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Psycho's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54)
154_존 디 vs 노스트라다무스(5)
“예언 대결 말입니까?”
존 디가 경악하며 되물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이었다.
갑작스러운 캐서린의 호출에 급히 옷을 차려입고 왔는데, 이리 당혹스러운 제안이라니.
“대결이라니, 그리 과격한 것은 아니네.”
캐서린은 태연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저, 경처럼 뛰어난 점성술사에게 이 나라의 미래에 관한 조언을 구하고 싶을 뿐이지.”
말이야 좋았다.
존 디가 속으로 이를 갈며 물었다.
“노스트라다무스 경에게도 같은 조언을 구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문제가 되나?”
물론 문제가 된다.
노골적으로 예언 실력을 비교하자는 것 아닌가.
그게 대결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틀림없이 무례하고 불쾌한 행동이지만···.
‘지금 저 여자의 권력이라면 상관없겠지.’
존 디는 이를 갈며 대답했다.
“아니요,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좋군. 그러면 나를 위해 미래를 봐주겠는가?”
존 디에겐 예언 능력 따윈 없었다.
그의 등 뒤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물론 하겠습니다만, 조금 시간을 주시지요.”
그는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보려 했다.
‘일단 시간을 끌면, 방법은 있을 거야.’
머리를 굴리면 적당한 예언을 생각해낼지 모른다.
그게 안 되더라도, 여왕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때때로 미래를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여왕.
그녀라면 틀림없이, 방안이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는 존 디였으나-.
“미안하지만, 안 되겠군.”
“예? 그게 무슨···.”
“이미 밖에서 노스트라다무스 경이 기다리고 있어서 말이야. 지금 당장 예언해줄 수 없나?”
존 디가 기겁해서 캐서린을 바라봤다.
이 여자, 지금 제정신인가?
자는 사람을 난데없이 깨우더니, 지금 당장 예언을 내놓으라고?
“점성술에는 나름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리 갑작스레 할 수는 없단 말입니다!”
하지만 캐서린은 듣는 체도 안 했다.
그녀가 짧게 말했다.
“이상하군. 노스트라다무스 경은 된다고 했는데?”
그야말로 마법의 말이었다.
“큭!”
캐서린이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노스트라다무스 경은 가능하다고 했어. 해가 뜨기 전이라면 충분하다고. 그리고 지금은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이지.”
그녀가 오만하게 명령했다.
“해내게. 그럴 수 없다면, 자네는 노스트라다무스 경보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하는 것인가?”
존 디가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었다.
‘이런, 망할!’
그렇게, 대비할 시간조차 없이.
존 디는 왕궁의 정원으로 끌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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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별을 보고 예언을 해보게.”
캐서린이 기대를 가득 담아 말했다.
존 디와 노스트라다무스를 번갈아 쳐다보며.
“내게 미래를 들려주게. 이 나라의 미래를.”
캐서린은 먼저 존 디를 가리켰다.
“그대에게 먼저 듣고 싶군.”
존 디는 이를 악물었다.
그에게 점성술 재능은 없었다.
평소라면 마술로 시선을 돌릴 텐데, 아무 대비가 안 된 지금은 그조차 할 수 없었다.
“경?”
캐서린이 채근하자, 존 디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쩔 수 없다. 어떻게든 지어낼 수밖에.’
존 디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배가 침몰할 것입니다.”
이게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배가 침몰한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가까운 시일. 포르투갈의 배가 그 안에 실린 보물과 함께 바다에 가라앉을 것입니다.”
“흐음.”
캐서린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 얼굴엔 실망이 역력했다.
“시시하군.”
캐서린이 단언했다.
“포르투갈에서 신항로의 보물을 나르기 위해 떠나는 배가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그리고 그 배 중 얼마나 많은 배가 돌아오지 못하는지 아는가?”
대략 2척 중 1척은 돌아오지 못한다.
선원과 함선을 갈아 넣어서 유지하는 부유함.
존 디 역시 어렴풋이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바로 그렇기에, 함선의 침몰을 예견한 것이고.
