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565)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46화
넥타르(Nectar) (2)
“시, 신격을 지닌 존재도 술에 취하는 게 가능하다고?!”
“어디서 구하는 건데?!”
흥분한 표정으로 콧김을 내뿜으며 강우와 차연주는 리리스의 가까이에 몸을 기울였다.
“어머, 무서워라.”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듯 가까워진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며 리리스가 능청스럽게 웃었다.
“저도 자세하게는 몰라요. 그나저나 술에 취한다는 게 그 정도로 흥분할만한 일인가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구천지옥에서는 술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녀는 취한다는 게 무슨 감각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엄! 당연하지!”
차연주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일 끝나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얼마나 소중한데! 몸이 찌르르 울리고, 짜릿짜릿하고! 알딸딸한 기분이 살살 올라오고! 크으…!”
부르르 몸을 떨었다.
“신격을 얻게 된 후에 아무리 독한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아서 얼마나 미칠 것 같았는데!”
“으음. 그렇게 말해도 나는 잘 모르겠네.”
리리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흥분에 찬 콧김을 내뿜고 있는 차연주를 바라보았다.
강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뭐, 저건 연주가 알콜 중독자라서 그런 거고. 저 정도는 아냐.”
“앙? 뭐라고 했냐?”
“어쨌든. 기분 좋은 건 맞지.”
날카롭게 노려보는 차연주의 시선을 피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우 또한 술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다.
‘예전엔 술을 마시는 게 삶의 낙이었지.’
고아 출신인 그는 기본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했다.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기는 했지만 큰 액수는 아니었기에 각종 아르바이트부터 막노동까지 여러 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런 고단한 생활 속에서 술은 잠시라도 현실을 잊게 해주는 스트레스 해소제였다.
‘그게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취한다’는 감각이 그리운 것은 사실이다.
“호호. 아마 레이라 씨에게 부탁하면 구해다 주실 거예요.”
넥타르를 구할 수 있다는 소식에 차연주가 흥분한 표정으로 리리스의 손을 잡았다.
“어떻게 구할 수 있는 건데? 방법만 알려준다면 우리 길드 자본을 기냥 팍 땡겨와서 대량 주조를….”
이대로 괜찮은가, 레드 로즈 길드.
“술의 이름이 넥타르라잖아. 신계에서만 구할 수 있는 술이겠지.”
“아….”
차연주는 짧은 탄성을 흘렸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 생각했더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그거였구나.”
신들의 음료, 넥타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암브로시아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신들의 음식이었다.
‘분명 디오니소스가 만드는 술이었던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고아원에서 만화로 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긴 했지만 그땐 사실 헤라의 가슴을 빠는 헤라클레스가 나오는 권만 마르고 닳도록 봤기 때문에 다른 내용은 별로 기억나지 않았다.
‘아아, 본능에 충실했던 어린 시절이여.’
머리가 아닌 아래로 생각했던 소년이여.
‘만 년의 시간을 넘어.’
나는 너의 하반신이 갈망했던 소원을 이뤄냈다.
“임자아아아아!!”
“예? 가, 강우 씨?”
끓어오르는 충동에 한설아를 부르짖으며 그녀의 품에 뛰어들었다.
한설아는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그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넌 또 갑자기 왜 지랄을 하는 거야.”
차연주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한설아에게 찰싹 달라붙은 강우의 목덜미를 잡아 끌어냈다.
“하여튼 이 새끼 맨날 임자, 임자, 임자… 서, 설아만 네 임자야? 앙?”
“임자는 설아뿐인 거 맞는데.”
“그럼 나는 뭔데 이 새끼야.”
“…츤데레 여동생?”
“뭐?”
“오빠라고 불러 보렴.”
“뒤진다.”
“죄송.”
씩씩 성을 내며 강우를 노려보았다.
강우는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차연주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입술이 겹치자 그녀는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동그랗게 눈을 떴다.
붉은 머리칼과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뺨이 달아오른 모습이 퍽 귀엽게 느껴졌다.
“뭐, 뭐 하는 거야?!”
“농담이야. 진짜 동생으로 생각했으면 사귀지도 않았겠지.”
