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117
“…쓸 만하네?”
오러의 소모도 현격하게 줄어들었 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실마리를 잡은 듯하여, 카렌은 양손에 그림자 의 활을 만들어 단검들을 쏴갈겨대 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온도 깨닫는 바가 있었다.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싸우는 법을 익혀야해.’
카렌처럼 단검을 쏠 필요까지는 없 겠으나, 그의 전투방식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주무기를 바꿀 순 없었다.
용사는 그 손에 성검을 장비했을 때가 최강이니까. 따라서 전투방식의 유연화는 다른 형태로 이루어져야했 다.
엘시드가 그의 발상을 긍정하듯이 조언했다.
[검사(劍士)는 검을 사용하는 자이 지, 검‘만’ 사용하는 자가 아니다. 사
용자가 도구에 사로잡히는 것보다 더 멍청한 꼴은 없겠지. 안 그러냐?]
레온이 그 말에 쓴웃음을 머금은 순간, 크래그들이 다시금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생물형 마물과 달리 크래 그뮤턴트는 그 본능과 지성이 원시 적인 수준이라, 힘의 차이를 파악했 음에도 몇 초만에 잊어버리고 만다.
15미터.
사정거리로 들어온 놈들을 바라보 며, 레온은 손에 쥔 검을 늘어트리고 앞으로 내달렸다.
파앙!
검격이 아닌 타격.
손바닥을 내밀어서 크래그 한 놈의 돌진을 막아세우고, 그 단단한 표면 너머로 오러를 밀어넣는다.
실처럼 얇고 가느다랗게.
일순간에 놈■의 체내를 탐색하듯이 휘젓고서 빼낸다.
아직〈공법〉의 숙련도가 낮은 레온 이기에, 접촉면적이 얼마 안 되는 칼 날보다 손바닥 쪽이 수월했다.
“ 짓!”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패, 한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레온이 뒤따라온 크래그들을 피해서 몸을 날렸다.
광석계 마물의 강점이자 약점.
관절이나 신경, 근육이 존재하지 않 기에 손상에는 강하지만, 그 동작은 목각인형보다 더 투박했다. 공간만 충분하다면 몇 시간이고 도망칠 수 있을 정도였다.
‘다시!’
포기하지 않고 크래그들의 몸통에 손바닥을 때려박는다. 그 층격에 흔 들리는 몸을 보면서, 레온은 꼭 실의 형태로 오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파동(波動)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퍼져나
가는 동심원. 그 파동의 반향정위를 이용해서 놈의 체내를 살핀다.
터엉
힘 조절을 실수해서 크래그를 튕겨 버릴 때도 있었다.
쩌억!
오러를 너무 불어넣어서 몸뚱이를 산산조각내기도 했다.
‘다시 한 번…!’
대장간에서 창을 망가트릴 때와는 또 다르다.
수십 마리의 크래그들이 공격하는 와중에 몸을 피해야하며, 1초 남짓
한 시간제한도 걸려있다. 그 찰나에 〈공법〉을 성공시키는 것은 몇 배, 몇 십 배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레온은 결코 포기하지 않 았다.
크래그를 후려치느라 다 까진 손바 닥으로 피를 흘리며, 두 눈을 부릅뜨 고 다음 표적을 향해서 손을 내질렀 다.
쩌엉!
오러로 손을 보호해도 돌덩어리를 후려친 것이다. 살가죽이 벗겨지고 그 충격은 뼈를 저릿하게 만든다. 누 군가는 신음을 홀릴 것이며, 누군가
는 이발을 악물 것이다.
하지만 레온은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이 자세를 바꿔, 다음 크래그를 손 바닥으로 두드릴 분이었다.
극기(京己)만큼은 익숙하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것은 레온에 게 별 일도 아니었다. 3년 이상을 거듭해온, 평상시와 같은 일과에 불 과했으니.
한 번, 두 번.
열 번, 스무 번.
그리고.
따앙!
몇 번인지 모를 실패를 발판으로 삼아, 레온의 손바닥에서 흘러넘친 오러가 크래그의 몸을 진동시켰다.
〈공법〉.
