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999)
〈 999화 〉귀족 김캇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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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보상에 대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시간 참 빨리 간다.
벌써 이렇게 되다니.
드디어 보상에 대한 건이 정리된 모양이었다.
“이번에 참전한 자들에게 보상이 돌아가게 되었다. 정말이지 아주 엄청난 사건이었어. 이런저런 이들이 참 열심히 해주었지만, 주역은 역시 우리 팔라딘이지.”
화사한 미소를 지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 차가운 인상이라서 그런지 미소가 참 뇌쇄적이다.
“흐흐흐, 물론이지요. 매우 당연합니다.”
“팔라딘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왕실의 보상이라니 아주 큰 명예이지.”
근데 이게 나만 고생한 게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저만?”
내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러면서 문서를 하나 내밀었다.
“일단 자체적인 조사도 해야겠지.”
조사.
“일단 확실하게 보고가 올라간 것에 따르면, 팔라딘과… 어떤 검사와 무투가가 아주 높은 수준의 전투를 보여준 것에 이어서.”
카린과 리즈티나.
고위마법사들의 파괴마법이 무위로 돌아가고, 왕국 기사단의 공격 역시 무위로 돌아갔으나, 그녀들은 나와 함께 발키리를 줘팼었다.
거기까지는 모두가 다 목격한 것이다.
“마법사들을 옮기면서 팔라딘의 공중 전투를 보조했다고 하지. 거기에 두 명의 마법사들이 그 마법사들을 지원했다고 했다.”
그 두 명은 리샤와 힐데다. 아리랑 위니아는 뭐, 눈에 띄는 활약은 안 했으니까. 아리는 포션을 만들었다지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락된 것이 있나?”
“조금 있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클라우디는 막판에 모습을 드러낸 거라서 사람들이 못 본 모양이다. 실제로 전장이 이동된 상태였으니까.
“그것을 적으면 된다.”
“넹.”
그거를 정리하고자 내 증언을 듣겠다 이거로군.
“최대한 빠르게 해야 하니 내일까지 제출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런데…”
책상 위에 올린 발을 까닥거린 그녀가 돌연 진지해진 얼굴로 내게 눈치를 보냈다.
“팔라딘을 도운 자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내 여자들이지.”
“…”
자랑스럽게 그것을 말하자 카디아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리고는 마치 뭔가를 읽겠다는 듯이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난봉꾼.”
작은 목소리로 그리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귀엽기 짝이 없군.
허나, 이 천마에게 일부다처제란 지극히 당연.
“어허. 인간 카디아야. 이 김캇트에게 반신난봉을 당하고 싶어서 그러느냐?”
“…이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단어까지 창조하는군, 팔라딘. 아니, 대체 얼마나 기분이 좋아야 그놈의 인간이니 반신이니 하는 농담을 계속하는 것이지? 그게 그리도 재미있나?”
“초월적인 즐거움이지. 이건 그야말로…”
“반신즐거움이라고 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아.
“그럼 대충 반신환희 정도로.”
“팔라딘.”
“넹. 이제 안할게용.”
“…”
즉답을 했음에도 카디아는 많이 언짢아 보였다. 위기를 직감한 나는 바로 그녀에게 튀어가서 어깨를 끌어안으며 사과했다.
“아. 진짜 안 할게. 미안. 미안해. 아, 진짜 안 한다니까!”
“…”
“아이고, 카디아! 진짜 안 할게! 장난이야! 장난!”
“성녀님, 이라고 불러야지.”
“성녀님! 안 하겠습니다! 이제 장난 안 칠게요!”
“좋다.”
애원을 하듯이 사죄를 하자 그제서야 만족한 것인지 좋다는 말이 나왔다. 아무튼 조금 떨어지고 보니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팔라딘의 다른 처들과는 얼굴을 보지 못했군… 두 명 빼고 말이야.”
“클라우디와 카린 말이지요.”
“정말이지, 이거 참. 뭐… 그래도 언제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얼굴을 봐두는 편이 좋겠지.”
“조금 한가해지면 만나시겠습니까?”
“그것도 괜찮겠군.”
뭐 그럼 언제 시간 나면 대면하는 거로 하고.
나는 문서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이거 여기에 신상 좀 적어 달래. 보상 줄 때 필요하대.”
“오오, 드디어 된 거냐?”
문서를 넘기자 카린이 자신의 이름을 기재했다.
카린 베스타트.
왕국 기사들에게도 상당히 큰 임팩트를 준 실력이었을 것이다. 카린이 전직 왕국 기사 출신이라는 것은 이미 몇 명이 알고 있는 정보만, 이번 기회로 다시 명성이 드높아지지 싶다.
“다 썼으면 이리 주세요. 저도 써야 되는 거 맞죠?”