늘상 벌어지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시시하군. 고작 그게 다라면, 이 나라의 어린애도 할 수 있는 예언이야.”
하지만 이대로 캐서린의 흥미를 잃을 수도 없었다.
“위대한 배!”
그 말에 캐서린의 시선이 돌아왔다.
“그냥 배가 아닙니다. 위대한 배가 가라앉을 것입니다.”
“위대한 배가 가라앉는다고?”
캐서린은 그제야 흥미를 느끼는 눈치였다.
“이 포르투갈에는 막대한 함선이 있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감히 위대하단 칭호로 불리는 배는 많지 않아. 그대는 정녕 위대한 배의 침몰을 예언하는 것인가?”
이제 와서 뺄 수는 없었다.
존 디는 눈을 딱 감고 질러 버렸다.
“예, 그렇습니다.”
“···위대한 배의 침몰. 좋아, 기억해두지.”
캐서린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노스트라다무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경.”
노스트라다무스는 여전히 단색 로브를 입고 있었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그 남자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
“고귀한 두 여인이 다투고 있군요. 새해가 밝기 전, 마리아의 뱀이 하나를 휘감고 하나를 물것입니다.”
시간에 쫓겨 외친 존 디와 달리,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예언의 형식을 제대로 지키고 있었다.
모호하면서도 상징적이며 종교적인 예언.
그러나 그 뜻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고귀한 두 여인은 캐서린과 조안나겠지.’
첫 구절이야 예언이라고 부를 것도 없었다.
그건 이미 벌어지는 중이었으니까.
‘그런데 뱀이 하나를 휘감고 하나를 문다?’
존 디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문다는 것은 확실히 좋지 않은 의미였다.
하지만 휘감는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일까.
그가 고민에 빠지려던 그때.
캐서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렵지 않은 예언이군.”
그녀는 확신에 차 말했다.
“마리아의 뱀이라니. 성모 마리아는 고귀한 여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 아닌가. 그러니 예언의 내용은 간단하다.”
캐서린의 입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그 미소는 어쩐지 징그러워, 보는 이를 몸서리 치게 했다.
“다투던 두 여인 중 하나가 뱀을 부려, 다른 여인의 발목을 물어 죽일 것이다.”
즉 새해가 오기 전.
두 여인의 승부가 결판날 것이다.
그리고 두 여인 중 하나는 죽을 것이다.
캐서린은 예언을 그렇게 해석한 것이다.
“좋은 예언 고맙군. 역시 자네는 뛰어난 예언가야.”
캐서린이 노스트라다무스를 향해 웃어 보였다.
호의에 가득 찬 웃음이었다.
존 디는 그 광경을 불만스레 보다가, 문득 깨달음에 놀라 몸서리쳤다.
‘이미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확신하는 것은···!’
혹시···, 어쩌면 혹시.
캐서린은 이미 모든 계획을 짜놓은 게 아닐까?
뱀을 부려 조안나를 죽이고, 새해가 되기 전 승리자가 될 계획을 말이다.
서늘한 아침 바람 탓일까.
존 디의 몸을 부르르 떨려왔다.
존 디에게 예언 능력 따윈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한가지는 예언할 수 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조안나의 미래도, 존 디 자신의 미래도 그리 밝지만은 않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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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뭔 상황이야?”
존 디의 편지를 받은 직후.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한 말을 잃었다.
뭐? 난데없이 노스트라다무스가 나타나?
주도권을 잡긴커녕, 캐서린의 광대 역할을 해?
존 디는 에라 모르겠다 싶어 가짜 예언을 하고?
“개판이네, 개판이야.”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이렇게 뭐 하나 쉬운 법이 없지?
“프랑스를 너무 얕봤나 보네.”
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화를 좀 가라앉히니, 문제가 보였다.
결국 프랑스를 계획에서 배제한 내 탓이었다.
‘에스파냐를 해치우면, 프랑스가 끼어들 걸 예상했어야 했어.’
