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653)
〈 653화 〉꽃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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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속으로 모험가 친구들을 애도하면서 샤먼의 머리를 챙기고 그 가죽을 다 벗겨냈다. 일단 샤먼을 죽인 증거로서 이 요상한 장식품이나 스태프 같은 것도 다 가져가야겠다.
아마 이것들 다 들고가면 저번에 바실리스크 잡은 거랑 합쳐서 승급을 시켜주지 싶다. C급 모험가라, 이 주변에서는 확실히 뻗댈 수 있을 만한 칭호다.
“으음, 그런데 캇트님. 그 악마 놈.”
힐데는 내가 벗겨낸 가죽을 반듯하게 개면서 말했다.
“샤먼의 영혼을 취하려고 했죠?”
“그랬지. 실제로 먹었고.”
샤먼의 머리가 날아가자, 거기에서 뿜어져 나온 비인간적인 녹색의 반투명한 구체가 악마의 아가리 안쪽으로 흘러들어 갔다.
힐데가 영혼이라고 했었고.
그게 악마의 목표였음은 명백하다.
“사실 평범한 인간보다는 그런 특수한 몬스터 쪽의 영혼이 더욱 가치가 있기는 하거든요.”
“악마들이 그런 시세도 매기냐?”
“그냥 상식이에요. 평범한 인간보다는 고귀한 신분을 지닌 사람이나 성직자. 기사. 마법사들의 영혼을 더 높게 치죠.”
확실히 그럴 것 같기는 하다.
“그렇잖아요? 가치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들이 넘쳐나니까.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악마들도 대체로 그렇게 생각해요.”
가치가 없는 사람은 악마들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건 좀 신랄하네.
“그럼 개좆밥들 앞에는 악마가 나타날 일도 없다는 건가?”
“아뇨. 그래도 영혼이 있으면 좋기는 하니까. 쉽게 죽여서 잡아먹을 수 있다면 노리기야 하겠죠. 근데 제가 그런 쪽 악마는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어요.”
그런 거군.
“아무튼 뭐, 샤먼의 영혼을 취하려고 드래곤으로 변신해서 리자드맨들을 속여 움직이게 했다, 이게 결론인가?”
“제가 악마적으로 생각을 해보자면…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샤먼을 죽일 수가 없으니까 인간들의 손을 빌려서 죽여보려고 움직이게 했을 확률이 높겠죠. 보아하니 그런 술수를 써야 할 만큼 영혼의 질이 제법 괜찮았던 것 같구요. 아마 제대로 흡수했다면 나름대로 강해졌을지도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
대충 드래곤이 정글에 뭐 좋은 거 있으니 가자! 라고 하면 리자드맨들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놈들이 숭배하는 존재니까.
당연히 사람들이 그 행렬을 두고 보지는 않을 테고 말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들에게 샤먼이 죽는다면, 중간에 끼어들어서 그 영혼을 취할 속셈… 힐데가 없었다면 그렇게 됐을 것 같다.
나도 그냥 사냥만 하고 가려고 했으니까.
아무튼 제법 상황이 좋았다.
용돈 벌러 나왔다가 뷔갈을 성장시키다니.
“뷔갈…”
다시 뷔갈을 확인해봤다.
ㅡ…
딱히 진동이라던가 움직임은 없었다. 단지 조금 더 좋은 칼이 되었을 뿐. 근데 이거 옛날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저번에 카디아 성녀님의 지령에 따라 시장이 통치하는 도시로 갔을 때도 악마들을 베기는 했었다. 그때는 무반응이더니 이번에는 반응을 한다? 제대로 된 기준은 모르겠지만… 아아, 그러고 보니 그 노동 혁명가는 내가 맨손으로 죽였었지.
근데 그것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다시 악마를 죽이게 된다면 반드시 칼로 죽이도록 하자. 계속 성장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 캇트님. 가죽이랑 머리가 생각보다 많아졌는데요? 숫자만 따지면 열 세 마리 잡으셨는데… 이거 다 가져가실 수 있으세요?”
“존나 당연히 다 가져갈 수 있지.”
나는 바로 근처 나무로 걸어가서 두꺼운 가지를 베어냈다. 이딴 것들은 그냥 대충 지게를 만들어서 이고 가면 된다. 내 힘으로 안 될 것도 없으니까.
숨겨둔 배낭 안에 밧줄 있으니까 그거랑 대충 해서 만들면 된다.
일단 검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크다. 마나 소모는 크지만, 절삭가공이 극단적으로 편해졌다. 강철마저 가르는데 나무 따위야 좆밥이니까.
그리 대충 배낭 찾아서 밧줄을 꺼내 베어둔 나무로 지게를 만들어 어제 잡고 숨겨놨던 머리랑 가죽이랑 샤먼 대가리랑 해서 싹 다 챙겼다. 다 챙기고 보니까 낮이었다. 적당히 속도 조절해서 가면 해 지기 전에 돌아갈 수 있겠지.
