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14
17화
터졌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성체 그 라프들이 지면을 터트리고 나오는 광 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자들은 몇 없 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흙들이 사정없이 부딪쳐 오거나 쏟아지고 있었다.
성체 그라프들은 모든 마디를 다 끄 집어낸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미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사방은 그것들이 자아내는 그림자로 인해 어둠에 잠겼다.
개체 하나하나의 크기는 뒤통수를 목덜미에 닿을 만큼 꺾어야만 그 대가 리를 간신히 볼 수 있을 정도로 크다.
크기만으로도 압도하기 마련이건만.
족히 삼십이 넘게 무리를 지어 움직 이는 경우는 나도 이번에 처음 보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그간 날 피해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출몰한 것 같았다. 중체 그 라프도 있고,유체 그라프도 끼어 있 었다.
그래서 그것들이 세 방향으로 다 솟 아났을 때에는 원시(元始)의 거대 밀 림 같은 괴이한 풍경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었다.
본진 중앙에서도 성체 그라프 한 마 리가 오릇이 서 있었다.
탐사대원들이 높은 허공에서 추락하 고 비명들이 비산한다.
“으아아악-!”
군단급 규모로 습격해 온 그라프 떼 는 결코 탐사대가 어찌해 볼 수준이 아닌 바, 돌발 상황을 가정했던 체계 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어 보였다.
탐사대 중 가장 강하다는 바스만만
해도 제 살길을 찾아 바빴다.
그리고 그 길을 고위 사제에게서 본 것인지,그녀를 겨드랑이에 낀 채로 도망치고 있었다.
후퇴를 외쳐 대고 있지만 아인할이 나 다른 탐사대원들을 위해 퇴로를 만 들려는 시도는 조금도 없었다.
탐사대는 순간에 와해되었다. 지금 부턴 알아서 제 목숨을 챙겨야 하는 상황.
성체 그라프들을 위시로 녹색 독액 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소나기 같다기보다는 소화전을 터트 린 듯했고,성체 그라프들은 대가리
방향을 돌려 대며 그 독액으로만 사방 을 태워 버릴 기세였다.
그것들이 차지한 영역에 비하면 극 히 작은,야영지 본진 전체를!
내가 타 있던 탑승칸도 그때 녹았다.
[* 보관함] [ 에오스의 암흑 로브가 추가 되었습니다 ]위장에 유용한 로브는 일단 집어 넣 고.
[ 오딘의 신수(神獸)를 시전 하였습니다. ] 날개를 펴고 꼬리들을 세웠다.나를 겨냥하고 있는 놈은 지극히 멍 청한 놈이었다.
파괴된 탑승칸 하부,그러니까 내가 위치한 지상으로 솟구치려던 놈의 대 가리가 발밑에 깔려 있는 걸 보고도.
독액을 아무리 게워낸들 화염 날개 에 조금의 생채기도 내지 못하는 걸 보고도 그 짓을 멈추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꼬리 알파,베타,감마로 한꺼번에 바 닥을 쳤을 때 불씨가 확 튀었다.
독액을 뚫었다.
치솟아 올랐다.
원한다면 놈의 아가리를 뚫고 대가
리 뒤로 빠져나올 수도 있겠다만 이런 잡것에게 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나. 시야를 막고 있던 날개를 치워 버리 던 순간 놈의 쩍 벌어진 아가리가 바 로 앞에 있었다.
[* 보관함] [제우스의 뇌신 창이 제거 되었습니다. ] [ 오딘의 분노를 시전 하였습니다. ] [대상: 제우스의 뇌신 창]창이 손아귀에 잡혀 들어오고 거기 에 뇌력이 머금어지기까지는 찰나였 다.
놈의 아가리부터 대가리 뒤까지 관 통시키는 뇌력 줄기를 찔러 넣은 다 음.
꿈틀거리는 녀석의 주둥아리를 밟고 한번 더 치솟아올랐다.
상공에서 내려다본 아래는 그야말로 본 시대를 연상케 했다.
성체 그라프를 앞세운 그라프 일족 의 군단이 그 독액으로 인류와 도시들 을 말살해 가던,말세(末世)의 축소판 이었다.
뇌신 창 끝으로 허공의 한 점을 찍었 다.