“리즈 누나도 써야지.”
카린이 문서를 넘기자 리즈티나 역시 자신의 이름을 썼다.
“흐음… 왕실에서 어떤 보상을 내리려나요? 이거 가문에서 좋아하겠네.”
“가문이라.”
이것저것 다 버려두고 나온 카린과는 달리 리즈티나는 단순히 가문에서 독립을 했을 뿐인 여자다.
“아, 씨발. 가문 좋은 일은 하기 싫은데.”
가문 이야기를 들은 카린이 예상대로의 반응을 했다.
“그럼 이름만 쓰시는 게?”
“근데 왕실 측에서 포상 주는 건데 성을 감출 수는 없지.”
“음, 그렇기는 하네요. 그래도 뭐 어쩌겠나요. 받을 거는 받아야 하는데. 그냥 신경 쓰지 마세요, 카린.”
“그래야지.”
그럼 이제.
“클라우디?”
클라우디를 불렀다. 이게 클라우디가 뒤치를 해준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근데 목격자가 딱히 없기는 하네.
“마마는 필요 없어.”
“아니, 왜.”
“굳이 그러고 싶지 않달까, 흥미가 없다고 해야 하려나?”
소파에 앉은 클라우디가 나른하다는 듯이 대답하면서 옆으로 누웠다. 흥미가 없다니. 뭐, 클라우디가 흥미 본위로 움직이는 성향이긴 하지만 이건 왕실의 포상이다.
“마마는 캇트한테 공 몰아주기를 하고 싶어.”
“그런 따뜻한 마음씨라니…!”
이게 공 몰아주기가 되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그래도 받으면 좋을 텐데.”
“괜찮아. 그런 자리는 귀찮기도 하니까.”
클라우디는 완고했다.
“그럼 어쩔 수 없고. 리샤는? 리샤랑 힐데는 이미 왕실까지 다 보고가 올라갔다는데.”
“본녀도 괜찮느니라. 괜히 공식 석상에서 눈에 띄고 싶지 않으니라. 게다가 본녀는 위장엘프이지 않느냐? 여러모로 복잡해질 것 같은 곳에는 안 가는 게 나을 것이니라.”
“그게 또 아쉽구만.”
종족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캇트님! 저도 괜찮아요!! 그런 보상 따위는 전혀 필요 없습니다!!! 대신 저는 캇트님의 보상을 받고 싶어요!!!!”
“흐흐흐, 무슨 보상?”
“알면서.”
가까이온 힐데가 고양이처럼 내 몸통에 자신의 볼을 부벼댔다.
“아버님. 어쩔 수가 없네요. 사실 종족적으로 봤을 때 인간이 대표로 받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가.”
“너무 다종족이라서… 공식 석상에 서는 것은 주의해야 해요.”
“그렇기는 하지. 역시 우리 아리가 조심성이 참 많다니까.”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는 알라우네니까요. 당연히 그런 쪽으로는 경계하고 있어요.”
“그래, 그래. 아주 좋다, 아리야.”
아리가 많이 똑똑하다.
“깜둥아. 난 할 말이 없는 것 같애.”
“아이고, 위니아 이리 와. 많이 아쉬웠구나.”
“존나 좀 그렇기는 했어.”
“너무 신경 쓰지는 말고. 힘이야 기르면 그만이잖아.”
“그래두…”
위니아는 기분이 좀 다운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위니아가 활약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쩌겠나.
위로해 줄 수밖에.
나는 내 무릎에 앉은 위니아의 배를 쓰다듬어줬다.
“그럼 대표로 받으러 가는 게 우리 셋인가?”
카린이 팔장을 끼면서 말했다.
“그렇게 됐네. 그럼 셋이서 받아 보자고.”
왕실의 포상.
내가 봤을 때 내가 1등 공신에 카린과 리즈티나가 2등 공신. 3등 공신이 마법사들이고 솔직히 왕국기사단은 쩌리였다. 인간 피라미드만 만든 성기사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사실 좀 대외적으로 봤을 때 가장 무난하기는 하죠. 하프엘프에 위장마족에 서큐버스… 심지어 알라우네라니. 자칫 잘못했다간 인간 세상이 아니게 되어 버릴지도 모르겠어요.”
“후훗, 그렇기는 하네.”
리즈티나의 말에 클라우디가 웃었다.
“종족은 중요한 것이 아니니라.”
“중요한 것은 캇트님을 향한 마음이죠!”
“바로 그것이니라.”
복터졌군.
아무튼 우리들은 무슨 보상을 받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면서 문서에 카린과 리즈티나의 업적을 상세하게 적어나갔다.
* * *
행사 날이 잡혔다.
카디아의 말대로 금방이었다.
