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21
25 화
현재 시각,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의 본사 앞으로 시위대가 형성되고 있다 는 부분에서 오래전 11년도 경의 ‘월 가를 점령하라’와 같은 시작점이 보이 고 있었다.
그래서 언론 매체들에서도 당시의 시위가 부활하는 조짐이 있다,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고 우리도 같은 의
견이 었다.
당시의 시위는 세계로 확산된 바 있 었다.
우리를 성토하는 목소리는 물론 높 았었다.
당시는 08년도 서브프라임 사태를 기점으로 금융 제국의 양대 산맥,조 나단 투자금융그룹과 질리언 투자금 융그룹이 독점적 지위를 형성했던 시 기였으니까.
하지만 당시의 시위대에는 지도층이 없었다.
플래시몹 같은 성향이 짙었다. 와해 되는 건 결국엔 시간문제였고 실제로
그렇게 흐지부지 끝난,잊혀져 버린 일이 되었던 것이다.
“배후가 있나?”
나는 그것부터 물었다.
조나단의 눈빛에서 살기등등한 기운 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조나단은 사진들을 보여 주기 시작 했다.
첫 사진은 아예 그 자리에서 숙식을 해결할 생각인지 배낭을 메고 나타난 한 남자의 사진이 었다.
젊었고,대학생처럼 보였다.
그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이렇게 써 져 있었다.
「나는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을 지지한 다. 하지만 다 가지고 들려 하면 안 되는 것이다.」
1인 시위.
지금 뉴욕 회사의 본사 앞에 시위대 가 형성된 최초의 원인이었다.
그다음으로 그에게 동조하는 사람들 이 모여드는 사진들이 빠르게 넘어갔 다.
그때 조나단이 경계하는 부분은 따 로 있었다.
그는 사진들을 빠르게 넘겨 보이던
동작을 멈추고는 마지막 사진을 향해 말했다.
젊은 대학생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 는 작은 시위대가 한 노인에게 집중하 고 있는 사진이었다.
“아탁(ATTAC)에서도 학술 자문으 로 활동하는 교수라고 한다. 이름은 클레이튼.”
조나단은 여기가 시작의 장이었다면 당장 제거해 버렸을 거라는 의중을 내 비쳤다.
아탁. 그렇게만 부르면 어느 보스 몬 스터의 이름 같다만 세계 사회에서 그 것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잔몹 수준에
불과하다.
정확한 명칭은 [시민 지원을 위한 금 융거래 과세를 위한 연합 (Association for a Taxation of financial Transactions in Assistance to the Citizens)].
과거 프랑스에서 창설된 조직이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반(反)세계화 운 동의 선봉장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조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들을 잔몹이라 한 까닭 은 별게 아니다.
시민운동의 다양한 모델들을 제시해 왔다고는 하나,그것들의 목소리는 꾸
준히 소외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세계화 활동가들은 지금까 지 내내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 다.
다만 지금은 그들이 날뛰기 좋은 환 경이 조성된 게 문제.
내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나 또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조나단 투자금융그룹과 질리언 투자 금융그룹.
두 개 그룹의 자산이 전산에 잡힌 것 만도 세계 시가 총액의 42.6% 규모.
달러로 환산하자면.
19,132,512,000,000$. 약 20조 달 러.
한화로 2경 원. 대중들은 바보가 아 니다.
그 수치가 고작 주식에 한정되어 있 다는 것쯤은 조금만 눈길을 돌려 봐도 아는 일 아닌가.
그들이라도 세계의 부가 비정상적으 로 쏠려 있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 다.
사진에서 보이다시피,현재 시위대 규모는 60명 안팎으로 적다 할 수 있 다.
그러나 한번 바람이 불면 그 세가 월
스트리트를 가득 채울 만큼 불어날 것 이란 건 불 보듯 뻔한 일.
거기에 지휘부까지 갖춰진다면.
중구난방으로 떠들어 대지 않고 구 체적인 목표 한두 가지에만 집중한다 면.
대중들의 목소리는 과거처럼 흐지부 지 와해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진 속 교수를 가리키며 말했 다.
“지도자를 자처하려는 모양이군그 래. 과거에서 배운 게 있었겠지. 그러 니까 누구보다 빨리 달려왔던 걸 거 다.”
그는 분노를 삭이며 그렇다고 대답 했다.
