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창립 기념식을 계기로 레오날드 또한 장인어른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 대단한 히스펜릴 공왕이라는 사실에 레오날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부담과 거리감을 느낄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장인어른과 사위의 사이는 변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공왕은 사위 사랑이 알뜰살뜰했던 데다, 로델 환단을 추앙하는 열성적인 팬이기까지 했다.
그 태도는 신분이 어떻게 밝혀지든 간에 변함이 없었다.
“우리 사위는 괜찮은가? 광배근이 얇게 쪼그라든 것을 보니 걱정으로 밤잠도 설친 것 같은데, 자네부터 마셔야 하는 것 같구먼.”
“저는 이따가 마시겠습니다. 지금은 각하께서 먼저 마셔주셨으면 합니다.”
“흐흡, 사위…….”
“공작 각하…….”
두 사람이 이심전심으로 애틋한 눈빛을 교환하자 응접실의 공기가 덩달아 울적해진다.
엘테아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별일 없을 거예요. 아이가 누구 딸인데요. 그래야 해.”
스스로에게 하는 듯한 말이었다. 그녀도 마음속에 딸 걱정이 가득했다.
심란한 분위기 속에서 힐데는 눈을 감고 속으로 기도를 올렸다.
‘신이시여, 언니와 형부를 보살펴 주세요.’
그러자 힐데는 볼 수 없는 차원에서 그녀의 신이 응답했다.[‘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기도가 잘 접수되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웁니다.]한편, 성 아그네스 교회.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 은빛 성채 기사단원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애쉬, 헤스티오, 이페일이 비안카의 집무실에 찾아왔다.
“보좌관 누님! 아일렛 누님과 테실리드 형님한테서 연락 온 거 없습니까?”
“둘이 뭐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아니, 사고를 쳤다고 해야 하나? 소백작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이번 달 봉급은 정상 지급되는 것 맞겠죠?”
“……봉급 지급에는 문제없습니다, 이페일 경.”
갑작스럽게 쳐들어온 건장한 남자들 앞에서도 비안카는 특유의 차분함을 잃는 법이 없었다.
그녀는 작성하던 서류를 깔끔하게 옆에 정리해 두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잖아도 아이와 테실리드 경의 소식을 알아보는 중입니다.”
“정말요?”
“어떻게요?”
헤스티오와 이페일이 의아해하는 동안, 애쉬는 깨달은 바가 있는 듯 왼 손바닥을 오른손 주먹으로 가볍게 콩 하고 쳤다.
“아하! 위브릴 섬은 발렌슈타인 공작령이죠. 레이 형님에게 물어보면 되겠군요!”
그리하여 빈체스터 왕성, 기사 숙소.
비안카로부터 상황을 전해 들은 프린츠는 당연히 난리가 났다.
그는 근무 시간이 끝나자마자 냉큼 레이윈을 찾아갔다.
마침 두 사람은 같은 왕실 기사로서 한 숙소를 사용하는 중이었다.
“레이윈, 레이윈!”
“프린츠? 무슨 일인가? 왜 그렇게 경황이 없어?”
“부탁이 하나 있어! 네 영지에서 실종자 소식 좀 알아봐 줘!”
“실종자? 누구?”
“내 동생!”
“뭐?! 자세히 말해!”
“아이가 위브릴 섬으로 여행을 갔다가 연락이 끊겼대. 성검의 주인 녀석하고 같이.”
“……당장 알아보도록 하지.”
한밤중이었음에도 레이윈은 당장 공간 전이석을 가루가 되도록 부서뜨렸다.
프린츠가 같이 가자고 붙잡을 새도 없었다.
그 후, 한참 만인 새벽에 레이윈이 영지에서 되돌아왔을 때.
“프, 프린츠.”
전이석을 부술 당시보다 레이윈은 더욱 침착함을 잃은 상태였다.
놀란 프린츠가 무슨 영문인지 묻기도 전에, 레이윈이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음성으로 말했다.
“위브릴 섬이 사라졌어.”
“……뭐?”
신성경과 성검의 주인의 실종 원인.
던전 버스트가 휴양섬을 집어삼켰다는 비보가 그제야 아일렛과 테실리드의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시간은 흐르고 또 흘렀다.
“……후우.”
테실리드는 안도의 한숨을 터뜨리듯 내쉬었다.
드디어 마계의 쓰레기장의 끝이 지평선 안쪽 가시거리에 들어왔다.
먼 곳에서 검보라색의 요사스러운 오로라가 느릿느릿 너울거렸다.
자그마치 두 달의 걸음 끝에 분계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간 얼마나 심한 고생을 했던가.
사막의 개미지옥처럼 함몰되며 뒤로 밀려나는 쓰레기산과 시도 때도 없이 공격해 오는 사념 군집체 괴물.
그것들 때문에 변변한 휴식 시간도 갖기 힘들었다. 온몸의 감각을 예리하게 벼린 긴장 상태가 지속되었다.
제대로 눈도 붙이지 못한 채, 선잠으로 체력을 얕게 회복하는 게 고작이었다.
아일렛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죽을 뻔한 고비도 두어 번 있었다.
애초부터 생존 난이도가 높은 장소였다.
그러다 보니 ‘장르 이탈 페널티’에 의해 세계의 살의를 받아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마계의 쓰레기장은 원래대로 ‘평범’했다.
‘아이는 던전에서 35일쯤 지난 모양이던데.’
마계의 쓰레기장의 시간 비율은 균일하지 않다.
그래서 현실과의 시간차는 아일렛이 필담으로 알려준 그녀의 던전 체류 일을 통해 계산하고 있었다.
