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15
18화
공기는 한결 스산해져 있었다.
날개와 꼬리들을 다시 갈무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르까가 등장과 동시에 촉수들을 뻗어 냈기 때문이었 다.
정확히 생존자들의 미간을 겨냥해서 였다. 쉐아악거리는 파공음은 날카롭 고 신속했다.
“죽이지 마라.”
나는 그렇게만 던져 둔 후 오르까의 뒤쪽을 눈짓해 보였다.
바스만이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생 존자들을 꿰뚫을 듯이 날아갔던 촉수 중 하나가 그 등을 향해서 방향을 꺾 었다.
“그래도 도망자에게는 경고가 필요 하겠지.”
오르까에게 뱉은 말이었으나 고위 사제를 바라보면서 였다.
그때 바스만의 외마디 비명 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으억 — !”
바스만의 얼굴이 시야를 빠르게 지 나쳤다.
위에서 아래로 쿵! 하늘에서 뚝 떨어 진 그는 어깨 한쪽에 촉수로 관통된 흔적이 큼지막하게 남아 있었고 거기 에서는 짧은 찰나에 작은 촉수들이 생 성되어 있었다. 마루카 오염.
바스만은 기겁하면서도 그걸 떼어 낼 생각조차 못 했다.
고위 사제나 마법사 그리고 아인할 을 비롯해 생존자 전원도 바스만에게 신경을 쓸 수 없는 건,다 똑같은 처지 였다.
왜냐하면,그들 한 명 한 명의 눈앞
에서 오르까의 촉수들이 경고를 보내 고 있기 때문이었다.
촉수는 그들의 바로 미간 앞에서 멈 춰 있었다.
그래서 촉수 끝을 바라보는 눈동자 들이 사팔뜨기처럼 중앙으로 쏠려 있 었으며 숨을 멎은 코 평수만이 확장된 상태였다.
“모두의 목숨은 네게 달렸다, 사제. 그걸 떠나 너희들은 내게 갚을 빚이 크지.”
오르까가 내 눈빛을 받고는 고위 사 제를 겨냥하고 있던 촉수를 치웠다.
그제야 고위 사제가 입술을 더듬거
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성은 나오지 않는다.
가쁜 숨소리만 동반한 채,느릿한 동 작으로 생존자들을 둘러보는 게 다였 다.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은 악을 쓰고 울기 직전인 어린아이의 것과 비슷해 져 있었다.
거기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거리기 시작했 다.
오백이 넘었던 탐사대는 이십도 안 되게 줄었다.
희생자들 대부분은 산성이 강한 독 극물 속에서 잠겨 있었다.
악취 때문에도 그렇고,직접적으로 마주치는 참혹한 광경 때문에도 그럴 것이다.
생존자들이 이따금씩 걸음을 멈춘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 었다.
“우엑!”
한 명이 토악질을 시작하면 바로 옆 사람에게로 증상이 전염되는 것이다.
그라프가 출몰했던 지역을 벗어나면
그 역겨운 소리도 멈출 것이라 생각했 었는데,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꺽꺽대는 소리들이 자꾸 일었다. 긴 장감을 견디기 힘든 것 같았다.
정말로 그 소리들이 멈춘 때는 풍경 이 변할 만큼 시간이 지나서 였다.
해가 남아 있고,달이 윤곽을 드러내 며,푸른 행성이 큼지막한 모습으로 천공의 공백을 채워 오는 시각.
사슬이 끌리는 소리만 없을 뿐이지 노예들의 행렬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 싶었다.
그것들의 축 처진 발걸음들은 한없 이 무거웠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먼 너머가 잘 보 이는 고지대였다.
작은 바위산들이 우후죽순 돋아나 있는 광경을 먼 아래로 펼쳐 두고 있 는 곳이었다.
바위산 하나하나가 어떤 거 인종들의 무덤 같이도 보인다.
저 무수한 바위산 어딘가에 유적 입 구가 있다는 것쯤은 당연한 일일 것이 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특별한 징후가 느껴져 오는 게 없었다.
앞서 걷던 고위 사제가 멈춰 섰다. 행렬은 자연히 끊겼다.
성자(聖구)의 유적으로 나를 안내하 는 것이 새삼 고통스러운 것이겠지. 오르까가 그녀의 바로 옆을 촉수로 내리쳤다.
짜악-!
행렬은 다시 시작됐다.
거기는 바위 사이의 좁은 틈에 불과 했다.
거기가 정녕 유적 입구라면,숙련된 탐사꾼들의 직감이 아니고서야 찾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곳이었다.
다시 봐도 경험적 직감이 크게 좌우 될 수밖에 없는 곳.
하나 특별한 구석이 없는 그 앞으로 탐사원 한 명이 다가가고 있었다.
나는 그자를 치워 버린 후 바위틈을 들여다보았다.
개안으로도 마찬가지 다.
틈을 만들고 있는 바위끼리 저 끝에 서 맞물려 있는 것만 확인될 뿐이었 다.
그때 처음으로 이상한 징후가 느껴 졌다.
감각을 끝까지 곤두세우고 설계에 집중해 왔던 그때처럼.
