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38
38. 임무 유형,수비(3)
성문 밖 평원에는 수백 마리의 고 블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키아, 키아아!”
놈들은 일렁이는 불길 너머에서 몇 발자국 떨어져 우리를 주시했다.
눈이 붉게 빛났고 위협용으로 칼 을 휘둘러댔다.
삐걱삐걱.
뒤의 성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병사가 도르래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의도한 결과다.
퇴로는 막혔다.
남은 것은 전진뿐.
“전원 위치로!”
“네!”
불길 속에서 겁 없는 고블린 한 마 리가 뛰쳐나왔다.
검으로 모가지를 쳐 날린 다음 진 형을 잡았다. 마법사를 중심으로 한 삼각진이다. 내가 꼭짓점 위,제나
가 오른쪽,아론이 왼쪽,그리고 이 올카가 중앙이다.
넓게 둘러쳐진 화염 덕에 고블린 들은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고 있지 만,우리도 함부로 나가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길을 뚫어야 했다.
“이올카. 1단계다. 화력은 약해도 좋아. 최대한 넓게 화염을 흩뿌려 라.”
“알았어요.”
눈을 감은 이올카가 캐스팅을 시 작했다.
“고블린들이 접근 못 하게 막아!”
최초의 마법에 의한 불길이 점차
약해졌다.
거세져 가는 빗줄기 탓이다. 위태 롭게 흔들리는 화염 속을 몇몇 고블 린들이 뚫고 들어왔다.
단검이 호선을 그리며 고블린의 목을 꿰뚫었다.
빗줄기 속에서 피가 솟구쳤다.
아론이 창을 길게 잡더니 한 마리 씩 찔러 죽였다.
스킬 레벨은 낮아도 오랜 훈련을 거쳤다. 찌르는 자세에는 한 점의 흠도 없었다.
“캬르르!”
석궁수가 눈을 번뜩였다. 세 개의
석궁에서 볼트가 쏘아졌다. 그 목표 는 이올카. 두 개는 방패로 막고 한 개는 검으로 쳐낸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 있던 돌을 발로 차 날렸다. 맨 앞에 있던 석궁수가 코피를 뿜으 며 나동그라졌다.
*20 초.’
뒤에서 전해지는 열기가 절정에 다다를 즈음.
“돌려!”
삼각진을 역삼각진으로 바꿨다. 내가 왼쪽으로,오른쪽의 제나가
우상으로. 아론이 아래쪽으로. 정면을 비워서 이올카가 사격할
위치를 만들어준다.
【발화하라!】
화르르르륵!
뚫린 정면으로부터 화염이 쏘아졌 다. 화염은 넘실거리면서 불길을 사 방으로 흩뿌렸다.
,,키 아아아아!”
매캐한 연기 속 살 타는 냄새가 코 를 자극했다.
”뚫어!”
순식간에 삼각진으로 되돌린 우리 는 불타는 평원을 달려나갔다. 고블
린들은 불에 허우적거리면서 난리 를 피우는 중이었다.
가죽 갑옷 너머로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지만,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다.
괜히 불타는 화로에 손을 집어넣 었던 게 아니다.
‘고블린은 불에 약하다.’
놈들은 불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 심이 있다.
이올카가 영입된 것은 행운이었 다.
우리뿐이었다면 훨씬 힘들게 포위 를 돌파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비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백 마리의 고
블린이 다시 우리를 포위했다. 군데군데 화염의 자취가 남았지만
쏟아져 내리는 비 때문에 기세가 금 방 죽었다.
이올카가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쏘면 돼. 한 발당 한 모금. 아껴 마셔라.”
“알고 있어요!”
이을카가 마력 포션을 입에 머금 더니 빠르게 삼켰다.
그리고 다시 주문을 읊었다.
불이 제대로 옮겨붙지 않은 곳으 로부터 고블린이 쏟아져나왔다.
제나 쪽이었다.
“아론,오른쪽을 보조해. 여긴 나 혼자 맡는다.”
“예!”
왼쪽은 상대적으로 화염이 거세 다. 그런데도 고블린들이 튀어나왔 다. 몇몇 놈들은 온몸이 불에 타고 있는데도 아우성치며 내게 달려들 었다.
놈들의 공격 패턴은 파악할 대로 파악했다.
칼을 방패로 흘린 다음 심장을 꿰
뚫어 죽였다. 볼트는 튕겨내고 창은 피한다. 방패 모서리로 머리를 박살 내고 목을 찢었다.
다시 20초.
“돌려!”
화르르르특!
2차 포격이 가해졌다.
우리를 포위하고 있던 고블린의
무리에 일시적으로 틈이 생겼다. 화 염을 배경 삼아 달려나갔다. 몸 곳 곳이 화상을 입은 둣 저릿했지만 멈 출 사이는 없다. 한 번 뚫린 포위는 재빠르게 메워져 나간다. 그 안에 최대한 많은 거리를 달려야 했다.