“우, 우으….”
“그래도 임자는 설아뿐이지만.”
“씹새가.”
붉어졌던 차연주의 얼굴이 야차처럼 일그러졌다.
“하아. 진짜… 아오. 이걸 뒤지게 패버릴 수도 없고.”
주먹을 쥔 채 부들부들 몸을 떨며 날카롭게 눈을 떴다.
마음 같아서는 속이 풀릴 때까지 쥐어패고 싶었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옆에서 난처한 표정으로 우물쭈물거리고 있는 한설아의 모습이 어떻게 돌변할지 알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후우. 이럴 때 술이라도… 아.”
잊고 있던 것이 떠오른 듯, 차연주의 눈이 번쩍였다.
“그보다 술! 그 넥타르인지 뭐시긴지 하는 거! 그거 이번 파티 때 마실 수 있는 거야?!”
“흐응. 잠시만, 레이라 씨에게 한 번 물어보고 올게.”
리리스는 가슴골 사이에서 투명한 수정 구슬을 꺼냈다.
“칫.”
자연스럽기까지 한 그 동작에 차연주(72cm)는 눈살을 찌푸렸다.
“언니도 설아만큼은 아니라도 꽤 크단 말이야….”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응? 뭐가?”
“암 것도 아냐.”
“후훗. 가슴이라면 이 언니가 크게 만들어 줄까?”
“어? 지, 진짜?”
“인간 여자들은 잔뜩 주물러주면 커진다고 하더라고!”
만면에 미소를 띠운 리리스가 검은 머리칼을 꾸물거리며 음흉하게 웃었다.
차연주의 눈빛이 사납게 타올랐다.
“닥치고 술이나 주문해.”
“어머. 무서워라.”
리리스는 호호 웃음을 흘리며 수정 구슬에 손을 올렸다.
저번 강우의 납치(?)사건 이후 가디언즈의 정보조직과 그녀의 정보조직 간에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렇게 서로 직통으로 연락이 가능한 통신 구슬을 만들었다.
“아아, 레이라 씨. 잘 들리시나요?”
통신 구슬에서 홀로그램이 떠오르듯 레이라의 모습이 비쳤다.
[우효오오옷!! 강아지 귀에 목줄! 좋았어, 이번에 우리 귀여운 시훈이에게 저걸 입혀… 헛?!]연녹색 츄리닝을 입은 레이라가 사무실 책상에 앉아 악마를 숭배하는 이교도 집회에서나 들릴 법한 광기에 찬 괴성을 내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한참 침을 흘리며 마우스를 클릭하던 도중 통신 구슬이 켜졌다는 것을 눈치챈 그녀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반짝이는 통신 구슬을 바라보았다.
[커, 커흠! 방어력이 굉장히 뛰어나 보이는 장비네요.]“강아지 귀랑 목줄이?”
[어머, 강우 씨. 갑자기 무슨 일이시죠? 지금 시훈 씨가 입고 있던 장비가 많이 낡아서 플레이어 경매장에 올라온 물품을 체크하고 있었어요.]“저기 주소창에 바나나몰이라고 적혀 있는데.”
[호호호.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제가 그런 불건전한 사이트를 들어갈 리가 없잖아요?]“오른쪽 탭에 히토미나 끄고 말하세요.”
양심이 있어야지 이 여자가.
[아하핫. 강우 씨도 차암. 뭐,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여기 강아지 귀랑 목줄 세트는 설아 씨 앞으로….]“고급 가죽 재질의 방어구네. 와, 보호 마법 인챈트가 8중첩이나 된다고? 무게도 꽤 가벼워 보이고. 시훈이처럼 민첩하게 움직이는 스타일의 전사에게 어울릴 것 같아.”
[강우 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죠?]“그럼! 나도 하나 맞추고 싶을 정도야! 역시 제수씨가 장비 보는 눈이 남다르네!”
[하나 사 드릴까요?]“하하하! 마음만 받도록 할게요.”
우리 시훈이….
사랑하는 내 동생.
‘너도 고생이 많구나.’
미안해, 이 형이 지켜주지 못해서.
“강아지 귀… 목줄…!”
