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16
19화
효과가 있었다.
쓰라린 통증으로 변했었던 피부의 반응도 상당히 가라앉았다. 이젠 약간 씩 간지러운 게 전부다.
올드 원의 마나가 내게 어떤 식으로 든 영향을 크게 미쳤던 것이 분명해졌
다. 나는 목뒤를 긁적거리며 자세를 곤두세웠다.
“도망쳐 본들,바깥에 무엇이 기다리 고 있는지는 직접 봐서 알겠지.”
고위 사제에게 여기가 어디인지 설 명해 보라는 눈빛을 보낸 후였다.
당연한 단어가 언급됐다.
신전. 그것도 ‘락리마의 전당’이라고 하는,성(聖) 카시안의 기록물에서나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던 세 곳 중 의 한 곳이란 것이다.
엘프들의 엘슬란드에 웅장한 자태로 여전히 존재해 있다고는 하나.
나머지 두 곳의 위치는 밝혀진 바 없
다는 설명까지 따라붙었다.
그러고는 말미에 이렇게 덧붙였다.
“거래를 잊지마……시오”
그 말을 무시하고선 마법사 쎄레빌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복도에서 폭발이 일고,홀에서도 두 사람이 죽어 나갔는데 그는 세상 편한 자세로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본시 그의 심장에 새겨져 있는 고리 는 세 개였다.
그리고 이제.
작은 사슬들을 하나씩 엮어 나가듯 이 네 번째 고리를 형성하려는 작업이 진행 중에 있었다.
그뿐이랴. 바스만도 같은 피가 흘렀 던 혈족의 죽음에 원통해하기는커녕, 어느덧 검을 쥐고 무아지경(無我之 境)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내게 집중된 이목은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몇몇이 다였다.
여기는 기이한 곳이다.
둠 엔테과스토와 제이둔의 싸움으로 난장판이 되어 있는 반면 올드 원의 마나가 풍부하다 못해 넘 쳐흐른다.
또한 올드 원의 마나가 내 감각 망을 방해하고 있어,그라프들이 어디에 얼 마만큼 깔려 있는지도 즉각 파악이 되 지 않는 곳이었다.
문득.
복도에서의 폭발로 여기까지 튀어나 온 사체 하나가 눈에 띄었다.
찢겨진 상체 하나에,마석이 갈비뼈 를 뚫고 나와 있었다. 검은 색채로 똘 똘 뭉쳐 있어야 할 마석인데 그 색채 가 흐릿했다.
회색 빛깔을 띠는 마석은 또 처음이 었다. 한 가지 추정을 해 볼 순 있었 다.
올드 원의 마나는 나를 정도 이상으 로 흥분시켰지 않았던가. 그렇듯 올드 원의 힘이 몬스터들의 내부에도 큰 영 향을 끼쳤다고 말이다.
그때 였다.
마나를 다루는 자들이 다들 무아지 경에 빠져 있듯.
고위 사제에게도 어떤 반응이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시하고 있던 때 였다.
고문자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벽면에서도. 덩어리 채로 떨어져 나 온 파편들에서도. 기둥에 박혀 있는 글자에서도 전부.
마나의 흐름이 매우 세차게 요동치 며 고위 사제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 다.
내게 설명을 끝낸 이후로 줄곧 벽만
쳐다보고 있던 고위 사제였는데,그 등 뒤로 후광이 비치는가 싶더니 그녀 의 몸이 크게 달싹거 렸다.
그러다 한순간이었다. 그녀의 양팔 이 쫙 펴지고 고개는 있는 힘껏 뒤로 젖혀졌다.
눈알이 제멋대로 희번덕거려지며 침 과 콧물이 홀러내리고 있었다. 헛바닥 도 입 밑으로 축 늘여져 나와서,신성 해 보이는 밝은 빛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흉한 얼굴이 었다.
가뜩이나 그녀의 이마에선 혈관이 바로 터 질 듯이 부풀었다가 또 가라앉 길 반복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쯤에서 그녀를 제거해 둬 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척 보기에 도 뭔가 강력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 으니까.
목숨을 끊어 놓을 게 아니라면 최소 한의 조치 정도는…….
화르륵-!
꼬리 알파와 감마가 양 끝 시야를 뚫 고나왔다.
