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49
17화
마리 누님은 외관상으로는 크게 다 친 곳이 없었다. 그러나 침대에 걸터 앉아 있는 것 하며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것까지,꽤나 무력한 모습이었 다.
성일은 인도관들 쪽으로 관심을 돌 렸다. 일단,마리 누님에게 위협이 되 어 보이지는 않는 듯했다.
오히려 반대다.
그것들이 마리 누님의 주위를 날아 다니며 홀리는 빛무리는 마리 누님에 게 스며들며 어떤 긍정적인 효과로 작 용하는 것 같았다.
“방해하지 말드라고.”
성일은 오시리스에게 한 마디를 툭 던졌다. 한국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아 니면 그 역시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인지.
오시리스는 몸을 돌려 성일을 스쳐 지나갔다.
“여기는 내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께 동상은 어여 일 봐.”
성일은 태한 동상에게도 그렇게 말 한 다음 장판파의 장비처럼 문 앞을 지키고 서기 시작했다.
‘인도관…… 저 잡것 새끼들. 마리 누님에게 조금이라도 해꼬지만 혀 봐.’
마리가 성일에게 시선을 준 것은 한 참이 지나서였다. 가까이 와 보라는 듯 손가락을 까닥이 면서 였다.
인도관들도 그 손짓에 반응하며 주 변으로 날아서 흩어졌다.
그것들은 성일의 움직임에도 반응했 는데,성일이 빠르게 몸을 던졌기 때 문에라도 그것들이 비산하는 속도 역
시 날렵했다.
마치 푸른 구형체(球形體)가 깨져 버리며 그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는 듯 한 광경이었다.
성일은 마리 누님에게 묻고 싶은 것 이 많았지만 참았다.
흩어진 인도관들을 향해 신경을 곤 두세우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였다.
“이 아이들은 성일이, 너를 공격하지 않을 거야.”
마리가 말했다. 그래도 성일은 꺼림 칙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참말이여요? 아니,저것들이 무서 운 게 아니라…… 왜 있잖수. 장난질.”
“그건 옛날 이야기잖니.”
정신세계를 넘나드는 마리 누님에게 는 그럴 수 있겠지만,자신에게 시작 의 장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시작의 장이 끝난 지 불과 몇 달만 지 났을 뿐이다.
워낙 많은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긴 했지만.
귀환 후,꾸준히 이어졌던 사건들이 성일의 뇌리를 주마등 같이 스쳐 지나 갔다.
“됐고요. 그나저나 누님은 괜찮은 거 요?”
“보다시피.”
“아니 제 말은 누님 머릿속이 괜찮냐 는 거요. 멍 때리는 게 여간 힘들어 보 이는게 아니던디.”
“이 정도로 끝난 게 어디야. 칠마제 (七魔帝) 중 하나와 싸웠는데.”
“이긴 거는 맞수?”
“찢어발겨 버렸어,그 벌레 새끼.” 성일은 순간적으로 보였던 마리 누 님의 분노를 놓치지 않았다.
마리 누님의 분노는 단지 말로만 그 친 게 아니었다.
자신을 향해 웃어 줄듯 말듯 힘없던 표정에서 갑자기 번뜩인 게 있었다. 일그러진 미간의 주름 사이에서도,
이를 갈면서 벌려진 입속으로도 살의 가 일렁거렸었다.
이미 죽여 놓았다고 했는데도 그 원 한이 풀리지 않은 만큼 진하고 또 진 했다.
솔직히 성일은 소름이 돋았다. 오시리스에게서 느꼈던 것 이상이었 다.
성일은 문득 깨닫는 게 있어서 이렇 게 반문했다.
“그럼…… 누님도 칠마제가 되신 거
요?”
“그래,말단이지만. 나는 이제 루네 아 일족의 숭배신이란다. 크크.”
“루네아 일족. 인도관들의 진짜 이름 이 그런 이름이었수?”