“이자가 동료들을 소집하고 있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아탁의 활동가들이 지도부로 나설 거다. 정치색을 지우 고.”
둠 엔테과스토가 날 바라보던 시선 처럼,그의 시선도 사진 속 교수에게 향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알겠지? 썬. 시류가 형성되는 건 금 방이야.”
언론 매체들이 압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탐구하는 내용들을 다루기 시
작한 까닭이 뭐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미 대통령이 우리 클 럽으로 들어오기 전,그들 현 언론들 을 두고 ‘가짜 뉴스’라며 꾸준히 공격 했었기 때문에 궁지에 몰려 있는 형국 이었다.
그들도 이제 한계에 부딪힌 거다. 인터넷상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사안 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조짐은 이미 충분해 보였다.
월가의 까페.
클레이튼 교수는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과 마주하고 있었다.
카메라는 둘의 옆 모습과 창밖의 광 경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자리에 설치 되어 있었다.
창 너머에선 백이 안 됐던 수가 어느 덧 그 이상으로 불어나 있었으며,카 메라를 향해 피켓을 흔들어 보이는 자 들도 눈에 띄었다.
‘소위 0.1%라고 불리는 슈퍼리치들 이 전 세계 총생산(GDP)의 3분의 2 를 통제해 왔다. 하지만 시작의 날을 기점으로 슈퍼리치들 사이에서도 간
극은 확연하게 벌어져,0.1%의 슈퍼 리치들 사이에서도 0.0001%의 계급 이 형성되어 있다. 조나단 투자금융그 룹의 본사 앞에 시위대가 형성된 것은 오늘. 나는 시위대의 한 인사를 만나 그들의 뜻을 듣고 싶어졌다.’
감독이 머릿속으로 추후 삽입할 내 레이션을 떠올리며 촬영 준비를 마쳤 다.
감독과 교수가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은 다음이었다.
교수가 말했다.
“대중과 슈퍼리치들 사이의 간극보
다,슈퍼리치들과 소수 금권(金券)의 지배자들 간의 간극이 더 큰 실정이니 더 말해 뭘 하겠소. 감히 지배자라는 단어로 그들을 지칭한 것은 그렇게 놀 라운 표현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감독은 클레이튼의 말을 들으며 그 의 이야기가 자신의 기획 방향과 일치 한다고 확신했다.
그는 자막으로 첨부할 표어를 떠올 렸다.
시작의 날. 새로운 전제 군주들이 탄 생했는가?
“인간의 키가 소유 재산에 의해 결정 되는 세계를 상상해 봅시다. 그럼 나 는 지금 감독을 올려다보고 있을 거 요.”
감독은 클레이튼의 비유에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가 월가라는 걸 잊지 마 시오. 감독이 거리로 나갔다 칩시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 미터가 넘는 키로 성큼성큼 걷는 거인들일 거 요. 월스트리트의 매니저들 말이오. 그들은 너무 커서 시선을 집중시킨다 오. 그러다 문득 발에 걸리적거리는 게 많아서 고개를 내려보니,감독은
나 같은 난쟁이들이 바글바글거리는 것을 그제야 발견할 수 있었소.” 감독은 재밌는 상상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 거 렸다.
“거리에는 너무나 작아서 눈을 부릅 떠도 볼 수 없는 자들도 있을 거요. 그 런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서,감독 은 자연히 고개가 돌아갔소. 너무나 커서 처음에는 산이 움직이고 있다 생 각했을 거요. 2마일 이상 치솟아 있는 엄청난 거인이었던 거요.”
“슈퍼리치군요.”
“맞소. 감독은 그 발에 깔릴세라 황 급히 도망칠 수밖에 없었소. 그런데
감독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소. 왜 이 세상은 항상 ‘밤’일까? 과거에는 ‘해’라는 것이 떠올라 낮을 밝혔다는 전설이 생각났던 거였소. 그래서 감독 은 거인들을 향해 물었소. 그 위에서 는 해가 보입니까? 하고 말이요.”
“그 위에서는 해가 보입니까.”
“하하,맞소. 그렇게 말이오. 감독의 물음은 거인들의 입을 타고 계속 올라 갔소. 작은 거인은 중간 거인에게,중 간 거인은 큰 거인에게,그리고 큰 거 인은 산같이 거대한 거인에게도 똑같 이 물었던 거요.”