뭣보다 빨리 리샤한테 뷔갈의 상태에 대한 것을 물어봐야 할 것 같다.
혹시 뷔갈이 부활을 한다거나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니까. 놈은 그냥 내 내면세계에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절대로 풀어주지도, 놔주지도 않는다. 놈의 영혼은 온전히 나의 것이어야만 한다. 놈은 동료긴 해도 내 천마신공의 제물이나 다름없으니까.
“캇트님…? 무슨 생각하세요?”
“왜.”
“아뇨, 순간 눈에 초점이… 아니다. 아무튼 이제 돌아가실 거죠?”
“그래야지. 힐데 너도 돌아갈래? 나랑 밤 새서 피곤할 거 아냐.”
“저 캇트님 옆에 있으면 안 피곤해요. 보세요, 눈 초롱초롱한 거.”
힐데의 얼굴을 보니까 과연 눈이 초롱초롱하기는 했다. 피부에서는 윤기가 흐르고 있었고, 머릿결 역시 부드러워 보인다.
“아마 며칠 밤 세워도 전~혀 안 피곤할 것 같은데에.”
힐데는 내 눈을 응시하면서 유혹적으로 웃으며 내게 몸을 비벼왔다.
“캇트님. 혹시 삼일 밤낮으로 하는 섹스에 관심 없으신가요?”
“있기야 하지.”
근데 내 아내들은 그런 거 다 못 버틴다.
“제가 경험시켜드릴까요?”
“아서라, 임마.”
“아, 진짜. 자꾸 안 된다고만 하시구! 저도 보지 있거든요! 좀 쓰고 싶어요! 캇트님이 제 처음 좀 가져가 주셨으면 좋겠는데!”
“이 새끼가.”
우리 힐데는 서큐버스라 그런지 뭔 얘기를 하든 결국 섹스로 귀결이 된다.
“제가 이렇게나 물심양면으로 도와드리잖아요. 악마에 대한 것도 여러 번 이나 알려드렸구요.”
“그건 진짜 고맙다. 힐데 너는 나의 진정한 친구야.”
힐데한테는 이런저런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지금의 내가 있는 것도 힐데의 공로가 참 크다. 무한한 감사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말로만요?”
“아니, 말로만 고마운 건 당연히 아니지.”
뭔가 부탁을 한다면 어지간한 건 다 해 줄 자신이 있다.
“흐응… 그럼 뭐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요?”
“이상한 거 아니면 어지간해선 다 해줄게.”
ㅡ멈칫.
내 옆에서 나란히 걷던 힐데가 멈춰 섰다.
“…이상한 거 아니에요. 대신 약속해 주세요. 이상한 거 아니면 들어주시겠다고.”
“약속?”
…이거 좀 불길한데.
근데 힐데가 말하는 거 보면 진짜 이상한 것을 시킬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당연히 나는 내 데몬 프렌드를 믿는다. 퓨전유교에 반하는 행동만 아니라면야 다 들어줄 수 있는 것이다.
아닌 것 같으면 안 된다고 하면 되니까.
“그래, 약속하마. 근데 이상한 거면 진짜 안 된다?”
“후후후, 제가 캇트님 성격을 아는데 그런 걸 부탁할까 봐요?”
그럴 것 같기는 한데.
“맨날 하잖아.”
“그건, 으응. 그냥 애정표현? 애정표현이라구요. 물론 진심이지만 그냥 제 마음을 표현하는 것뿐!”
그리 말한 힐데가 가슴골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며 눈을 감고는 숨을 한번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ㅡ하아.
“…그럼 캇트님.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여태까지 캇트님을 사랑으로 지원한 이 작은 힐데가르트를 위해서요.”
“알겠으니까. 내가 뭐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리 답하니.
힐데가 씨익 웃었다.
“간단해요.”
뭔가 불길하게 웃으면서 깍지를 끼고 손등으로 볼을 비비며 말했다.
“다음에 클라우디님이랑 한번 만나게 해주세요.”
“뭐?”
“클라우디님이랑.”
클라우디를?
“만나게 해달라구요.”
힐데는 내게 몸을 붙이면서 강조를 했다. 지금 클라우디를 만나게 해달라고?
“어… 그건.”
“왜요?”
이 새끼 설마 클라우디한테 뭔가를 사주한다거나 그럴 생각인가? 그런 흉악한 술수라면 당연히 거절을 해야 마땅하다.
“전~혀 이상한 부탁이 아닌걸요?”
그리 생각하고 있으니, 힐데가 내 주위를 돌면서 아주 즐거워 마지않는 얼굴로 말했다.
“아.”
“그냥 저번에 만난 것도 있고 하니까 다시 보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달까요오? 아름다움의 비결? 그런 것도 듣고 싶구요? 원래 저희들은 사내들뿐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여자도 좋아해요. 일종의 동료의식? 그런 걸 느끼거든요. 서큐버스들은 강인하고 지배적인 남자를 숭배하고 아름다움과 색기를 숭상한답니다?”