그때 마리 누님이 보내온 전음이 성 일의 고막을 파고들었다.
– 성일이,너만 알고 있어. 그리고 섭섭해하지는 말아. 다음은 오시리스 차례야. 오딘이 둠 엔테과스토를 끌어 내면.
성일은 숨소리마저 죽였다.
– 그 자리로 오시리스를 올려 보낼 계획이야. 그러니 이제 뭐 해야 하는
지 알겠지? 돈 많이 벌어 놔야 한다. 틀림없이 이번보다 더 많은 돈을 바쳐 야겠지. 공격대를 늘려.
마리 누님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 지 않았다.
오딘께서 왜 오시리스에게 힘을 밀 어주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계속 이 어 졌다.
‘옛 언데드 엠퍼러?’
성일은 민망 쩍을 때마다 하던 버릇
대로 콧잔등을 긁으며 나왔다.
오시리스에게 가지고 있던 오해는 풀렸다.
그러나 그뿐이다.
오시리스에게 많은 힘이 쏠리고 있 다는 사실만큼은 달라진 게 없었다.
오딘을 향한 그의 충성심을 의심하 는 건 아니다.
오딘의 측근에 있는 자들은 예나 지 금이나 그런 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오딘께서 선별하신 사람들인 거다.
하지만 힘을 가진 자들이 어떤 변화 를 겪는지 너무나 많이 봐 왔기 때문 이었다.
태한 동상만 해도 그랬고 자신도 아 니 라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막말로,태한 동상이 오시리스에게 보낸 전문만 해도 태한 동상답지 않았 다.
자신이 볼 때는 태한 동상의 속내가 너무 빤히 담긴 전문이었는데,그에게 는 대의(大義)를 위해서 당연한 일이 었던 것이었다.
‘이래서 사람은 항시 몸가짐을 게을 리하믄 안 되는 거여. 뭔 일을 할 때믄 두 번 세 번 생각하고 또 의심해 봐야 하는 거여. 꺼뜩 방심하믄, 봐봐. 쪽팔 려 버리잖으. 꼴사납게. 이제 무슨 낮
짝으로 오시리스를 대할 거여. 한번 기세 늘리면 끝장인 것이여. 찜……
어느새 밖은 해가 지고 있었다.
성일은 마리의 부탁으로 크시포스에 게 먹이를 챙겨 줬다.
그러고 나서 다음 행선지로 서울을 택했다.
서울로 향하는 전용 헬기 안에서는 그간 밀려 있던 일들을 처리했다.
기철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어머니 아버지는 다른 문제가 없으신지. 가족 들의 안부를 확인한 다음에서야 일주 CA의 아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일 씨? 귀환하셨어요?〉
‘칼리버가 아니라 성일 씨여? 그러믄 그렇지. 아니 그럴 수가 없는 거여.’
본토뿐이겠는가.
이계에서도 이놈의 인기는 식을 줄 을 몰랐다.
성일은 스미어 올라오는 미소를 구 태여 억누르지 않았다. 어차피 화상 통화도 아니었으니까,아재 같은 웃음 소리만 의식하면 되는 거였다.
성일은 핸드폰의 마이크 장치 부분 을 그 큰 손바닥으로 다 에워싸고서 목을 다듬었다.
큼큼.
그런 다음이었다.