초극(超極)으로 몰입하고 나서야,아 주 미세하게나마 마나의 흐름이 일반 적이지 않다는 깨달음이 뇌리를 스쳐 갔다.
위장이다…….
여기가 발견되지 않도록 어떤 존재 가 인위적으로 형성해 둔 것이다.
바로 코앞에 두고 대상을 꼭 집어 몰 입해야만 그 정체를 판단할 수 있는 바,그간 아무리 감각을 퍼트려 왔어 도 찾아내려야 찾아낼 수가 없던 것이 다!
찌릿한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 왔다. 나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
예컨대 제이둔이나 둠 엔테과스토 같은 존재들이 아니고서는 그 누가 이 런 수준의 위장을 펼칠 수 있겠는가.
여기는 유적 입구가 틀림없다.
틈 안으로 보이는 평범한 광경은 나 까지도 홀리는 환영일 수밖에 없는 것 이고.
팔을 집어넣었던 때였다. 환영은 깨 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피부가 따가워 지는 느낌 이 도드라졌 다.
이게 어떤 현상인지 왜 모를까,바위 틈을 경계로 바로 저기에 이계의 마나 가 고도로 집약되어 있다는 거다.
성(星) 드라고린의 종족들에겐 모태 의 평온함을 선사하겠다만.
내게는 아니다.
내게 이계의 마나는 올드 원의 적개 심이 그대로 미쳐 있는 독에 불과한 것.
그 반응으로 피부가 따가운 것이다.
내 신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만큼이나…….
나는 팔을 빼내면서 바위를 뜯어냈 다. 바위에 지탱되고 있던 위의 바위 들도 그리고 또 떨어지는 다른 바위들 도 전부 걷어치웠다.
그러고 나자 앞에는 아무것도 남겨
져 있지 않았다.
어떤 결계가 육안으로 확인되는 형 태를 띠며 형성된 것은 아니었지만 분 명히 그것은 내 앞에 존재했다.
일단 여기까지 달고 온 녀석들을 먼 저 진입시 키기로 마음먹었다.
“들어가라,사제.”
이렇게 고도로 위장된 형태의 유적 을 본 적은 물론 들은 적도 없기 때문 일까.
고위 사제는 물론 생존자들 모두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당황하던 중이었다. 유적 입 구라 확신하고 있던 곳을 걷어 내고
나니,남아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사제의 팔을 잡아당겨 위장막 너머로 밀어 넣었다.
온몸이 전부 위장막을 넘어가고 나 서야,휘청거리던 그녀의 모습이 사라 졌다.
오르까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오르까도 내가 무엇을 바라는 지 깨닫고는 한 녀석씩 그 안으로 집 어 던졌다.
달고 왔던 녀석들이 유적 안으로 전 부 다 사라졌을 때 만년지주가 지상으 로 모습을 드러냈다.
둠 인섹툼이 해수면에서 그랬던 것 처럼 얼굴만 살짝 드러낸 것에 불과했 어도 워낙에 큰 탓에,주변의 붉은 토 양들이 그 움직임에 의해 흘러내린다.
그리고 일대 지하 속에선 만년지주 가 달고 온 대형 거미 떼들이 우글거 리는게 느껴졌다.
이것들과 오르까라면 파수병(祀守 兵)으로 충분할 것이다.
“지키고 있거라.”
오르까에게 그렇게 말을 던져 둔 다 음 첫발을 내디 뎠다.
게이트를 넘을 때 수반되어 오는 느 낌과 비슷했다.
넓은 홀이 펼쳐졌다.
균열이 가 있는 바닥 위에선 오르까 가 집어 던진 그대로 탐사대원들이 쓰 러져 있었다.
마나를 느낄 수 있는 자들은 가득 차 있는 마나를 느껴서, 마나를 느낄 수 없는 자들은 갑자기 바뀐 광경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어디에나 박 혀 있는 고문자들이었다.
발을 딛고 있는 바닥만 해도 그랬다.
곳곳에 쓰러져 있는 거대 기둥들에도 고문자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성 카시안의 기록서에서나 볼 수 있 는,지금의 이계에서는 쓰이지 않는 문자들.
따끔하게 닭살이 이는 팔을 쓰다듬 으며 주위를 관찰했다.
천장은 높았고 창 같은 건 없었다. 빛을 내는 장치가 어디에도 없는데, 안이 밝은 건 또 어떤 초자연적인 현 상인 것인지 알 수 없다.
벽도 바닥도 쓰러져 있는 기둥들까 지도 정신병동이 생각나게끔 새하였 다.
그때 퍼뜩 미치는 느낌에 발에 힘을 줘서 바닥을 늘러 보았다.
응당 부서지고 깊게 파여야 할 바닥 은 그래도 그대로였다. 근력을 최고조 로 끌어올려 봤지만,다리만 후들거린 다.
석재처럼 보여도 석재가 아니다. 뇌 리로 충격이 강타했다.
엔더 구간의 근력으로도 부서지지 않는 물질들로 구성 된 공간?
그런데도 쓰러진 기둥들이며 쩍쩍 갈라져 있는 바닥이며…….