현실은 2주가 흐른 시점.
슬슬 그와 그녀의 주변인들이 걱정을 시작하고도 남을 때였다. 게다가…….
‘곧 발푸르기스의 밤이다.’
마계의 대축제가 조만간 현세에 그 불길한 조짐을 뿌려댈 것이다. 전조 증상인 셈이다.
하지만 당장은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와 그녀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시급했다.
걷고 또 걸은 끝에, 어느덧 분계선의 오로라 바로 앞에 발끝이 도달했다.
테실리드는 분계선을 넘어가지 않고 잠시 멈추어 섰다.
이 요사스러운 오로라 바깥은 드디어 마계의 영역이다. 하지만 어떤 마족의 영지로 통할지는 무작위로 결정된다.
룰렛을 돌릴 시간이다.
흔들리는 오로라가 문이라도 되는 양, 테실리드는 손바닥을 가만히 가져다 대었다.
더없이 성결한 얼굴의 미남자가 우수에 찬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돈 좀 되는 던전이 한 방에 나왔으면 좋겠는데…….”
정녕 진지하고 절박한 문제였다.
테실리드가 비장한 일보를 내디디려던 순간이었다.
“……아차.”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항이 그의 뇌를 스쳤다.
그는 서둘러 공유 인벤토리를 뒤졌다. 타락하지 않은 인간의 몸으로 마계에 가려면 단단한 준비가 필요했다.
주섬주섬, 검은 가죽 하네스를 옷 아래 착용했다. 그가 떨떠름하고 어색한 얼굴로 발을 뗐다.✠내가 순례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35일째.
눈보라를 헤치며 십자가를 짊어진 채 하루에 십수 시간씩 걷고, 사나흘에 한 번꼴로 나오는 관문에서 문지기와 대결을 벌이고, 베이스캠프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회복한다.
이 극기 훈련 같은 하루하루가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그동안 테실리드와의 필담은 각자의 상황을 보고하는 느낌으로 띄엄띄엄 짧게 이루어졌다.-방금 마계의 쓰레기장에서 빠져나왔어. 어떤 던전으로 나왔는지는 현재 탐색 중이야.
-정말 고생했어. 끝까지 몸조심하고, 돌아다닐 때 몽마의 하네스 입는 거 잊지 마.
-……입고 있어. 네 상황은 어때?
-난 오늘 내로 열한 번째 관문에 도착할 것 같아.메시지와 메시지 사이에는 최소 수 시간의 간격이 존재했다.
첫날처럼 바로바로 대화를 나누는 건 날이 갈수록 힘들어졌다.
마계의 쓰레기장의 시간 흐름이 불균일해서 서로 시간을 맞출 수 없었던 탓이 컸다.
게다가 테실리드는 내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수시로 사념 군집체에게 공격받았을 것이다.
생존만으로 버거울 텐데 필담에 신경 쓰다가 주변 경계에 소홀해져서는 안 되었다.
자연히 필담의 시간 간격은 길어졌다.
노트를 펴놓고 잉크를 말리고 있는데 신들의 메시지가 들려왔다.[‘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필담 내용이 너무 담백한 것 같다며 못마땅해합니다.] [‘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괜히 질척거렸다가 지난번처럼 읽씹과 내용 삭제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네, 네.”
그러고 보면 나와 테실리드는 암묵적인 규칙이라도 정해둔 것처럼 평이한 대화만 주고받고 있었다.
솔직히 테실리드가 지금 어떤 심리 상태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날 과감한 고백으로 선을 넘어버렸다는 자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궁금했지만 필담으로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이야기는 글이 아니라 말로 주고받고 싶었다.
그와 눈을 올곧게 맞추고 얼굴의 표정 하나하나를 기억 속에 담으면서 소중한 시간을 새기고 싶었다.
그러니까 필담은 짧게 맺는다.
탁.
마침 잉크가 다 말랐다. 나는 노트를 덮어 인벤토리에 넣고는 일어섰다.
저 멀리 작게 보이는 개선문을 향해 걸었다. 둔덕을 세 개쯤 넘고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열한 번째 관문.
“후우우…….”
그동안 발쿠스 오드렉과 루크레치아 성녀를 포함해서 열 명의 질서교 성인들을 쓰러뜨렸다.
질서교 성인들의 숫자는 총 열한 명이니 이번에 나올 상대는 정해져 있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한 명의 이름을 외쳤다.
“나오시죠, 뮤 엘리나스!”
신성한 시계공이라 불리는, 뮤리엘의 본체.
그 낯짝을 볼 생각을 하니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렇게 흥분 반 긴장 반으로 기다리는데.
“……엥?”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띠링![ 문지기의 부재로 부전승 처리합니다.] [ 축하합니다. ‘순례자의 길’ 열한 번째 관문의 통과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보상을 수령하시겠습니까?]“……아, 뭐, 네.”
승리를 날로 먹었다.
얼떨떨하게 두 손바닥을 펼치자 그 위로 팔랑팔랑 지도 한 장이 내려앉았다.[ ‘질서교 신성경의 무덤 지도’
500년 된 질서교 신성경의 무덤 위치를 표시해 놓은 지도.
신성경의 육신을 안치할 때 많은 이교도들이 강제로 순장당했다. 이들의 넋을 달래러 가자.]이번 보상 물품은 이전에 받았던 것들과 약간 결이 달랐다.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시점에서 뮤 엘리나스의 부재는 참으로 절묘했다.
‘내가 이교도라는 걸 못 들었겠네.’
의문이 뒤따른다. 성인의 전당에 없다면, 지금 그녀의 영혼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