고위 사제의 쫙 벌려진 팔 하나씩을 휘감은 즉시, 남은 꼬리 하나는 그녀 의 다리를 휘감았다.
날개로 화염의 뒷벽을 형성한 다음. 한 손으로는 그녀의 목을 움켜잡아 벽
으로 밀어붙였다.
광!
[* 보관함] [ 제우스의 뇌신 창이 제거 되었습니다. ]아직 오딘의 분노 효과가 남아 있었 다.
벼락 줄기들이 꿈틀거리는 창끝은 그녀의 옆구리를 꿰뚫어 심장을 관통 해 나올 방향으로 겨 눴다.
그 상태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 다.
“사제. 락리마는 여기 없다.”
그 말이 그녀에게 깃든 방아쇠를 당 겨 버린 모양이었다.
내게 저항하려는 힘이 부딪쳐 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신전은 모두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바스만은 소드 익스퍼트 구간 으로 도약했으며 쎄레빌은 네 개의 고 리를 형성했다.
그래 봤자 우리들로 치자면 브실골 을 간신히 면한 수준밖에 안 된다. 하지만 사제는 달랐다.
죽음의 대륙을 건너온 그라프 원종 (元種)처럼,꼬리들에 저항하며 이를 갈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수차례 벽에 박 았다.
그녀의 얼굴을 벽에 처박을 때마다 밝은 빛이 터져 댔다.
신전을 세우고 있는 지축이 우르릉 거리며 흔들려 대지만, 그녀의 얼굴이 직접적으로 강타된 벽만큼은 정말로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있는 힘껏 밀어붙이자 그녀의 얼굴 이 벽에서 옆으로 짓눌렸다.
죽 늘어진 혀며 조점이 없는 눈동자
는 여전하였다. 하지만 히죽거리며 고 통을 즐기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었다.
신전과 사제,한 쌍의 잘 어울리는 세트 아니던가.
신전에 남아 있을 혹 모를 비밀 때문 에 끝까지 살려 두고 있었던 것이었는 데 그때도 그러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 었다.
대신 웃지 못하게 만들어 줘야겠다 고 생각했다. 뭐에 홀렸든 정신이 퍼 뜩 들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그녀의 얼굴을 뒤로 젖혔다가 다시 벽을 향해 처박았다.
그런 다음 꼬리 방향을 꺾어서 바닥 에 내동댕이쳤다. 나는 그녀 위에 올 라탔다.
창은 아예 허공으로 던져둔 상태였 다. 양 주먹이 자유로웠다. 거기에는 근력에 더불어 민첩까지 최고조로 담 겼다.
퍼억! 퍼억! 퍼퍼퍼퍽一!
주먹이 교차하는 순간마다, 그 힘이 탄성(彈性)으로 엉덩이를 향해 올라 왔다.
비웃는 미소를 띠면서도 빠져나오려 는 몸부림이 거센 것. 신성한 빛을 띠 면서도 침을 질질 흘리며 흉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모순의 향연이라고밖에 할 수 없던 것도 슬슬 마지막이 보였다.
그녀의 표정이 일순간 경직된 것이 다.
그녀를 감싸 돌던 마나의 흐름도 원 상태로 돌아가며,그녀를 보호해 줄 빛은 한 점 남김없이 사그라들었다.
내 주먹은 그녀의 얼굴 바로 앞에서 멈췄다.
비명 소리는 그제야 터져 나왔다.
풍압이 스치고 간 그대로 그녀의 피 부는 다 찢겨져 있었다.
눈도 질끈 감긴 채로 핏물이 새어 나
오는 중이었다. 콧물을 그리도 질질 홀리던 콧잔등 또한 이미 뭉개진 채였 다.
별 볼 일 없는 사제로 돌아간 것인 데,이것 봐라?
멈췄다고 생각했던 마나의 흐름이 다른 방향에서 날뛰는 게 느껴졌다.
바스만 쪽이었다.
흐리멍덩한 눈빛이며 어김없이 늘어 진 혀가 사제에게서 일었던 변화와 동 일했다.
나는 벼락 줄기를 끌어당겨 창을 움 켜 쥐었다.
“슬슬지겨워지는군.”
바스만에 이어 쎄레빌까지 제압한 후에 느낀 점은 하나였다.