< 접니다. 서울로 가고 있습니다. 1 시간 안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만날 수 있겠습니까?〉
<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허. 하지만 제게 안 좋은 일이 있다면 그건 인류 전체에 위협이 되는…… 위 험이 되는…… 거여. 겁니다.〉
‘잘나가다 왜 말이 꼬이고 지랄이여. ’
< 어허허헛- 싸게…… 금방 도착해 서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예?〉
< 광고 말입니다. 광고 좀 찍을람니 다.〉
< 광고 찍으든 일주 CA도 돈 버는 거 아니요?〉
〈그렇습니다.〉
< 그러니까 짜그리들은 제끼고,큰 것들로 다 확 땡겨서…….〉
< 성일씨는 광고에 연연할 클래스는 아니신데요.〉
< 사람이 놀면 뭐 하겠수. 귀환한 김 에 부지런 좀 떨어…… 보려는 거…… 겁니다.〉
‘쓰벌,이렇게 말을 더듬어서야 원. 점수만 깎이지. 그렇잖어. 이 칼리버 님의 매력은 듬직하고 정감 있는 데 있는 거 아녀? 이 아가씨도 거기에 혹 한 것인게, 이대로 가는 거여. 그려. 그런 거여.’
〈그럼 큰걸로 다 간추려 놓으슈. 그 걸로 돈 좀 땡기믄 저번에 제안 줬던 거 진행할 생각이요.〉
< ‘법인 차입금’ 건 말씀이시죠?〉
< 차입금이니 투자니 뭐니 하는 건 내 잘 모르겄고,회사에 돈 좀 집어넣
어서 공격대 규모 좀 키워 보겠다는 거요. 시작의 장에서 졸병 노릇 했던 자숙들도 데려오고,그 자숙들 입힐 아이템도 준비해 놓고,각성제도 왕창 사서 쟁여 놓고…….〉
성일은 잠깐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불과 몇주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많
은 인파들이 한자리에 쏠려 있던 경우 는 전일 그룹을 규탄하는 시위가 있을 때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조나단 헌터가 법정 에 자진 출석하겠다는 건과,이계에서 조나단 헌터를 특정해서 습격했던 일 이 겹치면서.
이제는 소수의 시위대만 흐지부지 남게 되었다.
“실물이 더 멋져요!”
그때 성일에게 쏠린 인파는 당시의 시위를 방불케 했다.
“진짜 칼리버야?”
“칼리버다,칼리버. ”
“오늘 계 탔네.”
“야야,
속닥거 리는 소리가 많았다.
그런 소리들만큼이나 성일을 촬영하 고 있는 스마트폰 들도 많았다.
성일은 나쁘지 않은 기분이 었다. 시작의 장에서는 나이를 신경 써 본 적이 없었다.
거기에서는 노화란 게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체 리듬에 미묘 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기철이가 어느새 중학
생이 되고 말았듯이 세월은 빠르게 지 나가는 법이다. 전장에 파묻혀 살다 보면 그렇게 자신도 어느새 늙어 있을 것이다.
시작의 장에서 귀환한 지 몇 개월이 지났음에도 그 시간들이 단 몇 일처럼 느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전장에서의 시간은 몹시 빠르게 지 나가는 법.
오딘께서 치르고 계시는 전쟁이 언 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만은 장 담할 수 있었다.
그날이 오면 자신에게는 이런 순간
이 또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이 자신에게 환호하는 건,아직은 이 몸이 늙지 않았기 때문.
이 몸이 늙으면 경외(敬長)의 시선만 을 받을 뿐일 것이다. 대개의 각성자 들은 그런 시선을 더욱 선호겠지만 자 신은 아니었다.
하물며 기철이는 아직 청소년이다.
이 나라에서 살아가야 한다.
적어도 기철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는 친근한 이미지로 남는 것이 기철이 에게 옳은 일인 것이다.
성일은 씩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 다.
그러다 한 여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뭘 몰래 찍고 그려.”
딱 기철이 또래였다.
“아저씨하고 셀카 찍을 텨?”
정작 깍깍 거리는 소리는 군중들 속 에서 나왔다.
“이름이?”
“시하…… 정시하예요.”
성일은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애의 스마트폰을 건네받아 함께 포즈를 취 했다.
그러고 찰칵.
“시하 SNS에 올려도 돼.”
여자애는 바로 들뜬 얼굴로 성일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눈을 멜 줄 몰랐 다.
그 전까지 군중들은 성일을 중심으 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 다.