이 공식 행사는 수많은 귀족들과 종교 관계자들이 참여할 것이며, 행사 장소는 바로 수도 궁전이다. 폭주하는 발키리를 처치한 용사들의 공로를 치하하고자 카르가 대왕이 손수 포상을 내린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만큼 왕실 측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중이다.”
“발키리에 대한 두려움 탓입니까?”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지.”
ㅡ치익.
익숙하게 담뱃불을 붙이면서, 그녀가 말했다.
“최근 일어난 이상 사태에 대해서 본 성녀는 끊임없이 왕실의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책을 논의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러니까 본 성녀가 이스반트로 출장을 나갔을 때 즈음을 기점으로 해서 비정상적인 일이 아주 많이 발생하고 있지.”
계속 들어왔던 말이다.
“발키리에 대한 것은 그저 구실일 뿐이다. 왕실도 슬슬 위기감을 제대로 느낀 것이지. 이제 대책을 세우기 위해 힘을 쓸 것이다. 이번에 카르가 대왕이 직접 나서는 것은 그런 제스처다.”
대충 뭐 귀족들이랑 마법사들이 모이는 자리겠다, 뭔가의 이야기나 만남 같은 것을 할 생각인가 보다.
권력자들은 권력자들의 일이 있는 법이니까.
“대충 이해했습니다. 대략적으로만요.”
“팔라딘은 그 정도만 알고 있으면 된다.”
나는 권력자가 아니니까.
ㅡ후우.
퍼져나가는 연기.
카디아가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이전까지는 엄청난 명성을 떨치던 왕국 기사단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그렇습니까?”
요즘의 왕국 기사단은 거의 동네북이나 다름없는 호구들이 되고 말았다. 예전에는 이 전문적으로 훈련된 초인 연쇄살인마들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직접 겪어본바, 이들은 여전히도 존나 강하고 유능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인류가 마주할 적들이 이들보다 더 강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는 중이다.
발키리전을 보라.
고위마법사들이 발판 셔틀로 전락했으며, 그 강하다는 마스터나이트도 발키리의 공격에 나가떨어졌다.
무엇보다 직접 느낀 내가 봤을 때, 마스터나이트와 내가 싸운다면 내가 이길 것 같았다.
확실하게.
“큰일이 터지기 전에 제대로 방비를 하겠다는 것이겠지. 아마 이번에 큰 힘을 보여준 팔라딘과 두 부인에게 시선이 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수가.”
“아무튼 궁전에서 카르가 대왕이 직접 치하를 하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한 예절과 예법이 요구되겠지.”
이스반트 공작과는 급이 다르다.
“그러니 준비하라. 이 예절과 예법을 행사 당일까지 전부 외워야만 한다. 실수를 해도 뭐 벌을 받지는 않겠지만, 이미지라는 것에 타격이 가겠지. 팔라딘이 아무리 춤추는 팔라딘이라는 무투파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지만, 카르가 대왕이 참석한 공식 석상에서는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일국의 왕이니까 말이지.
나는 카디아가 준 예법서.
“뭐? 책이라고?”
아니, 씨발 책이라고?
지금 왕실에서 포상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다 외워야 하는 것인가?
미친 씨발럼들이 실화냐? 이런 좆같은 예절쟁이 새끼들 같으니라고. 이런 것을 간략화해야지만 국가가 발전하는 것이다.
퓨전유교에서 말하길 이런 쓰잘떼기 없는 것에 정신머리를 소모하면 다른 중요한 일들을 못 한다고 했다.
당연히 보이는 예법은 중요하지만 정도가 있는 법이지.
“책이다.”
“포상을 받는 것일 뿐인데?”
“카르가 대왕의 앞이며, 그 대왕의 궁전에서 하는 행사니까. 필요한 부분은 본 성녀가 전부 다 접어놓았다. 그것만 외우면 문제는 없겠지.”
“씨빠꺼 일 났네.”
이스반트 공작을 보는 것과는 급 자체가 다른 것이다.
좆됐네.
이거 클라우디가 현명했다.
“훗, 팔라딘의 머리로 못 외울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본 성녀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윽한 미소를 지은 그녀가 내 볼을 쓰다듬었다.
“그럼 당연하지. 나는 못하는 게 없는 남자라고. 이딴 거 좆밥이야.”
천마는 못하는 게 없다.
“역시 다루기가 참 쉽단 말이지.”
“이런.”
아무튼.
“근데 카르가 대왕을 직접 알현하게 된다니… 감회가 몹시 새롭습니다.”
“일반인이 볼 기회는 거의 없으니까.”
“어떤 사람입니까?”
“말 그대로 대왕이다. 이 커다란 왕국의 정점이지.”
뭐가 됐든 예법 준비를 빡세게 해야겠는걸.
바로 며칠 뒤가 그 행사 날이라고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