클레이튼은 고개를 젓는 시능과 함
께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세상의 어 떤 거인들도 해를 보지 못했다는 거였 소. 그때 감독은 어떤 깨달음에 이르 렸소. ‘그림자만으로도 온 세상을 다 가릴 만큼 실로 거대한 거인들의 왕이 따로 존재하는 건 아닐까?’,하고 말 이오. 그러면서 동시에 두려움도 느껴 지는 거요. 그렇게 큰 거인 중의 거인 이 존재한다면 그는 한번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수많은 운명들과 직결되 겠다는 생각이 자연히 들었던 거요. 한 번의 발구름에 나라가 쪼개질 수도 있는 거니 말이오.”
감독은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지금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에 불과 하지만 우리 현실이라고 다를 바가 없 소.”
클레이튼이 창밖의 시위대를 가리키 며 감독의 시선도 그쪽으로 향했다. “저 사람들은 이야기 속 감독과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이 자리에 모였습니 다. 체제에 불복하는 반역으로 보이 오? 아니오. 거대 거인에 의해 본인을 비롯해 나라 전체의 운명이 결정된다 는 것을 깨달은,평범한 사람들이라
오.”
“거대 거인이라면,조나단 헌터와 질
리언 투자금융그룹의 주인들이겠군 요.”
“한 사람 더 있습니다. 존 도(John Doe).”
감독은 표어를 수정해야겠다고 생각 했다.
교수가 들려주었던 나라를 1분짜리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이름 도 티탄국이 라고 잡아 두었다.
그리고 그 나라의 왕에 대해서도.
티탄국의 왕,존 도를 아십니까?
‘그래. 이거다.’
감독의 두 눈 위로 흡족한 빛이 스치 고 지나갔다.
인터뷰는 계속되 었다.
“우리는 한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다 양한 문제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최 대한 많은 문제들을 포괄할 수 있는 사안에 집중해야 하는 거요.”
“그게 존 도에 있다고 보시는 거군 요?”
“그의 부가 조나단 헌터를 앞지른다 는 점 외에도,한 번도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융 지배 계급의 최첨단에 서 있지 않을까 의심 할 수 있소. 또 그의 정체가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는 건,그가 조나단 헌터 이상의 무법적 금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소?”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며 카메라 기 사에게 신호를 보냈다.
테이블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교 수의 피켓을 확대하라는 신호였다.
「조나단 헌터가 아니다. 어째서 정부는 존 도의 신상을 감추기 급급한가?」
카메라는 그 피켓을 집어 들고 거리 로 나가는 클레이튼 교수의 뒷모습까 지도 놓치지 않았다.
조나단은 선후를 이계로 보내고 난 후,군산 공항에 배치되어 있던 협회 전용기에 탑승했다. 뉴욕으로 돌아가 야할 때였다.
그 시각에도 시위대가 불어나고 있 는 월가의 상황은 그의 핸드폰 속으로 꾸준히 전송되고 있었다.
수가 늘어나는 것도 늘어나는 것이 지만 시위대의 구호가 점점 통일되고 있는 게 그의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었 다.
존도. 존도. 존되
한번 굳어진 그의 미간은 좀처럼 풀 릴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월가를 중심으로 몹쓸 것들이 퍼지 고 있다.
군홧발까지 갈 것도 없었다. 자신 혼 자서 ‘염마왕의 강림’으로 휘젓고 나 면 그 불길 안에 사그라질 몹쓸 전염 병들.
전시(戰時) 중에 발생한 전염병이기 에,더 몹쓸 것.
그러나 그것들을 힘으로 불사르는 것은 선후가 지켜 온 질서에 위배되는 짓이다.
조나단은 선후가 이계로 돌아가던 모습을 떠올리며 중얼거 렸다.
“어떤 오물이 튀든,내 안에서 마무 리 지으마.”
시위가 어떤 결과로 치닫게 될지 빤 히 보이기 때문에라도.
그는 각오가 되어 있었다.
(16권끝)
“왜 존 도냐고요? 그자는 조나단 헌터와 더불어 자본패권주의의 상징이에요. 정부 가 존 도를 감추기 위해 수정해 온 법률만 서른네 가지가 넘는다는 걸,말하고 싶네 요.”
