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9
19화. 난 X새끼들이랑은 거래 안 해
“누, 누구······컥!”
놈이 입을 벌리자마자 혀를 목구멍으로 밀어넣었다.
“닥치라고 했지?”
나는 그를 옥상 위에 내던지고는 수행원 놈들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여유롭게 담배를 피고 있었다.
역시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나는 시선을 거두고 꽁지머리 돼지를 바라보았다.
놈은 손을 입속에 넣고 혀를 빼내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으으!”
“괜히 힘 빼지 마라.”
놈은 이번엔 등을 돌리고 나에게서 도망치려 했다.
나는 짧은 한숨과 함께 염력으로 발을 걸었다.
-쿠당탕.
철퍼덕 넘어진 놈은 바닥을 기면서까지 발버둥을 쳤다.
나는 놈의 팔을 뒤로 꺾으며 말했다.
“다시 밑으로 내려가고 싶나? 던져줄까?”
올라올 때를 떠올린 걸까.
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포기한 듯한 표정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포기가 빠르달까.
그때 비굴한 모습으로 기회를 노리던 김재오가 겹쳐보였다.
‘설마……’
보스턴백의 지퍼를 열어보았다.
역시 오만 원 권 돈다발이 가득 들어 있었다.
-후두둑.
공중에서 가방을 뒤집었다.
그러자 돈다발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나는 비어버린 가방 겉과 속을 뒤집고 샅샅이 뒤졌다.
그때 가방의 깔판을 제거하자 소형 위치추적장치가 발견되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그걸 부수자 꽁지머리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으으으······”
“자, 지금부터 상황설명을 해줄 테니 잘 들어봐.”
나는 가방 속으로 돈다발을 다시 담으며 말을 이었다.
“수금한 돈과 함께 사라진 수금책, 그리고 곧바로 신호가 사라진 추적장치. 이게 뭘 뜻할까?”
“……!”
“참, 핸드폰도 꺼야지.”
곧바로 녀석의 상의를 뒤져 스마트폰의 전원을 껐다.
“이해했어?”
-끄덕, 끄덕.
나는 놈의 혀를 풀어주었다.
소리를 지르면 혓바닥을 뽑아버리겠다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
“넵.”
“이름.”
“시, 신중원입니다.”
“소속.”
“BD그룹······”
“됐고. 흑룡파 누구 라인이야?”
“강신재…… 형님이십니다.”
또 강신재구나.
그 동안 흑룡파에 대해 알아본 바로 놈들은 두 개의 파벌으로 나뉘어 있었다.
최칠상의 소재를 확인할 목적으로 납치했으니 다행이긴 한데, 계속 그놈 라인만 건드리게 되자 도대체 오현조 그놈의 파벌은 어디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럼 최칠상이란 놈에 대해 잘 알겠네? 모른다고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칠상형님은 왜······”
“질문은 나만 한다.”
나는 곧장 최칠상의 소재에 대해 물었다.
정기적으로 나타나는 장소 혹은 기거하고 있는 집의 위치 같은 곳 말이다.
하지만 놈은 주저하며 입을 열지 않았다.
“칠상이란 놈이 어지간히 무서운가 보지?”
“……”
“그럼 이렇게 하자. 너 그냥 죽여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어줄게. 그리고 이 돈은 네 가족들에게 갖다 줄 거야. 아무리 깡패새끼라도 가족이나 애인은 있겠지. 그럼 최칠상이 그들을 어떻게 할 것 같아?”
“……!”
“만약 내가 최칠상이라면 무성도예로 보낼 거야. 그럼 이무성과 김재오가 자알 대해 줄 거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해?”
“무성도예를 어떻게……”
“그건 네가 알 바 아니고. 중요한 건 그렇게 몰아갈 거라는 거야, 내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정말 그렇게 할 거라는 듯이.
놈은 고민이 되는지 눈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원하시는 대답을 드리면 전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가족도 살리고, 너도 살고 싶다?”
“으……은혜를 베풀어 주시면 가족들 데리고 해외로 도피하겠습니다.”
그러면서 가방을 힐끔거린다.
저걸 이용하면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정보만 확실하면 저 돈, 전부 다 니꺼야.”
“저, 정말이십니까?”
“읊어봐.”
신중원은 최칠상의 집주소와 그가 단골로 방문하는 룸살롱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게다가 부연설명도.