그러나 성일이 사람 좋게 웃으며 다 시금 주위를 쳐다본 직후.
사방팔방에서 스마트폰을 쥔 손들이 뻗어 나왔다.
“저도요! 저도요!”
“저하고도 찍어 주세요,칼리버 님! 제발요. 네?”
아무리 많다 한들 그래 봐야 민간인 들의 움직임이었다.
느릿하기 짝이 없는. 아무런 공격 효 과도 없는.
설령 접촉돼도 방어막 하나 띄우지 못하는.
그런데도 거기로 찰나에 씌워지는 이미지들이 참 많았다.
특히 구울들에게 포위됐었던 시작의 장,2막 5장의 한 이미지는 그야말로 선명했다.
성일은 자신을 향해 느릿하게 날아 오는 한 구울의 손아귀를 응시했다. 구울의 썩은 손톱이 바로 목전까지 이 르러 있었다.
그는 거기에 대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따,뭐 대단한 사람 왔다고 난리 부르스여. 셀카?”
그러자 고름이 흘러내리는 입술이 대답해 왔다.
“네네! 저도 페이스노트에 올려도 돼 요?”
성일의 눈이 자연스럽게 깜박여지고 났을 때에는 거기로 겹쳐 있던 이미 지가 날아가 있었다. 어린 남학생이 성일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맘대로 혀. 그러라고 찍어 주는 거 니께.”
성일은 어린 학생을 쳐다보며 생각 했다.
평화로운 세상이 다.
시작의 날을 겪고도 이 학생들의 표 정은 하나 달라진 게 없었다.
‘만일에 하나 우리 진영에 무슨 문제 가 터져도,내가 있으. 오딘께서 만드 신 질서는 나 칼리버가 반드시 지켜 나갈 것이여. 마리 누님이나오시리스 같은 힘은 없더라도……
그때 군중들 속에서 톤 높아진 목소 리가 툭 튀어나왔다.
“성일 씨,말씀드렸잖아요. 촬영 늦 겠어요! 이대로는 촬영은 둘째 치고, 진입 시간도 맞추기 힘들겠어요. 촬영 취소할까요?”
“아니여. 다른 곳도 아니고. 우리 염 마왕 이사님,투자 그룹 광고인디. 신 경 써야지. 가자고. 가. 이것까지만 싸 게 찍어 주고.”
눈 앞의 광경은 연희가 루네아 일족 을 거 둬들였다는 증거 였다.
그녀 곁으로 많은 잡것들이 날아다 니고 있었다.
“누워 있어.”
나는 그녀의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 했다. 잡것들이 놀라서 흩어지는데, 워낙에 생김새가 똑같은 것들인지라
놀란 얼굴들 또한 동일했다.
한 잡것을 주시 했다.
저 잡것들 중에서 가장 진한 정신체 로 존재하는 것.
그 잡것은 천장 구석까지 도망친 자 리에서 고개를꾸벅였다.
그러며 뭐라 입을 뻐끔거린다.
잡것의 목소리는 내 내부로 통하는 통로를 개방시켜 줘야만 들리는 것이 었다.
그렇게 잡것의 목소리가 내게 미치 길 허락해줬을 때.
잡것의 얼굴은 한결 여유를 되찾았 다.
[ 안녕하십니까요. 지고하신 둠 맨 전하 께 처음으로 인사 드리와요. 소인 루-세 아 입니다요. 비로소 마침내 소인 루一세 아가 옛 어머니들의 계보를 이었으며, 둠 마리 님의 최고 제사장이 되었어요. 이 모 두 둠 맨 님과 둠 마리 님의 성은(聖恩) 입 니다요. 쇼.°와여〉^〈®)유:。있 ]잡것은 허리를 숙이는 몸짓까지 보 였다.
