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69
24 화
작년 00년 미 대선은 부정 선거 의혹 이 짙었다.
법원의 결정에 의해 마지못해 대통 령 자리를 넘겨줘야만 했던 민주당 대 선 후보가,지금은 현 대통령을 총사 령관이라 부르며 국민적 단결을 호소 하고 있었다.
북한도 황급히 성 명문을 발표했다.
「지극히 유감스럽고 비극적인 이번 사 건은 테러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 켜 주고 있다. 유엔 성원국으로서 온갖 형 태의 테러와 그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반 대하는 우리 공화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말 한번 잘못하면.
북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까지 세트 로,한반도 전체가 전화(戰火)에 휩싸 였을 것이다.
뉴욕의 금융 시스템은 진즉 마비됐 다. 증권 거래소가 폐장됐으며,뉴욕 시장까지 방송에 나와 시민들에게 출
근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번 테러 사건은 기원전 (BC)과 기 원후(AC)를 가르는 것만큼의 역사적 기점이다.
말했던가.
시작의 날과 동일한 혹은 그 이상의 충격이었다고?
테러 집단의 감행 일자가 한 달 일찍 앞당겨 진 까닭은 모른다.
그래도 분명한 건 이 전대미문의 사 건 이후에 벌어질 일들이다.
서둘러서 거둬야 할 것들이 있었다. 내 돈 말고.
남의 돈.
원래 남의 돈이 더 맛난 법이지.
런던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을 시 작했다. 다시 방문한 질리언의 사무실 은 여전히 폭격을 맞은 듯 정신이 없 었다.
질리언이 명단을 가져왔다. 그룹 휘 하의 헤지 펀드에 들어온 자금 중 오 일 머니로 추정되는 투자자 목록이었 다.
그중에 따로 표시가 된 명단은 당장 여기 런던에서 미팅을 잡을 수 있는 자들이다.
그들과 시간별로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어제 우연희에게도 보여 줬 던 프라이빗 살롱.
남자는 사우디 권력가의 심복이 틀 림 없었다.
현 사우디 왕가의 최고 권력가는 왕 위 계승 서열 1위인 왈알만왕자.
같은 왕자라고는 하지만 서열 100위 권 밑의 이 남자가,왈알만 재단과 국 영 석유 회사의 이사직을 겸직하고 있 는 이유는 다른 것들로 설명되지 않는 다.
그가 곧 창고지 기 다.
“에단입니다.”
남자의 입에서 유창한 영어가 술술
나왔다.
“질리언 대표와 단둘이서 만나는 줄 알았소만?”
그는 나를 불청객 취급했다. 아랫사람을 보는 듯한 시선이 내 전 신을 훌었다.
나를 질리언 휘하의 직원이나 경호 원쯤으로 대하던 무렵.
질리언이 이를 정정하고 나섰다.
“우리 그룹의 최고 주주들을 대변하 고 있는 분입니다.”
그제야 남자의 눈빛이 달라졌다.
런던 그룹의 사명에 질리언의 이름 이 붙어 있긴 하지만,실 주인이 따로
있는 것쯤은 업 계 상식 이니까.
“나는 알리드요.”
“이런 날에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 다.”
“그건 내가 할 말이오. 그렇지 않아 도 한 번쯤 만나 보고 싶었는데,반갑 소. 에단.”
어제 자 테러 사건으로 포문을 열었 다. 그가 내 말을 받았다.
“그러게 말이오. 입장이 곤란하게 되 었소. 사건이 터지자마자 천만 달러의 구호금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표현 했소. 허나 그들에게는 우리 또한 질 나쁜 테러리스트로 보였던 모양이오.
바로 거절하더군. 쯧쯧.”
“그 일 때문에 만나자고 한 겁니다.” 나는 질 리 언을 쳐다보며 물었다.
“평소 질리언 대표의 수완을 어떻게 생각해 오셨습니까?”
“최고지요. 우리는 조나단보다 질리 언을 높게 평가하고 있소.” 재미있게도,그가 조나단을 언급하 고나왔다.
“조나단 그룹에는 투자금을 맡기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남자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 랐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냐는
듯한 미소.