마나에 깃들어 있던 뭔가가 이것들 의 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려 시도 했다는 것.
그러나 내가 그럴 시간을 허락해 주 지 않았다는 것까지가,모두가 쓰러져 버린 직후 정리한 생각이었다.
나는 목뒤를 긁적이며 자리를 옮겼 다. 사제의 앞이었다.
주먹의 풍압(風壓)에 노출된 결과로 엉망진창이 된 그 얼굴에선 기도문이 매우 느릿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기도를 그치며 목숨을 애걸 하듯 말했다. 제발,이라고.
이것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 인지 직접 듣고 싶었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치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했다. 그녀의 기 도가 완성되었을 때,그렇지 않아도 넘쳐흐르던 장내의 마나까지 결합되 었다.
그 빛은 그녀뿐만 아니라 다 죽어가 던 바스만과 쎄레빌에게도 흘러갔다.
하지만 그것들에게나 그런 것이지, 내게 살짝 닿았을 때는 불쾌감이 확 치밀어 올랐기 때문에 거리를 더 벌려
두고 있었다.
처음의 말끔한 얼굴로 돌아온 사제 가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려 했던 것 도 잠깐,그녀가 복도 너머를 응시하 는 옆모습에서 뭔가를 특정하고 있다 는 걸 눈치첼 수 있었다.
사제를 비롯한 탐사대원들의 몸을 통해 빠져나오려고 했던 그것.
그것의 본체(本體)를 향해서일 거라 는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해 줄 말은 딱 한 마디였다.
“앞장서라,사제.”
그라프들이 상당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하나같이 회색빛으 로 변질된 마석을 품고 있었다.
날 공격하는데도 거침이 없었다. 그 렇다고 올드 원에게 정신이 지배되었 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사제까지 공 격하려는 것을 보면 말이다.
동족을 분간하는 것 외에는 정상적 인 사고로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건 모조리 공격할 정도로 통제 불능인 것들이 었다.
그랬다.
어째서 그라프 일족의 날개 단 원종 (原種)들이 보이지 않는가 했더니,여 기에 들어왔다간 제정신으로 빠져나 갈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둠 인섹툼이야 바다에 묶여 있는 처 지고.
둠 인섹틈이 여기를 생각하며 손가 락만 빨고 있었을 것을 떠올리면 고소 를 금할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사제는 마나에 휩쓸렸을 때 길을 분명히 보고 온 게 맞았다.
그녀의 발걸음에 고문자들이 빛을 발하고,존재하지 않았던 통로들이 나
타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중이었 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거기!
거기는 둠 엔테과스토와 제이둔이 크게 격돌한 게 분명한 장소였다.
바닥에 균열이 가 있거나 대들보들 이 쓰러져 있는 식이 아니었다. 그런 것들 따위는 전부 파괴된 채로 운석 구덩이처럼 거대한 충격의 흔적만 잔 존해 있는 곳이었다.
사제가 전방을 가리키는 팔은 부르 르 떨리고 있었다.
사제로서 결코 하지 말아야 할 배덕 을 저 질 렀다는 자괴감 하나,자신들의
운명을 내게 맡긴 불안함 둘.
내가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고 지나 갔을 때는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주저 앉아 버렸다.
“사제께선 어쩔 수 없으셨습니다. ”
그때만큼은 그녀를 위로하는 바스만 의 목소리가 감미롭게 들렸다.
이번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결 코 올드 원의 마나 때문이 아니었다. 구덩이 중심부에 검 하나가 버려져 있 는 걸 발견한 이후부터,기분 좋은 흥 분이 가슴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검에 가까이 다가섰을 때였다. 검 스 스로 흥염(紅;陷)의 불길을 피어 올리 며 나를 위협하는데,내게는 그것이 환영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위험한 기운이 내재되어 있는 건 틀 림 없었다.
그러나 검은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 다.
날이 두 동강 나 있었고, 부러진 날 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꼬리 알파로 그것의 자루를 움 켜 쥐었다.
아이템 정보가 다 띄워지기 전. 그런 데 메시지 문구들이 흔들리는 게 아닌 가?
[성(聖) 제이문의 부러진 검]금이 쫙 그어지기 무섭게.
[ 더 그레이트 레드의 심장 반쪽 ]그 위로 새로운 메시지가 덮어 씌워 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