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50
19화
에피타이저 다음의 정식은 평범하게 나왔다. 식기들이 내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나오고 있었다.
조슈아는 좀처럼 식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중이 었다.
죽음의 서 세 권이 한 공간에 모이 자,엔테과스토의 물건과 더 그레이트 레드의 물건을 같은 공간에 두면 일어
나는 현상과도 같은 파장이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지직 一
조슈아를 둘러싼 공간이 일렁거린 다. 정확히는 그의 정수리 위쪽.
보관함 혹은 아공간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그 영역이 불안정해진 것이었 다.
점점 흔들리고 있는 정도가 세져,보 관함에 담긴 물건들의 형체가 뿌옇게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었 다.
그대로 놔두면 보관함 전체가 파괴 될 일.
“실례하겠습니다,마스터.”
결국 조슈아는 내 선물을 다시 본래 위치로 끄집어냈다.
죽음의 서 3권은 원혼(免魂)을 다룰 수 있는 공능이 깃들어 있다.
아이템 정보 창에서 다뤘던,그 악령 들을 전생에서나 현생에서나 나는 한 번도 목격한 적이 없었다. 그것들은 성 제이둔의 기록물에서 스치듯 다뤄 졌던 게 전부였었다.
어쨌거나 세 권으로 찢어진 그것을 본래의 한 부로 합치는 것은 조슈아의 몫.
마저 식사를 계속했다.
성욕,수면욕,식욕.
흔히들 그중에서 가장 강한 것을 성 욕이라 알고 있지만 내게는 어느 것도 우선일 순 없었다.
그래서 풍미가 뛰어난 음식을 접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충전해야만 하는 것이다.
인간의 욕구는 마치 게이지란 게 존 재해서,바닥까지 떨어질 경우엔 어떻 게든 탈이 나기 마련인 법.
욕구를 의도적으로 채운다? 그건 전 장에서 사는 자들의 숙명인 것이다.
한편 저택은 여전한 긴장감에 휩싸 여 있었다.
외부로 통하는 회선들을 전부 단절 시켜 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본 세계의 한 축을 담당하 고 있는 가문의 본가에 전화 한 통 걸 려 오지 않을 수는 없었다.
손수건으로 입술에 묻은 와인을 닦 아 내고 있을 때였다.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이계로 이동해서 확인해 봐도 충분 한 일이지만,그는 이쪽에서든 저쪽에 서든 아무래도 상관없는 모양이 었다.
그는 진심으로 카르얀 가문을 옛것 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물론.”
식사가 끝났다.
조슈아의 시선이 죽음의 서 마지막 권으로 향했다.
뱀파이어 로드의 힘을 사용할 때 눈 동자가 보랏빛으로 변하는 것은 본 적 이 있었다.
두 개의 힘을 오갈 때마다 마치 옷을 갈아입듯 외모상에 약간의 변화가 일 어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식사 중의 그는 뱀파이어 로 드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시체들의 왕
도아니었다.
그랬던 그가 책에 손을 얹으면서 변 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화아아아-
조슈아의 등 뒤로 흘러나온 것은 자 욱한 안개처럼 퍼졌다.
그의 변화를 보기 위해서 감각을 곤 두세우고 있기 때문이었지,그렇지 않 았다면 그것이 사람의 형체로 완성되 는 과정은 그야말로 찰나였기 때문에, 포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것은 조슈아의 정신체 즉,영혼이 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육신을 똑같이 형
상화해 그의 뒤편 허공에서 나타났다. 육신,그리고 그 육신과 연계되어 있 는 영혼,그렇게 한 묶음.
눈앞의 광경은 엔테과스토와 싸울 때 지긋지긋하게 봐왔었던 광경이었 다.
꺄아아악!
주방 쪽에서 비명 소리가 난 이후였 다. 그쪽 벽을 관통하며 나오는 게 있 었다.
주방에 있던 사용인들의 눈에는 그 것이 유령으로 보였을 테고 사실상 그
렇게 표현되는 게 맞았다. 뒷배경을 투영시 키는 반투명하면서 푸르스름한 몸체로 나타났는데,군인의 복장을 하 고 있었다.