“질리언 대표의 수익률이 가장 높다 는 거요.”
남자는 우리의 뉴욕,런던 그룹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들에 자금을 분산해 두고 있다.
아마도 수백억 달러의 자금이 이 남 자의 손바닥에서 움직이고 있을 터.
“그런데 어제 일 때문이라고 한 건 무슨 말이오?”
무슨 말이긴.
앞으로 아랍계는 미국인들의 경계 대상이 된다. 그들의 주머니까지도.
때문에 사건 직후 미국 시장에서 발
을 빼는 아랍계 자금은 무려 2000억 달러 규모에 달했었다.
자본 대 이동.
최대 1조 달러의 아랍계 투자 자금이 미국 시장에 들어와 있다는 게 내 결 론이다.
그리고 이 남자는 그 자금들이 스위 스나 다른 안전 자산으로 떠나기 전, 우리 쪽으로 물길을 바꿔 줄 시작점이 될 수 있었다.
모든 미팅을 끝냈을 때.
질리언은 감탄 어린 시선을 띠고 있 었다.
지금까지의 대화 속에서 내가 억만
장자들의 하수인이 아닌.
그와 같이 전문 지식을 지닌 금융인 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내가 말했다.
“아직도 독립을 꿈꾸고 계시진 않겠 지요?”
질리 언은 미소만 떴다.
그가 그룹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크 게 줄어들었다.
이 일이 잘 성사된다면 더욱 줄어들 것이다.
북미 시장에 들어가 있던 오일 머니 가 질리언의 그룹으로 흘러가는 순간, 런던의 그룹은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
보다 자본 규모가 커지게 될 것이다. 세계 제일의 자산 운용사 순위가 일 순간에 뒤바뀌는 것.
그 막대한 금력(金刀)을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질리언은 영업 부서에 상당한 힘을 실어 왔었다. 휴일에는 그도 직접 억 만장자들과 간담을 가져 그들의 돈을 유치해 왔다.
왜? 조나단 그룹을 밟고 업계 1위로 올라서기 위해서였다.
“으..«
“a*.-
질리언은 선후가 멀어지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직 일이 성사된 건 아니지만.
그가 지금껏 애써 왔던 일을 선후가 단 하루 만에 궤도권 안으로 끌어올린 것이었다.
‘테러 사건이 터지자마자 미국 내 오 일 머니부터 빼 올 생각을 해?’
처음에는 그 신속함에 놀랐고,다음 에는 그 대담함에 치가 떨렸고,마지 막으로는 정세를 살피는 식견에 감탄 했다.
마치 투자 시안을 받았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본인이 한 것이라곤 얼굴 마담이 되 어 입 닥치고 앉아 있는 것 밖에 없었 다.
뚝.
마침내 질리언은 머릿속에서 선 하 나가 끊겨 버린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상대방과 통화 연결이 끝나 있었다.
〈테러 사건 때문이오?〉
< 그러게 서둘러 달라 하지 않았소? 지 난 1년간대체 뭘 했던 거요?〉
질리언은 화를 내면서도 머릿속으로 는 이미 납득하고 있었다.
전 대륙의 조세 피난처들을 뫼비우 스 띠처럼 돌고 있는 유령 회사를 쫓 는 일은,실제 유령을 쫓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컨대 투자 금융 그룹의 전신이었 던 맨 섬의 투자 회사만 하여도.
파나마의 회사를 케이맨에 소재한 다른 회사에 덧대고,이를 다시 맨 섬 에 설립한 비밀 회사에 결합시켜 놓았 던 것이었다.
하물며 그룹의 주인들은 그러한 과 정을 몇 사이클이나 돌려 대며 자신들 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핸드폰 너머의 상대가 질리언에게 쩔쩔떴다.
< 하면 한 사람을 추적해 보시오. 에단이 라는 가명을 쓰고,현재 런던에 들어와 있 소. 외모는 20대 초반의 동양 남성. 키는 182 정도. 80kg쯤으로 보이는 단단한 체 격. 사진은 사무실에 들어가는 대로 cctv 에 찍힌 걸 확대해서 보내 주겠소.〉
< 이번에는 날,실망시 키지 말아야 할 거
요.〉
어느새 그룹에서 운영하는 자산 규 모가 6천억 달러에 달했다.