“키라, 키르라로로!”
평원 한쪽,높은 바위에 서 있는
고블린이 깃발을 흔들었다.
전신을 감싸는 철제 갑옷에 붉은
망토를 두르고 있다. 지휘관 클래스 다.
“제나!”
“포착 완료. 갑니다!”
단검으로 한 놈의 이마를 꿰뚫자
마자 활을 빼든 제나가 시위를 당겼 다.
화살은 정확하게 놈의 미간을 관 통했다.
,’끼 ?,’
“끼 끼!。
호위병으로 보이는 듯한 고블린 두 마리가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했 다.
제나는 놈들도 같이 저승으로 보 내줬다.
핑! 핑핑핑!
석궁수들의 사격은 이올카에게 집 중되고 있다.
“캐스팅 끊지 마라.”
석궁에서 볼트가 쏘아지는 순간, 어떤 궤도로 날아갈지,속도는 얼마 나 될지,어떻게 막아야 할지가 컴 퓨터처럼 머릿속에 계산됐다. 투척
방어의 효과. 몸도 계산 그대로를 따라간다. 쪼개진 볼트의 잔해가 이 리저리 휘날렸다.
화르르특!
3차 포격.
이번에는 전진 거리가 좀 더 길어 졌다.
지휘관을 잃은 탓인지 고블린의 혼란이 길어졌다.
애초에 이놈들의 목적은 우리가 아니라 북쪽 성문일 것이다.
화염 속에서 느닷없이 창끝이 내 밀어졌다.
옆으로 살짝 피한 다음 왼손으로
창대를 끌어당겼다. 끌려온 고블린 이 불길에 휘말려 통구이가 됐다.
상태는 말할 필요도 없이 더러웠 다.
비가 무진장 쏟아져 가죽 갑옷이 무거웠다. 비에도 쉽게 꺼지지 않는 불길은 몸 곳곳에 화상의 흔적을 만 들었다. 빗줄기와 연기로 앞은 잘 보이지도 않고,진흙이 된 바닥이 발을 끌어당겼다.
‘뜨거웠다가 차가웠다가. 아주 돌 아버 리겠군.’
검을 내려긋자 고블린 한 마리가 정수리부터 갈라졌다.
4차 포격의 시간이 됐다.
몸을 왼쪽으로 빼낸 즉시 화염포
가 전방을 휩쓸었다.
아론이 가쁜 숨을 내쉬며 화염의
벽을 돌파했다.
”이거 형님 말대로 안 했으면 진작 에 구워졌겠군요.”
“그러니까 하라는 대로 잘해.” “예.”
아론이 창을 크게 휘둘러 고블린 두 마리를 후려 팼다.
놈들은 불길에 닿아 머리부터 익 어갔다.
‘슬슬 때인가.’
괜찮은 듯 보이지만 아론도 제나 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산소도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주위 는 불길투성이. 화염 저항은 내성을 증가시켜주는 스킬이지만,면역까 지 되는 스킬은 아니다. 거기에 비 때문에 움직임이 힘들다.
“이번엔 2단계다.”
이올카는 안색이 파리해진 채 고 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마력 물약은 거의 바닥을 보인 상태다.
검으로 칼을 든 고블린의 팔을 찢 어 날리면서 외쳤다.
“제나,아론! 이번에 이올카가 마 법을 쓰면 강까지 그대로 돌파한다. 멈추지 말고 뛰어!”
“예!”
마력 물약을 통째로 비운 이올카 가 캐스팅을 시작했다.
물약의 유리병을 잡아챈 나는 그 것을 앞에 있던 고블린의 안면에 집 어 던졌다.
쨍그랑!
“우캭!”
얼굴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는 고블린을 끌어당긴 다음 이올카 앞 에 바로 세웠다.
푹푹푹푹!
놈은 석궁 일제사격에 화살받이가 되어 쓰러졌다.
’40 초.’
“엎드려!”
“예!”
【발화하라!】
이을카 근처에서 멤돌던 화염이 직선으로 쏘아져 나갔다.
재빨리 엎드렸다. 철퍽거리는 느 낌과 함께 쓰디쓴 진흙이 입안에 들 어 왔다.
【작열하라!】
투콰콰광!
수만 줄기의 비가 일제히 비산했 다. 주먹으로 후려갈기는 듯한 중격 이 머리부터 덮쳐왔다. 폭발에 휘말 린 고블린의 비명이 처절히 울려 퍼 졌다.
몸을 일으킨 뒤 입의 진흙을 내뱉 었다. 힘을 다한 이올카가 휘청거리 고 있었다.