팔에는 나찌의 완장을 차고 한 손에 는 루거 권총을 들고 있었다.
얼굴은 흉살(凶殺)로 일그러져 있었 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시선 역시 흉악하기 짝이 없었다. 그것이 나타난 다음이었다.
소총을 든 나찌 군인의 망령들이 뒤 룰 이어서 나타났다.
복부에 탄흔이,목에 자상이.
그것들은 자신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상처들을 고스란히 달고 있었다.
조슈아가 그것들을 바라보았을 때 그것들 전부는 괴성을 지르며 사라졌 다.
그렇지,카르얀 가문은 독일에 뿌리 를 두었지만 엄연히 유태계였다.
하지만 망령들을 사그라트리는 중 조슈아의 눈길이 무정하기만 했던 것 은 꼭 그 이유에서만이 아닐 것이다. 애초에 그는 제게서 카르얀 가문의 이 름을 지운 상태였다.
조슈아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새 로운 망령들이 출현한 방향은 지난 밤 의 피비린내가 채 지워지지 않은 방
쪽이었다.
망령 셋.
전부 나이는 달랐으나 정장 차림. 중 년을 넘긴 사내 둘과 청년 하나.
그것들은 나찌 군인들과는 다르게 강제로 끌려오는 모양새였다. 조슈아 가 그것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이자, 그와 연계된 정신체 역시 똑같은 동작 으로 움직였다.
세 망령 차례였다. 그것들은 조슈아 가 가리킨 방향에 앉았다.
다만 거기까지다. 조슈아를 차마 쳐 다보지 못한다.
이미 죽었는데도,죽음 이상의 무엇
을 조슈아가 선사해 줄 수 있는 것 같 았다.
그러니 저렇게 발발 떨고 있는 것이 다.
흥미로웠다.
죽음의 서 한 권당 강력한 군단을 조 직할 수 있는 힘이 깃들어 있지 않은 가. 통제력은 두말할 것도 없고.
세 권이 본래의 한 부로 합쳐진다면 그건 ‘1+1+1=3’ 따위가 아니리라…….
“너희들 중 하나를 데리고 갈 것이 다.”
조슈아가 지난밤에 죽인 망령들을 향해 말했다.
우리는 함께 성(星) 드라고린으로 진 입했다. 인적이 없는 황무지. 지난 전 투의 흔적이 협곡처럼 험하게 남아 버 린 곳.
드라고린과 최초로 싸웠던 곳이자 이제는 없는 일이 된,시간 역행의 인 장을 완성시 킨 곳이기도 한 거기다.
조슈아도 이 부근을 잊지 않고 있었 다. 그 역시 바로 여기에서 목숨에 위 협을 받을 정도의 전투를 치른 바 있 었으니까.
여기에서는 두 놈이 죽었다. 소용돌 이 대지의 수호자 칼도란. 그리고 그 놈을 도와주기 위해 달려왔던 놈이 드 라고린 레드였다.
조슈아는 여기를 왜 특정해서 진입 했는지 알고 있었다.
“칼도란은 구울로 일으켰습니다.”
“드라고린 레드는?”
조슈아는 대답 대신 협곡 아래로 뛰 어 내렸다.
그가 나를 이끈 곳에는 드라고린 레 드의 시체가 잔존해 있었다.
용족(龍族)의 해골 대가리는 존재하 지 않았다.
그것은 죽음 직후 브레스를 토해 놓 고선 가루로 바스라졌었기 때문이다.
쪼개져 있는 해골들을 응시하고 있 던 조슈아에게서 대답이 나왔다. 그는 이제 내가 볼 수 없는 영역을 보고 있 었다.
“망령은 강력합니다만.”
하지만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 다는 투였다.
그때 조슈아의 몸에서 그의 영혼이 튕기듯이 나왔다.
조슈아도,조슈아의 영혼도 똑같이 움직이며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둘 러보기 시작했다.
“망령을 잡아끄는 힘이 주변에 서려 있습니다. 망령은 그것에 저항 중입니 다,마스터.”
그는 뒷말을 잇지 않았으나 두 눈에 는 확신이 차 있었다.
둠 아루쿠다.
어쩐지 그 이름이 조슈아의 두 눈에 서 들려오는 듯했다.