채널을 돌리는 매 순간마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하필 지금…….,
미 대통령의 얼굴에선 심기 불편한 표정이 꿈틀거 렸다.
“당신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최 악의 상황은 현실이 될 겁니다. 우리는 99.9999%다! 당신도 우리와 같을 확률은 99.9999%다!”
“정부는 숫자만 내세우죠. 그 숫자만 보 면 우리 경제는 정말로 성장하고 있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켜요. 그런데 제 주위 는 왜 아닐까요? 제 가족과 이웃들은 여전 히 일자리와 세금 등 모든 면에서 고통받 고 있어요. 그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는 게 너무 힘드네요. 외계 습격을 격퇴하며 우
리 세상은 더 좋아진 게 아니 었나요?”
“사람들은 조나단 투자 금융과 질리언 투자 금융 그룹 같은 ‘시작의 날 방어자’들 로 인해 우리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그들은 해 오던 대로 탐욕을 부린 것밖에 없습니다. 정보를 독 점하고 잃지 않는 투자를 했던 겁니다. 시 작의 날,시작의 장. 그들이 외계 침공을 사전에 알고 그 대안도 마련해 두었다는 증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들은 시작의 날을 방어한 게 아닙니다. 그 날을 이용한 것이지요.”
“많이들 모르는 게,뉴욕증권거래소는
국가 기관이 아니오. 조나단 투자 금융 그 룹이 소유하고 있소,그럼 연방 준비 은행 은 누구의 것이겠소? 연방 준비 은행의 이 사진들은 왜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의 사 람들로 포진되어 있겠소?”
“권리가 아닙니다. 이번 시위는 우리의 의무입니다. 동참하세요!”
“숫자 얘기를 또 할 수밖에 없겠군요. 소 득 상위 20%가 전체 부의 90%를 차지하 는 것만으로도 기형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거 아시나요? 소득 상위 20%에서도 조나단 헌터와 존 도 같은 몇 사람들이 70%를 쥐고 있어요. 계산은 어
렵지 않아요. 그들 몇 사람이 전체 부의 60%를 넘게 쥐고 있다는 겁니다. 단 몇 사 람이요! 제 아이도 알아요. 이게 잘못됐다 는걸.”
“인류 문명을 구한 건 각성자들이지 그 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인류의 위기를 두 고 베팅을 했던 거요!”
“더 큰 무언가가 있어요. 세계 각성자 협 회가 자본 세계에 녹아든 것을 보자고요. 지옥에서 기어 나왔던 그들이 왜 그렇게 순한 양이 돼서,자본의 룰대로만 움직이 는 거죠? 염마왕,조나단 헌터. 존 도 같은 사람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힘
을 쥐고 있어요/
“경찰들이 탄압하고 친구들은 체포되었 어요. 저는 노상에서 뜬눈으로 많은 밤을 지새웠고요. 그런 걸 버틸 수 있는 까닭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우리 손에 달렸기 때문이에요.”
“정녕 그들이 정의를 위해 ‘시작의 날 방 어자’로 행동했다면,이제는 새로운 정의 를 보여 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 다. 조나 단 헌터는 정의를 실현하라! 존 도와 질리 언 투자 금융 그룹의 주인들은 우리 앞에 나타나라! 우리는 너희들의 노예가 아니 다!”
“점령은 계속될 것이다! 사람들이여 뭉 쳐라! 우리는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계속해서! 월가를 기필코 점령할 것이다!”
“존-도! 존-도! 존-도는 나타나라!”
존 도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커질수 록, 미 대통령은 오히려 자신이 압박 당하는 기분이었다.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날 시위가 아니 었다.
보좌진들도 시위가 과거보다 훨씬 폭발적인 규모로 장기화될 거 라는 공
통적 인 의견을 내놓았다.
과거의 시위는 행정부의 경제 정책 에 대해 격분하며 시작된 반면,이번 시위는 천정(天頂)까지 다다른 그분 의 금력이 조금이나마 알려지면서 시 작된 것이다.
그 조금만으로도 대중들에겐 공포로 다가왔던 것이다.
거리로 뛰쳐나오지 않고서는 못 배 길 만큼.
사실 조짐이 없던 건 아니 었다.
시작의 날에 있었던 파장이 정리된 후,기업들이 변동된 주주 명부를 공 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였다.