성체,중체, 유체 할 것 없이 그것들
의 대가리로 쏟아질 수많은 뇌력 줄기 들이 폭발했다.
그렇게 눈앞이 푸른 빛으로 번뜩여 대던 무렵.
감히.
내게 도전해 오는 기운들이 느껴졌 다.
[ 데비의 칼을 시전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그라프들의 목을 수거해 올낫을 던져 버린 후.
내게 도전장을 내민 놈들 쪽으로 방 향을 틀었다.
황무지를 가로질러 해안이었다.
먼바다 너머에는 ‘죽음의 대륙들’이 라고 불리는,칠마제 군단의 본거지들 이 존재한다.
칠마제 군단 전부가 본거지를 가지 고 있는 것은 아니 다.
바르바,그라프,바클란,마루카 정도 로 그것들이 태고부터 차지하고 있는 땅들이 있었다.
사실 그린우드 대륙이나 다른 이종 족들의 대륙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들 은,내 시선에선 명맥을 간신히 이어 오고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거기에서 몬스터들은 토벌의 대상일 뿐.
하지만 죽음의 대륙은 애초에 토벌 은커녕 탐험조차도 꿈꿀 수 없는,금 단의 영역이다.
해안에 도착했을 때,그렇게 그라프 일족의 원종(元;種)을 발견했을 때.
나는 그놈이 죽음의 대륙부터 먼바 다를 지나쳐 왔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신마대 전을 겪은 놈이 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리 긴 세월 동안, 죽음의 대륙 하나를 줄곧 차지해 오며 그곳을 그라프 일족의 땅으로 확정지
어 버린 놈이다.
놈을 데클란 중 무엇과 비교하자면 내 앞에서 네발로 기었던 데클란의 제 사장이 아니라,데클란의 진짜 본토에 살아가는 데클란의 지배자와 견줘야 할 것이다.
한편 놈은 날 보고도 떨지 않고 있었 다.
원종(元種)들만 간직하고 있는 두 쌍 의 날개를 진동시키 며 나와 같은 고도 로 날아올랐다.
내가 올 거란 걸 당연히 알고 있었다 는식이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식인을 즐
기는 아가리를 꿈틀거 리며.
세 쌍의 눈알을 번질거리고 있는 얼 굴로.
그렇게 사람 같이 행동하는 것은 그 렇다 칠 수 있다.
하지만 나도 아직 사용하지 못하는 의념을 사용하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 다.
어떤 말을 지껄여 오려는지는 듣고 싶지도 않았다.
의념을 차단했다.
그러고는 좌악- !
알파로 놈의 목을 휘감고 베타로 놈 의 팔을 포함해 상체를 감쌌으며 감마
로 다리를 포박했다.
그때 흩어졌던 불씨는 불길로 거세 져서,놈의 전신을 감싼 크기로 타오 르기 시작했다.
놈이 고통에 허우적대는 몸부림이 꼬리를 통해 전해져 왔다.
그런데 이것 봐라?
꼬리 힘을 이겨 내는 게 아닌가.
놈이 결박을 풀고 나오려는 시점에 서 창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놈의 갑각질(甲穀K)은 그 일격으로 꿰뚫리지 않았다.
불씨와 벼락 파편들이 수없이 튀어 대고 나서야,쑥一
뚫리는 느낌이 일었다.
창끝이 놈의 등껍질을 뚫고 나왔을 때,창을 아래로 비틀면서 지상을 향 해 있는 힘껏 내던졌다.
콰아앙!
창에 꿰뚫리고 거기에서 파생된 벼 락 줄기들에 의해 고통이 가중되는 와 중에도,놈은 계속 창을 움켜쥐고 있 었다.
나는 지상으로 착지하며 창 끄트머 리를 있는 힘껏 밟았다.
창은 기다란 끝까지 놈의 몸을 관통 해 지하로 자취를 감췄다가,이내 벼 락 줄기들을 달고 지상 밖으로 뛰쳐나
왔다.
그것을 다시 손아귀 안으로 말아 감 았다.
이 번에야말로 놈의 얼굴을 산산조각 낼 생각으로 뇌력을 집중시켰던 바로 그때 였다.
쏴아악!
갑자기 놈의 전신이 바다 쪽을 향해 빨려가는 것이 었다.
