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이간질 맛집이네
“한발 늦었네요.”
실비아는 스프링필드 외곽의 옥수수농장에 도착하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테오가 숨어든 트럭을 쫓아 여기까지 왔는데 놈은 벌써 떠난 것이었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가야해?”
내 물음에 실비아는 광활한 규모의 옥수수 밭으로 다가가더니 고개를 저었다.
“옥수수 그림자를 타고 움직였어요. 여기서부터는 쫓아가기 힘들 것 같아요.”
“여긴 왜 온 거지?”
“일단 집안을 좀 살펴보죠.”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려다 걸음을 멈췄다.
안쪽에서부터 짙은 피비린내가 풍겼기 때문이었다.
나는 곧바로 투시력으로 내부를 확인해보았다.
그곳에는 목이 잘린 채 죽어있는 남녀, 그리고…… 꼬마 여자아이의 시체가 있었다.
“들어가지 마.”
실비아가 저 상황을 본다면 두고두고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 그리고 열려 있는 냉장고로 보아 뭘 했는지 쉽게 알 수 있었기에 굳이 들어갈 필요는 없어보였다.
“왜 그래요?”
“안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래.”
나는 현관문에서 등을 돌리며 놈이 향한 옥수수 밭을 바라보았다.
여기까지는 내 먹잇감을 가로 챈 이유였다면 지금부터는 다르다.
저 가족이 무슨 짓을 했다고 죽였을까.
두 눈을 뜬 채 잘린 목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당했다는 걸.
‘엄마나 아들이나 사람 열 받게 만드는 건 비슷하네.’
나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후 착잡한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실비아에게 말했다.
“가자.”
“어딜요?”
“사람 찾는 전문가한테.”
“타츠오 씨 말이에요?”
“타츠오 씨에게도 부탁하긴 해야지.”
하지만 테오의 경우에는 타츠오보다 더 효과적인 전문가가 있다.
놈은 사백년 전 사람이라 CCTV에 노출되는 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니 말이다.
“그럼 그 전문가가 누군데요?”
“사이먼.”
“……누, 누구라고요?”
“사이먼 듀크 말이야. 그 해커놈.”
“지금 스컬을 찾아가잔 말이에요?”
눈을 휘둥그레 뜬 그녀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물론 그냥 가자는 건 아니야.”
“그럼요?”
“연기를 좀 할 거거든. 잘 할 수 있지?”
지금부터 나는 로드 라이언, 실비아는 경호원인 베라 킬라인이 될 생각이었다.
이미 밑밥은 충분히 깔아두었으니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
***
샌디에고 란초 산타페.
사이먼과 잭, 그리고 미하엘은 워싱턴에서 미국 반대편에 위치한 그곳까지 단숨에 날아갔다.
로드의 개인경호대로부터 그가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어, 어디 계십니까?”
사이먼의 물음에 대기하고 있던 로드의 경호원은 서재를 알려주었다.
그곳은 로드가 베라와 함께 사라졌던 바로 그 장소였다.
-똑, 똑.
“로, 로드. 사이먼입니다.”
“들어와.”
사이먼이 앞장 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내부에는 책상에 앉아있는 로드 라이언, 그리고 한발자국 물러서 그의 옆에 시립해있는 베라 킬라인의 모습이 보였다.
“어, 어딜 가셨던 겁니까? 다, 다들 걱정했었습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 암행을 하신 거군요.”
로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헌데 갑자기 무슨 일이냐?”
“부,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신 줄 알았는데 돌아오셨다기에 찾아뵌 겁니다.”
“다른 일은 없고?”
“이, 있긴 있었습니다.”
“말해보거라.”
사이먼은 자신이 탈취한 미국의 슈퍼솔져로 서훈을 노린 것과 헌터들을 모아 그를 암살하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간 것까지 보고를 올렸다.
그 모든 얘기를 들은 로드는 긴 한숨과 함께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그놈이 대단한 건 알았지만 그 정도였다니······”
“다, 다 제 탓입니다. 제, 제가 그의 추적이 있을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개의치 말거라. 죽은 헌터들은?”
“시, 시신은 저희가 수습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너희들이 전부냐?”
로드는 사이먼과 미하엘, 그리고 잭을 차례대로 바라보며 물었다.
“네, 네.”
“현재 스컬의 상황은 어떻지?”
“저, 정확하게 파악되진 않았지만 킬러들 중 대략 삼분의 이는 CIA에 의해 사살되었고, 나머지는 잠적한 상황입니다.”
