개지랄해도 뭐라고 안 할 테니까 전부 죽여버려.”
잠시 마나를 운용한 위니아가 마치 사냥개에게 명령을 내리듯이 내게 말했다. 나는 낮게 으르렁 거리면서 “멍!” 소리를 내었다.
“나의 마음을 도려내는 분충은 용서하지 않아요!”
그리고 어인들을 향한 분노를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