놈을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던 파 동이 돌아와, 체내에 있는 마력핵의 위치를 전달한다. 오른쪽 어깨. 레온 은 정확하게 그 지점을 성검으로 찔 러뚫었다.
‘빠각’ 하고 단단한 것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 성공했나?”
검을 봅자마자 곰보다 큰 크래그뮤 턴트의 동체가 무너졌다.
〈공법〉으로 알아낸 핵의 위치가 정 확했다는 증거였다.
겨우 한 차례의 성공.
그러나 성공으로 얻을 수 있는 경 험치는 실패에서 얻는 것 이상으로 많았다. 아직 왼손바닥에 남아있는 감촉을 되새기며, 레온은 벌써 몇 마 리밖에 안 남은 마물들을 노려보았 다.
“…다시.”
으스스한 기세에 눌린 크래그들이 몇 걸음 물러났다가. 곧 붕어 수준의 기억력으로 공포를 망각했다.
B38-5의 갱도에서 용사와 마물들
이 재차 맞부딪혔다.
“ 헤헤.”
그렇게 분투하고 있는 레온의 등 뒤에서, 이미 수십 마리의 크래그를 박살내버린 카렌이 헤실거렸다.
저 치열함이야말로 레온의 숨겨진 매력이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포기할 줄을 모르고, 어떤 강적을 마주해도 그 투 지를 잃어버리지 않는, 등을 바라보 는 사람들에게 불씨와도 같은 희망 을 품게 만드는 자.
“더 강해지려는 거구나, 용사님도.”
카렌의 텅 빈 눈동자에 희미한 빛
이 깃들었다.
암살자로 살면서 마모되었던 감정 들이, 그의 곁에 머무르며 조금씩 되 살아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포기했던 빛이 동아줄 처럼 내려왔다.
얼어붙었던 피가 그 온기에 녹아내 리는 듯했다.
‘나도 이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되 겠지.’
마스터의 경지에 발을 들였다고는 하나,〈오러블레이드〉도 못 쓰는 반 푼이다. 어제 만났던 추기경에게는 닿을 수 있다는 느낌조차 없었다.
그림자로 만든 활 따위로 으스대서 는 안 된다.
진정한 어쌔신마스터는 같은 마스 터조차 쓰러트릴 수 있는 죽음의 화 신.〈오러블레이드〉와〈오러스킬〉만 제대로 익히면 그녀 앞에서 살아남 을 자는 몇 없으리라.
“이번에는 안 놓쳐, 돌대가리들.”
카렌의 두 눈동자가 푸른 안광을 흩뿌리면서 돌아섰다.
어느샌가 수십 마리의 크래그뮤턴 트가 더 나타나. 오랜만에 영역을 침 범한 생명체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B38-5의 총 길이는 34km.
그 안에 서식하는 마물들의 숫자는 천 단위를 헤아린다.
구우우웅.
드물게 출현한다는 돌연변이, 특정 생물의 구조마저 모방한 크래그헤더 가 섬뜩한 괴성을 냈다.
초저주파(超低周波)가 흐르면서 주 변 생물을 위압한다.
마력까지 담겨있다보니 일종의 정 신마법과 같은 수준이라, 심신이 흐 트러진 자는 오금을 저릴 것이다.
그런데 카렌은 그 음파를 마주하고 방긋 미소지었다.
“혹시 인사라도 한 거야? 안녕! 나 도 반가워. 그리고一.”
천진난만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 는 열 손가락 사이로 쥔 단검들의 칼날을 청록색으로 불태웠다.
한층 더 밀도를 증가시킨 오러파이 어.
“—나와 용사님을 위해서 다 죽어 버려!”
그 직후, 도깨비불을 닭은 유성우가 폐광의 어둠을 갈가리 찢어발겼다.
대광맥 (大鑛脈).
유겐트 왕국의 생명줄이자 척추이 며, 세계 최고의 광산지대. 그 내부에 는 철과 구리, 금과 은을 비롯한 일 반광물과 미스릴, 오리하르콘, 아다만 티움을 비롯한 특수광물이 헤아릴 수 없는 규모로 매장되어있다.