“허어……”
“그, 그리고 스페셜원을 탈취한 일과 볼드윈 저택을 공격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CIA의 추적이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아, 아무래도 전멸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사이먼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고개를 늘어뜨렸다.
“네 잘못이 아니니 고개를 들거라. 본 브레이커 프로젝트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염려 말고.”
“바, 방법이 있는 겁니까?”
“유니온 클럽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들어야겠지.”
“그, 그러면 로드께 부담이······”
“일단 이 상황은 넘기고 봐야지 않겠느냐. 그 일은 나에게 맡기고 너희는 이걸 맡도록 해.”
그는 책상 한쪽에 있던 서류를 집어 들어 사이먼의 앞에 툭 내려놓았다.
“이, 이게 무엇입니까?”
“일리노이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다. 그놈이 맥 무어 회장을 죽이는 바람에 브라이언 볼드윈을 움직이려는 계획이 꼬여버렸구나. 그러니 반드시 찾아서 처리해.”
사이먼은 맥 무어가 죽었다는 말에 혹시 서훈이 아닐까 싶어 빠르게 서류를 넘겨보았다.
하지만 CCTV에 비친 화면이 인쇄된 서류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경비를 죽일 때 사용한 능력을 보고 그가 새로운 네오휴먼인 걸 알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서훈, 그자보다 위험한 인물인 것 같다. 계속해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있으니 서둘러 제거해야 해.”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따로 지시할 게 있으니 사이먼만 남고 너희들은 나가보거라.”
로드의 지시에 사이먼은 서류를 미하엘에게 건넨 후 잭을 데리고 나가서 내용을 숙지하라고 말했다.
그렇게 혼자 남은 로드, 아니 로드의 모습을 한 서훈이 물었다.
“아까 서훈과 브라이언 볼드윈이 접촉했다고 했지?”
“네, 네.”
“사실 이번 암행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미국 정보부에서 서훈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 같더구나. 그걸 확인할 수 있겠느냐?”
“어······ DNI(국가정보국), CIA(중앙정보국), FBI(연방수사국), NSA(국가안보국)이라면 이미 뚫어본 적 있습니다. 어, 어려울 것 없습니다.”
“너도 알겠지만 브라이언 볼드윈이 그놈을 이용하면 여러 가지로 일이 어려워질 거다.”
사이먼은 그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그자가 약점을 잡을 수 없게 만들고 서훈에게 정보를 흘리면……”
“그래, 그렇게만 되면 서훈이 그자를 알아서 죽이게 만들 수도 있는 게야.”
“묘, 묘안이십니다.”
사이먼은 짧게 박수를 치며 동의했다.
로드의 계획은 껄끄러운 두 인물을 이간질시킬 수 있는 절묘한 계획이었다.
그렇게 지시가 끝났음에도 사이먼은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우물쭈물 거렸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느냐?”
“재, 잭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서, 서훈을 만나고 나서 잭이 정신적으로 많은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이먼은 그가 스컬의 사상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금이라도 그걸 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로드뿐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재, 잭은 과거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걸 알게 된 후에 방황을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이번에도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면······”
그때 사이먼은 로드를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
놀란 표정을 짓는 그의 표정이 생경했기 때문이었다.
“왜,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크흠, 아무것도 아니다. 그자에게 감화라도 된 건 아닌가 염려스러워서 잠깐 놀랐을 뿐이야.”
“그,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알았으니 그만 나가보거라. 내 시간을 내서 잭과 얘기를 나눠볼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그, 그럼 쉬십시오.”
사이먼이 나간 후, 서훈은 그때의 대화를 상기하며 풀썩 웃음을 흘렸다.
“와, 복제인간이었네. 어쩐지 그때 같지만 다르다 뭐 이딴 소리를 한다했더니······”
그 모습에 베라의 모습을 한 실비아가 물었다.
“서훈 씨, 둘 중에 누가 잭인 거죠?”
“젊은 놈.”
“뭐라고 했기에 혼란을 느낀다는 거예요?”
“별 말 안 했어.”
“그런데도 그런다고요?”
서훈은 턱을 쓰다듬으며 씨익 웃었다.
“원래 그 나이 땐 다 그래.”
방황과 혼란, 불안과 상처는 청춘이라는 증거 아니겠나.
여기에 배신이라는 조미료만 좀 뿌려주면 맛깔나는 복수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거다.
‘이간질 맛집이네.’
***
워싱턴 D.C, J.에드거 후버빌딩.