그중에서 반절인 3천억 달러가 그룹 의 순 재산이 었다.
그게 끝이 아니다.
그룹의 실 주인들은 맨 섬에 두 개의 투자 회사를 더 소유하고 있었다. 제시카쪽에 1500억.
다니엘 쪽에 500억.
그것만으로도 실 주인들의 재산은 5 천억 달러까지 늘어난다.
유입된 연기금과 억만장자들의 자금 은 3천억.
거기에 오일 머니까지 유입된다면?
그래서였다.
‘적어도…… 어떤 자들의 돈인지는 알아 둬야 한다. 적어도.’
질리언은 엄청난 음모에 휘말린 기 분이었다.
진실이 무엇이든,실 주인들이 손아 귀에 쥐여 준 돈은 어떤 음모든 만들 어 낼 수 있었다.
1조 달러는 그만큼이나 엄청난 자본 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는 한 사람이 있 었다.
‘에단.’
자신을 월가에서 고향으로 데려온
자.
그가 시작이었다.
질리언은 아랍의 거물들을 능숙하게 다루던 선후를 떠올리며 또 다시 치를 떨었다.
‘설마…… 아니지. 말도 안 되는 얘 기야. 투자 시안은 방대한 정보의 결 과물이다. 한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야.’
질리언은 고개를 저으며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 순간 바로 굳어 버렸다.
직전에 헤어졌던 자가 사무실 책상 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문객이 있다는 소리도 없었다. 마 치 유령처럼 스며 든 듯했다.
질리언이 놀란 기색을 감추며 말했 다.
“놓고 간 게 있었습니까?”
“이 자리가 탐탁지 않으면 말씀만 하 시면 됩니다. 일전에 약속했던 대로, 독립시켜 드리고 경영권도 보장해 드 리겠다는 겁니다.”
질리 언은 아차 싶었다.
불과 십여 분 사이에 일이 어떻게 꼬 여 버렸던 것일까?
“윗선에는 뭐라 보고드리면 좋겠습 니까. 거기에 쓰세요.”
질리언은 제 앞에 내밀어진 백지와 펜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어쩐지 온몸에서 힘이 싹 빠져나간 것만 같았다.
이제 와서 하차하라고? 조나단을 꺾 을 수 있는 기회가 목전에 이르렸는 데?
어느새 자신은 시티의 중요 인사가 되어 있었다. 세계 금융권에서도 발언 력 이 IMF 총재 급에 가까워 졌다.
질리언은 그룹에서 떠난 자신의 모 습을 생각해 봤다.
조금도 영광스럽지 않았다.
그건 고통스런 계산이었다.
“쓰세요. 거기에 쓴 대로 보고 올릴 겁니다.”
질 리 언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펜을 들 수 없었다. 암흑 속에서 그 의 자존심은 저 밑바닥까지 꺼져 버렸 다.
그때 쓱쓱거 리는 펜 소리가 났다.
질리언이 눈을 떴을 때에는 아무것 도 없던 백지에 두 문장이 채워져 있 었다.
「질리언은 오일 머니를 유치하기에 충 분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그와의 계약 기 간을 연장하고,그의 권한을 조금 더 높였
으면 합니다.」
“에단……
“하시지 못하는 것 같아서 대신 써 드렸습니다. 제가 도화선에 불을 붙여 뒀으니,질리언은 불이 꺼지지 않도록 꾸준히 주시하고 신경 쓰십시오. 그렇 게 폭탄이 터지는 시점에 오일 머니가 쏟아져 들어올 겁니다.”
그가 나간 뒤, 사무실은 적막에 휩싸 였다.
질리언의 심경은 실로 참담했다.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그가 갑자기 자리를 박찼다.
질리언은 옷부터 뒤졌다. 그러고 나 서 구두의 깔창을 뜯고 핸드폰도 분해 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도청 장치는 없었 다. 그래서 더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에단은 대체 어떻게 자신의 통화를 엿들었으며, 누구의 시선에도 걸리지 않고 사무실 안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