힐데는 계속해서 내 주변을 돌았다.
“모든 서큐버스들은 아름다운 색욕의 여신 케샤라기아-릴리안느님을 섬기는 여사제나 다름없지요. 그분은 번식 욕구에 사로잡힌 수컷과 아름답고 음란한 여인들을 몹시 사랑하신다고 해요… 아, 잡설이 길었네요. 아무튼 제 부탁에 이상한 점이 있나요?”
“으음…”
이상한 건… 없는데.
“캇트님 방금 약속하셨죠? 이상한 거 아니면 다 해주시겠다고. 캇트님이 저 데몬 프렌드인 힐데가르트에게 약속해주신 거잖아요.”
“…그랬지.”
“에헤헤, 그러면 클라우디님이랑 만날 수 있는 거네요?”
이건… 내가 힐데의 페이스에 휘말린 것인가?
“캇트님은 자기가 스스로 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세요. 정말, 요즘 세상에는 보기 드물 정도로 영웅적인 분이시죠. 그, 퓨전유교? 그거 멋지구요. 천마? 그것도 엄청 멋있어요. 사나이답고.”
힐데는 끊임없이 아가리를 털어댔다.
“그런 멋진 캇트님이… 캇트님을 사랑으로 도와주던 이 작은 서큐버스와의 약속을 깨지는 않겠죠? 네? 대답해주세요, 캇트니임.”
씨발.
이건 어쩔 수 없다.
“아, 시발. 그래. 만나게 해줄 테니까. 다음에 클라우디랑 만나게 해주면 되지?”
“야호! 네! 캇트님 사랑해요!”
어쩜 이렇게 아리랑 똑같냐.
그렇게 나는 지게를 이고 힐데와 함께 이스반트로 향했다.
“그럼 캇트님! 다음에 불러주세요! 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적당히 속도를 조정해서 달리니 해가 지기 전에 도시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저 앞에서 성벽이 보이자 힐데가 손을 흔들면서 게이트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 그래도 막 엄청 늦게 불러주시면 저 삐질 거에요!”
“그래, 그래. 최대한 빨리 불러줄 테니까. 잘 가라.”
“네! 캇트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그리 힐데가 떠나갔다.
아무튼 이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나는 바로 성문을 통과해 모험가 길드의 앞으로 향했다. 최대한 빨리하고 돌아가자.
거의 해가 질 시간이었지만 길드는 언제나처럼 북적였다.
근데 지게가 좀 커서 안쪽으로 가지고 들어가지는 못할 것 같다. 바로 지게를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가서 직원을 불렀다.
곧 나온 직원이 지게를 보면서 감탄했다.
“이렇게나 많이… 이걸 다 혼자 잡으신 겁니까?”
“예. 여기 보시면 알겠지만 샤먼도 잡아 왔습니다. 두당 2실버에 지휘개체 한마리 10실버 하면 34실버 맞습니까?”
“네… 계산으로 그렇게 되는데, 잠시만요.”
안쪽으로 들어간 직원이 다른 직원들을 데리고 나왔다.
“으음… 머리 열 두 개에 샤먼 하나라.”
“머잘님. 아직 포상금 남아 있죠?”
“남아 있다네.”
세 명의 직원들이 장부를 기록하면서 머리를 확인했다. 밤인데도 직원을 셋이나 부린다고? 모험가 길드 이 새끼들 참 부유한 것 같다.
나는 그들에게 문득 생각난 것을 물었다.
“아,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혹시 저 C급까지 실적이 얼마나 남았죠?”
“아, C급 말입니까? 제가 알기로 캇트님은 지금 심사단계에 있습니다. 이스반트에서의 경력은 짧으신데 워낙 굵직한 일을 여러 해결했다고 들었거든요. 올해에는 아직 C급에 오르신 분이 없는데, 아마 캇트님이 올해 첫 번째 승급자가 될 수도요?”
“오오, 그렇습니까?”
그건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긴 하다.
심사 중이면 떨어질 일은 없겠지.
직원은 재재작년과 재작년에는 C급 승급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작년에는 딱 두 명 승급했단다. C급 모험가면 나름 고급인력이긴 하니까. 모험가 길드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D급들인 것이다.
마법사들 C급 달아주는 건 그냥 외주인력 비슷한 거고.
“여기, 이제 계산해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전부 기록했어요.”
“샤먼 머리는 빼주세요. 그건 다음에 가져올 거니까.”
“샤먼 머리를요?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는 사람들한테 자랑해야죠.”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샤먼 대가리 값을 뺀 24실버를 챙겨서 길드를 떠났다. 이건 카린이 부탁한 대로 아내들 보여준 다음에 제출하도록 하자.
잽싸게 대장간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달려가서 문 닫기 직전의 가죽점 문을 두들겼다. 이거 가죽만 팔고 집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