초대 FBI국장의 이름을 딴 이 빌딩은 지금까지 FBI본부로 사용되고 있었다.
브라이언 볼드윈은 그곳 국장실에서 FBI국장, 제임스 몽거와 독대를 하는 중이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미스터 볼드윈?”
제임스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일리노이주에서 일어난 두 사건은 국가정보국에서 직접 맡을 거라고 했네.”
이엘바이오 스프링필드 지사, 그리고 옥수수농장.
그곳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동일한 살해수법이었고 용의자는 한 명이었다.
“네오휴먼이라는 초능력자가 관련된 일이라 그렇습니까?”
“그렇네. 앞으로 네오휴먼 건은 관할을 막론하고 국가정보국에서 처리할 예정이야.”
“사건을 넘기더라도 피해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은폐하긴 어렵습니다.”
“연방검사 쪽과 협의해서 이엘바이오 지사 건은 보존탱크폭발로 인한 사고로 처리하고, 농장 건은 며칠 전에 세인트루이스에서 체포한 살인마 있지? 그놈에게 덮어씌워.”
제임스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그럼 미스터 볼드윈의 저택에서 있었던 습격 건은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스페셜원과 프레데터가 동원된 공격.
비록 인명피해는 없었다지만 헬파이어까지 사용된 소란에 페어팩스주의 주민들 중 모르는 사람이 없는 실정이었다.
“알 키사스의 테러였다고 둘러대. 프랑스가 진행 중인 대테러연합작전에 군을 파견한 보복인 것 같다고 말이야.”
“던져주면 좋다고 받아먹겠군요.”
정보기관의 수뇌부가 공격당한 사건을 알 키사스의 짓이라 발표하면 그들이 부정할 리가 없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영향력을 부풀리는 걸 바라는 놈들이었으니까.
“헌데 한 가지만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뭔가?”
“그 냉동인간 말입니다.”
제임스는 살인범인 테오 텔로스를 언급했다.
그와 관련해 브라이언 볼드윈의 관련성을 묻기 위해서였다.
“혹시 이엘바이오와 국가정보국에서 관련 된 겁니까?”
“무슨 뜻인가?”
“그가 초능력자라서 깨어났다기보다 맥 무어 회장이 직접 참석한 상황에서 해동절차를 진행한 후에 깨어난 거잖습니까.”
“해서?”
“그자가 깨어나게 된 배경에 대해 아시는 게 있는지 묻는 겁니다. 미스터 볼드윈께서 냉동인간기술에 관심이 많으시다는 건 아는 사람은 아니까요.”
CIA가 국외정보를 다룬다면 FBI의 관할은 국내였다.
법무부 소속으로 최고위 권한을 가진 연방치안기관.
그 기관의 장인 제임스 역시 CIA국장 앤드류 터너 못지않게 많은 정보를 다루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해하지 말게. 내가 맥 무어 회장과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고 그 기술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사건과는 하등 상관이 없으니까.”
브라이언은 앞에 놓인 허브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을 이었다.
“나 역시 알고 싶네. 그자를 깨운 방법이 뭔지, 다른 사람은 그 이상한 주사를 맞고 몸이 터졌는데 왜 그자만 멀쩡한 건지.”
“……”
“해서 반드시 생포할 생각이네. 그럼 우리 미국은 영생이 가능한 기술을 보유하게 될 것이고, 세계 유수의 권력자와 재력가 등 모든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을 거야.”
그 또한 정보수집법의 하나인 휴민트(HUMINT)나 다름없었다.
부활이 가능한 냉동보존기술의 제공을 대가로 그들이 가진 막대한 자본과 고급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는 미래의 패권과 직결되어 있었다.
“사살은 몰라도 사로잡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저도 CCTV영상을 봤는데 그자가 가진 능력의 살상력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허허, 이미 그 능력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고 약점도 파악했네.”
그는 조지 크리크가 서훈에게서 얻어낸 정보를 보고받은 상태였다.
“대단하시군요. 벌써 대비를 하고 계시다니.”
제임스는 그가 왜 정보황제로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현재 미국의 정보기관 중 네오휴먼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이토록 기민한 대응을 보이는 곳은 한 군데도 없으니 말이다.
“이만 가볼 테니 내 말한 대로 조치해주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브라이언이 국장실을 나온 그때였다.
안주머니에 있는 국가정보국 직통휴대폰이 울렸고, 그걸 받은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테오 텔로스의 행적이 확인되었기 때문이었다.
“내 금방 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