[ 바로 지금 부턴! ] [ 저희 일족을 지칭 하실 때에는 루一세 아 일족이라고 불러 주시와요. ] [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까요? 루一네아 일족 보다는 루_세아…… 가 더 예쁘잖 아요. 둠 마리 전하께서도 칭찬해 주셨사 와요. 소인 루_세아 그래서 너무 기뽑니 다요.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으니까요. 헤 헤헤햇〜 ] [ 그래서 말이여요. 소인 루-세아는 둠 맨 전……. ]저 아가리를 확 찢어 버릴까.
잡것이 흠칫 떨었다.
그것은 뒤로 더 움직인 탓에 몸체가 천장을 뚫고 그 너머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천장 아래로 잡 것의 고개가 빠끔히 나왔다.
눈동자는 뒤룩뒤룩. 나와 연희를 번 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연희가 내게 한 손을 들어 보였 다.
그녀의 새끼 손가락에는 평소에 보 지 못했던 반지가 걸려 있었다. 형체 는 반투명했다.
목걸이 ‘루네아의 빛’과 같은 형식.
확실히 목걸이가 다시 내게로 인계 되는 순간에 본인을 루세아라고 소개 한 잡것에게서 예민한 반응이 느껴졌 다.
물론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시 천장 너머로 숨어 버렸지만.
[루네아의 빛 (아어템》] [루세아의 빛 (아이템)]목걸이의 이름이 즉각 수정되었다.
“그건가? 기억 창고?”
나는 연희의 그 반지를 향해서 물었 다.
“네가 가르쳐준대로였어.”
어느새 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잡것 의 얼굴에서 미소가 보였다.
연희가 저 반지를 획득한 이후로 잡 것은 보고 듣는 모든 것,심지어 기쁨 까지 그녀와공유하게 되었는데도.
그렇게 노예보다 못한 처지가 되었 는데도 웃고 있는 것이었다.
연희가 말했다.
“신경 쓰이겠지만 참아 줘. 지금 돌 려보낼 형편이 안 돼.”
그녀는 나와 달랐다.
루마르든,루네아든,루세아든.
내게 저것들은 그냥 잡것들일 뿐이 나 연희에게는 저것들과 교류하는 뭔 가가 형성 되어 있는 듯했다.
“회복을 늦출 수가 없거든. 루세아 일족의 도움이 필요해.”
되묻지 않아도 왜 서두르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에게도 속박이 가해지기 시작했 다.
둠 카오스의 지령이 멸어진 것이다.
“엔테과스토는?”
연희가 화제를 바꿨다. 내가 그녀에 게 어떤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죽음의 대륙으로 넘어간 것 같더군. 바르바 군단을 대동할 생각인 것 같 다.”
군주들의 회의가 끝나고 제일 먼저
확인한 게 그 일이 었다.
엔테과스토는 엘슬란드 전반에 걸쳐 있는 결계를 부수도록 되어 있었다. 그것이 둠 카오스가 엔테과스토에게 내린 형벌(刑罰)이다.
거기에는 두 가지 사실이 깃들어져 있다.
지금의 엔테과스토에게는 불가능한 임무일 것이며 더불어 위험한 임무이 기도 하다는 사실.
보라.
더 그레이트 블랙이 활동을 재개했 다.
게다가 루네아 잡것 새끼는 나를 도
모하기 위해서 블랙에게 이렇게 제안 하기까지 했다.
블랙 혼자만으로는 나를 상대할 수 없으니,화력을 증원시 켜야 한다고 말 이다
그렇게 모인 화력들이 이제 어디로 쏠리겠는가?
엔테과스토가 결계를 건드린 순간부 터 그리로 집중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둠 카오스는 당시에 이런 전 언을 보냈었던 것이다.
하십니다. ]
그렇지 않아도 부상에서 회복되지 못한 엔테과스토인데,이제 놈에게 성 (聖) 드라고린의 화력이 집중되는 것 이다.
그뿐일까.