전체가 집계되었을 때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에만 세계 전체 주식의 22.3%가 들어가 있었고,상위 십 순 위 그룹의 보유분을 다 합산해 보면 자그마치 62.1%라는 경악할 수치를 보였다.
미국으로만 한정 지으면 그분의 장 악률은 더 높게 치솟기 마련이 었다.
한편 세계는 외계 문명의 습격으로 부터 안정을 찾았고 무시무시했던 괴 물들은 컨텐츠로 소비되는 처지에 불 과해졌다.
각성자들이 떼돈을 벌고 있다더라, 이계에서 왕족 부럽지 않게 산다더라.
그런 말들까지 많아서 대중들이 느끼 는 박탈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꺼진 긴장.
그 공백을 두려움이 채웠고 박탈감 이 기름을 부은 꼴이다.
인류가 파멸할 수 있었던 시작의 날 은 어느샌가 잊혀져 버렸다.
‘그러니 왜 아니겠어!’
하지만 자신의 진짜 근심은 시위대 에 있지 않았다.
거기에 편승하려는 기회주의자 무리 들이 공격해 오는 데 있었고,또한 자 신의 핵심적 지지 기반인 팜 벨트 농 가들이 시위대를 지지하고 있는 데 있
었다.
텔레비전을 꼈다.
그러고는 책상에 올려져 있던 신문 을 집어 들었다가 곧 바닥에 내팽개쳤 다.
「조나단 헌터와 존도의 금융 제국은 팜 벨트에도 미쳐 있다…… 확인된 법인체만 스물두 곳.」
틀림없이 압삽한 민주당 무리의 짓 이다.
‘기회주의자 새끼들.’
그들이 팜 벨트의 대규모 토지까지
도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의 주머니 안에서 굴러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사 설 독립 언론에 의도적으로 흘려 버린 것이다.
중간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중국을 압제한 이후로 경제 지표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어서 중간 선거를 기대하고 있었다.
각성자들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열 리기도 했고!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하원에 더 불어 상원까지 민주당에 내줄 수도 있 다는 우려를 도무지 뿌리칠 수 없었 다.
그때는 대통령 권한 같은 건 의미가 없다.
클럽에서는 그 말고 새로운 대안을 찾을 터.
고심이 깊어지던 그때,노크 소리가 끼어들었다.
기회주의자 무리 중 하나가 약속 시 간에 맞춰 들어온 것이었다.
미 대통령은 내팽개쳤던 신문을 재 빨리 집어 들어 서랍 속으로 감췄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디콜스 의원 님.”
의원은 미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 속으로,하원에서 큰 계파를 이끌고
있는 자였다.
동지라면 동지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의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 며 들어오는 모습에서 미 대통령은 불 편한 자리가 되겠다는 걸 직감할 수밖 에 없었다.
결국에 의원이 주절댔던 이야기도 똑같았다.
중간 선거에서 참패당하지 않으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소리 였다. 그리고 그 결단이란…….
「특별조사 청문회 계획서 (존도)」
서류는 두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책상에 놓여졌을 때 내는 소리가 미 대통령에 게는 천둥소리처 럼 들렸다.
그는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지 만,속에선 고함을 쳐 대고 있었다.
‘그분의 정체를 알고 나면 까무러칠 것들이……감히어디서!’
환장할 노릇이 었다.
“시늉이라도 해야 합니다,대통령님. 존 도는 누구입 니까?”
“내가 묻고 싶군요. 오바마와 여러분 들의 작품 아닙니까.”
“……이런 상황까지 오게 돼서 유감 입니다만 월가의 눈치를 보고 계실 때 가 아닙니다. 대통령님께선 할 만큼 하셨습니다.”
미 대통령은 순간 참을 수 없어서 소 리를 터트렸다.
“참 쉽게들 말하십니다! 나는 이 청 문회! 결코 찬성할 수 없습니다!”
청문회를 개최하느냐 마느냐의 주도 권은 현재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 당에 있었다.
미 대통령은 당 간부 회의에서 청문
회를 진행시키기로 결의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젠장.’
한때 클럽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줬던 민주당의 늙은 여자는,자신에게 패하 는 동시에 클럽의 관심까지도 잃게 되 었다.