“칠상형님을 만나려면 룸살롱에서 기다리는 게 더 빠를 겁니다.”
“집보다 룸살롱이 더 빠르다고? 왜?”
“집은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밖에 안 가십니다.”
“룸살롱은?”
“적어도 이, 삼일에 한 번은 꼭 가시고요. 아마 오늘도 거기 가실 겁니다.”
“거기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어?”
짧게 끄덕이는 고개.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돈은 왜 여기로 가지고 왔지? 저 골목 끝에 있는 집에 들어가려던 모양이던데.”
“……저기가 은행입니다.”
“은행?”
“일종의 프라이빗 뱅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불법자금을 은닉하거나 돈세탁을 할 때 이용한다는 게 다르지만요.”
“흐음……”
그러니까 사채처럼 검은 돈이 오고가는 곳이라는 말이구나.
저 돼지저금통을 깨면 곤란한 놈들이 꽤 많을 거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무성도예의 일을 계기로 무턱대고 쳐들어가는 건 삼가기로 했다.
갈 땐 가더라도 내부사정을 파악하고 가야 한다.
“이제 가도 되겠습니까?”
“아니.”
“아까 대답하면 이 돈 가지고 잠적하게 해주신다고……”
나는 신중원에게 냉담하게 답했다.
“난 X새끼들이랑은 거래 안 해.”
“이……끅.”
놈의 코와 입을 막고 호흡을 차단했다.
발버둥을 쳤지만 내 구속력을 뿌리칠 순 없었다.
나는 놈이 의식을 잃고 추욱 늘어지자 염력으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줄 달린 인형처럼 움직였다.
물론 아주 자연스럽게.
‘좋아, 그대로.’
나는 신중원을 놈이 있었던 골목 반대쪽으로 내렸다.
그리고 골목길을 통해 차로까지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보스턴백을 품에 꼭 안은 신중원의 고개를 좌우로 움직여 불안해하는 모습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부우웅.
잠시 기다리니 멀리서 화물트럭이 맹렬히 달려오고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다.
늦은 시간대, 도로가 한적해지면 당연하다는 듯 신호도 무시하고 과속하는 차들이.
게다가 저 트럭은 아슬아슬하게 좌우 차선을 번갈아 밟는 것으로 보아 술을 먹은 듯이 보였다.
나는 때를 기다렸다가 신중원을 차도로 밀어 넣었다.
옆에서 볼 때는 뛰어든 것처럼 보이도록.
-콰앙!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튕겨나간 신중원이 공중을 날아 바닥에 처박혔다.
즉사였다.
-팔랑, 팔랑.
보스턴백에서 쏟아진 노란 꽃잎이 차도 위를 수놓았다.
***
신중원을 처리한 후,
놈이 알려준 룸살롱 근처에서 잠복하고 기다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승합차가 줄지어 오더니 열댓 명에 달하는 깍두기들이 차에서 내렸다.
그 중에는 최칠상으로 보이는 놈도 있었다.
정말 이곳에 모습을 보인 것이다.
‘찾았다.’
시간낭비 할 필요 없어 좋다.
주변에 인원이 좀 많긴 하지만 언제까지고 같이 있진 않을 테니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저놈을 어디서 작업하지······”
아마 오늘도 집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신중원의 말에 따르면 장권일과 달리 놈은 가족이 있다고 했으니.
그렇다면 룸살롱 위층을 차지하고 있는 모텔에서 오늘 밤을 보낼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CCTV도 그렇고 옆방에 부하들도 있을 테니 여기는 적합하지 않아.’
그냥 죽이는 거면 몰라도 물어봐야 한다.
왜 나를 미행했는지.
한설아를 죽인 게 너희들인지.
저놈의 위치를 생각하면 대부분의 의문이 해소될 것이다.
그러려면 모텔에 올라가기 전에 납치해서 장소를 옮길 필요가 있었다.
-저벅, 저벅.
룸살롱에서 보내는 시간이 꽤 될 테니 주변을 살펴보기 위해 한 바퀴 돌았다.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난 B급 상권.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문을 닫은 상점이 군데군데 보였다.
‘상권이라 그런지 인적이 뜸한 곳이 없네. 차라리 아까처럼 옥상으로 올라갈까?’
4, 5층짜리 건물이 대부분이라 옥상으로 간다면 주변의 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될 듯 했다.