엘슬란드의 결계는 올드 원의 권능 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희와 함께 보 냈던 그 세계에서 파악했던 바로는, 지금의 내 능력으로도 결계를 파괴하 는 건 불가능한 일이 었다.
이제 엔테과스토는 정면으로는 올드 원의 권능에 끊임없이 부딪쳐야하고.
뒤로는 승냥이 같이 몰려올 올드 원 의 군단을 상대해야 한다.
단언컨대 엔테과스토는 온전할 수가 없다.
지금보다 더한 부상을 입을 것이고 약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질 것이다.
거기까지가 둠 카오스가 내게 내민 중재안이었다. 더불어 은연한 압박이 기도 하고…….
그런 것이다.
엔테과스토에게 화력이 집중되어 있 을 때 점령 속도를 높이라는 것 아니 겠는가.
위로랍시고 마왕성을 건립해 주겠다 지만,사실상 인간 군단의 전초 기지 로 삼으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지금도 그 메시지가 나를 재촉하고 있 었다.
[ 마왕성(魔王域)을 건립하고 싶은 장소 를 특정하여 주십시오. ]연희와 이야기를 이어 나가던 무렵. 이태한이 찾아왔다.
“오시리스는 독일 본가로 향하던 중 이었습니다. 항로를 돌린다면 두 시간 안으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본토로 귀환한 김에 남은 집안일을 처리할 생각이었던 걸까.
“그럴 것 없다. 내일 내가 직접 그리 로 가겠다고 전하도록.”
“예.오딘이시여.”
태블릿 PC를 한 켠에 치워 두면서 몸을 일으켰다.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칼리버 권성 일과 광고 모델 계약 체결 一 대표 이사 조 나단 헌터의 이미지 쇄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 라는 전망」
「조나단 헌터의 재판 기일과 방식을 두 고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화제집중) 세계 정상들이 조나단 헌 터를 두고 던진 ‘말말말’」
하룻밤이 지났어도 연희의 기력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잡것들이 내 내 달라붙어 있어도 그리 눈에 띄는 결과가 없었던 것이다. 역시 하룻밤으 로는 안 되는 것이 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얼굴 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다음번엔 군주들의 회의에서겠지?”
“생각보다 빠를 거다.”
“계속 얼굴 굳힐래? 너한테는 내가 애송이로만 보이나 봐? 그것도 그렇 게 나쁜 기분은 아니긴 한데,마지막 까지 그러면 나 정말 신경 많이 쓰여. 전장만 달라진 거라고.”
“이계에서 정령계로. 그게 다야. 게 다가 이제 난 혼자가 아니잖아.” 천천히 눈을 치켜뜬 연희의 시선은 그녀의 주변,잡것들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애완물을 보듯 사랑스럽다는 시선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불신 이 섞여 있지는 않았다.
내게는 구원자의 도시민들이 있고 조슈아에게는 그의 역병 공대원들이 있듯.
그녀도 본인을 추종하는 존재들 속 에 섞여 있는 중이다.
요. *(€>•◦•©)*] [ 소인 루-세아의 충정은 루一네아 처럼 거짓 충정이 아니라는 점, 이 자리를 빌어 분명히 말씀드리겠사와요. 하온데,둠 맨 전하. 만일 소인 루-세아가 충정을 증명 해 보인다면. ] [ 소인 루一세아의 목걸이를 돌려주지 않
으시겠어요? 헤헤해헤.] [ 별 뜻이 있는 게 아니어요. 그 목걸이는 대대로 옛 어머니들께서 후계들에게 물려 줬던 우리 루一세아 일족의 상징…….]
“말이 참 많은 아이지?”
아이라니.
순간 기가 차서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앞으로 연희는 저것들과 함 께 전투를 치러야 했기에,나처럼 역 한 심정만 남아 있는 것도 곤란한 일 임에는 틀림 없었다.
연희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난 다음 이었다.
쭉 찢어진 허공.
거기 틈새를 칠흑의 어둠이 가득 채 웠다.
언제였었지?