그간 프랑스는 지나치게 커왔다.
내가 일으킨 나비효과로 신대륙을 먹었고, 탐욕스레 덩치를 불리고 있지 않나.
‘게다가, 그들의 왕도 죽지 않았지.’
내 기억대로라면, 본래 이 시기쯤에는 포르투갈의 왕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왕도 죽어야 했다.
이탈리아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승전 축하 연회에서, 바보같이 마찰 시합을 하다가 죽는 것이다.
그 이후 프랑스는 내전으로 약화하여야 했다.
그런데 미래는 비틀렸고, 프랑스의 왕은 죽지 않아 나라가 단단했다.
그러니 이런 수작을 부릴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앞으론 프랑스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말아야겠군.”
내가 다짐하듯 말했다.
좋아, 반성은 이쯤 하면 됐다.
중요한 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없었다곤 해도, 위대한 함선이 침몰한다는 예언은 대체 왜 한 거야?”
차라리 노스트라다무스처럼 예언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달리 있을 법한 예언을 지어내던가 말이다.
“포르투갈의 위대한 함선이라면, 그 거대한 갈레온 함선을 말하는 거잖아?”
신대륙에 전력을 집중한 포르투갈.
그런 포르투갈에는 대함선이 여럿 존재했다.
동시대 최강이라 불리는 강한 전함들이 말이다.
이런 전함이 절로 가라앉아 줄 리는 없었다.
“일어날 일이 없는 예언을 했는데, 어쩌지?”
한참 고민을 하는데, 문득 눈앞의 주교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회의를 위해 부른 주교의 얼굴이.
‘이상하게 평안한데···.’
스티븐 주교는 강심장이 아니다.
평소라면 나와 함께 고민했을 주교인데.
오늘따라, 그의 얼굴이 이상하게 편안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내 말에, 주교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별것 아닙니다. 그저, 옛날 일이 생각나서요.”
주교는 손자에게 그리운 옛 추억을 들려주는 노인처럼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존 디 경이 엉터리 예언을 했다가, 망신당하고 침울해하던 일 말입니다, 폐하.”
“엉터리 예언? 아아, 그 일 말인가.”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헌팅턴 백작의 여식에게 예언해주었지.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예언했지만, 정작 그녀의 다리가 부러졌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 그때 존 디 경이 한창 침울해했었지.”
그런데 그 이야기를 지금 왜 한단 말인가?
“혹시, 어떻게 그의 기분이 풀어졌는지도 기억하십니까?”
“그야···.”
내가 기억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일단 그 후로 시간이 좀 지나기도 했고, 내가 헌팅턴 백작에게 좋은 일을 만들어줬으니까.”
백작에게 괜찮은 직위를 줬던 걸로 기억한다.
결과적으론 존 디의 예언이 맞은 것처럼-.
“···!”
번쩍 깨달아버렸다.
주교를 바라보니, 그는 언제나처럼 웃고 있었다.
‘이런 능구렁이 같은 영감.’
손자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노인은 개뿔.
주교는 헨리 8세 시절부터 살아남은 노회한 정치인이었다.
내 손에 전쟁 망치를 쥐여준 과격한 늙은이였고 말이다.
“그래, 내가 잠깐 까먹고 있었군. 그대 덕에 기억해냈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사이코 여왕이다.
캐서린한테 휘둘려 다니고, 미래를 알아맞히려고 쩔쩔매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예언으로 미래를 맞혀야 한다고?
아니, 미래가 내 예언에 맞춰져야지.
“상대 골통이 부서질 거라고 예언하고, 내가 망치로 그 머리통을 부숴버리면. 그게 예언 아니겠나?”
좋아, 갈 길을 찾았다.
캐서린한테 잘 보이려 굽히진 않겠다.
영국이 포르투갈에게 설설 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안 그래도 날뛰고 싶어 하던 놈이 있었지.”
내가 씨익 웃으며, 회장을 둘러보았다.
오직 나와 주교뿐인 추밀원 회의.
빈자리의 주인들이 움직일 차례였다.