다만 아직 길거리에 사람이 많기 때문에 무턱대고 하늘을 날다가는 눈에 띌 위험이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 근처는 마땅치 않네. 역시 차량으로 이동해야겠어.’
되도록 근처에서 작업하고 돌연사로 위장하려고 했지만 힘들 듯했다.
나는 차선책으로 타살을 선택하되 증거를 남기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조폭이기도 하고 오현조 파벌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언제 암살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룸살롱 앞으로 돌아온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벌써 간다고?’
들어간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최칠상이 룸살롱을 나오고 있었다.
조금만 늦게 돌아왔어도 놓칠 뻔한 것이다.
그는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인사를 나누고 기사가 몰고 온 검은색 세단에 올라탔다.
나는 서둘러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로 그 뒤를 쫓았다.
-부우웅.
세단이 향한 곳을 미행하니 목적지는 호텔이었다.
집은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만 간다고 듣긴 했는데 호텔에서 보내다니.
깡패 주제에 호화롭기 그지없다.
‘일단 연결해두고.’
나는 멀리서 칠상의 옷에 염력을 연결했다.
이것으로 어디로 가든 위치를 감지할 수 있다.
나는 인근 공원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
곧바로 따라 들어가 체크인을 하면 의심을 살 수도 있으니.
-팔랑, 팔랑.
문득 가로등 전등에 커다란 나방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염력으로 나방을 잡아채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쓸모가 있을 것이다.
나는 적당히 시간을 보냈다고 판단하고 호텔 로비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예약하셨나요?”
프론트 여직원이 나를 보며 미소지었다.
이런 새벽시간에도 활짝 웃는 얼굴이 보기 좋을 정도였다.
돈 벌기가 이렇게 힘든 것이다.
“아니요. 하루 묵을 건데 방 있나요?”
“그럼요. 어떤 객실로 안내해드릴까요?”
“방은 상관없고 9층에 남는 방이 있나요? 보니까 10층이 라운지바던데 가까운 곳으로 잡고 싶어서요.”
“스위트룸만 남아있는데 괜찮으실까요?”
“괜찮아요.”
“네, 계산해드리겠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나는 그녀가 전산입력과 계산을 하는 동안 그녀의 상의에 염력을 연결했다.
그리고 티가 나지 않게 주머니를 건드리며 속을 살폈다.
‘오른쪽 포켓에 있구나.’
사각형의 납작한 물체, 카드형태의 그것은 마스터키가 분명했다.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주머니 천을 움직여 마스터키를 주머니 바깥으로 밀어 올렸다.
‘오케이, 맞네.’
나는 상의에 연결된 염력을 해제하고 마스터키에 다시 연결했다.
그리고 그녀가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 몰래 빼돌렸다.
이것으로 최칠상이 있는 룸으로 들어갈 수단을 확보한 것이다.
“여기 911호 객실카드와 조식 식사권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녀가 건네는 물건들을 받아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띵.
9층에 도착.
가장 먼저 CCTV부터 체크했다.
T자형 복도 가운데를 기준으로 각 방향으로 카메라가 보고 있었다.
객실로 들어갈 땐 찍힐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될 건 없지만.’
찍혀야 한다면 찍혀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면 된다.
애초에 그 목적으로 나방을 채집한 것이다.
CCTV 카메라렌즈를 가리기 위해.
-팔랑, 팔랑.
나방은 자연스럽게 날아가 렌즈 옆에 달라붙었다.
이 상태로 객실로 들어간 후, 렌즈를 나방으로 가리고 나가면 간단하게 알리바이가 성립한다.
도어락을 분석해서 열리고, 잠기는 시간대까지 확인한다면 방법이 없겠지만 그것까지 어찌할 순 없다.
‘그 정도 조사를 하려면 타살이라는 정황이 있어야겠지.’
흔적없이 잘 죽이면 문제없다.
집중하니 놈의 위치가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띠리릭.
문을 열고 들어간 후, 곧바로 나방을 살짝 움직여 렌즈를 가렸다.
그리고 곧바로 문을 열고 920호까지 달려갔다.
-띠리릭.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순식간에 내부로 들어갔다.
10초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나는 나방을 다시 움직여 렌즈 옆으로 치운 후 그대로 대기시켰다.
다시 이곳을 나갈 때 사용하기 위해.
‘이놈은 자는 건가? 문이 열렸는데도 인기척이 없네?’
나는 천천히 침대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