검을 칼집에 집어넣고 방패를 등 에 멨다. 쓰러지려는 이올카를 양손
으로 받아서 들어 올렸다.
“이건……
“말하지 마라.”
이올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다음 내게 몸을 맡겼다.
“제나, 아론,내 옆으로. 강까지 달 려라!”
“예!”
합류한 두 명과 함께 고블린의 시 체를 넘어 질주했다.
이올카를 안고 있는 나는 무기를 쓸 수 없었다. 제나와 아론이 달려 나가며 내 양옆에서 활을 쏘고 창을 찔렀다.
강이 흐르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고블린들의 무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놈들은 멀리 떨어진 우리에게 눈
을 빛내고 이를 드러내며 위협했지 만,끝까지 추격해오지는 않았다. 그저 북쪽의 성벽을 향해 전진할 뿐 이었다.
“뚫긴 뚫었군.”
“후아,휘유우. 죽는 줄 알았네!” 강가 한 편에 비를 피할 만한 아름
드리나무가 있다.
제나와 아론이 그늘에 들어가 앉
았다.
나는 그곳에 이올카를 대충 놓았
다. 이올카가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 다.
“좀 곱게 내려줄 수 없어요!” “그럴 만한 형편이 안 돼서.”
나는 픽 웃고는 말했다.
“잠깐 쉬어. 이때 체력 물약을 써라.
화상 자국에 바르고 한 모금 마셔. 하 나밖에 없으니까 다 쓰지 말고.”
“알았어요. 우왓, 이거 엄청 쓰네.” 인상을 찌푸린 제나가 물약을 삼
킨 다음,소매 바깥으로 드러난 갈 색 피부에 조금씩 뿌렸다. 아론도 같은 일을 시작했다. 나도 한 모금 먹은 뒤 화상 자국에 발랐다. 쓰라
린 감각이 전신을 타고 올라왔다. 나는 나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시의 북쪽.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어떻게든 전황이 보인다.
수십 대의 사다리차가 성벽에 붙 어 고블린들을 위로 올려보냈다. 성 벽 위와 아래로 수많은 화살과 볼트 가 오갔고,거의 대다수의 고블린들 은 성벽에 오르자마자 아래로 떨어 져 추락사했다. 아직 외성은 뚫리지 않았다. 에디스 파티가 분발해주는 듯했다.
다음으로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
인 강.
쏟아지는 빗물에 의해 강이 거세 게 흐르고 있다. 강의 상류와 하류 사이에는 이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댐이 세워져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그것은 그렇게 튼튼해 보이지는 않 지만,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 았다. 강 너머에는 숲이 펼쳐져 있 었다.
우리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댐은 무너져 있었다.
자연적으로 무너진 것 같지는 않 다. 쪼개진 벽돌 조각과 파헤쳐진 흙더미 등 무언가로 때려 부순 듯한
흔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원군이 온다는 것을 눈치챈 고블린들이 무 너뜨렸다는 뜻이다.
‘이상한데.’
5층의 도시도, 7층의 댐도 형편없 이 망가져 있었다.
고블린들에게 성벽과 건물을 박살 을 낼만 한 힘이나 도구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기껏해야 사다리차를 만들어 성벽을 넘는 정도다.
“오빠,거기서 뭐해요? 비 맞을라. 들어와요.”
“……그렇군.”
“뭐가 그래요?”
“다들 거기서 나와. 손님이 곧 올 거 같으니까.”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렸다.
“조금 더 쉬고 싶은데.”
제나가 투덜거 리면서 나무 밖으로 나왔다.
아론이 따라왔고 숨을 고르던 이 올카도 마력 물약을 3분의 1쯤 비우 고는 내 옆에 섰다.
“지원군이 을 때까지 버틴다. 놈들 은 댐을 무너뜨리려 할 거야. 무조 건 막아.”
“예.”
빗줄기 사이로 적이 모습을 드러
냈다.
우리가 돌파했던 고블린 무리와 달리 이것들의 목표는 강의 댐이다. 나는 빗줄기 너머로 놈들을 살폈다.
[고블린 Lv.9 X 19]특공조인 만큼 무장이 잘 되어 있다.
이들은 철제 갑옷과 무기를 장비 했다. 그중 몇몇 놈들은 끌과 망치 를 들고 있었다. 약한 부분을 찾아 서 쪼개려는 거다.
그리고.
쿵,쿵,쿵!
한 발짝 걸을 때마다 땅이 흔들리 는 소리.
키는 약 3m 50cm.
옆에 선 고블린들이 도토리로 보 일 정도다.
연초록색 피부에 꽉찬 근육이 꿈 틀거렸고,급소를 가리는 철판 갑주 를 입었으며,오른손 밑으로 거대한 쇠망치를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이 새끼일 줄 알았지.’
“크아아아아아!”
놈이 울부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