뒤에서 통신 구슬을 훔쳐보던 한설아가 열기에 찬 콧김을 내뿜으며 두 주먹을 움켜쥐는 것이 보였다.
‘음.’
못 본 거로 하자.
[그래서,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요. 아, 그리고 파티 초대도 권유해드릴 겸 해서 연락드렸어요.”
리리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화면 속의 레이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 보였다.
[파티? 무슨 파티인데요?]“후훗. 근육 돼지한테 축하할 일이 하나 생겨서요.”
[NTR 충이요?]“예?”
[아, 아뇨. 말이 헛나왔네요. 발록 씨에게 무슨 축하할 만한 일이 생긴 건가요?]“호호호. 글쎄, 들어보세요~”
리리스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얼마 전에 있었던 일들을 주절주절 늘어놓기 시작했다.
‘뭔가 아줌마들끼리 전화기를 붙잡고 수다 떠는 것 같네.’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강우는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머! 어머!’를 연발하며 믿을 수 없는 텐션으로 떠는 것을 보니 두 사람의 죽이 꽤나 잘 맞는 모양.
차연주는 언제 술 얘기를 꺼낼 거냐며 초조한 표정으로 리리스에게 눈치를 줬고,
한설아는 강우를 잡아당겨 무릎 위에 올리더니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뒤에서 끌어안았다.
“강우 씨는 강아지 좋아하시나요?”
“예?”
갑자기 그건 왜요.
“호호호. 그냥~ 강우 씨가 강아지를 좋아하나 궁금해서요.”
그냥 궁금하신 게 아닌 것 같은데요.
“강아지 싫어해.”
“아~ 역시! 강아지를 좋아하시는군요!”
?
“싫어한다니깐?”
“호호호. 저도 강우 씨가 강아지를 좋아할 줄 알았어요! 하긴, 강아지처럼 귀여운 생물을 싫어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죠.”
“저 악만데요.”
마왕인데요.
“흐흐흥~ 아, 역시 강아지는 귀가 특히 귀엽죠!”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이 생겼는데.”
“아 참! 아무리 강아지라고 해도 꼭 목줄이 필요하다고 해요!”
“아니.”
혹시 제 목소리 안 들리세요?
음소거 하셨어요?
“흐흐흥~♬”
한설아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강우의 목덜미에 뺨을 비볐다.
“…….”
레이라와 한창 수다를 떨고 있는 리리스를 돌아보았다.
그의 표정이 급격하게 썩어들어갔다.
“…술.”
그래.
개 같은 현실을 잊기 위해서는 술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절실하게.
[흐음, 그래서 이번에 발록 씨의 연인이 생긴 기념으로 넥타르가 필요하시단 말씀이시죠?]“예. 구해다 주실 수 있나요?”
[가이아님에게 부탁드리면 바로 보내주실 거예요.]“어머, 그거 잘됐네요♥”
[호호. 그럼 시훈 씨한텐 제가 연락할 테니 나중에 날짜 정해지면 연락주세요!]“네~”
통화가 끝났다.
“술… 술이 필요해….”
“후욱, 후욱. 빠. 빨리…! 지금 당장!”
차연주와 강우는 굶주린 짐승처럼 충혈된 눈으로 리리스를 바라보았다.
“어머?”
리리스는 잠깐 수다를 떠는 사이 뭔가 알콜 중독자처럼 변한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훗. 그럼 오늘 저녁에 바로 파티를 열까요?”
축하 파티는 뒷전이고 일단 이 두 사람을 더 이상 기다리게 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앗싸아아아아아!!! 간만에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보자고오오오오오!!”
차연주가 양팔을 번쩍 들며 만세를 외쳤다.
“끼요오오오오오옷!!”
그녀를 따라 일어선 강우는 괴성을 지르며 점프했다.
짝!
차연주와 강우의 손바닥이 맑은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히히히! 오강우 너 중간에 빼지 마라?”
“훗. 너나 먼저 나가떨어지지 마시지.”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 교차했다.
“헹, 으디서 꼬맹이가 건방지게.”
“우리 연주와 또 하나 추억의 페이지가 쌓이겠네.”
“씨발이.”
“아가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