진면목을 알아본 드워프들이 인간과
협력하여 그 위에 터를 잡아, 파내려 가기 시작한 게 350년 전이었다.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터가 금방 영 지로, 한층 더 부풀어서 왕국에 이르 기까지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말라붙을 줄 모르는 광맥과 드워프의 조합은 문자 그대로 날개 달린 범과 같아서, 주변국들이 견제하고 말고 할 틈조차 없이 강대국의 반열에 난 입하고 말았으니까.
그 정도로 대광맥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유겐트에서도 아직 전모를 측 정하지 못한 광산이었다.
산업적으로 가장 유용한 철광산만 84개.
한 군데만 찾아도 돈벼락을 맞는 미 스릴광산이 17개에, 그 이상으로 희 귀한 오리하르콘과 아다만티움 광산 도 5, 67씩은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그걸 채굴하기 위한 갱도와 광구도 확장되었다.
‘넓다’거나 ‘크다’거나 하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위대한 만큼, 지 상보다 지하공간이 더 광대한 수준으 로 말이다.
“•••흐음.”
그런데 대광맥의 3번 출입구 앞에 한 남자가 서있었다.
마주하기만 해도 위압감을 느낄 정
도로 큰 키와 몸집, 그와 정반대로 온화하기까지 한 표정과 절도 있게 차려입은 예복이 인상적인 인물이었 다.
이렉사나.
그랑 마이스터(Grand Meister)와 추기경의 직위를 겸임하고 있는, 유 겐트의 최강자가 바로 그였다.
‘좀 늦으시는군.’
레온에게 B38-5 광구의 출입허가를 내어주고, 예비조사와 함께 단기간의 훈련이 시작된 지 벌써 나홀째.
날이 갈수록 두 사람의 눈밑에는 짙 은 음영이 드리웠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몸 밖으로 넘쳐흐르던 힘이 점점 체내로 수습되고 있는 게 보였 다.
광산에서 싸우는 법을 제대로 터득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흠.”
이렉사나의 감각권에 수백 미터 밖 에서 다가오는 두 사람이 느껴졌다. 일정한 보폭. 일정한 무게중심. 걸음 걸이만 살펴도 그 실력이 범상치 않 은 자들이었다.
레온과 카렌.
엊그제에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
으로, 지평선을 넘어온 그들이 이렉 사나의 앞에 도착했다.
“죄송합니다, 추기경님.”
머쓱한 표정을 한 레온이 먼저 사과 했다.
“어젯밤은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벋 어버리는 바람에,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네요.”
“아닙니다. 제대로 된 휴식이 훨씬 더 중요하지요.”
이렉사나가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보았다.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영기를 가다듬으셨군요. 닷새 전보다 몇 걸
음은 더 나아가신 게 보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말대로였다.
레온의 경우에는 네 개의 성흔 때문 에 흘러넘치던 힘이 잔잔하게 가라앉 아서, 기세는 조금 덜해졌지만, 깊이 가 더해졌다. 높은 경지에 도달해서 는 오히려 평범해보인다는 것과 똑같 은 이치였다.
카렌의 경우에는 좀 달랐다. 그저 희미할 분이었던 기척이 선명해진 대 신 그림자처럼 자연스럽게 풍경에 동 화되고 있다. 이렉사나조차 방심하고 있으면 그 움직임을 놓칠 정도로, 한 치의 위화감도 없이 숨어들어온다.
‘과연 용사님께서 직접 선택하신 동 료군.’
이렉사나는 내심 흡족하게 웃으면서 등을 돌렸다.
“자, 따라와주십시오. 원정대의 다른 사람들은 이미 광장에 집결해있습니 다.”
레온과 카렌은 얌전히 그를 뒤따라 서 대광맥의 3번 출입구 안쪽으로 걸 어들어갔다. 수백, 수천 갈래의 갱도
로 이어져있는 곳이다보니 광산답지 않게 그 공간이 널찍했다.
고함이라도 지르면 메아리가 크게 울려퍼질 것이다.
“이쪽입니다.”
이윽고 몇 개의 문을 넘어서 광장까 지 온 이렉사나가 먼저 일행을 들여 보냈다.
누군가가 그들을 연관짓는 것을 피 하기 위함이었다.
카렌이 앞장서서 첫발을 들여놓았 다.