순간 나도 중심이 쏠릴 정도로 강력 한 홉력(吸刀)에 의해서였다.
바다에서 소용돌이가 일고 있었다.
거기로 빨려간 놈을 낚아챈 건 날렵 한 마루카 일족의 촉수 하나였다.
둠 인섹툼?
둠 인섹틈은 그라프 일족의 숭배 신 이기도 하지만 마루카 일족의 숭배 신 이기도 하다.
바다가 잠잠해졌다.
해수면 위로 반쯤 내밀어진 둠 인섹 툼의 얼굴을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둠 카소나 성체 그라프들처럼 거대 하지는 않다.
그러나 두 개의 눈으로 나를 가만히 주시하고 있는 거기에서 더욱 거대한
뭔가가 그 안에 내재되어있다는 걸 느 낄 수 있었다.
그 냉혹한 힘은 고요했고 침착했지 만,어딘가 불편했다.
제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둠 카소처럼 저놈,둠 인섹툼 또한!
“둠 카오스께서 가장 경계하시는 것 은 우리 군주들의 내분이다.”
둠 카소와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 다.
“그럼 알고 있겠군. 지금은 내가 선 봉장이란 것도.”
나는 놈이 얼굴만 반쯤 빼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창을 휘둘러 바다를 베어 버리자,놈 의 몸을 가리고 있던 바닷물들이 그 방향으로 쓸려나갔다가 원상태로 돌 아왔다.
그래도 찰나였지만 놈의 전신을 볼 수 있었다.
크기는 나만 했고 신체적 구조도 양 팔의 갈퀴가 거대한 것이나,그라프의 원종들처 럼 날개를 달고 있는 것 빼고
는 특별날 게 없었다.
아니,턱주가리에 마루카 일족의 촉 수가 꿈틀거 리고 있다는 것까지.
대신 특이 사항은 놈을 결박하고 있 는 끈들에 있었다.
강력한 기운으로 만들어진 끈이었으 며 목 아래가 전부 동여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끈은 끝 모를 심해까지 이 어져 있는 것 같았다.
성(聖) 제이둔이라는 태고의 홀리 나 이트는 실로 강력했던 모양이다.
둠 카소와 둠 인색툼을 봉인시키고, 둠 엔테과스토와도 맞설 수 있는 정도 였으니.
내가 말했다.
“다시 말해 주마. 내가 선봉장이다. 네 놈에게는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지.”
어쨌든 놈도 둠 카소가 콕 집었던 유 적을 노리고 있다 느꼈다. 그렇지 않 고서야 이 타이밍에 나타날 수는 없는 법.
어쩌면 놈은 이미 유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사용할 수 없 는 처지겠지만.
“뭐라도 지껄이려면 그 봉인부터 해 결하도록. 둠 카오스께서도 그걸 바라 실 거다.”
놈을 자극하고 있음에도 들려오는 대답이 딱히 없었다.
놈의 인격은 과묵하게 생성된 것 같 았다.
얼굴 아래부터 해수면 아래로 잠겨 있는 그대로,날 관찰하는 눈빛이 신 중했다.
대답은 한참 후에나 나왔다.
“경고는 소용없겠구나.”
놈은 짙은 원한을 남기며 해수면 아 래로 사라지고 있었다.
놈도 뭔가를 꾸미고 있다. 서둘러야 한다.
[* 보관함] [ 에오스의 암흑 로브가 제거 되었습니다 ]본진으로 돌아왔을 때.
집채만 한 거미들이 돌아다니는 광 경부터 펼쳐져 있었다.
그것들은 그라프들의 사체를 땅굴 속으로 가져가는 작업이 한창이 었다.
유체 사체는 거미 한 마리가 끌 수 있지만,중체를 넘어가는 사체들에는 온갖 거미들이 달라붙어 주둥이에 힘 을 가하고 있었다.
쪼개서 항문으로 짜낸 실로 동여맨 다.
그렇게 그라프 사체들은 땅굴 속으 로 사라지고 있었는데, 다른 한 견에 서는 고위 사제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치유의 영역’에 생존자들이 운집해 있었다.
거기는 내가 품고 있는 인장,성스러
운 치유의 대지와 흡사했다.
위력에 차이가 상당해도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동일하다는 거다.