빌어먹을.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벌고 있었던 것인가.
우리 왕서방께서 제 물건을 돌려받 지 못하고도 잠자코 있던 이유가 거기 에 있었다.
둠 아루쿠다는 내가 처치해 온 강력
한 것들을 미지(未知)의 세계에서 갈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말없이 눈빛을 교환했다. 조 슈아의 보관함에서 남은 두 권의 책이 한꺼번에 튕겨져 나온 것은 바로 그때 였다.
팟! 파팟!
세 권의 책이 한 공간 에 모이게 된 즉시.
그렇게 조슈아의 얼굴이 심각해졌을 때.
나는 뒤로 물러났다.
죽음의 서들이 조슈아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점점 가속도가 붙는다.
종국에는 오버로드 구간의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야만 그 회전을 간 신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까지 갑작 스럽게 터졌다.
조슈아의 동공이 뱀파이어 로드 특 유의 보랏빛으로 변했다.
그의 양손이 혈색을 잃으며 거무튀 튀한 기운에 덮어씌워졌다.
그의 영혼은 회전에서 미치는 힘에 의해 파르르 떨린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뱀파이어 로드의 눈동자.
죽은 자들을 일으키는 손.
망령을 다스리는 영혼.
세 가지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하는데,그 과정 또한 가속도가 붙고 있었다.
눈,손,영혼.
책들이 홱一 눈,손,영혼.
책들서
그러다 최고조에 이른 순간이었다. 조슈아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영혼이 절규하면서 귀 곡성(鬼哭聲) 같은 높은 주파수의 소 리를 터트렸다.
그러고는 책들에서 터져 나온 빛들
이 내 시야까지 막으며 강렬한 기운을 폭발시켰다.
한 권 한 권의 페이지가 전부 낱장으 로 뜯겨져 나와 번뜩였던 것도 잠깐!
그것들이 희미한 기운으로 변하며 조슈아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지막 낱장이 그 안으로 자취를 감 췄을 때였다.
조슈아의 부릅떠진 눈과 쩍 벌려진 입에서 또 한 번의 빛이 터져 나왔다.
이내 그 빛은 검붉은 색채로 물들었 다. 똑같은 색채의 기운들이 조슈아의 어깨선을 타고도 아지랑이처럼 피어 나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아직 충격이 잔존해 있었 다. 몸을 움찔움찔할 때마다 영혼이 튕겨져 나와 비명을 지르다 사라지곤 했다.
그 광경에서 눈을 델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부쩍 강렬해져 버린 조슈아 의 기척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스산하고도 어둠으로 가득 차 버린 기운이 그의 전신을 구성한 순간!
나는 그에게 마지막 시련이 남겨져 있음을 직감했다.
[ 당신의 제사장,오시리스의 ‘내부 껍질’ 이 파괴되기 직전입니다. ]메시지는 내가 인지하고 있는 대로 띄워졌다.
내 탐구가 다른 각성자의 내부 영역 까지 개입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 만,거기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연희가 둠이 되었던 당시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정말이다. 조슈아는 각성자의 능력 을 상실하는 중이 었다.
그리고.
4대 능력치를 구성하는 껍질이 파괴 되는 순간에도.
그 안에 담겨 있던 스킬과 특성 그리 고 인장의 영역까지 터져 버리던 순간 에도.
비명을 질러 대는 건 그의 영혼뿐이 었다. 정작 그의 육신은 죽을힘을 다 해 견디고 있었다.
껍질이 깨진 자리로 그가 새롭게 부 여받은 힘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의 심장만 뛰고 있는 게 아니다. 내 심장도 빠르게 고조를 높이다가 점 점 무겁게 내려앉는 속도에 동조하고 있었다.
“마스터께 제 모든 걸 바칩니다. ”
조슈아는 이번에도 내게 한쪽 무릎
을 꿇으며 말했다. 검붉은 기운을 흘 리는 두 눈 또한 나를 올려다보다가 바닥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였다.
[ 당신의 제사장,오시리스가 언데드 엠 퍼러로 각성했습니다. ]고개를 숙인 그의 모습에서 엔테과 스토가 겹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