그 여자 같은 경우엔 클럽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공화당의 간부 중에도 그 정도 계급 의 인사들이 몇 있긴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클럽의 존재를 그냥 짐작만 하고 있 는,하등 계급들.
그런 것들에겐 눈앞에 둔 선거만 보 이는 것이다.
“의원님. 당이 내게서 등을 돌리면 나도 똑같이 해 주겠소. 생떼는 여러 분들만 부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 잊지 마시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청 문회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내 뜻은 분명히 전했소!”
“다시 들르겠습니다. 대통령님. 꼼꼼 히 살펴봐 주십시오.”
미 대통령은 의원이 나가자마자 수 석 보좌관을 불렀다.
내려야 할 지시는 분명했다.
공화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까지.
하원을 구성하고 있는 전 의원들 중 자신의 편이 되어 줄 이들을 골라내야 한다.
둘은 수석 보좌관의 사무실로 자리 를 옮겼다.
커다란 스크린 보드에 하원 의원들 의 이름을 적어 놓고 하나씩 체크해 나갔다.
문득 수석 보조관이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이대로는 어렵습니다. 클럽 회 원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게 어떻겠습 니까.”
불문율이다.
클럽 회의가 개최되는 장소에 있지 않고서야,그 이름을 입에 담으면 안 된다.
미 대통령은 눈알을 부라렸다가 고 개를 저었다.
‘그럼 자격을 의심받고 만다.’
솔직히 그는 강렬한 충동을 받았다.
수석 보좌관에게 클럽의 진짜 비밀 을 털어놓고,클럽 속의 자신의 입지 또한 가르쳐 주고 싶었다.
클럽처 럼 수직적인 구조는 없었다.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에도 클럽에 남아 있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걸 임기 내에 꾸준히 입증해야 한다.
전임자는 그걸 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은퇴 후 어떤 삶을 보내고 있 는가?
‘그 나이에 익스트림 스포츠라니. 그 렇지 않고서는 열망을 짓누르기 힘들 겠지.’
자신은 전임자 같은 말로를 겪고 싶 지 않았다.
“와이프에게 전해 두게나. 며칠간들 어가지 못한다고.”
그날 밤.
미 대통령은 마른 입술을 씹으며 초 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원 의원들을 협박하고 회유하는 틈틈이 청문회 계획서를 살펴봤는데, 시능이라도 보여야 한다는 말과는 달 리 정도가 지나친 구석들을 발견하면 서부터 였다.
청문회는 그분의 자산 규모에 대해 서만 다루는 자리가 아니 었다.
그러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과거 와,시작의 날을 방어했던 상세한 과 정들까지도 추궁받는 자리 였다.
증인석에는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 의 직원들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런 미친 작자들 같으니 라고. 세상 을 터트릴 일 있나?’
이번 기회로 제 몸값을 높이려는 자 들이 많았던 것이다.
정작 본인들이 치르는 선거 비용이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는 화이트보드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청문회를 막기까지 5석이 모 자랐다.
하지만 비로소 따라잡을 수 있는 선 까지는 도달했다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창문이 열려 있었던 것일까? 바람이 뒤에서부터 확 스쳤다.
수석 보조관과 그 팀원들이 발에 땀 이 나도록 뛰어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사무실 안에는 미 대통령 혼자뿐이었 다.
그렇게 자신 외에는 텅 비어 있어야 할 사무실이 었다.
그런데도 등 뒤에서는 바람의 난입 과 함께 무거운 기척들이 느껴졌다.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어떻게 경호실을 뚫었는지 모르겠다 만,질 나쁜 비등록 각성자들이 떼를 지어 온 게 틀림없었다.
그것도 아니 라면 클럽에서 청소부들 을 보내온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런 무서운 생각들이 뇌리를 파고 들었다.
시위를 해산시키지 못한 책임을 물 어서. 청문회 따위로 고전하고 있어 서.
뒤를 확인하는 미 대통령의 동작은 느릿했다.
그러나 뒤에는 한 명뿐이었다.
그자가 풍겨오는 기세가 사무실을 꽉 채워 버릴 만큼 강력해서 각성자들 이 떼를 지어 난입했다고 오인했던 것 이다.
각성자의 얼굴까지 확인하고 나서였 다.
미 대통령은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진짜 그분은 아니시지만,그분을 모 시듯 해야 한다.
전권을 위임받으셨으니 까.
“염마왕을……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