나는 사제가 만든 영역에 발을 딛지 않았다. 시험해 보지 않아도 내게 이 롭지 않을 거란 직감이 있었기 때문이 었다.
XZXZXZ
한편 전투는 끝났어도 대지는 여전 히 흔들리고 있었다.
흙들을 분수처럼 쏟아 내며 솟구친 거대 아가리, 내 충실한 만년지주가 성체 그라프의 대가리에 독니를 박고 지하로 끌어당기면서였다.
그때 사색이 된 얼굴로 주위를 두리 번거리던 바스만,아인할 둘과 눈이 마주쳤다. 둘은 몇 남지 않은 생존자 틈 속에 있었다.
바스만이 치유 영역에서 빠져나왔 다.
그는 산성 독액으로 가득 차 있는 웅 덩이를 성큼성큼 뛰어넘으며 마나를 끌어올린 검사다운 몸놀림을 선보였 다.
바스만이 날 향해 던진 첫 마디는 살 아 있었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대도 봤는가? 성(聖) 제이둔께서 우리를……우리를 지켜주셨네.”
녀석의 목소리는 감격으로 떨렸다.
소수의 생존자들이 그렇게 착각할 수밖에 없던 까닭을 곧 알 수 있었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성 제이둔에 대 한 전설,거기에 어김없이 포함되어 나오는 이야기는 ‘불타는 날개’에 대 한 것으로.
태고의 그 홀리 나이트도 불타는 날 개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만면지주가 만들어 낸 진동 에 놀라는 것도 잠깐,신성에 젖은 눈 길을 되찾기 마련이었다. 바스만도 그 랬다.
고위 사제를 위시로 이번 탐사는 중
단되어야 한다고 결정되던 까닭도 그 래서였다. 성 제이둔의 신격이 직접적 으로 미치는 성지를 더럽힐 수 없다면 서 말이다.
탐사를 중단한다고?
유적이 바로 목전에 이른 지금에 와 서?
하는 수 없지,아무래도 계획을 앞당 겨야 할 것같았다.
탐사는 속행되어야 하니까.
둠 인섹툼을 지척에 둔 이상,유적에 무엇이 담겨 있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시라도 빨리 확인해야 한다.
[* 보관함] [ 에오스의 암흑 로브가 추가 되었습니다 ]로브를 보관함에 집어넣고,나는 꺼 트려 놓았던 불씨를 다시 키웠다.
날개가 시야 옆으로 걸릴 만큼 확 퍼 졌다. 바스만은 내 머리 색과 눈동자 색에 놀라지 않았다. 그의 두 눈동자 는 불타고 있는 날개로만 가득 차 있 었다.
고위 사제와 생존자들이 뭉쳐 있는 곳에서도 탄성이 터졌다.
“성…… 성…… 제이둔…… 이시
무릎을 꿇고 있는 바스만을 무시하 고는 고위 사제 쪽으로 향했다.
어차피 유적으로 향하는 입구는 찾 은상황이었다.
꼬리 알파로 지면을 내리친 순간,치 유의 능력이 번져 있던 땅에 균열이 생겼다.
그러고는 유리창이 깨지듯 그 하얀 빛무리들도 산산조각이 났다.
그때에도 생존자들은 환희에서 깨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경악으로 일그 러진 이는 오직 한 사람, 고위 사제뿐 이다.
그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제,네 입으로 말해 보거라. 내가 제이둔으로 보이느냐?”
그녀는 사지를 벌벌 떨기 시작했다. 대답을 못 하는 것이 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저 말했다.
“황금도 쥐여 줬겠다,살려도 줬겠 다. 갚아야 할 게 많지. 끝을 맺어라.” 그때 그녀가 쥐어짜 낸 목소리가 절 규로 치달았다.
“너,너는 성자가 아니다아아아아一” 거기에 대답해 주었다.
“너희들은 나를 이렇게 부르더군. 밤 을 몰고 오는 마왕.”
고위 사제의 몸에서 떨림이 멎었다.
경직된 두 눈은 깜박거 리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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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맨. 맞다,나는 그런 이름으로도 불리지.”
목표는 협회 총본부의 별성이었다. 찢어진 검은 공간에서 촉수들이 꿈 틀거리며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