전투가 있었던 흔적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둠 엔테과스토와 제이둔이 싸운흔적일 터.
그때 고위 사제에게서 바스만의 배 밑에 깔려 있을 때나 나왔던 간드러진 소리가 나왔다.
“아……
어느새 그녀는 주위를 배회하고 있 었다.
그녀의 두 눈에선 그간 내게 보여 왔 던 공포심이 지워져 있었다. 죄책감도 함께 말이다.
어떤 본능에 이끌리듯 발걸음이 느 릿하고,두 눈은 환상을 좇듯 흐리멍 덩 했다.
나도 그녀의 시선이 고정된 방향으 로 눈길을 가져갔다. 거기에는 락리마 의 사제단이 쓰는 문장이 크게 박혀 있었다.
그 문장에도 바닥에 나 있는 균열과 같이 금이 무수히 가 있었는데,그녀 는 그것을 보며 감격에 사무쳐 온몸을 떨고 있었다.
반쯤 열린 입술,멀어진 초점. 영락없 이 맞다. 바스만의 배 밑에 깔려 있을 때 보였던 그 얼굴이다.
다른 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라서 그들 모두는 성령(聖靈)을 맞이한 듯 한 기쁨으로,나를 까마득히 잊고 있
었다.
심지어 ‘마루카 오염’으로 촉수를 달 고 있는 바스만까지도 멍하니.
그나마 아인할만이 나를 힐끔 바라 봤다가 사제에게 다가가는 것이 었다.
“마놀리아 님. 마놀리아 님……
그가 여러 번 속삭인 끝에 사제는 나 와 눈을 마주쳤다.
잠깐 잊어버렸던 현실을 깨달았기 때문인지,환상에 젖어있던 떨림도 그 치면서 였다.
하지만 거 기까지다.
무엇이 그네들을 반기고 있는지는 눈치챈 녀석이 없었다.
홀에서 복도로 이어지는 아치 형식 의 통로.
나는 그쪽으로 몸을 던진 즉시 손아 귀로 잡혀 들어오는 것을 그대로 비틀 었다. 방어막은 존재하지 않았다.
투둑. 뼈마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렸 다.
미지근한 핏물이 손등을 타고 팔꿈 치까지 흘러내리는 것도 그때 느껴졌 다.
사체는 은신 상태에서 천천히 제 모 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라프 일족이었다.
이족보행을 하는 놈이지만 강력한
원종(元種)은 아니고,그 사생아의 사 생아 격인 낮은 등급의 몬스터였다.
복도에는 그런 것들이 득실거렸다. 감각을 집중시 키자 뚜렷한 본 모습은 아닐지라도 그것들이 운집해 있는 형 태만큼은 고스란히 그려 낼 수 있었 다.
전부다은신상태.
역시나, 여기는 그라프 일족의 손아 귀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주먹만 한 화염구는 놈들의 중앙에 서 터졌다.
죽음과 함께 은신이 깨져 버린 것들 의 팔다리가 사정없이 날아다녔다.
놈들은 시바의 칼이 터져 버리던 순 간 그렇게 폭발해 버렸는데,정작 복 도는 생채기 하나 없이 전과 동일한 모습이었다.
가 있는 균열이라고 해 봤자 오래전 부터 남아 있던 것들뿐.
시바의 칼에 의해 새로 새겨진 균열 이 없는 것이다.
나는 미간을 굳히며 속도를 끌어올
렸다.
그렇지 않아도 따끔거리던 감각들이 슬슬 통증으로 도드라지던 때였기에, 신경이 곤두서고 있었다.
운 좋게 폭발을 피했던 놈들을 하나 하나 찾아서 이 주먹으로 직접 터트려 주었다.
얼굴로 튀어 대는 핏물은 더럽고,잡 것들이 주제도 모른 채 덤벼드는 것 또한 성가셨다.
그렇게 복도에 남아 있던 놈들을 다 제거해 놓은 후 홀로 돌아왔던 때였 다.
아인할과 녀석에게 동참한 또 다른
녀석,그렇게 두 녀석의 뒷모습이 보 였다.
잠깐 틈을 줬다고 그새 도망치려고 해?
녀석들을 향해 몸을 던진 즉시,양손 에 하나씩 녀석들의 뒤통수가 움켜잡 혔다.
그것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직-!
사후 경련의 떨림이 터져 버린 그 얼 굴들이 밑에서 꿈틀거렸다.
그때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는 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내게 쏠려 있던 이목들이
겁에 질려 사색이 되어 있다는 거 하 나였다.
주르륵 흘러나와서 큼지막하게 고이 는 핏물.
그 광경이 내 심장 박동을 빠른 박자 로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때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쓸 데없이 흥분하고 있다니 .
[* 보관함] [루네아의 빛이 제거 되었습니다. ] [ 루네아의 빛 (아이템)아이템 등급 : S 아이템 레벨 : 482
효과: 사용 시, 공격대 전원에게 축복 ‘루 네아의 빛’이 적용됩니다.
물리 방어 력 : 5000 / 5000 마법 방어 력 : 10000 / 10000 재사용 시간: 1 일 ] [ 루네아의 빛을 사용 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