선발대로서 앞을 살피는 것은 로그 의 역할. 광산에서 며칠 생활하면서
다시 한 번 몸에 밴 행위였다.
그리고 그 뒤로 따라붙은 레온이 광 장으로 들어섰을 때.
“읏!”
소용돌이치던 힘의 기척이 두 사람 을 내리눌렀다.
한두 명이 아니다.
수십, 어쩌면 백 이상. 세상 어디에 서나 강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들 이 한 장소에 모여있었다.
A랭크 모험가와 용병, 이 유겐트의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드워프워리 어, 신성교단답게 백은의 풀플레이트 메일을 걸친 성철쇄기사들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A랭크, 아니면 그 이상…!’
백전연마의 강자들이 한 장소에 모 여있으니 존재감만으로도 무게감을 느낀다. 한 명 한 명이 이길 수 없는 수준은 아니나, 간단히 쓰러트릴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호각, 더 나 아가서 불리할 수도 있는 베테랑들. 적이 아니라 동료로 마주치게 된 것 이 다행이라고 할 만한 면면들이었 다.
“음? 뭐야, 못 보던 얼굴들인데?”
“그렇다면 신입들인가.”
광장에 모여있던 자들도 두 사람을 보고, 각자의 안목으로 그 실력의 높 낮이를 품평했다.
“얼굴만 보면 애기들인데, 꽤 하는 걸?”
“아니, 여자는 순수인간이 아닌 것 같군. ‘섞여있는’ 냄새가 좀 난다.”
“웩슬러, 저리 좀 떨어져줄래? 변태 같아.”
“뭣! 아니, 내 말뜻은 그런 게 아니 라….”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유가 있고,
절도가 있었다. 오합지졸 따위가 웅 성거리는 것과는 또 격이 달랐다.
다수정예 (多數精銳).
본래대로라면 앞뒤가 안 맞는 소리 겠지만, 유겐트 전역에서 힘을 끌어 모으니 어떻게든 잘 되었다. 여기 모 여있는 인원만 동원해도 중소 왕국의 수도쯤은 한나절도 안 되어서 함락시 킬 수 있으리라.
저벅.
그때 였다.
어디선가 들려온 발소리에, 광장 안 에서 떠들고 있던 자들 모두가 한 방 향으로 눈을 돌렸다.
땅이 울린다.
대기가 떨린다.
한 걸음으로 침묵시키고, 두 걸음으 로 압도한다. 세 걸음을 내디뎌서 단 상 위로 올라선 남자, 이렉사나가 그 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마주하면서 입 을 열었다.
“여러분, 먼저 갑작스러운 제 부름 에 응해주신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중후한 목소리가 광장 안에 메아리 치자, 좌중의 이목이 한 곳으로 끌어 당겨졌다.
적의도 악의도 한 점 없는 목소리가
공간을 압도한다.
수준 차이를 직접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존재감.
모여있는 자들이 뛰어나기에 더욱 그 격차를 실감한다.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은 대광맥 안쪽에 숨어들어간 마물,〈거울협곡〉 에서 탈주한 것으로 생각되는 정체불 명의 존재를 색적하고 토벌하시게 될 겁니다. 놈의 은신처로 상정한 곳을 중심으로 도합 6개의 광구를 통하여 진입하면서…”
작전브리핑은 길지 않았다.
진입경로를 알려주고 목표와 행동방
침을 공유하는 것.
아직 마물의 정체조차 밝혀져있지 않은 상황이기에, 변수가 너무 많아 서 세부적인 지시사항은 방해만 된 다.
그래서 임기응변으로 충분한 강자들 만을 소집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여차하면 그들의 전력만으로 토벌할 수 있는 자들을.
“갱도의 규모에 따라서 4인1조를 구 성하여, 광구별로 최소 세 조에서 최 대 다섯 조까지 투입하겠습니다.”
이렉사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사전에
조사해둔 표를 따라서 27개조를 구 축했다. 전위와 후위, 척후 등을 적절 하게 분배한 조합인지라 아무도 반발 하지 않았다.
레온과 카렌은 그중에서 8조로 소속 되었고, M13-2 갱도를 공략하는 역 할이 었다.
4인1조를 구성하다보니 두 사람이 일행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