오래전 어느 날,빌더버그 클럽을 공 략하고 있던 그 어느 날.
조슈아의 본가에 방문했던 적이 있 었다.
쏴악! –
게이트를 넘어가자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리 크지 않은 방이었다.
조슈아가 내게 무릎을 꿇으며 마스 터라고 불렀던 자리가 바로 앞에 있었 다. 그리고 창밖으로는 예전 그대로의 풍경이 보였다.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저택 자체 부터가 독일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곳이 니,지금으로부터 백 년 전에도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을 거라 생각됐다.
一오셨습니까,마스터.
조슈아의 전음이 들어왔다. 구태여 기척을 감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저택은 끔찍할 만큼 조용했다.
많은 사용인들의 기척이 곳곳에서 느껴지긴 하지만 그들은 대개 움직임 이 없었다. 진즉부터 각자의 침실로 이동 조치된 듯싶었다. 그마저도 둘 이상이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경우가 없 고,핸드폰 통화 소리 같은 것도 일절 없었다.
그래서 움직임들과 잡음들은 식사 공간으로 추정되는 곳에 몰려 있었다.
내가 도착하면서 그 움직임들은 보 다 분명해지는 중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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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준비해놓았군.”
내가 말했다.
“예,마스터. 그리로 모시겠습니다.” 자연스럽게 옛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복도와 계단을 지났다.
그때 나는 조슈아에게서 풍기는 피 비린내를 생각하고 있었다.
반나절은 지났을 법한 연한 냄새. 우 리가 함께 지나친 많은 방들 중에는 똑같은 시간대에 생성됐을 피비린내 가 품어진 곳도 있었다.
조슈아는 지난밤에 그 방에서 셋을 죽였다. 후계 구도를 정리해 놓은 것 이다.
자본 세력의 가주일 때와는 다른 방 식. 그리고 그 일은 저택 바깥으로 발 설되지 않았다.
식사 공간에 도착하자 감각 망으로 먼저 그려 봤던 광경이 나타났다.
역시 한 중년인만 이 식사에 초대되 어 있었다.
그는 우리가 들어왔지만,의식적으 로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온 몸에 지난 밤의 공포가 찌들어 있는 상태였다.
조슈아가 중년인의 시선을 스치고 지나갔을 때,중년인은 목울대만 꿀렁 였다.
그때 조슈아가 가주 의자를 빼놓고 서 중년인의 맞은편에 앉았다.
조슈아가 빼놓은 가주 자리. 거기가 내 자리였다.
“리브카라는 이름을 씁니다. 앞으로 카르얀 가문의 가주가 될 자입 니 다.”
조슈아가 말했다.
“리…… 브카입니다. 뵙게 돼서 영광 입니다. 오……오딘이시여……
중년인은 지난 몇 시간 동안 그 자리 에 앉혀져 있었던 것인지 아슬아슬해 보였다.
툭 건드린다면 경직된 그대로 옆으 로 쓰러질 것 같았다.
“카르얀 가문은 내게도 중요한 가문 이다. 지켜보도록 하지,리브카 폰 카 르얀.”
“감,감사합니다.”
그는 인사만 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와는 눈도 마주치지 말라 는,공포 가득한 경고도 있었던 것 같 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에는 정 말로 기 진맥진한 모습을 보였다.
중년인이 휘청거리며 식사 공간을 떠난 때였다.
짝.
조슈아가 가볍게 박수를 친 다음부 터 저택 사용인들이 대형 트레이를 밀 면서 나타났다.
그들도 겁에 질려 있긴 마찬가지였 다.
“에피타이저 (Appetizer) 입니다. 부 디 흡족하시길……
트레이에 올려진 것들은 전부 아이 템 혹은 고등급의 마석 이 었다.
나도 손님의 미덕을 잃지 않을 수 있 었다.
한때 이 저택의 주인이었던 자를 위 해 준비해 둔 것이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